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41화 (441/501)

# 441

일본 미우라(三浦) 정밀 (1)

(441)

목요일이 되었다.

구건호가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을 하였다. 구건호는 의례 그렇듯이 제2공장부터 들렸다. 제2공장은 제1공장이 포화 상태라 추가로 매입한 공장이었다. 제1공장과 붙어있는 포장지 공장이었던 곳이다.

구건호는 2,500평짜리 이 공장을 40억을 주고 매입했었다. 구입 당시 30억은 디욘 코리아에서 현물 출자했던 돈을 받은 것으로 충당했고 10억은 모빌의 내부 유보금으로 충당했었다.

“제2공장은 구입을 잘 했어.”

구건호는 들어가다 말고 공장 건물을 밖에서 쳐다보며 말했다.

“이 공장을 사면서 제1공장이 숨통이 터진 거야. 주차 문제도 해결이 되었고.”

구건호가 안으로 들어가자 뜻밖에도 송사장이 나와 있었다.

“여기 계셨었습니까?”

“예, 불량이 조금 나와서 여기 책임자로 있는 차장을 야단치고 나오는 길입니다.”

송사장 손에 든 건 생산제품이었다. 불량품인 것 같았다.

“불량이 많은가요?”

“예, 조금 됩니다.”

“그럼 전량 클레임 맞은 겁니까?”

“그냥 쓸 수는 있습니다. 대신 납품을 받는 기업에서 단가 조정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어디 회사에 들어가는 제품입니까?”

“만동전장입니다.”

“최근에 그런 일이 통 없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군요.”

“조금 전에 지에이치 정밀에 있는 박종석 사장이 왔다 갔습니다. 냉각 속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빠른 속도로 냉각하여야 하는데 너무 늦은 속도로 냉각을 시키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했답니다.”

“박사장이 지금 여기에 있는 가요?”

“아닙니다. 조금 전에 갔습니다.”

구건호는 송사장과 나란히 걸으며 사장실로 왔다. 직원들이 구건호를 보고 모두 일어나 인사를 하였다. 송사장이 구건호 방을 따라 들어왔다.

“앉으세요. 차나 한잔 하시죠.”

“그럴까요?”

구건호는 비서 박희정에게 차를 두잔 부탁했다. 송사장이 차를 마시면서 먼저 말했다.

“매출은 꾸준합니다. 매일 5억3천에서 5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월 160억 전후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제2공장이 있어서 아직은 적정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간 매출이 2천억을 넘으면 최대 생산능력에 다다릅니다.”

“흠.”

적정생산 능력은 현재 가동 중인 생산설비와 즉시 가동 가능한 설비를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최대 생산능력은 유휴설비와 예비설비까지도 포함하여 가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제3 공장이 필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제3공장은 창원이어야 합니까?”

“제 생각은 창원도 좋지만 우선 A전자 물량이 많으니까 당진 쪽도 괜찮습니다.”

“흠.”

“당진은 농공단지가 많습니다. 석문 농공단지와 송악 농공단지 등 여러 농공단지가 있습니다. 매물로 나온 농공단지에 들어가면 특별히 새로 공장 건물을 신축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직은 생산능력이 최대치로 간 것은 아니니까 내년 회계연도에 검토하지요.”

송사장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구건호의 말은 금년도는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일단은 금년도 당기 순이익은 배당 가능성이 있어 미소를 지은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올해는 자기도 배당을 받을 가능성이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내년도에 제3공장 설립을 한다면 종업원은 1천명 이상을 돌파하겠네요.”

“그렇습니다. 지에이치 모빌은 그렇게 되면 매출이 연간 2천억을 넘고 디욘 코리아라는 코스닥 상장회사를 자회사로 둔 큰 기업이 됩니다.”

“디욘 코리아의 지에이치 모빌 주식이 90만주였습니다. 아니 1주당 금액이 5천원으로 분할되어 지금은 180만주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장부에는 투자자산이 90억으로 표기되겠네요.”

“그렇습니다. 현재 디욘 코리아의 주식이 2만원, 3만원 간다 해도 우리 장부에는 여전히 1만원 할 때의 90만주 그대로입니다.”

“흠.”

송사장이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계속 말을 했다.

“만약에 현 시점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디욘 코리아의 주식을 처분한다면 현재 주식시장에서 2만원 하니까 360억이 됩니다. 주식이 요즘 잘 오르고 있어 3만원 한다면 540억입니다.”

