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0
상장주식 액면 분할 (3)
(450)
구건호가 민주 공명당 사무총장에게도 술을 따라주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구사장님이 젊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정말 젊으시네요. 젊으신 분들 보면 부럽습니다.”
“별말씀을요. 아직 경륜이 부족해서 여기계신 A그룹 박사장님께 많은걸 배웁니다.”
박사장이 기분이 좋은지 술을 반잔쯤 마시더니 말을 했다.
“사무총장님은 구사장님을 잘 보십시오. 앞으로 재계의 실력자로 등장할 겁니다. 물론 지금도 상장업체를 가지고 있어 실력자지만 말입니다.”
구건호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박사장이 다시 물었다.
“구사장, 상장을 했다는 디욘 코리아는 지금 주가가 얼마나 합니까?”
“공모 당시 그대로입니다. 이번에 액분하니까 좀 오르겠네요.”
“액분하면 발행주식수가 얼마나 합니까?”
“5천 원짜리를 1천원으로 하니까 2,600만주가 됩니다.”
“지금 주가가 2만 몇 천원 한다고 그랬지요?”
“2만 6천 원 합니다.”
“5대 1로 줄어드니까 주가가 5,200원 간다는 말인데.... 조금만 호재가 튀어나온다면 1만원은 가겠네요.”
“글쎄요....”
“그렇다면 시가 총액이 2,600억이 되나? 그렇다면 구사장 몫이 얼마나 되나요?”
“합자사이고 우리사주와 공모주가 빠져나가 30% 조금 넘습니다.”
“그래도 구사장 몫이 800억은 되겠네요.”
“이론상으로는 그렇습니다.”
옆에 있던 사무총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주가 같은 건 잘 모릅니다만 주가가 2만원이면 구사장님 몫이 1,600억 되겠네요?”
“하하, 그렇게야 가겠습니까? 기업 자체의 함량이 있는데요.”
박사장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구사장, 농담 한마디 합시다. 그럼 A그룹에서 1주당 주가 2만원을 제시하고 디욘 코리아를 인수하겠다면 팔겠어요?”
“주가 2만원이면 저야 당장 팔지요. 하지만 A그룹에서 뭐 하러 그걸 인수하겠습니까? 가격도 터무니없고 또 합자사라 반쪽만 인수하는데 말입니다.”
“하하, 그래서 농담으로 해본 소리요.”
구건호는 A그룹 박사장이 디욘 코리아 주식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것처럼 느꼈다.
[지난번에도 디욘 코리아 주식에 관심이 많더니 오늘도 그런 모습을 보이네. 정말 A그룹에서 디욘 코리아를 인수하겠다는 건가? 농담 속에 진담이 있다고 말이야. 그건 아니겠지. 디욘 코리아가 이익을 내고 있지만 아직도 작은 회사이고 매출도 적은데 주당 2만원은 터무니없는 가격이지.]
[더구나 디욘 코리아는 라이먼델 디욘사가 나하고 똑같이 주식을 가지고 있어 경영권 행사도 100% 못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그럴까? 수상한데?]
[혹시.... 디욘 코리아를 주당 2만원에 내가 매각하면 매각대금 1,600억이 지에이치 모빌에 흘러들어오게 하고 배당으로 다시 나가게 하려는 의도는 아닌가? 투자자산 특별이익으로 흘러들어온 돈이야 주주들에게 배당이 가능하겠지. 그러면 이진우 의원 부친인 이범식씨는 15%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막대한 돈을 배당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맞아. 그러면 1,600억의 15%면 240억을 배당 받아가네. 240억! 이 돈이면 정치 자금 충분하겠다! 이걸 노리는 건가? 설마 그렇게까지 가진 않겠지. 이건 어디까지나 그냥 내가 해본 터무니없는 공상 이겠지.]
“구사장, 뭘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예?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잔 더 하시겠습니까?”
“아, 아닙니다. 저는 됐습니다.”
“그럼 이 총장 한잔 더 하십시오.”
A그룹 박사장이 사무총장에게 소주를 따랐다.
