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51화 (451/501)

# 451

미우라 정밀 인수 (1)

(451)

구건호는 수요일과 목요일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그냥 놀았다. 영화관에도 가고 수영장에도 가고 혼자 골프 연습장에 가서 골프도 쳤다. 지루한 수요일과 목요일이 지나고 금요일이 되었다.

“오늘은 디욘 코리아 주식이 액면 분할 후 다시 주식 거래가 시작되는 날이다. 세력들이 8천원대에 팔진 않겠지. 겨우 이거 먹으려고 주식하지는 않았을 거야."

아니나 다를까 디욘 코리아 주식은 액분 후 첫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면 그렇지.”

구건호는 이제 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상한가가 무너지는 가 잘 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상한가가 무너지면서 세력들이 팔자로 돌아서 던지면 자기도 던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구건호가 액분 전에 20만주를 샀지만 지금은 액분으로 5배가 늘어 1백만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파는 것도 잘 팔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상한가 잔량이 200만주다.”

구건호는 지금 이익 실현을 할까 망설였다. 오늘 주가는 10,400원이었다.

[액분 전에 26,000원짜리 주식이 액분 소문으로 4만원이 갔었지? 주가가 5대 1로 줄고 주식 수는 5배가 늘었으니까 주가는 4만원짜리가 5분의 1인 8천원이 되었지? 그 8천 원짜리가 오늘 상한가를 쳤으니 10,400원이 되었어. 그러면 내가 가지고 있는 20만주, 아니 100만주는 지금 던진다면 104억이 된다. 짭짤하지 않은가?]

[하지만 매수 잔량이 200만주나 쌓였어. 지금 팔면 배가아플 수 있을 거야. 매수 잔량이 없어지나 관찰이나 잘 하자.]

구건호는점심도 굶었다. 장이 종료되는 3시 30분 지나서 밥을 먹기로 했다.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났다.

"코스닥 상장업체의 오너가 배를 굶는다는 것이 말이 돼? 하지만 오늘은 굶는다.“

결국 금요일 이날은 상한가가 무너지지 않았다.

디욘 코리아의 상한가 기록에 경제지들은 호의적 기사를 내보내 주었다.

[디욘 코리아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케미컬 업체인 디욘 코리아는 액면 분할로 그동안 주권 매매가 정지되었으나 이날부터 거래 정지가 해제됐다. 거래 정지가 풀리자마자 디욘 코리아 주가는 초 강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보다 29.93%가 오른 10,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에 주가는 액면 분할 후 상한가 행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식품, 나노스, 리드, 아리온, 광림, 엠에스, 크라운제과 등이 액면 분할 후 거래재개 첫날 상한가를 기록한 바가 있었다. 역시 액면 분할은 호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뚜렷했다.]

구건호는 장이 끝나고 오후 4시경에야 밖으로 나와 김밥 집에 들려 라면을 한 그릇 먹었다. 라면이 꿀맛 같았다.

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아침서부터 입을 앙 물었다.

[오늘도 투우사 같이 싸우러 간다. 내가 피를 흘리느냐, 상대가 피를 흘리느냐의 싸움이다.]

벤트리 승용차 뒷 좌석에서 눈을 감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구건호를 본 엄찬호가 한마디 했다.

“사장님, 어디 아프세요?”

“아니다.”

“표정이 그런 것 같아요.”

“오늘 싸우러 가기 때문이다.”

“옛? 싸워요? 그럼 태영이 형 부를까요?”

“아니, 아니. 그런 싸움이 아니고 컴퓨터로 싸우는 싸움이다.”

“사장님 게임하세요?”

“아니야. 그게 아니야. 운전이나 해라.”

구건호는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부터 켰다. 그리고 비서 오연수를 불렀다.

“지금부터 12시까지 내 방에 사람들이지 말고 전화가 와도 없다고 그래요. 내가 어제 잠을 못자서 잠 좀 자려고 하니까.”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책상에 앉아 눈에 파란불을 키고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았다.

주가는 어제보다 12% 정도 올라 있었다. 주가가 12%선에서 횡보하고 있었다.

“탄력을 못 받네.”

