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35화 (435/501)

# 435

상하이의 밤 (1)

(435)

구건호는 주식 담당자 김대리를 불렀다.

“찾으셨습니까?”

구건호가 직접 부른 일이 없어 김대리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사장실을 들어왔다.

“요즘 회사가 상장이후 김대리가 고생이 많다면서요?”

“전화가 많이 걸려옵니다.”

“아마 주식이 떨어지니까 주담한테 화풀이 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겠지요. 그런 전화가 오면 회사는 아무 일 없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해줘요.”

“알겠습니다. 그렇게는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리부 조명숙 차장이 여의도에 있는 코스닥 협회에 가서 받은 공시 담당자 교육을 김대리도 받도록 하세요.”

“그 교육은 감사님 지시로 받았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공시하는 것만 잘 올려주면 되요. 공시는 상임감사님이나 내가 올리라고 지시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우리 반기결산 자료는 상장 후 공시했지요?”

“했습니다.”

“3/4분기 결산 자료도 공시해야 하는데 자료 나왔는가요?”

“아직 마감이 안 되어 자료가 아직 안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3/4분기 결산 자료 나오면 내가 올리라고 하면 올려주세요. 그리고 투자자들한테 오는 전화는 친절히 받아주고 회사는 아무 일 없으니 안심하라고 하세요. 혹시 복잡한 이야기 나오면 모른다고만 하세요.”

“알겠습니다.”

“또 김대리 알다시피 회사는 아무 일 없이 잘 굴러가잖아요?”

“그건 그렇습니다.”

“경리 생활한지 얼마나 되었나요?”

“4년 했습니다.”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회계나 재무 같은 교육이 있으면 부지런히 받아두세요. 교육비는 내가 감사님한테 이야기해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도록 할게요.”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세력들이 너무 주식을 빼는 것 같아 방어는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건호는 퇴근을 하기 위해서 나가다가 비서 이선혜에게 상품권 한 장을 주며 말했다.

“나 퇴근해요.”

“안녕히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뜻밖에 상품권을 받은 비서 이선혜는 평소보다 더 깊숙이 허리를 굽혀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였다.

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하여 증권사 주식 거래창을 컴퓨터 화면에 띄웠다.

“짜식들 오늘도 누르네.”

구건호는 승희 누나 계좌를 이용하여 슬슬 주식을 받기 시작했다. 증권사 계좌에 1억을 넣은 것이 금방 소진되어 10억을 증권사 계좌에 재 입금 시켰다.

“10억만 가지고 놀아볼까?”

구건호는 이렇게 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8,000원대의 디욘 코리아 주식을 5만주나 매입했다. 총 9억 원어치였다. 구건호의 매입에 힘을 입었는지 아니면 다른 세력이 들어오는지 주식은 더 이상 빠지지는 않았다. 횡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래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

중국 상해의 심운학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다음 주면 촬영은 다 끝납니다.”

“오, 그래요? 수고들 하셨습니다. 촬영이 끝나면 이제 무슨 일을 하십니까?”

“편집을 해야지요. 필림 프린트도 해야 하고 개봉준비도 해야 합니다. 지금이 10월 초순이니까 아마 잘 하면 연말에 극장에 우리 작품을 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상해에 있는 영화촬영소 영시낙원(影視樂園)을 적절히 잘 이용했습니다. 그래서 비용 절감도 많이 된 편입니다. 모리 에이꼬도 다음 주면 마지막 촬영을 하고 상해에 안와도 될 겁니다.”

“모리 에이꼬는 출연료 다 지급되었는가요?”

“그건 제가 잘 모르겠는데요. 환러스지 공사 천바오깡 사장이 알아서 했을 겁니다.”

“흠,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나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동안 모리 에이꼬가 석달 이상을 상해에 왔다 갔다 했는데 내가 한 번도 가보질 못했군. 마지막 촬영이라니 한번 가봐야 되지 않을까? 혹시 출연료 미불이 있으면 주라고 압력이라도 넣어야 되는 것 아닌가?]

구건호는 최근 시간도 있어서 상해로 가서 모리 에이꼬를 만나보고 싶었다. 심운학 감독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넷, 사장님.”

