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
보궐선거 당선 (2)
(430)
구건호가 백석 농공단지를 찾아갔다.
“박종석이가 이 근처 어디라고 했는데?”
엄찬호가 말했다.
“사장님 저기 조양기계 간판이 보입니다.”
“맞다. 거기다 거기로 가자.”
공장 마당에서 박종석이 용달차 기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구건호와 엄찬호를 반갑게 맞이했다.
“형 왔어?”
“공장은 아담하다. 직원들 빨리 뽑아야겠구나.”
“그렇지 않아도 워크넷에 광고 내 놓았어. 우리 경리가 그런 일은 잘해.”
“경리 새로 뽑았다며?”
“뽑았어.”
박종석은 사무실 안에다 대고 소리쳤다.
“한경애씨! 이리 나와 봐요.”
서른살 남짓한 여자가 뛰어 나왔다.
“우리 회사 대주주 구사장님입니다. 인사하세요.”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천안사세요?”
“네, 천안여상 나왔습니다.”
“여상 나왔으면 경리는 많이 해보셨겠네요.”
“네, 사출회사에서 근무했었습니다.”
박종석이가 옆에서 말을 거들었다.
“지에이치 모빌의 비서 박희정씨 있지? 박희정씨 친구야.”
“오, 그래? 그럼 믿을만한 분이 오셨네.”
여자는 평범하게 생겼다. 무엇보다도 제조회사 경력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회사가 처음 설립되어 어수선하고 불편한 것이 많을 겁니다. 열심히 일해주면 아마 박종석 사장이 보답을 충분히 해줄 겁니다.”
“고맙습니다.”
여자가 구건호를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형, 여기서 말하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
구건호가 박종석의 안내로 사무실에 들어갔다. 사무실에는 벌써 책상 4개가 배치되어 있었고 컴퓨터도 2대가 놓여 있었다.
“지금 경리사원 혼자지만 나중을 위해서 책상은 4개를 배치했어. 컴퓨터는 2대만 깔았어. 내 것까지 3대야. 헤헤.”
“네 방은 어디냐?”
“이쪽이야.”
박종석의 안내로 사장실을 들어갔다.
“모빌의 이사실하고 똑 같이 꾸며 놓았네. 송사장실하고 똑같이 꾸며놓지 그랬어.”
“내가 송사장하고 똑같이 꾸미면 되나?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지. 이것도 나한테는 과분해.”
“저 옆방은 뭐냐? 회의실이냐?”
“아냐. 형이 쓸 방이야.”
“내 방을? 내 방은 필요 없다. 난 여기서 상주를 안 해.”
“모빌이나 디욘 코리아가 다 형 방이 있잖아?”
“거기하고 여기하고 틀리지. 거기는 지금 수백 명의 종업원들이 있는 데가 아니냐? 내 방은 없애라. 회의실로 써라.”
“그래도 되겠어?”
“그래도 돼. 아니 그렇게 해.”
사장실 옆에 간판이 놓여 있었다.
“간판 만들었구나. 조양기계 간판 떼버리고 바꾸어 달아야겠구나.”
“응, 조금 전에 왔어. 바꾸어 달 거야. 명함도 왔어. 볼래? 내 명함?”
지에이치 로고가 선명한 명함을 보여주었다. 명함에는 ㈜지에이치 정밀 대표이사 박종석으로 되어 있었다.
“영업하려면 지에이치 로고가 들어가야 돼. 그래야 사람들이 튼튼한 회사인줄 알아. 지에이치 안 붙이면 내가 모빌에서 잘려서 먹고 살기위해 조그맣게 차린 줄 알아.”
“직원은 몇 명 뽑을 계획이냐?“
“광고 낸 건 6명이야. 선반이나 밀링기계도 들어오니까 작은 부품은 여기서 직접 깎을 거야. 아참, 그리고 야간 경비 한명은 채용 했어.”
“야간 경비를?”
“여기는 비싼 공작기계가 많아서 야간에 경비 있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손 타.”
“무거운 기계를 누가 가져간다고 하니? 손 탈것 같지는 않은데?”
“왜, 요즘 도둑놈들은 마음만 먹으면 트럭을 가져와서 다 떼가.”
“그런가?”
“야간 경비는 장인이 소개해 주었어. 장인이 부동산 하던 건물의 경비였던 사람이야. 전기 안전과 시설관리 자격증도 있는 사람이라 채용했어.”
“아직은 식사 같은 것이 문제이겠구나.”
