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25화 (425/501)

# 425

지에이치 정밀 (1)

(425)

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가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 공장으로 출근을 했다.

지에이치 모빌의 현재 종업원은 700명이나 된다. 하지만 어수선하거나 그런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었고 군기가 바짝 든 것은 송사장의 신상필벌이 엄격했기 때문이었다.

생산1부장이 현장을 돌아다니다가 구건호를 보고 인사를 하였다.

“별일 없지요?”

“예, 별일 없습니다. 박이사님은 사무실에 계십니다.”

구건호가 박이사실에 들어갔다. 박이사는 다이어리에 뭔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뭐해?”

“어, 형 왔어?”

“사표 냈다며?”

“냈어. 퇴직처리 됐어. 퇴직하고 나니까 현장에 돌아다니기도 쑥스러워서 여기에만 있어.”

“흠, 그래?”

“송사장은 창업할 때까지 여기 사무실에 그대로 있으라고 하지만 직원들 눈치가 보여서 안 되겠어.”

“눈치 보일게 뭐 있나?”

“내가 사표쓴 건 잘된 일인지도 몰라. 생산1부장이 부장 3년차인데 내가 이사로 있으니까 속으론 아마 승진 못하지 않나 걱정을 했을 거야. 내가 상무로 승진하면 되는데 상무가 될 연한도 안 되고 또 총무이사, 품질담당이사, 경리이사가 50세인데 내가 이사보다 높은 상무가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돼.”

“그런 건 괜찮아.”

“물론 형의 배경이 있어서 시켜주면 하겠지만 아무래도 뒷소리는 나오게 되어있어. 지금 생각하니까 사표는 잘 썼어. 사표 쓴 것까지는 좋은데 내가 앉아있을 때가 마땅치 않네.”

“그래서 여기에만 앉아있는 거니?”

“응.”

“그럼 임대공장이나 있나 슬슬 알아봐라.”

“한군데 알아보긴 했는데 지금 돈도 없고.... 아직 우리사주를 판 것도 아니잖아? 좋은 임대 물건이 나와도 당장 계약금이 있어야 하는데.”

“돈은 내가 빌려주마. 나중에 우리사주 팔면 갚으면 되잖아?”

“돈을 빌려준다고? 돈이 많이들 텐데.”

“얼마든지 빌려주마. 나 역시 이것이 투자니까.”

구건호가 생산이사실 소파에 앉으며 다리를 꼬고 말했다.

“임대공장 알아보았다는 곳은 어디냐?”

“백석농공단지에 알아봤어.”

“농공단지 같은 공업단지는 인프라가 되어있어 환경은 괜찮겠다.”

“좋아. 여러 공장들이 모여 있는 곳이고 도로도 포장이 다되어있고 단지 안에 폐수 종말처리장도 있어. 전기 용량도 괜찮아.”

“몇 평인데?”

“거긴 단지로 되어있어 큰 공장들도 많아. 내가 빌리려고 하는 곳은 1100평이야. 건물은 이층으로 되어있고 연건평 560평이라고 했어. 백석농공단지는 시내와 가까워 임대료가 비싸. 그게 마음에 걸리긴 해.”

“얼마인데?”

“보증금 5천만원에 월세 500만원이래.”

“흠, 그래?

“너무 쎄지?”

“마음에 들면 계약해라. 그 공장 잡혀먹은 것이 있나 토지 등기부등본도 떼어보고.”

“알겠어.”

“그런데 보증금하고 미국 웨스트 몰딩에서 들어온 트윈 스크류하고 국내에서 구입하는 기계장비를 구입하려면 얼마나 들어갈 것 같냐?”

“글쎄... 기계 한 세트 만드는데 여러 가지 부품이 들어가니까 대당 5천은 들어갈 거야. 기계하나가 아니고 세트니까 여러 가지 기계가 따라붙잖아. 그럼 5대 만든다고 해도 2억 5천만원이 들어갈 거야. 창업하면 공장 보증금 5천만원하고 3억은 들어갈 것 같은데? 자본금은 3억으로 해야 될 것 같아.”

“공장 벌리면 이것저것 들어가는 것 많아. 그 정도라면 자본금은 5억으로 하자. 그러면 넌 얼마 투자할 수 있냐?”

“글쎄, 난 지금 돈이 없는데. 주식도 팔아봐야 아는 것이고. 5천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것도 주식을 팔아야 돼.”

