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4
IPO 투자 설명회 (2)
(424)
구건호는 상임감사가 뽑아준 투자설명회 자료를 들고 퇴근을 하였다.
구건호가 자료를 들고 방안에서 연습을 하였다.
“에, 안녕하십니까? 저는 주식회사 디욘 코리아의 대표이사 구건호입니다. 저희 회사는 세계적 케미컬 회사인 미국의 라이먼델 디욘사와......”
김영은이 문을 열고 들어와 구경을 하였다. 구건호가 쑥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발표회가 있어서 그래, IPO투자 설명회라고 투자자들 앞에서 설명회를 해.”
“어디서 하는데?”
“63빌딩 그랜드 볼륨에서 해.”
“호호, 애쓰네.”
“감기는 다 나았어?”
“나았어.”
“당신이 기운차리니 좋다. 상민이 때문에 걱정했는데.”
“내가 걱정인거야? 상민이가 걱정인거야?”
“둘 다.”
구건호는 김영은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오빠 이런 거 연습하는 것 보면 부자가 아니고 그냥 대기업 사원 같아.”
“그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도 당신이 그랬던 것 같아.”
구건호는 연습을 하다가 그냥 잠이 들었다.
김영은이 들어와 보니 구건호는 쓰러져 있고 파워포인트로 만든 IPO자료만 방안에 흩어져 있었다.
김영은이 자료를 주워 챙겨 안쪽에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구건호의 뺨에 입을 맞추고 불을 끄고 나갔다.
구건호는 다음날도 신사동 빌딩에 출근해 IPO자료들을 보았다.
지에이치 모빌의 송사장의 전화가 왔다.
“접니다. 송사장입니다.”
“예, 무슨 일 있습니까?”
“박종석 이사가 사표를 냈습니다. 기계제작 회사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글쎄요. 저한테도 그 소리를 한번 했던 것 같은데 결국 사표를 냈군요.”
“사표를 반려하고 설득을 했는데 잘 안되네요. 부차장들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 다루기도 민망하고 사장님께 자꾸 폐를 끼치는 것 같아 그렇답니다.”
“기계는 만지는 건 자신이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네요.”
“지금 박이사가 없으면 공장을 꾸려 나가기가 힘든데 그러네요.”
“박이사 말로는 지에이치 모빌의 근처에서 공장을 하겠답니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옆에서 있으니까 아무 때고 회사에서 부르면 달려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혼자 나가서 독립을 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들 텐데 그만한 자금 동원이 가능한가 모르겠습니다.”
“박이사가 먹고는 살아도 큰돈은 없습니다. 나보고 투자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상호도 지에이치 정밀이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흠, 그렇다면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잘된 일로 보십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저와 연구소장은 50대 중반이고 여기 총무이사나 경리이사, 그리고 이번에 새로 이사가 된 품질담당 이사는 모두 50세 전후들입니다. 10년이면 모두 떠나갈 사람들입니다. 그럼 다음세대에 지에이치 모빌을 끌어갈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야, 새로 공모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스카웃이나 헤드헌팅도 할 수 있지만 공장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도 한사람은 필요합니다. 박이사는 여기에 있으면 회사가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배우기 힘듭니다. 작게라도 사장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나가면 회사는 다시 들어오기 힘들잖습니까?”
“아닙니다. 지에이치 정밀이라는 상호를 붙이면 지에이치 산하의 계열사가 되어 가능합니다. 박이사 말대로 사장님이 투자에 도움을 주고 지에이치 정밀로 운영을 하십시오.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떻게요?”
“나중에 지에이치 모빌과 지에이치 정밀을 합병하면 됩니다. 합병해서 전무나 부사장 정도로 들어 왔다가 사장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물론 박이사가 나가서 열심히 배워서 그만한 자질이 있다고 사장님이 판단된다면 말입니다.
“흠, 합병이라....”
“나가서 작은 공장이라도 하게 되면 재무나 세무, 총무, 품질, 영업 등을 짧은 시간 내에 익히는 계기가 됩니다. 요즘 야간대학에 다니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는 의지는 있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거칠기는 해도 기본 심성이 단순하고 순박합니다. 나중에 사장님을 배신할 친구는 절대 아닙니다. 아마도 지에이치 그룹에 훌륭한 오른팔이 될 겁니다.”
