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3
증권가 찌라시 (1)
(443)
금요일이 되었다.
디욘 코리아 주식은 23,000원이 되어 있었다.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에서 승희 누나 계좌로 하루 종일 주식 거래만 했다. 구건호가 산 주식은 평단가 19,000원에 215,000주나 샀기 때문에 현재 매도 가능시 금액은 49억 4천 5백만원이나 되었다. 41억원을 집어넣고 불과 2주 사이에 8억 4천5백만원을 번 셈이었다.
“내가 8억 4천 5백만원 벌라고 이 짓거리 하지는 않는다.”
구건호는 거래량을 높이기 위해 계속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였다. 5천주를 쏟아내도 거래량이 붙다보니까 잘 빠지지가 않았다.
“5천주 판 것을 가지고 다시 또 사들인다.”
구건호가 종가에 5천주를 사버리자 주가는 단숨에 24,150원이 되어버렸다. 주가는 4.7%선에서 상승 후 마감이 되었다.
“거래량 모양이 좋아.”
구건호는 하루 종일 컴퓨터만 보아서 그런지 눈이 빨갛게 충혈이 되었고 눈이 따가웠다. 약국에서 안약을 사서 눈에 넣었다. 몸에 미열도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집중해서 그런 모양이네. 하긴 돈이 왔다 갔다 하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전에 4대강 주식 투자할 때는 내가 쓰러지기 까지 하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MB가 날 부자 만들어준 것 같아. 흐흐.”
구건호는 토요일에 어디 놀러가지를 않았다. 그냥 집에서 쉬었다. 김영은도 구건호의 눈을 보고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하면서 쉴 것을 권했다.
“간에 열이 생기면 눈이 침침해지는 수가 있어요. 좀 쉬어요.”
구건호는 집에서 상민이와 이틀을 놀았다.
구건호가 건너 방 침대에서 상민이를 안고 자는 모습을 본 김영은이 웃었다.
“호호, 이제 보니 부자가 똑같이 생겼네.”
구건호는 일요일에도 상민이와 놀았다.
상민이는 치아가 벌써 여러 개 나고 자주 웃어 구건호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구건호는 처음으로 아기의 목욕을 시켜주었다. 처음에 비누질을 하고 몸을 씻길 때는 자지러지게 울더니 목욕을 다 하고 요 위에 둥글 거리며 자기 발을 빠는 모습을 보니 완전히 아기 강아지 같았다.
“우리 아기 예쁘지?”
“그래, 예뻐. 날 닮아서 그런 모양이다.”
“피, 날 닮았겠지.”
구건호는 일요일 원기를 어느 정도 회복하였다. 오래간만에 김영은과 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자기도 하였다.
“여보, 나 이제 돈 많이 벌 거야.”
“돈? 상민이 하고 나하고 오빠하고 셋이 굶어죽지 않을 정도면 되잖아? 지금 이 정도도 우린 부자야. 오빠 몸 생각하고 너무 무리하지 마.”
“상민이 생각해서 많이 벌 거야. 내 어렸을 때와 같은 환경은 만들지 말아야지. 사람이 가난해지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야. 무시당하고 사람대접을 제대로 못 받아.”
“오빠는 겉은 유순해 보여도 어느 땐 마음속에 칼날이 있는 것 같아.”
“세상이 날 그렇게 만들었지. 죽고 싶었을 때가 한두 번 아니었으니까.”
“이제 나도 있고 상민이도 있잖아. 너무 그렇게 무섭게 살지 마. 오빠 그런 마음 품으면 무서워.”
“상민이와 당신이 있어서 더 무섭게 살아야 할 것 같아.”
“싫어.”
“아니야. 당신과 상민일 행복하게 해 줄게.”
구건호는 김영은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김영은이 조용히 구건호를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승희누나 계좌를 이용해 계속 주식거래만 하였다. 세력이 사자 주문을 내면 같이 사자 주문을 내고 세력이 팔면 같이 팔았다. 월요일의 디욘 코리아 주식은 보합으로 장이 끝났다. 지난주 금요일 종가인 24,150원이었다.
구건호는 시간외에서 상한가를 만들었다. 주식 종목토론장이 들끓었다.
“이게 웬일? 상한가네?”
“야, 디졌다코리아가 발기되는 모양이다. 내일 불기둥 보겠다.”