“술 마시고 힘내세요. 기부금 얼마 안 되어 힘들다고 하지 마시고.”
사무총장이 술을 한잔 마시고 말했다.
“당원도 많고 나갈 돈도 많은데 요즘 기업들의 기부금이 잘 안 들어옵니다. 기부금 보내주신 데가 이지노팩, 지에이치 모빌등 몇 군데 안됩니다. A그룹도 남들 보는 눈이 있어 상식적인 수준의 기부금 밖에는 하지 않았습니까?”
“A그룹이야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잘못하면 상대 당의 공격이 들어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구건호가 물었다.
“민주 공명당은 당원이 몇 명이나 됩니까?”
“권리당원만 1백만 명이 넘습니다.”
“권리당원요?”
“매월 1천 원씩 당비를 내고 있는 당원들 말입니다.”
“그럼 10억이네요.”
“당 살림하기가 택도 없지요. 그래서 지난번에 지에이치 모빌에서 보내준 기부금이 아주 단비가 된 겁니다.”
장례식장에는 사람들이 계속 밀려들었다. 문상객들은 홀에 자리가 없어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가 이제 일어나 주어야겠네요.”
“그래요, 일어납시다.”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총장이 구건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만나 뵙고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저의 당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또 기업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우리도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A그룹 박사장도 손을 내밀었다.
“이제 나도 가봐야겠네요. 앞으로 우리 사무총장님 많이 도와주세요. 서로 언덕이 되어서 사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디욘 코리아는 앞으로 재미있는 회사가 될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회사? 이게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잘 될 것 같은 회사가 아니고 재미있는 회사가 될 것 같다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남의 회사를 가지고 함부로 평가하는 것이 구건호의 입장에서는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재미있다는 것은 내가 이익을 보면 보았지, 손해 날 일은 없는 것으로 들리는데?]
구건호는 이렇게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겼다.
구건호가 박사장과 사무총장과 작별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뜻밖에도 장례식장에서 동창 황병철을 만났다.
“어? 병철이 아니냐? 여기 웬일이냐?”
“오, 건호구나. 우리 이지노팩과 거래가 있어. 그래서 우리 연구소장을 대신해서 문상 왔어. 연구소장이 출장을 갔거든.”
“흠, 그래? 밥은 먹었니? 난 먹고 이제 가려는 참이다.”
“응, 나도 이제 갈 거야. 그런데 너 얼굴이 빨갛다. 요즘 음주운전 단속이 심하다는데.”
“음, 난 기사가 있잖아.”
“아, 참. 너는 운전기사가 있지.”
황병철이 묘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너희 연구소가 이지노팩하고 무슨 거래를 하냐?”
“이지노팩 연구소에서 가끔 우리 연구소에 물성실험 연구 의뢰를 하는 경우가 있어. 너희는 실험 연구가 아니고 진짜 비즈니스 거래 이겠구나.”
“응, 약간.”
“그런데 아까 나갔던 사람이 A전자 사장했던 분 아니냐? 너 그 사람 아는 사이냐?”
“음, 잘 알아. 지금은 A그룹 기획조정실 사장이야. 거래도 있고 골프 몇 번 같이 쳐본 사이야.”
“그래?”
황병철은 또 묘한 표정이 되어 쓴 미소만 지었다.
S기업 부사장과 만동전장 사장이 들어왔다.
“여, 구사장 왔소?”
구건호가 이들과 악수를 하고 있는 사이 황병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었다.
구건호가 신사동 지에이치 빌딩에서 주식 시세를 보았다. 액면 분할 소식에 주식은 계속 오르고 있었다.
“인도와 중국에 공장 증설한다는 공시는 별로 약발이 안 받는 모양이네. 오로지 액면 분할에 대한 기대감으로만 올라가네.”
디욘 코리아 주식은 3만원을 넘어가고 있었다. 금요일이 되자 주식이 3만 6천원이 되더니 장 막판에 20만주 이상 사자 매물이 쌓였다. 그러다가 사자 주문이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4만원으로 올라갔다.
월요일 디욘 코리아는 정식으로 액면 분할한다는 공시가 떴다. 그리고 15일간 거래 정지에 들어갔다.