“5천이면 10%를 투자하겠다는 거냐?”

“그럼 5%만 할까? 듣자하니 중국에 가있는 민혁이 형이나 재식이 형이 다 지분율이 5%라며?”

“걔들하고 너하고 틀리다. 너는 네 기술을 투자하는 것이 있으니 지분율은 좀 올려야겠다. 20% 어떠냐?”

“20%?”

“그래 20%다. 네가 지에이치 정밀에서 사장월급 받고 일년 후 결산해서 이익금 나오면 네가 20% 가져가는 거지.”

“정말?”

“내가 언제 거짓말 했냐?”

“나야 그럼 좋지.”

“그런데 지에이치 정밀의 사장 월급은 회사가 작으니 송사장 급여와 맞출 수는 없다. 지금 네가 지에이이치 모빌에서 받는 이사 월급으로 지에이치 정밀 사장 월급을 정하겠다.”

“그래도 좋지. 변동이 없으니까.”

얼굴에 걱정이 잔뜩 끼어있던 박종석의 얼굴이 환하게 퍼졌다.

“내가 사무실 올라가면 바로 네 통장에 5억을 넣어주마. 네 통장번호나 카톡으로 보내라.”

“5억을? 그 많은 돈을 당장?”

“그건 있어. 그리고 백석농공단지 공장 얻으면 이후 법인설립하고 사업자 등록 내는 것은 네가 직접 해봐라. 모르는 것 있으면 법무사나 세무사한테 물어보고 해라. 이게 다 돈 주고 배울수 없는 것들이다.”

“알았어.”

“사장 월급은 정해 주었으니 이후 네가 직원들 채용하고 급여 책정하는 것은 네가 알아서 결정해. 지금 지에이치 모빌이나 디욘 코리아의 직원채용이나 급여 책정은 내가 일체 간여를 안 하고 있어.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임원 인사뿐이야.”

“흠, 그 이야기는 들었어.”

“지에이치 정밀 만들어서 사장노릇 제대로 해봐라. 사장 노릇도 쉬운 게 아니다. 어쩌면 네가 기계 만지는 일보다 훨씬 복잡하고 더 어려울 수가 있어.”

“그건 그럴 것 같아.”

“이제부터 사장학(社長學)을 제대로 배워보는 거다.”

“고마워 형.”

“그럼 나는 사장실로 올라간다. 통장번호는 바로 보내라. 바로 나도 5억을 보내줄 테니.”

“그럼 오늘 공장 계약해도 돼?”

“이후 모든 것은 네가 알아서 해. 주식비율은 내가 80%, 네가 20%라는 것만 잊지 않으면 돼.”

구건호는 2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비서 박희정이 녹차를 가져왔다.

“송사장님 오시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송사장이 결재서류를 가지고 왔다.

“임원 인사발령입니다. 임원 인사이기 때문에 사장님이 결재를 해주셔야 합니다.”

“박종석이사 퇴직처리입니까?”

“그렇습니다.”

구건호가 결재서류에 싸인을 하며 물었다.

“박이사 4대 보험 상실신고 했는가요?”

“아직 안했습니다. 사장님 결재 받고 집행하려고 합니다.”

“오늘 중으로 상실신고 하라고 하세요. 그래야 우리사주라도 팔아서 창업자금에 보탤 겁니다.”

“알겠습니다.”

“박이사를 방금 만났는데 백석농공단지에 공장 나온 것이 있어서 임대하겠다고 했습니다.”

“농공단지는 인프라가 되어있어서 일하긴 좋을 겁니다. 하지만 거긴 시내와 가까운 단지라 임대료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

“1,100평짜리 공장이 보증금 5천에 월세 500이라고 했습니다.”

“그 정도는 들어갈 겁니다.”

“박이사가 빠지니까 앞으로 현장에 송사장님이 더 자주 내려 가봐야 하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박이사가 주재하던 현장 생산 간부회의를 제가 하기로 했습니다.”

“향후 생산이사를 영입하던가, 아니면 내부에서 승진을 시키든가, 그건 송사장님이 알아서 하세요.”

“내부 승진을 검토하겠습니다. 지금 생산 쪽에 부장, 차장들이 많아 외부인사 오면 마찰도 있고 시끄럽습니다. 생산부 부차장들이 나름대로 일들을 잘 하고 있으니까 내부승진으로 하겠습니다. 지금이 9월이니까 12월말 정기인사에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웨스트 몰딩에서 트윈 스크류 10대 주문한건 들어왔는가요?”

