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27화 (427/501)

# 427

공모가 결정 (2)

(427)

며칠이 지났다.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박종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형? 나야. 중국 잘 갔다왔어.”

“잘 놀다 왔냐?”

“민혁이 형 신세 좀 지고 왔지. 헤헤.”

“맛있는 것 많이 사주디?”

“민물 게 튀긴 것도 많이 먹고 뱀 요리도 먹고 왔어.”

“뱀?”

“살아있는 뱀을 그 자리에서 칼로 뚝뚝 끊어 잡아주던데?”

“그래?”

“민혁이 형은 중국서 잘 나가던데? 석호 형하고 원철이 형한테 얻어맞고 찔찔 짤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중국말도 굉장히 잘해. 중국 사람들과 토론도 하고 그래. 중국사람 같아.”

“그래?”

“아우디 타고 다니면서 이제 목에 힘도 줘. 공장 가보니까 종업원들이 100명도 넘던데? 사장실도 널찍하게 꾸며놓고 중국 도자기나 그림 같은 것도 갖다놓고 그랬어. 골프도 치는 것 같아. 나보고 골프 배우라고 하던데?”

“골프 배워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니까.”

“그리고 민혁이 형이랑 가라오케도 갔었어.“

“대접 제대로 받았구나.”

“치파오 입은 한족 도우미들 정말 예쁘던데? 몸매들도 다 좋아.”

“너 중국 체질인 모양이다.”

“에이, 그래도 거기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한국에 오니까 역시 한국이 제일 좋은 것 같아. 한국은 금수강산 아니야?”

“하하, 그래?”

“거기서 민혁이 형 공장에 고장 난 기계 하나 고쳐주고 왔어. 밥값은 했지.”

“거기 촉탁으로 있던 전임 공장장 있는데 못 고쳐?”

“그분이 잘하는 부분이 있고 내가 잘하는 부분이 있잖아?”

“진짜 얻어먹은 값은 하고 왔구나.”

“디욘 차이나도 가보았어.”

“거긴 잘 돌아가나?”

“거기 파견 나와 있는 반장이 기계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고 해서 잡아주고 왔어.”

“흠, 그래?”

“민혁이 형 소개로 다른 공장 두 군 데도 기계 고장 나서 서 있는 것들 돌려놓고 왔지. 내가 지에이치 정밀 사장으로 간다고 하니까 거기 있는 공장 사장들이 앞으로 기계제작은 나한테 의뢰하겠다고 했어.”

“하하, 그럼 디욘 코리아 기계뿐만 아니라 다른 공장의 공작 기계도 취급해야겠구나.”

“아냐, 웃을 일이 아니야. 한번 깊게 생각해볼 필요는 있어.”

“그래? 기계 고쳐주고 거기 있는 사장들한테 술 한 잔 얻어먹은 모양이구나.”

“술이 아니라 용돈 받았어. 그래서 그 돈 가지고 심양의 석호 형도 만나고 왔어.”

“오, 그래? 심양까지 갔다 왔어?”

“석호 형이 심양 서탑 부근에서 가라오케를 하는데 밥이나 먹나 모르겠어.”

“거기는 예쁜 도우미들이 없었나?”

“소주에서 민혁이 형이 데려간 가라오케는 일류였어. 시설도 럭셔리하고 여자들도 예쁜데 석호 형이 하는 가라오케는 지하실에 쾌쾌한 냄새도 나고 좀 그래. 도우미들도 있긴 있었는데 다 후져서 같이 놀고 싶은 생각도 안나.”

“흠, 그래?”

“내가 가니까 되게 반가워는 하던데? 거기서 사람이 그리운 모양이야.”

“그럴 테지. 걔도 중국간지가 오래 되었으니까.”

“석호 형이 거기서 사업하는 사람들 소개해 주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어째 잘 나가는 사람이 없어. 김치공장 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에서 물건 떼다가 파는 사람도 있고 중국 농산물 한국에 수출하는 사람도 있는데 다들 초라해.”

“석호 가라오케 매상 좀 올려주고 오지 그랬어?”

“올려줬어. 되게 좋아 하드라고. 친구들이 중국 놀러오면 자기에게 신세만 지려고 하는데 종석이 너는 그렇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나한테 징그럽게 뽀뽀도 하던데?”

“하하, 그래?”