“15일 재상장되면 불꽃이 튀겠군,”
구건호는 당분간 주식은 잊어버리기로 했다.
“15일 후에 보자.”
강남증권 지점장의 전화가 왔다.
“액면분할 공시가 떴네요. 3일후에 볼만 하겠네요?”
“3일후라니요?”
“거래정지 풀리는 날 아닙니까?”
“거래정지는 15일 아닙니까?”
“요즘은 15일에서 3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요?”
“사장님은 디욘 코리아 주식을 따로 사 놓으셨습니까?”
“에이, 그런 소리 마세요. 사장인 내가 내부정보 이용해서 주식투자했다면 말이 되겠습니까?”
“하하, 그냥 해본 소리입니다.”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구건호가 있는 18층으로 올라왔다.
“사장님 안색이 밝아지신 것 같습니다. 뭐 좋은 일 있습니까?”
“하하, 좋은 일은요? 그냥 밝게 살기로 했습니다.”
“저도 밝게 살기로 했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제가 있는 곳에 오셨습니까? 미우라 정밀 때문에 그렇습니까?”
“미우라 정밀의 미우라 소이치 사장이 한국에 오겠다는데 사장님의 답변이 없어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아, 참. 그랬었지. 내가 요즘 통 정신이 없어서. 이번 주에는 내가 바빠서 도저히 안 될 것 같고 다음 주 월요일 이후 가능합니다.”
“그럼 그렇게 연락을 하겠습니다.”
“대만기업하고는 뭐가 잘 안된 모양이지요?”
“글쎄요. 저도 그건 안 물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여길 자꾸 오겠다고 하는 것은 대만기업하고 이야기가 잘 안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구건호가 약속을 월요일 이후로 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금요일이 디욘 코리아 주식의 거래 정지가 풀리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날은 주가의 움직임을 다른 일 제쳐놓고 봐야한다. 더구나 지금 20만주나 사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랬다.
요시타카 선생이 바로 일본으로 전화를 했다.
한참동안 일본어로 말을 한 후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에서 구건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다음 주 화요일 들어오면 어떻겠냐고 하는데요?”
“좋습니다.”
요시타카 선생은 또 뭐라고 일본어로 하더니 전화를 끊었다.
“미우라 사장이 화요일 김포공항으로 들어오겠답니다.”
“흠, 그래요?”
“그날 제가 공항으로 나가겠습니다.”
“그럼 내 차를 타고 가세요. 내 차를 빌려드리지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미우라 사장이 신장이 나빠 투석치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행에 지장이 없는지 모르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월요일 치료받고 화요일 오겠다고 했습니다. 짧은 기간 해외여행은 상관없는 모양입니다.”
“그래요?”
“눈치를 보니까 사장님이 제시했던 3억 원을 수용하려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건강 때문에 더 끌고 나가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흠, 좋으신 분 같은데 참 안됐네요.”
구건호는 요시타카 선생이 가고 난후 지에이치 정밀 박종석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우라 정밀 사장이 다음 주 화요일 들어온데.”
“그래? 그럼 공장 깨끗이 치워 놓아야겠네.”
“그리고 너 개인 계좌번호 카톡으로 보내라. 3억 송금하마. 미우라 정밀 인수자금이다.”
“법인계좌 아니고 개인 계좌로?”
“내가 너 계인계좌로 3억 보내면 네가 다시 법인계좌로 보내라. 그래야 박종석의 가수금으로 잡힌다.”
“흠, 그런가? 알았어. 그럼 보내줄게.”
얼마 지나지 않아 박종석의 카톡이 왔다. 개인 계좌번호를 보냈다. 구건호는 바로 3억을 송금하고 박종석 사장에게 보내주었다는 카톡을 보냈다.
구건호는 커피를 마시며 소파에 앉아 액면 분할이 된 3일 후를 생각해 보았다.
“세력이 그냥 팔지는 않겠지. 띄어놓고 팔겠지. 그럼 나도 띄우는데 동참을 해야겠지. 그럼 내가 세력이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