“세관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영업의 서차장이 수입통관 조치를 할 겁니다.”

“지에이치 정밀이 설립되면 그 10대는 정밀에 양도하세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그냥 양도하지 말고 10% 이윤 붙여 양도하세요.”

“그대로 양도 하겠습니다. 창업하는 사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윤 붙이면 되겠습니까? 그런데 지에이치 정밀 자본금은 얼마로 하셨습니까?”

“5억으로 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할겁니다.”

“이제 박이사한테 돗자리 깔아 줬으니까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알아서 하겠지요.”

“하하, 잘 할 겁니다. 그 친구.”

송사장이 나가자 구건호는 경리담당 김민화 이사를 불렀다.

“찾으셨습니까?”

“금년도는 오늘까지 회사의 현금 유보금이 얼마지요?”

“95억입니다.”

“어때요? 연말까지 12월 30일 마감하면 법인세 내고 당기순이익이 100억 되겠어요?”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흠... 그리고 내 개인통장으로 5억만 넣어주세요. 임원가수금으로 빼주세요.”

“사장님 급여통장으로 보내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경리이사가 결재 판 속에 있던 지출결의서 빈 용지를 꺼내 구건호 앞에 내밀었다. 구건호가 지출 결의서에 5억을 쓰고 적요 란에 임원가수금으로 기재했다. 그리고 이름 옆에 서명을 해주었다.

구건호가 써준 지출 결의서를 확인한 경리이사가 말했다.

“지금 바로 제자리에 가서 송금해드리겠습니다.”

경리이사가 나가고 난후 카톡이 왔다. 박이사가 보낸 자기 계좌번호였다. 구건호는 경리이사가 송금해준 돈 5억원을 박종석이사에게 보내주었다.

구건호가 아산에 있는 디욘코리아로 넘어갔다.

사장실에 올라가자 비서 이선혜가 대추차를 가지고 왔다. 이선혜는 옅은 화장을 했다.

“이선혜씨는 요즘 점점 예뻐지네? 연애를 하는 모양이지?”

비서 이선혜의 얼굴이 빨개졌다. 이선혜는 자기 얼굴처럼 빨간 대추를 갈아서 만든 대추차를 가지고 왔다.

“이선혜씨는 가서 경리부 조명숙 차장 좀 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조명숙 차장이 구건호가 있는 사장실로 왔다.

“이제 이 회사가 상장 등록이 결정이 되면 주식매매가 이루어집니다. 공시 담당자 교육은 잘 받았지요?”

“여의도의 협회에 가서 잘 받았습니다.”

“의무공시가 몇 가지나 되는지도 잘 알지요?”

“54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의무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자율공시도 있습니다.”

“공시는 안하거나 지연시키게 되면 패널티가 있습니다. 어떤 건 형사문제가 되는 것도 있습니다. 공시의무는 제때 잘 하도록 하세요. 공시할 땐 꼭 상임감사님 허락받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우선은 상장 등록이 되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뜨지 않은 금년도 반기결산자료를 올려놓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9월니까 나중에 3/4분기 결산자료가 나오면 실적보고도 올려줘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조차장이 일이 많아지니 전표 같은 업무는 차차 밑에 있는 직원들에게 넘겨줘요.”

“알겠습니다.”

“우리사주는 담당자가 따로 있지요?”

“있습니다.”

“지금 중국과 인도는 현지생산을 하니까 수출이 주춤하지요?”

“인도는 그대로 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주춤합니다.”

“인도와 중국의 생산 공장들은 이제 독립 현지법인들이기 때문에 12월말 결산자료가 올라오면 연결 재무제표도 작성해야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혹시 이에 따른 실무 교육이 필요하다면 감사님께 신청하세요. 그리고 실무적인 것은 수시로 우리가 거래하는 안창 회계법인에게 문의하세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여기는 경리부서가 지에이치 모빌보다도 복잡할 수 있습니다. 조차장이 잘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조차장이 잘 하시면 지금 경리부는 부장이나 이사가 없어 승진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 감당이 안 되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면 경리부장이나 이사를 외부영입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게 잘 하세요.”

“알겠습니다.”

“교육 같은 건 얼마든지 회사에서 지원해 줄게요. 그렇지 않아도 상임감사님이 조차장이 일을 잘 한다고 해서 나도 조차장에게 거는 기대가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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