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4
주식 세력과의 싸움 (3)
(434)
박종석은 구건호를 사무실로 안내하였다.
“어이, 이리 와봐.”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보고 있던 젊은 두 사람이 일어섰다.
“우리 회사 대주주인 구건호 사장님이셔. 인사들 해.”
“안녕하세요?”
“다들 똑똑해 보이네. 나 구건호요.”
구건호는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였다. 구건호는 문 듯 양주시의 방일가스에서 경리 일 볼 때를 생각했다.
[그때 내가 이 사람들 나이 또래였는데...]
방일가스 사장은 당시에 구건호에게 구주임이라고 불렀었다. 사원은 구건호 딱 혼자였었고 컨테이너 박스의 사무실에서 근무했었다. 그 후 언젠가 한번 옛 추억을 더듬어 양주시 은현면의 방일가스 사장을 찾아갔으나 사장은 방일가스를 접고 철물점을 하는걸 보았었다.
“회사가 커지면 여러분들은 창업 멤버가 됩니다. 박종석 사장님이 표현이 좀 거칠기는 해도 한없이 순진하고 의리가 있으신 분입니다. 잘들 협조해 주세요.”
이렇게 말하면서 구건호가 잡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총무와 영업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황송한 듯 두 손으로 악수한 손을 잡았다.
구건호가 지에이치 정밀의 사장실을 들어갔다. 경리를 보는 여직원이 녹차를 타 주었다.
“형, 앉아.”
“그럼 이달 매출은 디욘 코리아 4대 제작의뢰 받은 것 하고 다이캐스팅에서 나오는 모빌 납품용 부품뿐이냐?”
“그래도 금액으로는 8억이야. 이렇게만 해도 1년이면 거의 100억이 가까운데 대단하지 않아? 인원 12명가지고 이정도면 다들 놀란다고 송사장도 그런 말을 했어.”
“그건 맞다.”
“김전무가 와서 몇 군데 공장 소개를 해주었어. 한 달에 한두 번 가서 기계 점검하는 용역을 맡을 생각이 없냐고 했어.”
“시간이 되나?”
“큰 공장 같으면 한번 해 볼까해. 점검 용역비야 별것 아니지만 가서 점검하다보면 기계 고장 난 것을 알기 때문에 기계수리 의뢰가 들어올 수 있어.”
“그런 건 거기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못하나.”
“할 수도 있지만 부품이 없거나, 속도가 빠르지 못하면 우리에게 의뢰 들어올 수 있어. 그런 일감은 많아. 오히려 두어 군데는 내가 못한다고 거절했어.”
“흠, 그런 일이 있구나. 일종의 자동차 정비공장 같은 역할을 하는구나. 이를 테면 생산용 기계장비 정비 말이야.”
“헤헤, 그런 셈이지.”
“책상 위에 보니까 전표가 쌓여있네?“
“응, 내가 결재할거야. 모빌에 김민화 경리이사가 자기 밑에 있는 경리과장을 보내서 하루 지도해 주고 갔어. 경리과장이 와서 월 매출규모하고 직원 숫자 파악하더니 전산 회계 프로그램 까는 게 좋겠다고 해서 전산 프로그램도 200만원 주고 깔았어.”
“잘했다.”
“이게 다 전산 회계 프로그램에서 출력한 전표들이야. 여기 뒤에 다 영수증이 붙어있어. 아마 형은 경리 출신이니까 이런 일 잘 알거야.”
“흠.”
“이 전표들을 보니까 회사 돌아가는 걸 대략 알겠어.”
“짜식. 기특하다.”
“형, 나 그리고 참 증권사에서 돈 찾아가지고 형한테 일억 보내주고 국민은행에서 아파트 담보 잡히고 빌린 돈 1억 6천만 원 갚았어.”
“오, 그랬나? 잘했다.”
“5억 5천만 원 남아서 지금 서울에 집을 살까 생각중이야.”
“서울에 집을? 천안 사는 놈이 서울에 웬 집을?”
“장인이 부동산 하잖아. 집값은 서울 외엔 안 올라가니까 무조건 서울에 집을 잡으라고 하네. 그리고 월세를 놓으래.”
“종부세가 많이 나올 텐데.”
“아파트 올라가는 것이 종부세보다 더 높데. 특히 서울 강남지역은 무조건 잡아놓으라고 했는데 강남은 포기했어.”
