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44화 (444/501)

# 444

증권가 찌라시 (2)

(444)

디욘코리아의 주식은 구건호가 판 다음날 하한가를 맞았다. 세력들이 조금 올리는 듯싶더니 그대로 패대기를 쳐버렸다. 물린 개미들이 아우성 댔다.

경제신문에 디욘 코리아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승승장구하던 디욘 코리아의 기세가 꺾였다. 그동안 과도하게 오른데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와 장중한때 하한가까지 갔었으나 장 종료 5분 전에 사자 세력이 들어와 이날 마이너스 17%에 마감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디욘 코리아의 주가는 당분간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영업 성장률이나 재무상태가 워낙 좋아 일정한 조정기를 거치면 재차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건호는 승희 누나 증권계좌에 있는 106억원을 인출하여 일단은 자기 통장에 넣어 놓았다.

민주 공명당의 당권 경쟁을 위한 예비경선 기사가 인터넷에 나왔다. 구건호는 정치 기사는 잘 보지 않았지만 이진우 장관이 연결되어 있어서 유심히 보았다.

[민주 공명당은 예비 경선후보로 9명이 예비 경선을 치룬다. 이 예비경선에서 3명의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당권경쟁을 위한 분위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비 경선후보자 9명 안에 이진우 장관 이름이 들어있군. 투표자가 500명이 넘네? 어떻게 투표하나? 흠, 컷오프 방식이군. 일정한 점수를 얻지 못하면 탈락시키는 방식이네. 골프경기하고 비슷한 방식을 가져와 쓰는군.”

[절반은 잘 안 알려진 인물이네. 이진우 장관이야 그동안 장관과 국회의원을 여러 번 해 보았으니 예비경선 최종후보 3명의 명단에는 들겠지. 그 이후가 걱정이긴 하겠지만 말이야.]

구건호는 컴퓨터를 끄고 나서 이제 큰일은 없어 박종석과 함께 일본 요꼬하마에 있는 사카다 이쿠조씨나 만나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에이치 정밀의 박종석 사장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A그룹에서 전화가 왔다. A그룹의 기획조정실 박사장의 전화였다.

“잘 계셨습니까?”

“아, 박사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요즘 지에이치 모빌의 매출은 어떻습니까?”

“도와주신 덕택으로 많이 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천억이 가능하겠습니까?”

“글쎄요. 결산을 해봐야 알겠지만 2천억은 어렵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800억은 무난히 넘을 것 같습니다.”

“흠, 그렇습니까?”

“아직 4/4분기 집계가 안 나왔으니 나중에 필요하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금감원의 공시시스템에 나온 자료를 보니까 지에이치 모빌이 작년에 당기순이익이 58.5억을 했더군요.”

“맞습니다. 순이익률 5% 내외일 겁니다.”

“금년도에도 이익률이 그렇게 되겠지요?”

“그럴 것으로 봅니다. 제조업이 워낙 이익률이 박하잖습니까?”

“매출이 2천억이라면 100억 정도 이익을 보겠군요. 1,800억 매출이라면 90억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배당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100% 전액은 못하겠지요?”

“글쎄요. 금융권 부채가 아직도 450억이나 있어서 일부 갚겠다고 하면 배당은 그만큼 줄어들겠지요.”

“흠.“

“1,800억 매출을 올려 90억을 전액 배당한다면 이장관님 부친인 이범식씨의 배당액은 13억 5천만 원이 되겠습니다. 물론 배당 소득세 전의 금액입니다.”

“흠.”

수화기 너머로 박사장의 숨소리만 들렸다.

“배당이 결정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디욘 코리아 상장으로 현금 확보는 많이 되었겠군요.”

“예, 좀 되었습니다만 해외 공장 증설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거기 지에이치 모빌의 지분이 얼마지요?”

“미국 디욘사와 50대 50의 합자이기 때문에 원래는 50%였습니다.”

“기업 공개로 많이 쪼그라들었겠네요.”

“우리사주와 공모주가 들어오는 바람에 현재 34.6%입니다.”

“흠.”

