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28화 (428/501)

# 428

공모가 결정 (3)

(428)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를 불렀다.

“나한테 팩스 온 것 있을 거예요. 등기부등본하고 사업자등록증이니까 가지고 와 봐요.”

“알겠습니다.”

오연수가 팩스를 가져왔다. 구건호가 팩스를 살펴보았다.

“흠, 감사는 없이 등기이사로 나와 박종석이가 되어있군. 한 주당 금액은 1만원씩 5만주로 했네. 사업자 등록증에 업태는 제조업으로 되어있고 종목은 기계제작.... 뭐, 잘 됐네.”

구건호는 내일부터 시작될 디욘코리아의 주가 움직임이 궁금했다.

[내 증권계좌에 디욘코리아를 관심종목으로 등록하고 10주만 사보자. 크게 사고파는 게 아니니까 문제될 것이 없겠지. 그런데 혹시 내가 대량 거래를 하게 된다면 김영은의 계좌를 새로 만들어서 할까? 아니야. 가족이니까 안 될 거야.]

[그러면 엄마 아빠 명의로 계좌를 틀까? 그것도 특수 관계인이 되어 안 되겠지. 그렇다면..... 옳지. 승희 누나가 주식거래를 해서 망했다고 하니까 승희 누나의 증권계좌가 있겠군. 계좌를 빌려달라고 해보자. 증권계좌는 은행통장 계좌와 달라서 돈 빌려 쓰는 기능은 없으니까 그렇게 해보자.]

[그런데 빌려줄까? 사용하지 않는 계좌라도 자기계좌 빌려주는 걸 꺼림직 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구건호는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상무로 있는 누나에게 전화를 하였다.

“나야.”

“응, 웬일이냐?”

“승희 누나가 거기 자주 온다고 했지?”

“자주와. 오늘도 여기서 밥 먹고 조금 전에 갔어.”

“그 누나가 전에 주식하다가 망했다고 했지? 그럼 지금 안 쓰는 증권계좌는 가지고 있겠네.”

“그건 몰라. 가지고 있겠지 뭐.”

“그걸 내가 좀 빌릴 수 없을까?”

“글쎄,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지. 그런데 그건 왜 빌려달라고 하지?”

“가끔가다가 세력들이 들어와 주가를 터무니없이 교란시키거나 공매도 날리는 걸 한번 체크해 보려고 해.”

“공매도가 뭐야?”

“그런 게 있어.”

“그럼 기다려봐. 내가 이야기 해볼 테니. 내가 걔 보험 많이 들어주어서 걔 나한테 꼼짝 못해.”

“그래? 그럼 통화가 되면 이야기해보고 나한테 연락 좀 줘.”

30분 정도 기다리자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승희하고 통화했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빌려달란다고 하니까 쾌히 승낙하던데? 안 쓰거 빌려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대신 보험을 들어 주던가 빌리는 값을 달라고 하는데? 농담이라고 말하는데 솔직히 진담 같아. 걔가 사실 경제적으로 어렵거든.”

“혼자 산다며 뭐가 그렇게 어려워?”

“아무한테도 이야기 하지마라. 실은 걔가 아들을 하나 키우잖아. 이혼하면서 아들만 데리고 나왔잖아.”

“그런가?”

“아들이 우리 정아하고 동갑이야. 그리고 친정 엄마도 모시고 있어.”

“흠, 그래?”

“에효, 걔네 엄마도 아버지가 딴 살림 차려서 평생 고생하더니 걔도 그러네. 집안 내력인 가봐.”

“남편이 바람 피웠나?”

“그건 아닌데, 경제적 무능력자야. 손대는 것 마다 실패해서 빚만 잔뜩 있어. 승희 앞으로 빚만 남겨주고 이혼했지.”

“남편이 돈 못 번다고 이혼하면 되나?”

“그건 맞아. 하지만 돈이 없고 빚만 있다 보면 사람들이 악에 받쳐 조그만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되어있어.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네가 나를 무시하는 거냐고 하면서 칼 들고 덤비면 자연히 부부사이가 금이 가게 되어있어.”

“흠, 그건 그럴 수도 있겠군.”

누나와 통화를 끝내고 화장실을 다녀오니까 승희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구사장? 나 승희 누나야.”

“아, 예. 안녕하세요?”

“건숙이한테 이야기 들었는데 증권계좌 잠시 빌려달라고 했다며?”