“형한테 안부 전한다고 했어. 소주에 있는 민혁이 형하고 귀주성에 있는 재식이 형한텐 아직도 시기심 같은 것이 있는데 건호 형한텐 그런 것이 없었어. 존경한다고 까지 하던데?”

“존경? 존경은 무슨!”

“석호 형은 가라오케 2층에 침대가 있는 방도 꾸며놓았더군. 가라오케 도우미들 하고 마음이 맞으면 즉석에서 연애를 할 수 있는 장소야. 나도 아가씨 하나 붙여주었는데 인물도 마음에 안 들고 말도 안 통해 그냥 돌려보냈어.”

“그런 것 만들어 놓으면 불법 아닌가?”

“자기가 거기 공안들 하고 잘 안다고 큰소리치던데?”

“흠, 글쎄.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여기 백석 농공단지 잔금 치르는 날짜가 내일 모레야. 입주하고 정리가 되면 형한테 연락할게.”

“알았다. 법인 설립이나 그동안 해 놓아라.”

“알았어. 그렇지 않아도 오늘 법무사 사무실에 가기로 했어.”

“그래, 그럼 수고해라.”

구건호가 인터넷을 보았다.

“뭐? 이진우 후보와 아나운서 후보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궐 선거전이 한창인 가운데 이진우 후보는 아나운서 후보를 초반에 쉽게 따돌렸으나 투표일이 가까울수록 역전되고 있다. 아나운서 후보는 한때 악재가 있었으나 현재 여론조사는 50:50으로 누가 보아도 땀을 쥐게 하는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역전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있어 선거가 후반전에 들어갈수록 땀을 쥐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건호가 인터넷 기사를 보고 피식 웃었다.

[돈도 많고 장관까지 한 사람이 뭐가 또 욕심이 생겨 저 고생하며 국회의원 출마를 하려고 할까? 나 같으면 그냥 사업이나 하면서 편히 살겠네. 장인이 재벌회장이니 계열사 하나 맡겠다고 하면 자리 하나 안 주겠어? 쯧쯧쯧.]

구건호는 시민단체에 근무하는 강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구건호.”

“오, 구사장. 참, 코스닥 등록한다는 기사는 봤어. 참 대단하다. 너무 바쁠 것 같아 축하 전화도 못해주었다.”

“축하는 무슨! 그건 그렇고 두 번째 안을 터트려야지?”

“아, 그것? 벌써 중순인가? 어? 진짜 중순이네. 날짜 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네. 알았어. 오늘 할게.”

“그것도 그럼 오늘 보내줄게.”

“그래? 고마워. 우리 간사들이 신이 났어. 네가 피로회복제를 보내주어서.”

“하하? 그래?

구건호는 이진우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중이었다. 10분후에 다시 전화를 하니 또 통화중이었다.

“뭔 전화가 이렇게 많아?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찍어달라고 일일이 전화를 하나?”

한참 후에 이진우 장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이쿠, 미안! 두 번이나 전화가 왔었네요.”

“바쁜 모양이지요?”

“아니, 지역구 유지들한테 도와달라고 전화를 하는 중이었소.”

“두 번째 안을 오늘 터트리겠습니다. 효과는 며칠 후에 나올 겁니다.”

“그래요? 고맙소. 역시 총무는 나의 장자방이요.”

“어찌 감히 제가 장자방에게 비유될 수가 있겠습니까?”

“아니요. 구사장은 나의 장자방이요. 앞으로도 구사장과 나는 좋은 인연을 맺고 싶소.”

“말씀 감사합니다.”

구건호가 디욘 코리아의 경리부 조명숙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번에 시민단체에 있는 세 사람에게 돈 보낸 적 있었지요?”

“예, 있습니다.”

“이번 달에도 지난달처럼 똑같이 보내줘요.”

“알겠습니다. 한사람은 180만원, 나머지 두 사람은 160만원씩 보내겠습니다.”

“이번만 보내고 더 이상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며칠 후 인터넷에서 슬슬 아나운서 후보의 악재가 흘러 나왔다.

[현재 보궐선거에 출마중인 아나운서 후보의 군 면제에 의심.

아나운서 후보는 대학 재학 중 싫어하는 여학생이 10미터 전방에서 다가오면 자리에 일어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군 면제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후보는 이 발언을 했던 당시 고도근시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는데 후보도 문제지만 병무청 관계자들도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하여 병무청은 공식적 답변은 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다음 날 부터는 비난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님, 저는 보이나요?]