“그렇게 되겠지요.”

“3만원 되었을 때 우리 주식 180만주를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나 산업은행에 처분했다면 540만원이 지에이치 모빌로 흘러들어옵니다.”

“지에이치 모빌의 현금자산 증가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원금 90억을 투자해서 540억으로 뻥튀기해서 들어오니 540억 빼기 90억 해서 나머지 450억은 투자자산 처분 이익으로 됩니다.”

“감사보고서에 나오는 재무제표에도 투자자산 처분이익 450억이 기표가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현재의 지에이치 모빌의 부채를 몽땅 다 갚을 수 있는 돈이 됩니다.”

“흠.”

“뭐, 이런 문제는 저 보다도 구사장님이 훨씬 더 전문가이시니 머릿속에 이미 다 그리고 계실 겁니다. 제가 괜히 아는 채를 해보았습니다.”

“하하, 별 말씀, 차나 드세요.”

“예.”

송사장이 나가고 나서 구건호는 스마트폰으로 주식 시세를 보았다. 디욘 코리아의 현재 주식 시세는 22,000원이었다.

“22,000원이라....아직 멀었네.”

구건호는 스마트폰을 끄고 백석 농공단지에 있는 지에이치 정밀로 출발했다.

지에이치 정밀에서는 디욘 코리아에 납품할 기계를 제작하고 있었다. 박종석은 트윈 스크류 안착까지만 봐주고 나머지는 새로 채용한 기술자들이 맞추고 있었다. 선반 돌아가는 소리, 다이캐스팅 돌아가는 소리, 용접하는 소리, 망치질 하는 소리들이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건강한 생산현장이었다.

“박사장 수고한다.”

“형! 반가워!

“직원들이 지에이치 정밀이란 제복을 입혀놓으니 군기가 잡혀 보인다.”

“디욘 코리아로 가는 기계 세트는 2개 제작해서 보냈어. 헤헤.”

“돈은 받았니?”

“원래 한 달 있다가 받는 건데 내가 김전무한테 봐달라고 했어. 새로 신설된 회사라 자금력도 딸리니 형님이 안 봐주면 누가 봐줍니까? 하면서 매달렸더니 보내주데.”

“자금 문제는 괜찮냐?”

“그런대로 돌아가. 지에이치 모빌에는 트윈 스크류 5대 값 보내주었어.”

“1억 보냈나?”

“디욘 코리아에서 납품대금 3억 받아서 모빌에 1억 보내주고 나머지 2억 가지고 살림하는 중이야.”

“그래? 네 방에 가서 커피나 한잔 하자.”

“좋지.”

경리를 담당하는 여직원이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전에는 종이컵에다 커피를 가져왔는데 이번엔 제대로 된 도자기 커피 잔이었다.

“형, 나 요즘 처갓집에서 제대로 대접받아.”

“전엔 푸대접 받았나?”

“아니, 그게 아니고 이번에 내가 우리사주 판돈으로 평택에 5억짜리 땅을 사놓으니까 장인 장모가 날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지더라고.”

“어떻게 다른데?”

“우리 사위, 우리 사위 하면서 장모가 보약을 보내왔더라고.”

“너, 힘 좀 쓰라고 보낸 모양이다. 너 그 힘은 약한 것 아니야?”

“무슨 소리! 나 힘 좋아.”

“그런데 왜 보약을 보내?”

“장인과 장모가 내가 회사에서 중요한 일 하는 사람이니까 건강을 잘 챙겨줘야 한다면서 개소주를 내려가지고 왔어. 한약 팩에 담은걸 한 박스나 보냈더라고.”

“흠, 그래?”

“와이프 이야기 들으니까 장인과 장모가 딸 시집 잘 보냈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모양이야. 30평짜리 푸르지오 아파트 있지. 땅도 있지. 더구나 대표이사 하고 있으니까 자랑스러운 모양이야.”

“사실 박종석이 정도면 자랑할 만도 하지.”

“그런데 부담이 하나 있어.”

“무슨 부담이?”

“우리 집이나 처갓집이 모두 손이 귀하잖아? 그래서 지금 어른들이 애기 하나 더 낳으라고 성화야. 장인 장모도 그러지만 우리 엄마 아빠도 만나기만 하면 그 소릴 해. 아들 하나 낳자고 말이야.”