“아 예, 그랬습니다. 현재 증권계좌를 사용 안하시는 것 같아서 말씀드려 보라고 했습니다.”

“빌려 줘야지. 내가 신세 진 것도 많은데. 더구나 지금 쓰지도 않는 것 뭘 해. 그러면 내가 카드하고 트레이딩 다운받은 것 아예 USB에 담아가지고 내일 사무실 들리지.”

“고맙습니다.”

“내일 10시까지 갈게.“

구건호는 증권사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남증권 지점장입니다.”

“구건호입니다.”

“예, 사장님.”

“지난번에 IPO 투자 설명회 때 보았다는 주식 동호회장 전화번호를 알 수 있겠습니까?”

“동호회장을요? 사장님처럼 점잖으신 분들은 걔들 함부로 만나는 것이 안 좋습니다.”

“나중에 공매도가지고 심하게 장난이라도 치면 안 되잖습니까?”

“에이, 대한민국에 동호회가 그놈들 혼자뿐입니까? 주식 동호회는 많습니다. 사기꾼 같은 놈들도 많고요.”

“압니다. 나도 한때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인데 그것 모르겠습니까? 직접 만나진 않고 그냥 참고만 하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동호회장 전화번호는 카톡으로 찍어드리죠.”

전화 끊고 5분도 안되어 동호회장 전화번호가 왔다.

구건호기 시계를 보았다.

“오후 4시가 넘었군. 오늘 주식시장이 끝났을 테니까 내가 문자 보낸 것 답장해 줄 수 있겠지.”

구건호는 동호회 회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구건호: 아는 사람 추천으로 회장님 전화번호를 알았습니다. 동호회 가입절차를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거기 회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요?]

[동호회장: 실례지만 총알을 어느 정도 가지고 할 셈인가요?]

[구건호: 총알은 4천만원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동호회장: 저희 동호회는 금감원에 유사투자자문업 등록을 한 업체입니다. 현재 가입회원 수는 50명입니다. 급등주만을 알려주는 VIP반은 30명 정도 있습니다.]

문자가 하나 더 왔다.

[동호회장: 일반회원 가입비는 월 100만원이고 VIP반은 월300만원입니다. VIP반은 이익 실현 때까지 계속 급등주를 추천합니다. 매도시기도 우리가 싸인을 보냅니다.]

[구건호: 잘 알겠습니다. 생각을 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동호회장: 우리 회원은 인원 제한이 있습니다. 늦게 가입할 경우 혹시 가입이 안 되는 수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구건호: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문자 주고받는 것을 끝내고 픽 웃었다.

“늦게 가입하면 회원 가입이 안 된다고? 지랄들 하네. 그런데 VIP반이 회비가 300만원이라는데 30명이면 얼마야? 힉! 9천만원이네. 30명은 아니더라도 그 절반인 15명만 되더라도 4,500만원이 아닌가?. 돈 참 간단히 버네.”

구건호는 자기가 양주에서 공돌이 할 때의 급여를 생각해 보았다. 매월 160만원에서 180만원을 받았다. 잔업이라도 하면 조금 더 받았다. 강민호와 함께 있는 시민단체의 간사 월급은 160만원이라고 했다. 지에이치 모빌이나 디욘코리아의 신입 생산직은 처음엔 180만원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동호회장 수입이 정말 VIP회원이 30명이 아닌 절반만 되더라도 월수입 4,500이라는데 놀랐다.

“어느 주식 동호회 회장의 재산이 100억이라고 하는 게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청담동 이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주식은 하지 말게. 상대의 패를 알 수 없는 게 주식이네.]

구건호가 혼자 말을 하였다.

“예, 지금 저는 주식은 안합니다. 상대의 패가 보일 때 치고 빠지는 짓만 하겠습니다.”

다음날 아침 구건호는 증권사 자기계좌의 창을 띠우고 디욘 코리아의 움직임을 보았다.

“새끼들, 던지네. 장중에 얼마나 빼나 보자.”

오전 9시부터 시초가가 25,200원이었다가 갑자기 28,000원까지 오르더니 9시 30분부터 빠지기 시작했다. 10시가 넘자 23,000원대를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종석이는 장 초반에 잘 팔았는가 몰라. 주가가 초장부터 이렇게 빠지면 오늘저녁 석간신문에 기레기들이 꽤나 소설을 쓰겠네.”

구건호는 컴퓨터를 껐다.

