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31화 (431/501)

# 431

보궐선거 당선 (3)

(431)

보궐선거의 투표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의 사장실에 앉아서 계속 TV만 보았다. 출구조사는 이진우 후보가 상대를 가볍게 누르고 있었다. 이제는 당선 가능성보다는 얼마나 표차가 벌어질까하는 것에 관심이 더 갔다.

구건호는 집에 가서도 TV만 보았다. 거실에서 과일을 먹으며 모로 누워 뉴스만 보았다. 저녁 9시 뉴스가 끝나자 TV에서 자막이 흘러 나왔다.

[이진우 후보 당선 확정!!!]

김영은도 아기를 재우고 구건호 옆에 비스듬히 누워 TV를 보았다.

“어떻게 되었어요?”

“당선 확정이라네.”

“잘됐네. 이제 당권 경쟁만 남았네.”

“당신도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당권 경쟁도 알고.”

“피, 내가 언제 관심이 많아. 오빠가 늘 그런 소리 하니까 들어서 아는 거지.”

“내가 그랬나?”

“당선 축하한다고 문자나 보내줘요.”

“그럴까?”

구건호는 얼른 문자 메세지를 보냈다.

[방금 TV에서 당선 확정 자막이 떴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메시지를 보내자 바로 전화가 왔다.

“구사장이요?”

“네, 그렇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게 다 구사장 덕택이요. 내가 숨 좀 돌린 다음에 자리 한번 마련하지요.”

“전, 한 일도 없습니다. 모두 장관님이 지역구의 신망을 받으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닙니까?”

“고맙소. 정말 고맙소. 그런데 지금 집이요?”

“그렇습니다.”

“부인하고 재미있는 시간 보낼 텐데 내가 전화를 한 모양이네. 그럼 즐거운 저녁 보내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자 김영은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누구에요? 이장관?”

“맞아. 내가 당선 축하한다는 메시지 보내니까 금방 전화를 해주었네.”

“그런데 오빠가 선거운동이라도 해 주었어?”

“아니, 없어.”

“그런데 뭐, 한일도 있느니 없느니 그래?”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소리겠지 뭐.”

“그런 분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오빠가 기업 활동하는 데 좋은가?”

“큰 영향 없어. 하지만 주위에 아는 사람이 당선이 되면 좋지. 뭐.”

“그분 부인도 봤어?”

“봤어. 한번 골프도 같이 친 적이 있어.”

“오빠랑?”

“응.”

“오빠 참 대단하다. 그런 재벌 딸하고 골프도 쳤다니.”

“그런 사람들하고 치면 재미없어. 당신하고 치는 게 제일 재미있을 것 같아. 골프 배워.”

“지금 시간도 없어. 오전에 병원일 보고 오후에 아기 때문에 아직은 할 일 많아.”

구건호가 월요일 직산을 내려가지 않았다.

“이제 지에이치 모빌 공장이나 디욘 코리아가 잘 돌아가고 있으니 자주 내려갈 필요도 없겠지. 박종석의 회사 지에이치 정밀도 알아서 잘 가겠지. 박종석이는 기계 다루어본 경험이 있는 직원들 뽑아 한 달에 기계 몇 대만 만들어도 밥은 먹을 거야.”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 18층 사장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비서 오연수가 경제신문을 갖다 주었다.

구건호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신문을 보았다. 디욘 코리아의 기사가 나왔다.

[디욘 코리아가 상장 후 계속 2주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국제 케미컬 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과 맞물려 자동차와 가전업계의 성장 둔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디욘 코리아는 공모가가 26,200원이었으나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현재 주가는 어제 종가 기준으로 1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흥, 기레기들 소설 썼군. 일반투자가들이 이제 슬슬 주가가 빠졌다고 생각하고 들어오기 시작하겠군. 동호회 요놈들 이거 받아먹다가 또 한 번 흔들어 일반투자가들을 놀라게 하겠지?”

구건호는 승희 누나 계좌에 우선 1억원을 입금시켰다.

사장실 문을 노크하고 강이사가 들어왔다.

“사장님, 중국 안당시에 있는 문재식 사장이 츄리닝 100벌을 보냈네요.”

