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0
자사주 매집 시작 (3)
(440)
구건호가 밖에서 점심을 먹은 후 사장실로 올라왔다. 소파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미디어에 근무하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사장실을 노크하고 들어왔다.
“오, 요시타카 선생, 어서 오십시오.”
“저는 오늘 사장님이 직산이나 아산을 내려간 줄 알았습니다.”
“원래 오늘 월요일이 직산과 아산을 가는 날입니다. 다른 일이 좀 있어서 못 내려갔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일본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예, 잘 다녀왔습니다. 일본 출판사와 자기 계발 서적 4종류를 계약하고 왔습니다. 모두 선인세 3천 달러 이내로 계약을 하고 왔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마마상 세가와 준꼬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모리 에이꼬가 중국 영화 제작사에 아직 캐런티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중국의 환러스지 공사와 계약할 때 2만 달러를 받았고 중간에 3만 달러를 받고 그 이상은 받지 못했답니다.”
“내가 이번에 중국에 출장을 갔을 때 빨리 지불해 주라고 압력을 넣었습니다. 지금쯤 입금 되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요시타카 선생이 바로 세가와 준꼬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시모시(여보세요).”
“아, 마마상데스까?”
“하이!”
“와다시와 강꼬구노 마츠이 요시타카데스(한국의 요시타카입니다).”
“아, 요시타카 선생.”
“모리 에이꼬 출연료는 이번에 구사장님이 중국에 갔을 때 당장 주라고 압력을 넣었던 모양입니다. 받으셨나요?”
“예, 받았습니다. 입금 확인했습니다. 구사장님 만나면 꼭 좀 고맙다고 말씀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요시타카 선생은 전화를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
“받았답니다.”
“다행이네요.”
“역시 구사장님이 가시니까 해결되네요.”
“별 말씀을. 이번에 촬영이 모두 끝나서 주게 된 겁니다.”
“그래도 중간에 10만 달러 이상은 주었어야 하는데 중국 애들이 너무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긴 한데 받았으니 됐습니다.”
“그리고 요꼬하마의 모토마치에 있는 사카다 이쿠조 선생을 만났습니다.”
“건강하시던가요?”
“네, 아주 건강해 보였습니다. 여전히 금형도 깎고 목각도 깎고 있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리고 지에이치 모빌에 박종석 이사라는 분이 계십니까?”
“예, 있습니다. 박이사는 모빌을 그만두고 지금은 지에이치 정밀의 사장으로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이쿠조 선생은 구사장님과 박이사라는 분이 조용히 한번 요코하마에 들렸다 가시길 원합니다.”
“요꼬하마에? 왜요?”
“이쿠조 선생 친구 분 중에 정밀기계 공장을 하는 분이 계시답니다. 미우라(三浦)정밀이라는 회사인데 기술력이 월등한 회사랍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문을 닫는답니다.”
“기술력이 월등한 회사가 왜 문을 닫아요?”
“후계자가 없답니다.”
“기술력이 월등한 회사가 왜 후계자가 없습니까?”
“캠샤프트(Cam Shaft)와 밸브 같은 기계를 깎는데 아들도 안한다고 하고 딸과 사위도 안한답니다.”
“거기 종업원한테 물려주면 될 것 아닙니까?”
“거기 공장엔 젊은이는 없고 60대뿐인데 그 사람들도 공장을 그냥 넘기면 몰라도 돈을 주고 인수받기는 싫답니다. 젊은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안한답니다.”
“일본도 큰일이네요.”
“일본이나 한국은 이제 3D업종은 사람 구하기 힘들어서 못합니다.”
“그런데 박이사와 나를 왜 찾는 거요?”
“혹시 노후 보장을 해줄 수 있는 돈을 준다면 공장을 양도하겠답니다. 토지를 양도하는 건 아니고 기계와 기술을 양도하겠답니다.”
“흠.”
“돈에 관한 문제는 사장님과 의논하고 싶고, 기술에 관한 건 박이사라는 분하고 이야기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미우라 정밀도 요꼬하마에 있는 회사입니까?”