“그럼 더 낳아라.”

“아이고, 기르기 힘들어. 지금 하나 있는 것도 기르기 힘든데. 그럼 와이프 직장도 못 다녀.”

“어른들이 봐줄 것 아니냐?”

“말은 그렇게들 하시지만 전적으로 어른들한테 맞길 수는 없잖아.”

“어른들 소원 한번 풀어드려라.”

“에효, 글쎄.”

“그리고 말이다. 박사장. 일본에 있는 사카다 이쿠조 선생이 널 보잔다.”

“이쿠조 선생이? 아휴, 지금 일본 못 놀러가. 공장 새로 벌려놓아서 할 일이 많아.”

“그냥 놀러 오라는 것이 아니고 공장 하나 인수해 볼 생각이 없냐고 하더라.”

“공장을? 지금 여기도 새로 시작해 감당하기 벅찬데 공장을 인수해? 더구나 일본 공장을? 돈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텐데 형이 투자 할 건가?”

“이쿠조 선생 친구분 중에 미우라정밀이라고 하는 공장을 가진 분이 있는 모양이야.”

“뭐 만드는 공장인데?”

“캄 샤프트와 밸브 같은 걸 깎는 모양이야.”

“그거 기술 있어야 하는데.”

“기술을 전수 하겠다는 거야. 공장 토지와 건물을 파는 게 아니고 거기에 있는 제작 장비와 기술을 판다는 거지.”

“그런데 그 사람들이 그걸 왜 팔지? 더구나 한국에.”

“후계자가 없데.”

“그래?”

“일본도 젊은 사람들이 그런 일 안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자식들한테 넘기지도 못하고 거기 종업원들도 60대가 많아서 마땅히 인수할 사람이 없는 형편이라고 했어.”

“흠.”

“공장 토지나 건물을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도 조건은 그렇게 비싸지는 않을 거야. 기술을 잘 아는 너와 내가 함께 와서 검토해보지 않게냐고 했데.”

‘흠.“

“어떠냐? 네 생각은?”

“흠.”

“너 왜 흠, 흠 소리만 하냐? 맨날 나보고 형은 왜 흠, 흠 소리만 하느냐고 핀잔주더니.”

“형이 흠, 흠 하는 것을 이해하겠어. 판단하기 어렵고 생각 좀 해봐야할 성질일 때는 흠, 흠 할 수밖에 없네.”

“그럼 생각 좀 해 봐라.”

“이쿠조 선생이 말했다면 아마 그 기술들이 후계자나 인수자가 없어 중단되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랬을 거야. 분명히 그 정밀 기술들은 아까운 고급 기술인 것 같기는 해.”

“그러냐?”

“더구나 공장의 토지나 건물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고 기계장비와 기술만 인수하는 것 같으면 구미는 당기네.”

“그럼 가보겠다는 거냐?”

“글쎄...지금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 일단은 디욘 코리아의 기계장비 8대 정도는 납품을 해야 숨을 좀 돌릴 것 같아. 그러면 이달 중순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알았다. 그럼 중순경쯤 해서 바람도 쏘일 겸 해서 가보자. 가서 맘에 들지 않으면 안하면 되니까.”

“캄 샤프트와 밸브 같은 건 우리가 깎는다고 해도 납품처가 없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어.”

“납품처?”

“그런 건 완성차 회사나 1차 벤더에 납품해야 하는데 우리는 직원 10명 정도의 회사라 불가능해. 그런데 납품할 정도면 인원과 장비가 따라줘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실사에서 탈락돼.”

“하긴.”

“더구나 그런데는 ISO16949나 SQ인증 정도는 있어야 돼.”

“그게 문제이겠구나.”

“차라리 지에이치 모빌을 통한다면 납품이 가능하겠지. 지에이치 모빌은 모든 걸 다 갖추고 있으니까.”

“그럼,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것도 쉽지는 않아. 실사하러 나온 사람들이 마찌꼬바 같은 지에이치 정밀에서 납품 받는다는 걸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게 좀 문제는 되겠네.”

“납품처가 없다면 좋은 기술이 있어도 무용지물이긴 하지.”

“현재 일본에서 납품하고 있는 납품처를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일본 가게 되면 그것부터 알아봐야겠구나.”

구건호와 박종석은 두 사람이 똑 같이 팔짱을 끼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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