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9
상장주식 액면 분할 (2)
(449)
주식의 액면 분할은 유통 주식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이다. 이 경우는 주식시장의 호재로 받아들여 주가가 대부분 올라간다. 그래서 투자클럽 같은데서 상임감사를 찾아 왔었다면 남보다 정보를 한발 앞서 취득하려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구건호는 그래서 오늘 디욘코리아의 임원회의에서 액면 분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상임감사가 말했다.
“원래 우리 회사 주식은 상장 전 200만주였습니다. 공모주 60만주가 들어와 260만주가 되면 맞는데 유통주식수가 모자라 1주당 1만 원짜리 주식을 5천원으로 쪼개 520만주로 만들었습니다.”
“그랬지요.”
“그런데 대주주 지분과 우리사주를 빼면 실제 유통 주식 수는 120만주 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이 120만주도 일부 기관이 가지고 있다면 유통주식수는 60만주 내외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흠.”
구건호는 상임감사 말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60만주도 내가 이미 승희 누나 증권계좌로 20만주를 모아 놓았으니 실제적 유통 주식 수는 40만주 내외겠군.]
“감사님 계속 말씀해 보십시오.”
“이렇게 유통주식수가 적으면 세력들이 금방 상한가도 만들고 금방 하한가도 만듭니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 저는 액분(액면분할)에 대하여 100프로 찬성합니다.”
“다른 분들 의견은 어떻습니까?”
“저도 찬성합니다.”
김전무가 찬성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윤상무와 유희열 부장은 내용을 잘 몰라 우물쭈물 하였다. 애덤 캐슬러는 무언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합자사이기 때문에 모든 걸 디욘 본사와 협의해야 합니다. 애덤 캐슬러 부사장 생각은 어떻습니까?”
“자본금 변동이 없는 사항이면 저도 찬성합니다. 하지만 본사에 보고는 해야 됩니다.”
“우리 주식 1주당 5천원짜리 520만주는 만일 1주당 500원으로 한다면 5,200만주로 늘어납니다. 그럼 유통주식은 확 늘어납니다. 하지만 500원은 너무 작고 1천 원 정도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현재 5천 원짜리 주식이 1천원이 되므로 유통주식수는 5배가 많아집니다.”
윤상무가 상임감사에게 질문을 하였다.
“그럼 현재 우리 회사 주식수가 520만주에서 2,600만주가 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아까 실제적으로 대주주와 우리사주,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빼면 실제 유통주식은 60만주라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5배 300만주가 됩니다.”
구건가 미소를 띤 채 상임감사를 쳐다보고 말했다.
“액분하면 현재 우리주식이 올라가므로 기관들 물량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유통주식은 300만주가 넘을 수 있습니다."
“그건 맞습니다. 액분으로 주가가 올라가니까 기관들도 이익실현 하는 사람들도 나오겠지요. 그럼 유통 주식수가 많아지겠지요.”
유희열 부장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주식이 5배 많아지니까 한 주당 액면가가 5배 줄어드는 건 맞는데 어째서 주가가 올라가지요?”
그것은 김전무가 설명을 해주었다.
“내가 설명하지요. 현재 우리 회사 주가가 26,000원인데 액분하면 5배 줄어들어 5,200원이 되겠지요?”
“예, 그건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1주당 금액이 26,000원이면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5,200원은 싸다고 생각하니까 6천원 7천원으로 올라가도 사려고 하는 세력이 많아진다는 이야기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감사님?”
“예, 바로 그겁니다. 그래서 기관들은 주가가 올라가면 공모가 26,000원에 샀던 주식을 슬슬 팔아 치우기 시작할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기관들은 뭉텅이 돈이 왔다 갔다 하니까 큰돈을 벌게 되지요.”
유희열 부장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건호가 차를 한잔 마시고 말을 했다.