“그렇습니다. 원래 미우라는 요꼬하마 외곽에 있는 도시 이름입니다. 사장이 아마 미우라 출신인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사장님네 공장이 있는 직산이라는 지역 이름을 따서 직산정밀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미우라는 성씨에도 있습니다.”
“성씨요?”
“그렇습니다. 제 이름이 마츠이 요시타카 처럼 미우라 요시타카가 되는 형태입니다. 제 이름 마츠이(松井)도 원래는 지명 이름입니다.
“아, 그런가요?”
“사장님, 혹시 사카다 이쿠조 선생을 만나보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글쎄요. 일단은 지에이치 정밀에 있는 박종석 사장과 의논을 해보겠습니다.
구건호는 요시타카 선생을 보내놓고 다시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에 18,600원에서 사자 주문 1만주를 깔아 놓은 것이 아직도 소진되지 않고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 돈 많은 구건호가 이렇게 사자 주문을 넣고 버티자 주식은 이제 18,600원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동호회 이 조막손 놈들아 던져봐라. 너희들이 던지는 것은 이 구선생이 다 받아주마.”
오후 3시가 넘어 누가 뭉텅이로 던지는 것이 보였다.
“세력들이 누르기 시작하는 모양이네. 이제 안 될걸.”
순식간에 누군가가 구건호가 주문을 낸 가격에 팔자 주문을 내었다. 구건호의 사자 주문이 순식간에 체결되었다. 구건호의 물량이 없어지자 주식이 걷잡을 수 없이 18600원 이하로 곤두박질하기 시작했다.
종목토론장이 다시 들 끓었다.
“오늘 18,000원이 무너진다.”
“잘못하면 17,000원대도 무너질 수 있다. 건호야 주가 방어 좀 해라.”
“구건호 이 시키, 경영을 더럽게 못하는 모양이네.”
다시 주식시세는 파란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구건호가 미소를 띠었다.
[내가 다 받아주마.]
구건호가 다시 1만주를 18,600원에 받쳐놓자 주식은 단숨에 회복이 되었고 횡보하기 시작했다. 구건호는 다시 1만주를 19,000원에 받쳐 놓았다. 디욘 코리아 주식은 +2.15%가 된 상태에서 상승을 나타내는 빨간불이 켜졌다. 투자 심리가 많이 회복되었다. 종목토론장의 말들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2% 올랐다. 이 주식 더 이상 안 올라가니 팔아라. 너희들 형 말 안 들었다가는 후회한다.”
“찔끔 찔끔 올리지 말고 빨간 불기둥보게 해다오.”
“상한가 한방이면 원금 손실 난 것 회복 되겠는데 그게 안 되네.”
구건호가 다음날은 19,500원에 받쳐 놓았다. 세력들이 팔자 주문을 내면 구건호가 다 받아주었다. 세력들은 지쳤는지 팔자주문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세력이란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어떤 음모 세력을 꼭 말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을 많이 매집하거나 많이 팔려고 하는 기관일수도 있고 투자클럽인 동호회도 될 수 있고 아니면 군중심리에 따라 몰려다니는 개미군단이 될 수도 있다.
“동호회 30명 정도 모아 보았자. 얼마나 되겠나. 한 사람당 5천만 원씩 들고 왔어도 15억 밖에 더 되겠나?”
구건호는 동호회 정도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문제는 기관인데 기관은 디욘 코리아가 부채가 없고 디욘이라는 세계적 브랜드를 갖고 있어 관심을 가질 만 하였다. 더구나 주가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 눈독을 들일만 하였다.
“하지만 기관이 사기에는 주식 수가 너무 적어. 기관이 입질 잘못하면 주식을 제대로 사지도 못하고 호가만 높여놓겠지. 흐흐흐, 차라리 내가 가지고 놀기가 딱 좋아.”