구건호는 조금씩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구건호가 주식을 10만주 정도 팔아치우자 주가는 10%로 떨어졌다. 잠시 쉬었더니 주가가 반등하는 것 같아 계속 1천주, 2천주, 1만주, 하는 식으로 팔아치웠다.

“벌써 10시가 되었네,”

구건호가 50만주 정도를 팔아치우자 시계는 오전 10시가 넘었다. 이제는 세력들도 주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었던지 주식을 던지기 시작했다. 구건호는 세력이 던지는걸 보고 무자비하게 자기도 던졌다.

“파란불 나오네.”

순식간에 나머지 50만주를 쏟아내자 주가는 파란불이 나오고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구건호는 가지고 있는 100만주를 다 팔았다.

“매도 평단가가 얼마나 되나 보자.”

매도 평단가는 11,000원이었다. 인출 가능금액은 110억이나 되었다.

[승희 누나 증권계좌에 있던 현금 106억에서 내가 이번에 액분 전에 26,000원짜리 주식 20만주를 사느라고 52억을 썼었지. 그럼 106억에서 52억을 빼면 54억이 남네. 그 54억에서 박종석이한테 미우라 정밀 인수자금으로 3억을 보냈으니 51억이 남았었지?]

[이번에 주식 판돈이 110억이니 51억 남은 것을 합치면 161억이 되네. 150억은 현금으로 찾아 도로 강남증권의 내 계좌에 넣어 놓자.]

이렇게 되면 구건호는 강남증권 계좌에 1,800억원의 개인 계좌가 쌓이게 된다. 원래 이번 주식에서 번 돈 150억을 갖다 놓으면 1,850억이 되지만 지난번 중국의 영화 <몽환앵화>를 찍는데 50억을 빼내 썼기 때문에 아직은 1,800억이었다.

[이제 액분 효과를 보았으니 당분간은 주식이 흘러내리겠군. 공모가 26,200원이었으니 5대1 액분한 5,240원으로 흘러 내리겠군.]

구건호는 이제 디욘 코리아 주식은 열흘 후에나 보기로 했다. 그동안 사업이나 열중해야 되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구건호는 엄찬호를 불렀다. 이제 모든 것이 홀가분했다.

“야, 고속도로나 가자.”

“예? 오늘 직산 가십니까?”

“점심 먹으로 가자.”

“어디로 가는데요?”

“수원 갈비 집으로 가자. 네가 좋아하는 한우 갈비나 먹자.”

“네? 갈비요? 좋지요.”

엄찬호가 엄청 좋아했다. 엄찬호는 초밥같은 건 싫어했다. 엄찬호가 좋아하는 건 삼겹살과 한우 갈비였다.

구건호는 돈도 벌었겠다. 수원까지 가서 갈비를 먹고 사무실로 왔다. 오후 3시가 넘어 집으로 그냥 갈까하다가 사무실에 들렸다.

신사동 빌딩 18층으로 올라오니 중국에 갔던 심운학 감독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오, 심감독님.”

옆에서 비서 오연수가 웃으며 말했다.

“심감독님 두 시간 전부터 여기서 기다리셨습니다.”

“오, 그래요? 전화를 미리 주시지 그랬습니까? 오늘은 내가 멀리서 식사를 하고 왔습니다. 들어가시죠. 내방으로.”

심운학 감독이 자리에 앉자 오연수가 커피 두잔을 가져왔다.

“중국 생활 하실만 합니까? 이제 간지 오래되었으니 할만 하시겠네요.”

“영화는 지금 편집 마무리하고 필름 프린트하면 이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해야 합니다. 시사회 때 모리 에이꼬를 부를까 검토 중에 있습니다.”

“모리 에이꼬가 꼭 가야 합니까?”

“팬 싸인회 같은 걸 하면 오면 좋지요. 아무래도 그 날은 기자들도 많이 오니까 많은 기사를 다루어 줄 겁니다.”

“환러스지 공사에서 직접 모리 에이꼬에게 연락 하라고 하세요. 모리 에이꼬 측에서 알아서 하겠지요.”