“동호회 애들 들어온 모양이다. 주워 담아라.”
화요일이 지나고 수요일이 되었다. 장중에서 디욘 코리아 주식이 2만 6천원을 돌파하자 강남증권에서 찌라시를 날렸다.
[디욘 코리아가 상장 후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었는데 이제 오름세로 방향을 틀은 것 같다. 사실 디욘 코리아는 상장 후 떨어질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매년 30%이상 영업 신장률을 보여 왔고 해외 자회사도 순항을 하고 있어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종목이기도 하다.]
[특히 디욘 코리아는 세계적 브랜드인 라이먼델 디욘사와 아시아 전역권을 독점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발 빠른 기관들은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매집을 저울질하고 있다.]
강남증권 지점장의 전화가 왔다.
“오늘 경제신문에 보도자료 하나씩 보내주었습니다. 강남증권의 금주의 추천주 3가지 종목에 디욘 코리아를 포함시켰습니다. 포함 이유도 살짝 멘트를 해주었습니다.”
“이른바 찌라시를 날린 겁니까?”
“하하, 찌라시라니요. 보도 자료입니다. 저희가 헛소문을 내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찌라시와는 차원이 틀립니다.”
“내일 좀 많이 오르겠네요.”
“글쎄요, 내일 오전 장에 올랐다 하더라도 세력이 던진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파란불 나올 수도 있겠지요. 그게 주식시장이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디욘 코리아는 매출 실적이 받쳐주니까 오르는 종목은 맞습니다.”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이렇게 점잖은 표현만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속은 그게 아니었다.
[내가 이 주식을 3주째 쳐다보고 있다. 세력들은 아직 털지 않았어. 누르기만 하다가 내가 많이 매집하는 바람에 아직 자기들의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을 거야. 나는 더 오른다에 한 표 건다.]
목요일이 되었지만 구건호는 주식 거래 때문에 직산과 아산을 내려가지 않았다.
목요일 주식은 강남 증권의 찌라시 덕분인지 12%나 치솟았다. 드디어 3만 원대를 돌파하였다. 종가에서는 개미들의 이익실현 물량이 나오자 조금 밀려 10%가 상승한 28,600원에서 마감되었다.
디욘 코리아의 김전무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여기 오시는 줄 알았는데 안 오시네요.”
“예, 이쪽에 일이 좀 있어 못 내려가게 되었네요.“
“내일도 못 오시죠?”
“내일도 못 내려갑니다.”
“오시면 인도에 출장을 간다고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못하게 되었네요. 인도에 4박5일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아, 참. 인도에 가시기로 했지요? 인도는 오고 가는데 시간을 뺏겨 거기서 일하는 날도 얼마 없겠네요.”
“촉박은 합니다. 첸나이 지역에 가서 한국 업체를 몇 군데 돌아보고 델리와 노이다 지역을 돌아보려면 빠듯합니다.”
“그러겠네요.”
“일단은 이종근 부장을 첸나이로 내려오도록 했습니다. 첸나이 공장도 구경하고 또 제 통역 역할도 해야 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인도에 가셔서 고생을 많이 하시겠네요?”
“그럼 잘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중간에 변동사항이 있으면 별도로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금요일 장은 어제 많이 올라간 주식 때문에 주식이 –2%나 빠졌다.
구건호는 토요일, 일요일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쉬고 월요일에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했다. 월요일엔 직산에 내려가는 날인데 가지 않았다. 디욘코리아 주식이 많이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올라가면 세력이 패대기를 치기 때문에 같이 동참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핏발을 세우고 화면만 바라보았다.
“사장님 무슨 작업하세요?”
비서 오연수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가 물었다. 최근 구건호가 어디 나가지도 않고 계속 사장실에서 소파도 아닌 책상에 앉아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고 있으니 무슨 작업을 하는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응, 무슨 일 좀 하고 있으니까 내 방에 함부로 사람 드리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오후 2시쯤 되자 디욘 코리아 주식 틱챠트가 발동기 걸린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력들 들어오는 모양이네. 동참해야지.”
구건호 역시 1주씩 계속 사자 주문을 내 주었다. 분봉 챠트에 불기둥이 솟기 시작했다. 구건호 역시 개미들이 던지는 주식을 받아주면서 세력들이 주식을 올리는데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주식이 15% 이상 올라가면서 거래량이 붙기 시작했다. 종가 32,000원에서 마감되었다.