“자, 그럼 오늘 회의 내용을 정리하겠습니다. 디욘 코리아 주식은 액면 5천 원짜리 주식을 1천원으로 액분합니다. 액분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데 감사님은 오늘 날짜로 주주총회를 한 것으로 하고 주총 의사록을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아울러 상장사의 액분은 일정기간 공고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주주명부에 나와 있는 주주들에게 주담은 이 사실을 통보해 주도록 하고 감사님은 주간사 증권사에도 주총 결의내용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아울러 액분은 등기 변경도 해야 합니다. 등기 변경 절차를 밟아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구건호가 사장실에서 대추차를 마시고 있는데 김전무가 들어왔다.
“저, 이지노팩 회장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씀은 들으셨지요?”
“들었습니다.”
“오전에 모빌의 송사장하고 통화했는데 사장님 조화는 모빌에서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서는 보낼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모빌에서 디욘코리아 대표이사 명의로 보냈으니까요.”
“사장님 부의금도 그쪽에서 챙겼다고 들었습니다.”
“받았습니다.”
“이쪽에서도 사장님 갖고 가실 부의금 봉투를 준비했는데 모빌에 미안하네요.”
“전무님은 따로 하세요. 오늘 가실 겁니까?”
“저는 내일 갑니다.”
“어머님이 96세면 장수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호상입니다.”
다음날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하였다.
커피까지 마시고 경제신문까지 보고 난후 오전 10시경 자기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컴퓨터를 열고 주식 거래창을 띄웠다.
디욘 코리아의 주식이 상당히 올라가 있었다.
“어제 임원회의 한 것이 벌써 약발을 받은 모양이네. 7명이 회의를 했으니 주담이나 경리부 직원들도 알게 법무사도 알고 주간사 증권사도 알고 알 만한 사람은 알게 되었겠지.”
사실 구건호가 노린 건 이것이었다. 액분 정도의 일이야 밀실에서 상임감사와 함께 은밀히 진행했어도 되었다. 합자사이니까 애덤 캐슬러 정도만 더 의논하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은근히 소문나기를 구건호는 바라고 있었다. 왜냐하면 구건호는 이미 20만주라는 주식을 승희 누나 계좌로 사논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주식은 플러스 7.5%를 달리고 있었다.
구건호가 네이버에 들어가 디욘 코리아 종목 토론 게시판을 클릭해 보았다.
“디졌다코리아가 오늘 웬일? 세력 형님들께서 들어오셨나?”
“글쎄. 오늘 아침에 보니까 빨갛게 발기되어 있네.”
“야, 얘들아, 액분 이야기가 나온다. 무조건 주워 담아라.”
“위에 글 쓴 쉐끼, 유언비어면 넌 뒤통수 맞을 각오해라.”
“내가 주담한테 물어보았음. 회사에서 검토이야기는 나왔다고 하면서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안 땐 굴뚝에 연기 나오겠어?”
“야, 동호회 문자왔다. 액분 가능성이 많단다.”
구건호는 미소를 지으며 종목토론 게시판을 닫았다. 문득 청담동 이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주식은 하지 말게. 상대의 패를 알 수 없는 것이 주식이네.]
“맞아. 개미들은 상대의 패를 모르면서 언제나 덤벼들지.”
구건호는 식은 커피를 마시고 난후 고개를 젖히고 소파에 기대어 있는데 전화가 왔다. 중국의 심운학 감독이다.
“저, 중국의 심운학 감독입니다.”
“아예, 구건호입니다. 지금 포스트 프로덕션기간이지요?”
“예, 지금 편집 중에 있습니다. 배급사는 잠정적으로 양광(陽光)픽쳐스로 했습니다. 잉롄미디어나 보나픽쳐스처럼 1, 2위를 다투는 배급사는 아니지만 양광 픽쳐스도 중국내 배급사중 10위 안에는 듭니다.”
“흠, 그렇습니까?”
“중국은 톱 상위 15개 배급사가 중국 국산영화의 90%를 거의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양광픽쳐스를 잡아준 것도 리스캉 국장이 힘을 많이 써 주었다고 합니다.”
“오, 그래요? 흥행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기대가 큽니다. 중국은 영화시장 규모가 크니까요.”
“중국 영화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 합니까?”