“옆에 있는 공장이 식사 주문해서 먹더라고. 우리도 주문하면 8명분 정도는 배달 다 해줘. 아니면 공단 관리사무소 옆에 있는 식당 이용해도 돼. 여기서 걸어가도 돼.”
“흠, 그래?”
“오전에 디욘 코리아 김전무가 여기 왔다갔는데 벌써 4대 주문 받았어. 직원들은 월요일 면접 보니까 사람들 뽑으면 바로 제작 들어갈 거야.”
“4대면 얼마냐?”
“기계가 6종류가 세트로 들어가기 때문에 대당 1억 5천만 원이야. 4대면 6억이지. 매월 6억만 매출 올려도 1년이면 72억이야. 민혁이 형 회사가 이제 겨우 100억 넘는다는데 여기도 100억은 금방 넘을 것 같아.”
“흠, 그래? 생산동 가보자.”
“아직은 아무것도 없어.”
구건호가 박종석의 안내로 생산동엘 갔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한쪽 구석에 웨스트 몰딩사에서 들어온 트윈 스크류만 쌓여져 있었다.
“트윈스크류는 10대 다들어 왔니?”
“다 들어왔어. 아직 돈은 안 주었어. 이문 붙여 파는 것이 아니니까 모빌에 돈은 주어야겠지?”
“흠.”
“모빌의 경리부에서 세금계산서 발행하겠다고 사업자등록증 보내달라고 해서 이메일로 보내주었어.”
구건호가 생산동의 천장을 보며 말했다.
“크레인은 다 설치되어 있구나.”
“응, 서스펜션 크레인이야. 호이스트도 다 있어. 이쪽에 선반 설치하고 밀링기, 절단기, 연마기 같은 건 저쪽에 설치할거야. 공구박스나 안전용품도 쌓아둘 찬장도 필요하고 용접 같은 건 앞쪽에서 할 거야.”
“장비 같은 것도 자꾸 발전되니까 정보를 많이 입수해야겠구나.”
“그렇지 않아도 IMTS(International Manufacturing Technology Show)전시회가 있는데 이번에 아쉽게도 벌써 끝났어. 내년에 꼭 가봐야지.”
“IMTS?”
“응, 글로벌 공작기계 전시회야. 이번에 시카고에서 있었다는데 나도 정신없어 못 갔네. 중국보다는 거길 갔어야 하는데....”
“여기는 장비 다 들어오고 홍보만 조금 되면 잘될 거다.. 아무나 하는 사업이 아니잖아? 사실 성형제품 쪽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경쟁이 좀 심해.”
“형이 보내준 5억원은 법인통장에 잘 넣어두었어. 이것저것 사느라고 돈이 계속 나가는데 월요일 증권사 돈 찾으면 1억은 보내줄게.”
“그래, 천천히 해도 된다.”
“모빌엔 사람관리가 너무 힘들었는데 여긴 그런 게 덜하니 좋아. 인원 6명 들어오면 한 식구처럼 지내면 될 거야. 경력사원 위주로 뽑으니까 아마 그중에는 내가 배울 점이 많은 사람도 들어오겠지.”
“흠, 그래?”
“모빌의 공무팀에 있는 사람 중에서 월급 많이 주면 이곳에 오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거절했어. 괜히 송사장한테 오해 살수도 있잖아. 사람 빼갔다고 말이야.”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겠지. 공작기계 다 들어오면 홈페이지도 하나 만들어라. 홈페이지는 너 간판 디자인해준 지에이치 미디어의 디자인 팀장한테 말하면 된다.”
“흠, 그래? 그것도 필요하겠지.”
“지금 당장은 못하지만 나중엔 여기서 미국 웨스트 몰딩처럼 트윈 스크류도 한번 직접 만들어볼 계획이야.”
“그래 열심히 해봐라. 장하다 박종석!”
구건호는 박종석의 등을 두드려 주고 디욘 코리아로 넘어갔다.
디욘 코리아로 가는 도중 구건호가 차 안에서 엄찬호에게 말했다.
“찬호야, 여기 오면 이제 들려야할 공장이 하나 더 늘어나서 네가 피곤하겠다.”
“괜찮아요. 지에이치 정밀은 가는 길목에 있어서 상관없어요. 더구나 박이사님, 아니 이젠 사장님이라고 해야지요? 박사장님은 제가 좋아하는 형님 아닙니까? 박사장님은 성격이 화끈해서 저하고 같이 있는 태영이 형도 좋아해요.”
“흠, 그래?”
구건호가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았다. 보궐선거의 여론조사 결과가 떴다.
“42:58? 이제 안심해도 되겠네.”
구건호는 씩 웃으며 스마트폰을 껐다.