“왜?”
“강남 집값이 너무 비싸.”
“흠, 하긴 강남 집값이 요즘 미친 집값이라고 하더라.”
“형, 형이 살고 있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파트도 많이 올랐지?”
“글쎄, 난 그런 것 잘 모르겠는데.”
구건호는 말을 이렇게 하면서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타워팰리스 아파트가 문제가 아니라 신사동에 있는 지에이치 빌딩이 많이 올라갔을 거야. 내가 지에이치 빌딩을 매입한 돈은 2,050억이었지. 물론 융자가 1,600억이나 되어서 지금 이자 때문에 지에이치 개발이 이익도 못 내지만 부동산은 많이 튀었을 거야.]
“형, 그런데 왜 자꾸 웃어? 내가 잘못한 건가?”
“음? 아, 아니야. 네가 돈 벌었다니 좋아서 그래.”
“그래서 평택에 땅을 샀어. 요즘 땅은 평택에 사야 한다며? 2차선 도로 옆에 있는 땅을 6억 주고 샀어. 5천만 원 모자라는 것은 융자받았어. 이자는 별로 안한다고 해서 샀어.”
“몇 평이냐?”
“120평이야. 상가 지을 땅이래. 컨테이너 박스 하나 갔다 놓고 부동산 하는 사람 빌려주고 임대료 받기로 했어.”
“임대료 나오면 그걸로 이자주면 되겠구나.”
“헤헤, 그럴 셈이야. 나도 이제 지주가 되었어. 우리 엄마 아빠가 되게 좋아하시던데? 사논 땅 가보고 우리 엄마는 춤까지 추었어. 20년 설렁탕 장사한 자기보다 내가 훨씬 낫다고 하던데?”
“하하, 그래?”
구건호는 디욘 코리아로 가야하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사장. 난 가야겠다. 디욘 코리아로 가 봐야지. 지에이치 정밀은 동쪽과 서쪽에 지에이치 모빌과 디욘 코리아라는 건실한 업체가 있어서 버텨줄 거다. 이런 업체가 옆에 없었다면 난 너에게 창업을 권유하지도 않았을 거야. 열심히 해라.”
“알고 있어. 고마워 형.
구건호는 디욘 코리아로 가는 도중 스마트폰으로 디욘 코리아의 주식 정보를 보았다.
공모가 26,200원짜리 주식이 빠질 대로 빠져 18,000원대를 계속 횡보하고 있었다. 주식 수량도 많지 않고 디욘이라는 세계적 브랜드를 믿고 들어왔던 개미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주식을 던지는 모습들이 보였다.
“네이버에도 한번 들어가 볼까?”
네이버에 나와 있는 디욘 코리아 주식 종목토론을 클릭해 보았다.
“구건호 개XX 주가를 이따위로 관리하는 거냐?”
“디욘 코리아는 아산에 있다. 가서 책상을 뒤엎어 버리자.”
“세력 형아들이 아직 안 나타 나셨나?”
“얘들아, 용평리조트는 상장 첫날 1만5천 원짜리 주식이 9천원 갔어. 더 이상 곡소리 나기 전에 팔아라.”
“디욘 코리아 악재 있는 것 아니야? 회사가 왜 이래?”
“건호야. 액면분할 안하냐?”
“주가가 지금 지하실까지 내려 왔다고? 호구 빙신들아 지하실이 더 있단다.”
구건호는 스마트폰을 끄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들국화가 피어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내일쯤 건드려 볼까? 내일 내가 건드리면 동호회 애들이 좀 놀라겠지? 다른 세력이 들어온 줄 알겠지?”
구건호가 디욘 코리아에 도착하여 현장을 방문했다. 유희열 부장이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유부장님!”
“아, 사장님 오셨습니까?”
“기계가 놀고 있는 것은 없지요?”
“없습니다. 현재 1호기부터 16호기까지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야근은 안하지요?”
“야근까지 할 정도는 아닙니다. 야근하게 되면 인건비가 많이 올라가 되도록 자제하고 있습니다. 기계가 많다보니 전에 공무팀장이 혼자서 기계 예열(豫熱)하고 냉각수 교환해 주었는데지금은 공무과장이나 대리들도 잘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생산 공장에서 지원요청 해달라는 소리가 없지요?”