“나라가 크니까 시장도 큽니다. 우리나라는 박스오피스가 2조원 정도인데 중국은 10조가 넘습니다. 중국 국산영화 박스오피스만 해도 5조가 넘습니다.”
“대단하네요.”
“저, 그리고 제가 다음 주에 한국엘 다녀가야 되겠습니다.”
“집안에 무슨 일 있습니까?”
“집안 일이 아니고 편집 때문입니다. BM엔터테인먼트에 협조를 구할 일이 있어서요.”
“그러세요. 그럼.”
“한국 가게 되면 사장님께 들리겠습니다.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님께도 들릴 일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구건호는 서울대 분당병원으로 출발했다. 이지노팩 회장 어머님의 장례식에 가기 위함이었다.
“찬호야, 너 오늘 늦겠다. 내가 분당병원에 들렸다 가면.”
“이게 다 일인데요. 뭘. 저 그리고 야근 수당 나와요.”
“흠, 그래?”
“매일 쓰는 운행일지를 모빌의 총무과장에게 갖다 주잖습니까?”
“그래?”
“운행일지 늦게 갖다 주면 총무과장이 뭐라고 합니다.”
“하하, 그래?”
서울대 분당병원 장례식장에는 엄청난 조화가 들어와 있었다. 역시 이지노팩 회장의 발은 넓었다. 재벌들 조화도 많았고 장관, 국회의원의 조화도 많았다. 그 조화들 속에는 구건호와 모빌의 송장환 사장이 보낸 조화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구건호가 이지노팩 회장 어머님 영정 앞에 국화꽃을 올려놓고 두 번 절을 하였다. 상주와 맞절을 끝내자 이지노팩 회장이 반가워했다.
“어이구 구사장도 왔네.”
“고생이 많으십니다.”
“어제는 송사장이 다녀갔고 조금 전에 디욘코리아의 김전무와 애덤 뭐라고 하는 미국사람도 다녀갔어요. 지에이치 산하의 식구들이 모두 다녀가는 것 같아 고맙소.”
이지노팩 회장은 옆에 서있던 50대 남자를 소개했다. 이지노팩 회장하고 똑같이 산도적처럼 생긴 사람이었다.
“내 동생이오.”
산도적처럼 생긴 동생 옆에는 망나니 아들도 서 있었다. 구건호는 아들한테도 인사를 했다.
“오래간만입니다.”
망나니 아들은 오늘은 검은 넥타이에 상주 완장을 차고 공손히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였다.
구건호가 문상을 끝내고 문상객들이 앉아있는 홀로 나왔다. 두리번거리고 김전무가 어디 있나 찾아보고 있는데 누가 손을 번쩍 들며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놀랍게도 A그룹의 기획조정실 박사장이었다.
“여긴 웬일이십니까?”
“웬일이긴 문상하러 왔지. 일단 앉아요.”
구건호가 A그룹 박사장 앞에 앉았다.
“이지노팩 회장님하고는 평소 잘 아시는 사이입니까?”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몇 번 만난 적은 있습니다. 오늘은 이진우 장관, 아니 이제는 이진우 의원이지. 이진우 의원님을 대신해서 왔습니다. 이진우 의원님은 요즘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기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진우 의원님이 평소 이지노팩 회장님을 잘 아셨던 모양이지요?”
“좀 압니다. 그것도 보내주어 당에서 고맙게 생각하는 분입니다.”
[흠, 이지노팩 회장도 민주 공명당에 기부금을 좀 낸 모양이네.]
구건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앞에 있는 소주병 뚜껑을 열었다.
“한잔 받으세요.”
“고맙소, 구사장도 한잔 받아요.”
A그룹 박사장은 옆에 있는 남자를 소개했다.
“참, 인사하세요. 민주 공명당의 사무총장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구건호입니다.”
구건호가 명함을 주자 사무총장이 깜짝 놀랐다.
“오, 지에이치 그룹의 구사장님이시군요.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지에이치 모빌의 송장환 사장 대학 동창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지난번에 보내주신 것은 잘 받았습니다.”
구건호는 이진우 의원이 지역구 보궐선거 출마 시 민주 공명당에 1억 원의 정치 헌금을 한 사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