구건호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다음날에는 2만원으로 맞추어 놓았다. 2만 원대엔 물린 개미들이 많아 개미들이 많이 던지는 것 같았다. 주식을 샀다가 엄청 손해를 보자 조금 올라가자 원금 복구가 안 된 상태에서 주식을 내다파는 개미들도 많았다. 이러다가 또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하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구건호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이렇게 하자 주식 챠트는 모양이 좋게 변해가고 있었다. 20일 이동평균선이 마침내 고개를 들고 우상향하기 시작했다.
디욘코리아의 주식이 반등을 보이자 에널들이 슬슬 디욘 코리아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디욘코리아 주식이 저점을 찍고 우상향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습니다. 디욘 코리아는 부채가 없는 사내유보금이 탄탄한 회사로 글로벌 기업인 미국의 라이먼델 디욘사로 부터 아시아 전역에 대한 판매권을 따낸 회사입니다. 성장가능한 회사로 추천을 합니다.]
구건호가 종목토론장에 들어가 보았다.
“동호회 문자왔다. 디졌다코리아 사도된다고 한다.”
“사지마라. 사면 디진다. 내년에나 사라.”
“그런데 이놈의 회사는 3/4분기 실적발표 왜 안 하는겨? 실적이 개판인가?”
구건호는 슬그머니 미소를 짓고 자기 주식 계좌를 다시 보았다. 벌써 매집한 주식이 21만 5천주나 되었다. 매집한 주식의 1주당 평단가는 19000원 정도 되었다.
구건호가 주식 거래창을 닫고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뉴스를 보았다.
“민주 공명당 당권 예비주자 움직임 시작?”
[민주 공명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다가옴에 따라 당권 예비주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 되고 있다. 특히 당 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비롯한 차기 대권주자 경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당권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수가 있다.]
구건호는 평상시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누가 정권을 잡던 팍팍한 서민경제는 크게 변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은 그가 인천 주안에서 가난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공부 할 때와 경기도 화성과 포천, 양주로 떠돌아다니면서 힘든 공돌이 생활을 할 때 형성된 것이었다.
하지만 구건호는 최근 이진우 장관과의 인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두시 시작했다. 지에이치 모빌이 2천 억대의 매출을 바라보는 것은 따지고 보면 그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구건호는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이번에 이진우 장관에게 돌아갈 정치자금을 생각해 보았다.
[만약에 지에이치 모빌이 금년도에 100억의 당기 순이익을 보았다면 그의 부친이 배당 받아갈 돈은 15억이다. 이진우 장관 부친인 이범식씨가 가지고 있는 지에이치 모빌의 주식은 15%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정치 자금이 얼마나 필요할까?]
[그가 당 대표가 되어 대권주자가 된다면? 많은 정치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 그가 A그룹의 사위이기 때문에 온 세상 사람들이 A그룹을 주시할 텐데 거기서 정치자금이 나올 수 있을까? 이진우 장관은 틀림없이 나에게 많이 의지하려고 할 텐데 나는 어느 선까지 그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나.]
강남증권 지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장님 접니다.”
“아 예, 지점장님.”
“축하합니다. 디욘 코리아 주식 챠트가 우상향 했네요.”
“글쎄, 나도 오늘 아침에 보니까 그러네요.”
“혹시 회사에 좋은 일이 있습니까?”
“디욘 코리아에 무슨 좋은 일이 있겠습니까? 국내 판매야 계속 늘고 있고, 설립한지는 얼마 안 되지만 중국 강소성 소주에 있는 디욘 차이나와 인도 첸나이에 있는 디욘 인디아가 생산을 시작해서 판매가 되고 있다는 정도뿐입니다.”
“아 참, 디욘 인디아나 디욘 차이나가 모두 디욘 코리아에서 출자된 회사들이죠?”
“그렇습니다. 인도와 중국 기업과 합자가 아니라 코리아와의 합자인 셈입니다.”
“좋은 보도 자료가 될 것 같은데요?”
“왜요? 찌라시 한번 날리려고 그럽니까?”
“좋은 정보 아닙니까? 한번 날려드리지요.”
“디욘 코리아 주식이 25,000원 넘어가면 날리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