구건호가 디욘코리아 경리부 조명숙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3/4분기 실적 공시하세요.”
“알겠습니다.”
“매출 30% 이상 되었다고 별도 공시하세요.”
“알겠습니다.”
“공시하는 요령은 잘 알지요?”
“예, 압니다.”
“요즘 주식이 잘 오르니까 투자자들한테 항의 전화 없지요?”
“예, 없습니다. 그래서 주담 김대리가 요즘 같으면 월급받기가 미안할 정도라고 합니다.”
‘하하, 그래요? 알았어요.“
화요일 디욘 코리아의 3/4분기 실적이 공시되었고 별도로 30%이상 매출이 늘었다는 공시가 나왔다. 보통 이런 것이 뜨면 주식은 이제 재료 소멸이라고 해서 추세가 꺾이기 시작하는데 꺾이지 않고 있었다. 아직은 대량 매도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디욘 코리아는 앞으로 엄청 커지는 회사가 될 것이다.”
“디욘 코리아는 3년 안에 1조원을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다. 디욘 코리아의 주식은 지금 잡아야 한다.”
세력들이 뿌려대는 근거도 없는 찌라시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주식이 맹렬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시 틱챠트가 자동차 엔진 걸리듯이 하였다. 구건호가 동참하였다. 디욘 코리아 주식은 발행 주식수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순식간에 상한가가 만들어지고 말았다.
“디욘 코리아가 처음으로 상한가 똥침을 맞았네.”
오후 2시에 상한가를 맞고 주식은 사자 매물만 쌓여 나갔다.
“킥킥. 오늘은 상한가 안 무너지겠군.”
디욘 코리아의 주식은 41,600원에서 마감이 되었다. 시간외 역시 상한가였다. 구건호는 41억을 가져와 215,000주를 샀었다. 이제 그의 평가액은 89억 4천 4백만원이나 되었다.
금일 주식 시장이 종료되자 구건호는 그제야 한숨을 쉬면서 눈에 안약을 넣었다. 그리고 쌍화탕을 하나 먹고 소파로 자리를 옮겨 앉아 눈을 감았다.
수요일이 되었다.
구건호가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눈에 흰 눈곱이 많이 끼었고 충혈이 되었다. 눈도 많이 부었다.김영은이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일에 너무 열중하는 것 아니에요? 병원에 좀 가 봐요. 눈이 퉁퉁 부었어.”
“괜찮아. 이러다가 가라앉을 거야.”
출근길에 엄찬호도 한마디 했다.
“사장님 눈이 정말 많이 부었는데요? 병원에 안 가셔도 되겠어요?“
“괜찮아.”
구건호는 승용차 뒷좌석에서 눈을 감고 오늘 작전을 생각했다. 눈이 따가워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이 중요한 날이기 때문에 병원에 갈수도 없었다. 오늘도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봐야하기 때문이었다.
구건호가 컴퓨터를 켰다. 디욘 코리아 주식은 시초가부터 상한가였다. 개미들은 살수가 없어 사자 주문만 쌓여갔다.
구건호가 보기에 오늘이 지나면 증권거래소로부터 투자주의 경고가 나올 것만 같았다. 투자주의 지정은 15일간 상승 종목이 소수계좌에서 관리되고 있거나, 당일 종가가 15일 전날의 종가보다 75%이상이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나오게 되어있었다.
“디욘코리아 주가는 어제 종가 41,600원에서 오늘도 상한가 30% 똥침 맞고 54,080원이 되었다. 세력들 털기 전에 내가 조금씩 털어내자.”
구건호는 상한가 언저리에서 10만주를 야금야금 털어냈다. 세력들이 방어를 하다가 구건호가 털어내는 양이 많은지 같이 털었다.
“어? 이놈들 봐라. 털어낸다.”
구건호는 무자비하게 나머지 주식을 털어내자 주가는 순식간에 빠져버리고 종가는 +6%에서 마감이 되었다. 구건호는 다 털어내었다. 구건호는 5만 원대 부근에서 그동안 사놓은 215,000주 전량을 매도했다. 매도 후 현금이 106억이나 되었다. 41억을 투자하여 65억을 번 셈이었다. 구건호는 갑자기 생맥주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