디욘 코리아에 도착하니 화물트럭들이 많이 와 있었다. 구건호가 탄 벤트리 승용차가 들어오자 경비가 황급히 차단기를 올리며 거수경례를 붙였다. 마침 현장에 김전무가 있었다.
“웬 화물차요?”
“디욘 코리아가 코스닥 상장이 되니 갑자기 주문량이 느네요. 디욘의 브랜드는 아는데 한국에 합자사가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던데요?”
“그래요?”
구건호가 김전무와 함께 2층 사장실에 들어오자 상임감사와 윤상무도 들어왔다.
김전무가 너스레를 떨었다.
“애덤 캐슬러도 오라고 할까요? 기왕에 임원들이 다 모였으니 아예 임시 임원회의라도 할까요?”
“하하, 회의는 아니고 그동안 상장시키느라 고생들 했으니 차나 한잔하자고 부르지요. 서로 회사 앞날에 대해서 자유스럽게 이야기나 나누지요.”
“그럼 유희열 부장도 오라고 할까요?”
“그러세요.”
잠시 후 애덤 캐슬러가 통역을 데리고 들어왔고 유희열 부장도 올라왔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사장실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구건호가 비서 이선혜를 불렀다.
“대추차 7잔 준비해 줘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이선혜가 대추차를 가져오자 차를 마시며 구건호가 먼저 말을 했다.
“디욘 코리아를 상장시키느라고 여기 계신 분들이 아주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희야 한 것 없습니다. 일은 사장님하고 상임감사님이 다 하신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여러분들 도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구건호가 대추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 이야기 했다.
“디욘 코리아는 상장을 했으니 이제 보는 눈들도 많아졌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지금은 정식 임원회의가 아니니까 편한 자세로 하실 말씀 있으면 하시고 차를 마시면 되겠습니다. 이 대추차는 비서 이선혜의 엄마가 직접 갈아서 만든 겁니다.”
“아, 어쩐지 시중에서 파는 것 하고는 맛이 다르더라.”
김전무가 말했다.
“저, 사장님. 이제 공모자금도 들어왔으니 공장도 더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원래 이번 상장 목적이 해외 공장 설립을 위한 자금조달이 목적이 아닙니까?”
“그렇지요. 해야 되겠지요.”
“제 생각에는 중국 북경지역에도 디욘차이나 2공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디욘차이나는 쑤저우에 있으니까 상해는 가깝지만 북경은 머니 그렇게 해야겠지요.”
“그렇습니다.”
“인도는 어떻습니까?”
“인도도 델리에서 가까운 노이다 지역에 공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노이다는 삼성전자가 들어간 지역입니다. 지금 우리가 설립한 첸나이는 남쪽이니까 북쪽의 노이다 지역에 공장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이종근 부장의 인도지사도 그쪽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인도네시아는 어떻습니까?”
“인도네시아보다는 베트남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베트남의 록안빈승 공업단지는 임대물건도 가끔 나옵니다.”
“록안빈승이 어디에 있습니까?‘
“호치민시에서 가깝습니다. 삼성전자도 멀지 않고 항구나 공항도 멀지 않으니 해 볼만 합니다.아마 삼성의 1차 벤더들도 록안빈승에 많이 나가 있을 겁니다.”
“거기도 사회주의 국가니까 공장부지는 매매가 아니고 임대겠지요?”
“임대입니다. 융자받을 거 아니면 임대도 괜찮습니다. 감사님 우리 공모자금은 얼마 들어와 있습니까?”
김전무의 말에 상임감사가 구건호의 눈치를 한번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재 공모자금 들어온 것은 314억입니다.”
김전무는 대충 알고 있어서 별로 놀라는 눈치가 아니었는데 윤상무와 유희열 부장은 놀라는 눈치였다. 상임감사가 얼른 말을 돌렸다.
“저는 컴파운드 공장도 좋지만 수직계열화도 좋다고 생각됩니다. 안료 회사 인수는 어떻습니까? 우리 회사가 배합실에서 안료를 많이 쓰지 않습니까?”
“안료회사? 안료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안료를 많이 쓰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리고 안료 회사는 규모가 작지 않아요? 안료는 유부장이 잘 알 테니 한번 말해 봐요.”
“유기 일반 안료는 국내기업에서 생산하지만 고급 안료는 다국적 기업들이 잡고 있습니다.”
“안료도 그런가?”
“우리나라도 욱성화학은 1천억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상장회사인 코스모 화학은 4천억이 넘습니다.”
“그렇게 큰가? 안료 회사도 함부로 볼게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