“오늘 10%이상 뺏으니 내일도 빼겠네. 한 일주일은 빠질 것 같네.”

구건호는 소파에 앉아서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깊은 숨을 몇 번 들어 마셨다가 뱉었다.

“옛날 도인들은 이렇게 하면서 운기조식을 했었다지?”

숨쉬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박종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나야.”

“다 팔았냐?”

“팔았어. 증권사 객장에 앉아 있다가 직원이 다 팔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왔어.”

“얼마에 팔았냐고 물어보지?”

“바쁜 것 같아서 못 물어보았어.”

“이런 바보, 제일 중요한 걸 물어보지 않으면 되나?”

“그런데 나 물어볼게 있어.”

“뭔데?”

“사무실에 와서 내 증권계좌 열어보았더니 내 주식 3,200주 있던 표시가 싹 없어졌어.”

“흠, 팔린 모양이구나. 그리고 평가액 난이 있지 거기 숫자가 어떻게 나왔니?”

“평가액? 가만히 있어봐. 816,254,060 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건 무슨 숫자야?”

“됐다! 8억 1천 6백만원에 팔렸다!”

“뭐라고?”

“1억6천 집어넣고 8억 1천 6백 벌었단 말이다!”

“에이! 거짓말. 1억6천 가지고 어떻게 8억 1천 6백만원을 벌어?”

“그 돈은 네가 인출할 수도 있고, 네 은행 통장으로 이체시켜도 된다!”

“정말? 지금 당장 가능한 거야?”

“오늘은 안 돼.”

“거봐. 이상하잖아?”

“오늘은 안 되지만 내일모레는 가능하다.”

“이거 정말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네.”

“의심나면 증권사에 다시 물어보아라.”

박종석은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잔뜩 의심을 한 채 전화를 끊었다.

승희 누나가 왔다.

“이 빌딩은 내가 처음 와보는 것 같아. 웅장하고 좋네. 전에 강남역에 있던 오피스텔은 내가 자주 왔었는데.”

“그랬던가요?”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를 불러 중국차를 가져오게 하였다.

“직원들도 강부장하고 정지영씨도 그대로 있네.”

“지금은 강이사이고 정대리입니다.”

“그런가? 실수할 뻔 했네. 호호.”

오연수가 차를 가지고 왔다.

“차, 드세요. 중국차입니다.”

“오, 그래? 그리고 참 가지고 있는 회사가 코스닥 상장 되었다며? 축하해요. 친구 동생 중에 이렇게 큰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어 자랑스러워.”

“고맙습니다.”

“증권계좌가 필요하다고? 난 증권해서 재미를 못 보았어. 이거 USB니까 한번 켜 봐요.”

“아닙니다. 증권사 아이디하고 패스워드하고 비밀번호, 공인증서번호만 알면 됩니다. 공인인증서는 바로 바꾸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여기 메모지에 아이디하고 패스워드하고 적어왔어. 거래 카드도 가져왔어, 비밀번호는 불러줄게. 공인인증서 번호는....”

공인 인증서 번호는 제가 지금 바꾸겠습니다.

구건호는 사장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있는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자기가 미리 깔아놓은 증권사 트레이딩 창을 클릭했다.

“강남증권 거래하셨나요?”

“음, 강남증권이야.”

구건호가 승희 누나의 아이디와 패스워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승희 누나 이름으로 공인 인증서를 새로 발급받았다.

구건호가 공인인증서를 타고 들어가자 승희 누나의 증권계좌가 열렸다.

“열렸네요. 누님 현재 잔고가 960원 있네요.”

“호호 맞아. 그럴 거야.”

“제가 이 계좌를 1년만 쓰죠. 1년 후, 아니 그 안에 정확히 돌려드리겠습니다.”

“구사장 정도라면 믿으니까 오래 써도 돼.”

“감사합니다.”

승희 누나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내 증권계좌 이용하는 대가로 나 보험 하나 안 들어 줄 거야? 이번에 코스닥 등록했다는 공장 화재보험은 안 돼?”

“거긴.... 원재료를 가져가는 거래처에서 화재보험을 들어달라고 해서 이미 가입을 했단 말입니다. 여기 빌딩건물은 강이사 형수가 한다고 해서 줬으니 어떻게 한다? 좋습니다. 천안에 새로 생기는 지에이치 정밀이라는 공장 화재보험을 들어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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