“내가 다음 주에 중국을 들릴 일이 있습니다. 촬영도 거의 끝나간다니 한번 들리죠.”

“알겠습니다. 사장님. 천바오깡 사장에게 그렇게 말씀 전하겠습니다.”

17층에 있는 미디어 사무실에 근무하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구건호가 있는 지에이치 개발 사장실로 왔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요시타카 선생.”

“제가 다음 주에 일본엘 갑니다. 일본 출판사들과 출판계약을 논의하러 갑니다.”

“좋은 책들 많이 골라 오세요.”

“이번에는 일본책 판권계약도 있지만 한국작가들 작품도 일본 출판을 제가 주선하고 있습니다.”

“호, 그렇습니까?”

“일본출판사에 책의 줄거리를 이야기 해주고 출판계약이 된다면 번역료는 한국의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도 있습니다.”

“흠, 그런가요?”

“그리고 어제 세가와 준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마마상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모리에이꼬의 출연료를 계약금과 중간에 한번 받고 나머지를 아직 못 받았다고 합니다.”

“촬영이 다 안 끝나서 그런 모양이지요?”

“다음 주에 촬영이 끝나는데 만약에 안주면 어떻게 하냐고 합니다. 중국인들은 믿을 수가 없다고 하네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펀딩도 100% 채워져 마음 놓고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세가와 준꼬는 이런 이야기 절대 구사장님께 말씀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말을 하게 되었네요.”

“그렇지 않아도 내가 다음 주에 상해를 갑니다. 환러스지 공사 사장에게 넌지시 압력을 넣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세계적 기술자였던 사카다 이쿠조 선생이 만나자고 하는군요.”

“무슨 일로 만나자고 합니까?”

“일단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합니다.”

“은퇴하신 분이 무슨 볼일이 있을까? 혹시 또 목각 전시회를 하자고 하는 건 아닙니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에이치 모빌과 관련된 일이라고 합니다.”

“지에이치 모빌? 아무튼 만나나 보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주머니에서 10만원권 상품권을 하나 뽑았다.

“이 상품권으로 백화점에 가셔서 곶감 한상자만 사서 이쿠조 선생에게 갖다 주세요. 제가 선물로 보내는 한국산 곶감이라고 전해주세요.”

“호시가끼(곶감) 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제가 한 상자 사서 전해드리죠.”

월요일이 되었다.

이 날은 구건호가 직산과 아산으로 출근하는 날이지만 비서들에게 일이 있어 못 내려간다고 전화하고 상해로 출발을 하였다. 포동 공항에 심운학 감독이 차를 가지고 나왔다.

“오래간만입니다. 사장님.”

“얼굴색 좋아졌네요. 감독님.”

“사장님 덕택입니다. 법원의 회생결정을 받고는 이제 살맛이 납니다.”

“허허, 그래요?”

“호텔은 사장님이 잡지 말라고 해서 안 잡았습니다.”

“내가 서울에서 그랜드 센트럴 호텔로 예약을 했습니다. 5성급이라 거기로 했습니다.”

“환러스지 공사는 방문 안하시겠습니까?”

“에이, 사무실은 좀 어수선하니까 방문 안하겠습니다. 내가 센트럴 호텔 도착 후 체크인 하면 룸 넘버를 알려드릴 테니 환러스지 공사 사장 천바오깡 보고 호텔로 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차는 황포강을 가로지르는 남포대교를 지나 중산남로로 접어들었다. 앞자리에 탄 심운학 감독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사장님, 참, 이번에 디욘 코리아가 상장된 걸 축하드립니다.”

“아? 그거요? 고맙습니다.”

“환러스지 공사 천바오깡도 사장님 산하의 디욘 코리아가 상장되었다니까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중국서도 상장회사면 알아주잖습니까? 여기도 한국 코스닥처럼 차스닥이 있지 않습니까?”

말하고 있는 사이에 차가 그랜드 센트럴 호텔에 도착하였다. 구건호는 스위트룸 예약자이기 때문에 프론트 데스크의 호텔직원들이 깍듯이 대했다.