“이사님이 여기 지에이치 개발에 있는 직원들하고 미디어 직원들에게 한 벌씩 나누어 주세요.”

“개발과 미디어 직원은 합쳐서 30명 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는 어쩌죠?”

“지에이치 로지스틱스에 보내주세요. 거기엔 트럭 기사들이 많아서 40벌 정도 보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지에이치 정밀에도 10벌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엄찬호를 불러다가 15벌만 내 차에 실으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츄리닝 대금은 어떻게 할까요? 모빌하고 디욘 코리아에 물어보니까 거긴 700벌과 200벌이 장당 2만원씩 들어왔다고 합니다.”

“여기는.... 일단 놔두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점심을 먹고 비서 오연수를 불렀다.

“엄찬호한테 차 대기시키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지에이치 빌딩을 내려가니 벌써 현관 앞에 벤트리 승용차가 비상라이트를 켜고 서 있었다. 현관 앞에 차를 대면 경비가 와서 딱딱거리는데 구건호가 나오자 경비가 오히려 문을 열어주었다. 엄찬호가 뒤를 돌아다보며 물었다.

“어디로 모실가요?”

“강남터미널 신세계 백화점으로 가자. 내가 물건 몇 개 사는데 무거우니 네가 좀 들어주어야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거기 유료주차장에 세우죠.”

“그래라.”

“참, 츄리닝은 15벌 차에 실었습니다.”

“흠, 그래? 10벌은 네가 가져가.”

“제가요?”

“임태영이 갖다 줘라. 내가 주는 추석 선물이라고 해.”

“태영이 형요? 가 감사합니다. 사장님.”

구건호는 신세계 백화점에서 최고급 반 연시 곶감 4상자와 갈비세트 두 상자를 샀다.

“찬호야, 너, 심부름 좀 해야겠다. 나 신사동 빌딩 앞에 내려주고 곶감 2상자만 내 사무실로 가지고 올라와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곶감 두 상자하고 갈비세트 두 상자는 우리 집에 가서 상민이 엄마한테 갖다 줘라.”

“사모님한테요? 알겠습니다.”

“가는 길에 츄리닝 5벌 남은 것도 상민이 엄마한테 갖다 줘.”

“알겠습니다.”

벤트리 승용차가 신사동 빌딩 앞에 섰다. 구건호가 차에서 내려 18층으로 올라가자 잠시 후 엄찬호가 곶감 두 상자를 들고 18층 사장실로 따라 들어왔다.

“상자는 여기 놓고 가.”

“그럼 저는 타워팰리스로 가겠습니다.”

“흠, 그래.”

구건호가 정지영 대리를 불렀다. 메모지 하나를 주면서 말했다.

“여기 곶감 두 상자가 있는데 하나는 우체국 가서 이 주소로 부쳐주세요. 충북 괴산군에 있는 청학정사에요. 받는 사람은 박판수 선생님으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상자는 청담동 이회장님한테 부쳐주세요. 주소는 여기 있어요.”

구건호가 주소가 적혀있는 다른 메모지를 주었다.

“청담동은 멀지 않으니 제가 직접 갖다드릴까요?”

“정대리는 차를 갖고 다니지요?”

“예, 그렇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청담동 사거리에서 영동대교 쪽으로 가다보면 좌측에 있는 22층 짜리 빌딩이에요. 주소는 메모지에 나와 있으니 네비 찍고 가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타워팰리스 집으로 전화를 했다.

“나야.”

“웬일이세요?”

“조금 있으면 엄찬호가 집에 들릴 거야. 곶감하고 갈비세트 가져오면 받아놔.”

“곶감과 갈비?”

“두 상자씩이야. 하나는 인천 구월동 부모님 댁에 갈 때 가져갈 거고, 또 하나는 신림동 아버님에게 보낼 거야.”

“그래? 알았어요.”

구건호는 차를 마시다가 디욘 코리아의 윤상무에게 전화를 했다.

“구건호입니다.”

“옛, 사장님.”

“이번에 회사 상장하는데 임원들이 고생 많았으니 구두표라도 하나씩 나눠주세요. 백화점 상품권 사서 한 장씩 나누어주세요. 촉탁으로 계신 연구소장님과 유희열 부장에게도 나누어 주세요.”