[아니, 아나운서 해 먹으려면 자막을 보아야 하는데 그건 잘 보였나 보지? 그런 사람이 어떻게 고도근시야.]

[나는 5미터 전방의 여자도 안 보이는데 군 면제는 문제없겠다.]

[아나운서 후보는 지금이라도 사퇴해야 한다.]

그 다음날도 비난의 글들은 이어졌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쳐, 죽일 놈! 강남여자가 예뻐서 강남만 산다더니 뭐? 10미터 전방에서 싫어하는 여자가 오면 일어서? 강남에 군 면제에 금수저가 따로 없네.]

[이진우 후보 찍어야겠다. 이진우 후보도 비추지만 그래도 장관을 했으니 경륜은 있겠지. 돈이 많다지만 장인이 많은 것이고 그가 많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누가 또 아나운서 후보의 재수할 때 사진을 올렸다. 얼굴이 삐쩍 마르고 두꺼운 안경을 쓴 쪼다처럼 나온 사진이었다. 지금의 미남 얼굴과는 영 딴판이었다. 여성 유권자를 실망시키기 충분한 사진이었다.

인터넷을 훑어보던 구건호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여론조사는 이진우 후보와 아나운서 후보의 격차가 다시 45:55로 벌어졌음을 밝혔다.

“존경하옵는 이진우 장관께서 이제 조금 안심하겠군.”

구건호는 자기라는 존재를 이진우 장관에게 확실히 각인시켜 주고 싶었다.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오, 구사장 반갑소.”

이진우 장관의 목소리는 확실히 명랑해졌다. 전보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였다.

“제, 작품 마음에 드십니까?”

“마음에 들다마다. 고맙소. 고마워.”

강남증권 지점장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내일부터 주식 시장에서 디욘 코리아의 매매가 시작됩니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건 다 지점장님 덕택입니다.”

“하하, 제가 한일 없습니다. 내일 시초가는 동시호가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좀 밀릴 겁니다.”

“아니, 수요예측에선 상당밴드에서 공모 가격이 결정되었잖습니까?”

“지난번에 말씀드렸죠? 동호회 애들 얼굴 보인다고요. 걔들이 장난을 좀 할 겁니다. 디욘 코리아가 유통물량도 많지 않으니까 눌렀다가 쓸어 담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흠, 그래요?”

“이제 사장님은 디욘 코리아의 주가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걔들이 뭘 하든 신경 쓰지 마세요. 주가는 그날그날의 세력들 움직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거니까요.”

“그럼 걔들이 누를 때 내가 담아도 되겠네요.”

“사장님은 하지마세요. 잘못하면 회사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고 형사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하하, 알고 있습니다. 그냥 해본 소리입니다.”

구건호는 박종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법인등기 다 했냐?”

“했어. 내가 조금 전에 형한테 지에이치 정밀의 법인 등기부등본하고 사업자 등록증 팩스로 보냈어. 확인해 봐.”

“그런 일 직접 해보니까 어떻든?”

“내가 지금 좋은 경험해. 아, 회사는 이렇게 설립하는구나 하는 걸 알았어. 내가 모빌에서 공장장만 했으면 이런 경험 못해보았을 거야.”

“너, 내일부터 디욘 코리아가 정식으로 주식시장에서 매매가 되는 건 알지?”

“알지. 내가 디욘 코리아의 주식 담당자에게 회사 퇴직했으니 유가증권 대체 희망한다고 했지. 그리고 온라인 거래하려고 증권회사 프로그램도 다운 받아놨어. 공인인증서도 설치하고 복잡하던데?”

“다했냐?”

“다 했어. 계좌 확인해보니까 내 주식 32,000주가 들어와 있던데? 1만원짜리 주식 16,000주 샀는데 형 말대로 5천원으로 나누어졌다고 해서 32,000주가 들어와 있어.”

“흠, 그래?”

“이걸 내일부터 팔수 있다는 거지?”

“팔수 있어. 그런데 네가 안 해본 거라 서툴지도 모르니 내일 아침에 계좌 설치한 증권사에 찾아가라. 아침 8시 30분 이전에 꼭 가야한다. 장이 시작되기 전에 매도 주문 걸어야 하니까.”

“8시 30분? 아예 8시까지 가지.”

“가서 증권사 직원에게 음료수 한통 사주고 디욘 코리아 32,000주 가지고 있는데 장이 시작되기 전에 전부 매도주문 낸다고 해라.”

“흠,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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