“합자 규정에 따라 저는 12월말에 디욘 코리아의 사장직에서 물러납니다. 사장은 디욘 본사에서 임명하는 사람이 될 겁니다.”

“거기 지금 시가 총액이.... 지금 얼마나 되지요?”

“현재 발행 주식 수는 모두 520만주입니다. 액면 5천 원짜리 주식이기 때문에 자본금은 260억이지요. 주식이야 날마다 오르락내리락 하므로 공모주 청약 당시가격 26,200원으로 보면.... 잠깐 전자계산기를 두드려 보겠습니다.”

“흠.”

“시가 총액은 1,362억 4천만 원으로 나오네요.”

“누가 디욘 코리아를 산다면 1,362억 4천만 원을 줘야겠군요.”

“지금 당장이라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판다면 지금 파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더 덩치를 키워놓고 팔겠지요. 거기다가 플러스 알파까지 얹히려고 하겠지요.”

“구사장님 역시 대단한 인물입니다. 우리 같은 월급쟁이 CEO는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인물입니다.”

“별 말씀을요. 박사장님은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한국의 손꼽히는 경제 전문가 이고 이름 있는 전문경영인이 아니십니까?”

“작은 기업을 하더라도 오너인 구사장이 훨씬 낳습니다.”

“오늘은 박사장님이자꾸 저를 부끄럽게 하십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전화통화 고맙습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박사장의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디욘 코리아의 시가 총액을 새삼스럽게 왜 물어보지? 인터넷에 보면 대충 자료가 나오는데 왜 물어보지? 그리고 기업을 사고 파는 건 어디까지나 오너인 내가 결정할 문제이지 매출 좀 올리는데 협조해 주었다고 자기들이 낄 자리는 아니지.]

[그런데 지에이치 모빌은 이번에 정말 부채 갚지 말고 전액 배당을 할까? 당기 순이익이 90억 나온다면 이진우 장관 부친은 13억 5천 받아가고 나는 지분율 82%이기 때문에 73억 8천만 원을 받아 가니까 그렇게 할까?]

[송사장도 지분 3%가 있으니까 2억 7천만 원 배당을 해주었으면 하고 은근히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데?]

지에이치 모빌의 주식은 구건호가 82%, 송사장이 3%, 이진우 장관 부친인 이범식씨가 15%를 가지고 있었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정밀의 박종석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사장? 나다.”

“어, 형. 내가 5분 후에 전화 걸어줄게.”

“바쁜 모양이구나. 천천히 전화 줘도 돼.”

20분 정도 지나서 박종석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형. 미안해. 아까 트윈 스크류 중심 잡아주다가 전화를 받아서 그랬어.”

“내가 주책없이 바쁜데 전화했구나.”

“이제 괜찮아.”

“디욘 코리아에 몇 대 들어갔니?”

“4대 팔았어. 4대 더 주문받아서 만들고 있는 중인데 이것도 거의 다 만들었어. 여기 있는 기술자들이 그동안 4대 만들면서 노하우가 쌓였어. 다들 기계 만진지가 10년 이상씩 되는 사람들이라 잘들 해.”

“흠, 그래?”

“여기 직원들이 지에이치 정밀이 지에이치 모빌하고 상장회사 디욘 코리아의 계열회사라고 하니까 되게 좋아하던데? 급여도 모빌에는 못 미치지만 내가 다른데 보다 10% 정도 더 얹어주었어.”

“계열사라는 게 그렇게 좋은가?”

“무슨 소리. 돈 떼일 염려 없잖아? 형하고 나하고 포천서 일할 때 돈 못 받아서 의정부 노동청에 체당금 신청하러 다녔던 것 몰라?”

“하긴 그렇구나.”

“공돌이 생활하던 사람들 한 달만 급여 못 받아봐. 당장 생활에 펑크가 나잖아. 형, 우리 옛날을 잊으면 안 돼.”

“네 말이 맞다.”

“그래서 임금만큼은 난 칼같이 지급해 줄려고 해.”