“얼마짜리로 할까요?”

“흠, 10만 원짜리 상품권 석장씩 나누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한 사람당 30만원씩 상품권으로 주도록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에도 전화를 했다. 총무이사에게 전화를 했다.

“구건호입니다.”

“옛, 사장님.”

“금년에 임원들이 고생 많았고 추석도 다가오니까 백화점 상품권 한 장씩 나누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얼마짜리로 할까요?”

“10만원권 석장씩 나누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박종석이사도 상품권을 보내주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여기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신정숙 사장이 구건호가 있는 사장실로 왔다. 쇼핑백에 뭘 들고 왔다.

“그건 뭡니까?”

“종업원들 추석 선물입니다.”

“그럼 종업원들 나눠주지 왜 들고 오십니까?”

“사장님도 저희 미디어에서 급여가 나가고 있고 이사로 등재가 되어있으니 마땅히 드려야지요. 호호.”

“그냥 종업원들이나 주세요.”

“다른 회사들은 추석 선물이 농산물이나 주방용품 같은 것이 많은데 저희는 화장품으로 했습니다. 비싼 건 아닙니다.”

“화장품요? 역시 센스 있으십니다.”

“쇼핑백에 두 개 담았으니 하나는 운전기사 주세요. 제가 드리는 화장품이 잘 안 쓰시는 화장품이면 두 개 다 다른 분 드리던가 하세요.”

“아, 참. 그리고 내가 조금 전에 모빌하고 디욘 코리아 임원들한테는 30만 원짜리 상품권 하나씩 나눠주라고 했습니다. 사장님도 알아서 상품권 구매하세요.”

“저는 저보다도 편집장하고 요시타카 선생하고 디자인 팀장한테 10만 원짜리라도 상품권 한 장씩 나누어줄까 생각중입니다.”

“요즘 구두 값이 10만원 다 넘습니다. 10만 원짜리 약하지 않겠어요?”

“상품권은 꼭 구두만 사는 게 아니고 식품도 살 수 있으니까 10만 원짜리도 좋습니다. 지에이치 미디어는 모빌이나 디욘 코리아처럼 큰 회사도 아닌데요. 뭘.”

“그건 알아서 하세요.”

구건호는 각 회사의 임원들에게 상품권을 나누어 주라고 했는데 개발만 지시를 안 해서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리 담당 홍과장을 들어오라고 했다.

“지금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에 가서 상품권 10만 원짜리 7장만 사오세요. 법인카드 가지고 가면 신세계백화점 상품부에서 영수증 발행해 줄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 내 카드인데 10만 원짜리 상품권 20장만 사와요.”

“200만원어치 말입니까? 영수증은 어느 회사 명의로 발급해달라고 할까요?”

“내 개인적으로 쓸 거니까 영수증 필요 없어요. 지금 갔다 와요.”

“알겠습니다.”

청담동 이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구사장 회사 직원이 선물을 가져왔네. 뭘 나까지 선물을 챙겨주시나?”

“약소합니다.”

“고맙소, 잘 먹겠소. 그리고 디욘 코리아 코스닥 상장을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회사는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상장한걸 보니 벤처 지정을 받은 모양이오?”

“그렇습니다. 그길 밖에 없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벤처 지정받는 것도 쉽지 않은데 대단해요. 기술평가도 받았을 텐데.”

“저희 직원들이 많이 노력을 해주었습니다.”

“합자사니까 50%지분 가지고 있겠군. 아니, 이번에 공모주나 우리사주 발행을 했을 테니 35프로에서 40프로 정도로 줄으셨겠군.”

“그렇습니다.”

“거기 공모주나 우리사주 발행 전 자본금이 얼마였었소?”

“180억이었습니다.”

“구사장 몫이 90억이었겠군. 지금 평가액이 500억은 되겠는데?”

“아닙니다. 주가가 상장 후 요즘 계속 빠지고 있습니다.”

“그거야 세월이 가면 다시 올라갈 테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고. 혹시 합자 계약할 때 주식은 양도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었소?”

“예, 그런 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하하, 그래요? 앞으로 재미난 일이 생기겠군.”

“감사합니다.”

구건호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면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회장, 역시 강호의 고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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