구건호가 심감독에 방 번호를 알려주면서 말했다.

“모리 에이꼬는 여기 와 있습니까?”

“아닙니다. 내일 옵니다. 사장님이 오셨으니까 아마 환러스지 공사에서 모리 에이꼬도 숙소를 이쪽으로 배정해 줄 겁니다.”

“흠, 그래요? 그리고 환러스지 공사 얘들이 심감독님에게 푸대접 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까?”

“겉으로는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다행이군요.”

“아무래도 영화에 관련된 기술 같은 것은 제가 자문을 많이 해주고 있어 대우는 약간 해 줍니다. 또 서울에 감독들도 제가 잘 알기 때문에 협조도 해 주고 있습니다.”

“흠, 그래요?”

심감독이 사무실로 돌아가고 구건호가 배정된 룸의 거실에서 옷을 벗고 차를 마셨다. 스위트 룸이기 때문에 방 옆에 있는 손님맞이용 테이블에서 마셨다.

중국 차인 오룡차를 마시고 있는데 리스캉 국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쥐지엔하오(구건호)! 상해 왔다며? 왜 알리지도 않았나?”

“내가 온지 어떻게 알았지?”

“환러스지 공사 사장 천바오깡이 이야기 해주었어. 구사장이 온다고 말이야.”

“그랬나?”

“지금 묵고 있는 호텔이 어디야? 말 들으니 그랜드 센트럴 호텔이라며?”

“응, 조금 전에 도착했어.”

“영화 <몽환앵화>는 이번 주 촬영이 끝난다는 소릴 들었네. 드라마와 영화에 투자를 해 주어서 고맙네.”

“고맙긴, 나도 돈 벌려고 하는 건데.”

“하하, 그런가? 내가 퇴근 후 호텔로 갈게. 저녁이나 같이 먹자. 센트럴 호텔은 내가 있는 시청에서 멀지도 않아.”

“환러스지 공사 사장 천바오깡을 만나기로 했는데.”

“그래? 그럼 더 잘 됐네. 다 같이 만나지. 우옌감독도 한국에서 온 심감독도 같이 오라고 하지. 천바오깡한테는 내가 전화를 해 놓을게.”

“알았다. 그럼 저녁 6시에 만나자.”

저녁 6시가 되자 천바오깡이 왔다. 심감독과 같이 왔다.

“동사장 오래간만입니다.”

천바오깡은 구건호를 동사장으로 불렀다.

“영화가 촬영이 거의 끝나간다고 했지요? 그동안 촬영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국에서 온 심감독이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배우도 동사장님께서 추천해 주어 벌써부터 영화 애호가들의 관심들이 높습니다.”

“그렇습니까?”

“아까 리국장님한테 전화를 받았습니다. 같이 식사 약속을 하셨다고 했지요? 그래서 음식점은 제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예약을 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음식점 이름은 외탄찬청(外灘餐廳)인데 리국장님 하고 우옌 감독은 그리로 직접 오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지금 출발해야겠네요. 시간이 다 되어가네요.”

구건호와 천바오깡, 그리고 심운학 감독은 외탄찬청으로 갔다. 해물요리 위주의 대형 음식점 이었다. 예약된 룸이 있어 들어가니 리국장과 우옌 감독이 미리 나와 있었다.

“어, 리국장!”

“구사장!”

둘은 한번 포옹을 하고 반갑게 악수를 하였다.

음식이 나오고 바이주를 몇 잔 걸치자 리스캉이 천바오깡에게 물었다.

“이제 촬영이 끝나고 편집하나요? 개봉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려요?”

“보통 많게는 3개월 걸리는데 2개월로 당겨볼까 합니다. 그래야 연말에 극장가에 걸 수가 있습니다.”

“배급사는 정했소?”

“아직 안 정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배급 문제는 국장님께 힘을 빌릴까 합니다.”

“잉롄미디어(影聯傳媒)나 보나픽쳐스(博納影業)를 원하는 거요?”

‘그런 대형 배급사도 좋겠지만 20위 안에 들어가는 배급사면 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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