“좋은 이야기다. 그리고 지난번 내가 말한 건 생각해 보았어?”

“일본가는 거 말이지? 가보지. 일단 가보고서 결정하면 되잖아?”

“시간이 되겠어?”

“이제 바쁜 건 다 끝났어. 기계제작 4대 오늘 다 끝나. 나머지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다 해.”

“그래? 그럼 다음 주 화요일에 가자.”

“알았어. 비행기표 예약하면 알려줘. 내가 여기서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으로 바로 갈게.”

“알았다.”

구건호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지에이치 정밀의 박사장하고 전화를 했는데 일본가는 것 좋다고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다음 주 화요일 쯤 가볼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일단은 제가 요꼬하마의 사카다 이쿠조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보겠습니다. 미우라 사장하고 의논을 해 보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통화 후 연락을 다시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30분 정도 지난 후에 요시타카 선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화요일 날 좋답니다.”

“그런데 요꼬하마 같으면 하네다 공항이 좋겠지요?”

“그렇습니다. 요꼬하마는 하네다가 좋습니다.”

“미우라 정밀은 요꼬하마 시내에 있다고 했지요?”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다까다니시(高田西)에 있답니다. 멀진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요꼬하마에는 나하고 박종석 사장, 그리고 요시타카 선생 이렇게 세 명이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정지영 대리를 불러 김포에서 하네다로 출발하는 항공권을 예약하라고 하였다.

“구건호, 박종석, 마츠이 요시타카, 이렇게 세 사람 분 끊으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여행사에는 영수증을 지에이치 정밀로 끊도록 하세요. 지에이치 정밀의 사업자등록증 사본은 홍과장이 가지고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화요일이 되었다.

김포공항에서 세 사람이 만났다.

“요시타카 선생, 이 사람이 박종석 사장입니다. 인사하시죠.”

“언제 한번 본 것 같습니다. 마츠이 요시타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지에이치 정밀의 박종석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악수를 하고 명함을 주고받았다.

세 사람은 시간이 있어서 공항 라운지에 앉아 있었다. 박종석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래라.”

박종석이 화장실을 간 사이에 요시타카 선생이 구건호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박종석 사장이라는 사람은 꼭 일본 사무라이같이 생겼어요. 눈빛도 무사의 눈빛이에요.”

“하하, 그래요? 그렇지 않아도 주먹 좀 씁니다.”

“머리만 짧게 깎으면 영락없는 야마구찌 구미의 야쿠자 모습이에요.”

“하하. 그래요? 저 친구 화장실 갔다 오면 내가 요시타카 선생이 말한 이야기를 하지요. 일본 야쿠쟈같이 생겼다고 말입니다.”

요시타카 선생이 화들짝 놀랐다.

“제가 그랬다는 이야기 하시면 안 됩니다. 괜히 오해합니다.”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면 렌트카 빌릴 수 있지요?”

“빌릴 수 있습니다.”

“렌트카 사흘만 빌리도록 하세요. 이동하기 편하게요.”

“알겠습니다. 제가 빌려보겠습니다. 기사도 함께 쓰는 것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당연히 그래야지요.”

“알겠습니다.”

“사카다 이쿠조 선생도 타고 가니까 좀 큰 차로 빌려보도록 하세요. 벤 같은 걸로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요시타카 선생이 또 말을 붙였다.

“저, 사장님. 박종석이란 분이 사장님께 형이라고 부르는데 친척 되십니까?”

“아닙니다. 어렸을 때 한 고장에서 자랐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지에이치 정밀은 사장님 이름 이니셜이 들어간걸 보니 회사 대주주는 사장님 같은데 맞습니까?”

“지에이치 정밀은 내가 80%, 박종석 사장이 20% 갖고 있습니다. 저 친구가 생긴 것은 야쿠자 같이 생겼어도 기술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지에이치 정밀은 저 친구가 기술뿐만 아니라 자기 돈도 좀 출자했습니다.”

“그렇군요.”

화장실에 갔던 박종석 사장이 돌아왔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세 사람은 짐을 들고 탑승 게이트 쪽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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