“배급사는 원래 제가 중국내 1위 업체인 잉롄 미디어나 보나 픽쳐스를 이야기 했었는데 거긴 벌써 받아논 주문이 많아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양광픽쳐스가 컨텍이 되어 한시름 덜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말 듣기론 이미 인구 밀집지역인 화동지역은 대부분 <몽환앵화>가 걸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몽환앵화는 벌써부터 영화가는 물론 당에서도 관심을 갖는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리스캉 국장이 상해시 당서기와 북경의 정치국 위원들에게도 상해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보고를 한 모양입니다. 시사회 때 당 간부들도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무튼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은 만나셨습니까?”

“아직 못 만났습니다. 구사장님부터 만나는 게 예의일 것 같아서 여기부터 먼저 왔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혹시 이걸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무얼 말입니까?”

“이번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혹시 영화 한편을 더 만드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아직은 그런 계획이 없습니다. 영화는 지에이치 미디어를 통해서 하는데 솔직히 말씀드려 신정숙 사장도 영화쪽은 전공이 아니라서 많은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신사장은 출판과 갤러리 운영만 해도 지금 흑자가 나는데 영화는 고위험 고수익이라 혹시 실패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많이 걱정을 합니다. 특히 남자인 나보다는 아무래도 여자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 나보다는 훨씬 더 합니다.”

“사실은 꼭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사극영화입니다. 환러스지 공사에는 아직 이야기는 안했지만 중국 영화사와 손잡고 할만한 영화가 있어서 말씀드립니다.”

“흠.”

“물론 그 영화도 여자 주인공은 모리 에이꼬가 나옵니다.”

‘또 일본을 배반하는 영화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에 기획하고 있는 영화는 모리 에이꼬가 일본을 위해서 사력을 다 하는 장면입니다.”

“그 문제는 이번에 만든 영화 <몽환앵화>가 성공하는 것부터 확인하고 이야기 하시죠. 만약 흥행이 저조하거나 실패 한다면 영화는 더 이상 만들지 않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번 영화부터 어떻게 해서든지 성공시키고 나서 다시 사장님께 의논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화요일이 되었다.

출근길에 구건호가 엄찬호에게 공항에 갈 것을 지시했다.

“이따가 10시경 김포공항엘 가야겠다.”

“알겠습니다. 10시에 빌딩 정문앞에 차 대기 시키겠습니다.”

“내가 가는 것이 아니고 미디어에 근무하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하고 같이 가거라.”

“요시타카 선생하고요?”

“그래. 오늘 일본에서 손님이 온다. 미우라 정밀이라는 곳에서 사장님하고 공장장 두 사람이 오니까 네가 모시고 이곳으로 오면 된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사무실에 도착하여 비서 오연수를 불렀다.

“지에이치 모빌과 디욘코리아 비서들 알지요?”

“예, 압니다.”

“각사 비서들 한테 내가 오후에 들린다고 말하세요. 어제 출근하는 날인데 내가 일이 있어서 못갔네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지에이 정밀에도 연락을 해줘요. 내가 오늘 간다고 말해줘요.”

“거기 비서는 제가 잘 모르겠는데요. 혹시 이름을 아십니까?”

“거긴 비서가 아직 없어요. 그냥 박종석 사장을 찾아서 내가 오늘 오후에 일본인 사장하고 들린다고 말해줘요.”

“일본인 사장요?”

“미우라 정밀 사장과 함께 간다고 말해줘요.”

“알겠습니다.”

12시가 거의 다되어 요시타카 선생이 미우라 정밀의 미우라 소이치 사장과 야나기 마사토시 공장장과 함께 신사동의 지에이치 빌딩으로 왔다.

“구사쪼상 반갑습니다.”

“어서오십시오. 반갑습니다. 미우라 사장님과 야나기 공장장님.”

“사쪼상 얼굴색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의자에 앉으시죠.”

미우라 사장과 공장장이 의자에 앉자 요시타카 선생이 말햇다.

“구사장님 공장들은 천안과 아산에 있습니다. 여기 이 빌딩도 구사장님 소유입니다.”

“이 삐루딩(빌딩)이 구사장님 소유입니까? 오, 그래요? 쏘데스까, 대단하십니다. 서울 번화가에 이 정도 삐루딩이라면 엄청난 가격일 텐데 정말 대단하군요.”

미우라 정밀의 사장과 공장장은 정말 놀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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