“아직은 없습니다. 기계가 현재 두 대씩만 가 있어서 두 대씩 더 보내달라고 해서 지금 지에이치 정밀에 의뢰한 상태입니다.”
“흠, 그런데 공무팀 위치가 바뀌었네요.”
“앞쪽에서 용접 같은 걸 하니까 아무래도 안전 문제도 있어서 뒤쪽으로 옮겼습니다. 그쪽이 더 작업하기는 좋습니다.”
뒤쪽으로 가 보았다. 공무팀장이 직원 두 사람과 받침대 같은걸 만들고 있었다.
“수고하십니다.”
공무팀장이 황급히 일어나서 인사를 하였다.
구건호가 2층 사무실로 왔다.
비서 이선혜가 대추차를 타가지고 왔다.
구건호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 애덤 캐슬러가 통역 채명준을 데리고 들어왔다. 인도와 중국에서 보낸 영문 보고서를 들고 왔다. 뒤에 한글 번역본이 붙어 있었다.
“중국과 인도의 보고서입니다. 슬슬 생산과 동시에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기존 거래하든 곳이 있어서 조금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하루 몇 톤 나갑니까?”
“하루보다는 주단위로 보내왔는데 인도가 1주일에 15톤 정도 나갑니다. 중국은 25톤 정도 나갑니다.”
“흠.”
“지에이치 정밀에서 제작하는 기계는 중국에 먼저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겠군요.”
“가까운 기회에 김전무님을 인도에 보내 한국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지원케 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흠. 그런데 이 위클리 리포트는 김전무도 보았는가요?”
“부사장이 사장님께 올리는 보고서입니다. 김전무는 아무래도 직급이 저보다 아래라 아직 안보였습니다. 사장님 결재 후 통보하는 식으로 하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채명준 대리가 수합하면 보고서 상단에 결재 고무인 찍고 채대리가 도장 찍고 김전무한테 올렸다가 캐슬러 부사장에게 올리는 것으로 하세요. 나 보다는 영업 담당자가 아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럼, 앞으로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주간보고서는 캐슬러 부사장이 전결하시고 나한테는 특별한 사건 발생이나 월간 실적만 보고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보고가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디욘 코리아 본사에서는 12월 15일 인사를 발표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사장이 누가 온답니까?”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사장님께서 디욘 코리아의 임원이나 간부사원들 인사를 그때까지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12월 초까지 대략 인선해 놓고 최종적으로 12월 10일쯤 인사위원회를 열도록 하지요. 캐슬러 부사장은 인사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애덤 캐슬러가 나가고 윤상무가 들어왔다.
“이번 추석에는 참치 통조림 세트하고 중국서 온 츄리닝을 종업원한테 나누어 주었습니다. 반응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이것....”
“뭐요? 그게?”
“상품권 3장입니다. 사장님 몫은 못 드렸었습니다.”
“여기도 모빌처럼 내 것을 챙겨주네. 안 해도 되는데 다들 그러네요. 일단 놓고 가세요. 내가 나누어줄 사람들 나누어 주지요.”
“그럼 책상 위에 놓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12월 초까지 승진후보자 명단을 뽑아 놓으세요. 인사위원회에서 심의해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한참 있다가 상임감사가 구건호 방을 들어왔다.
“요즘 경리부 주식담당자에게 전화가 수없이 오는데요?”
“개미 투자자들이겠지요.”
“주식 담당자 김대리에게 쌍욕을 하고 그러는 모양입니다.”
“내 욕도 하고 그러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사장이 사고 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대리가 그런 일 없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항의했답니다. 그랬더니 주담(주식담당자)이 그것도 모르냐고 이년 저년 욕을 해서 김대리가 자리 옮겨달라고 저한테 울면서 그러네요.”
“허허, 김대리도 조금 지나면 괜찮을 겁니다.”
“투자자들이 조회 공시요구 안할까요?”
“하라고 그러세요. 사실무근이라고 하면 되지요.”
“그런데 주가가 정말 왜 이렇게 떨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걸려오는 전화마다 주가관리 똑바로 하라고 난리들입니다.”
“회사야 아무 일 없이 잘 굴러가고 있지 않습니까? 일부 투자 세력들이 주식 좀 뺏으려고 누르고 있는 거겠지요. 기다려 보세요. 기다리다 보면 또 올라갑니다. 그게 주식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