“흠, 그래요. 알겠습니다. 일단 사표는 수리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송사장의 전화를 끊고 혼자 생각해 보았다.
[그렇지. 합병이란 절차를 통하면 나중에 지에이치 모빌로 아무 때나 복귀는 시킬 수 있을 것 같네.]
구건호는 인터넷을 보았다.
이진우 장관의 보궐 선거전은 다시 시소게임이 되어가고 있었다. 약간은 이진우 장관이 앞서가고 있지만 안심을 할 입장은 아니었다.
[이진우 장관이 똥줄이 타겠는데? 나한테 전화하고 싶어도 중순경이나 두 번째 계획을 터트린다고 했으니 전화도 못하고 끙끙 앓겠네. 그러기에 평상시 지역에 내려가서 봉사도 하고 그러지 그걸 소홀히 했어.]
신문에서는 이진우 장관이 보궐선거에 당선이 되어 원내 진출이 가능하다면 민주 공명당에서 당권주자로 앞설 가능성이 많다고 하였다.
투자 설명회가 있는 날이었다.
상임감사는 설명회 자료를 작성한 조명숙 차장과 성일기 과장을 데리고 여의도로 먼저 출발을 하였다. 회의장 점검을 위해서였다. 주간사 증권사에서 협력을 해주지만 회사 자체적으로도 점검을 하는 것이 좋았다. 구건호 역시 설명회 시작 전 미리 도착하여 마이크도 점검하고 파워포인트도 점검해 보았다. 애덤 캐슬러도 와서 벙긋거리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구건호는 설명회장이 넓어 사람이 꽉 차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왔다. 기관투자가나 투자자문사, 증권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경제신문 기자도 왔다.
구건호는 차분한 심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디욘코리아의 대표이사 구건호입니다.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멀리서 성일기 과장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디욘코리아는 복합 PP컴파운드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회사로 자동차용 제품과 전자제품 생산 소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제품도 생산하고 있으며....”
참석자들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고 구건호가 말하는 것을 간간히 메모하는 정도였다. 별다른 질문도 없었다.
특히 기업의 재무 현황을 설명할 때 구건호는 암기가 다 되었는지 자료나 화면을 보지 않고 설명을 매끄럽게 했다.
“회사 설립은 3년도 안되었지만 매년 영업 신장률이 30%가 넘으며 세계적 브랜드를 가진 미국의 라이먼델 디욘사와 아시아 전역에 대한 생산권과 판매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채 없이 영업이익만 가지고 이미 인도의 첸나이와 중국의 강소성 쑤저우에 독자 생산 공장을 설립하였습니다.”
“아시아 지역은 현재 유럽이나 남미나 북미보다도 시장이 큽니다. 인도나 중국은 지역이 넓어 몇 개의 공장을 더 세워야합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중동지역도 공장을 세워야 합니다. 이런 곳에 공장을 세우려면 아무래도 많은 자금이 소요됩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에 저희들이 상장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구건호는 설명을 마치고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으나 별다른 질문은 없었다. 경쟁사가 있느냐는 질문과 합자의 비율 등만을 질문하고 끝났다. 구건호가 설명회장 출입구 쪽을 바라보니 나중에 늦게 참석하러 온 사람들이 있었는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구건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간사 증권사 지점장이 구건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내가 실수는 안했나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아주 차분히 잘 하셨습니다. 재무 현황 설명 때는 자료도 안보고 하는걸 보고 역시 구사장님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모가 잘 될 것 같지요?”
“오늘 기관투자자들의 관심과 유통주식수가 많지 않아 상장하고 나면 초장부터 주가가 강세일 가능성이 많겠습니다. 하하.”
“그래요?”
구건호는 아산에서 올라온 직원들을 데리고 63빌딩의 한식당 루프가든에서 점심을 사주었다. 맥주도 두병 시켰다.
“그동안 자료 만드느라 수고들 했어요. 자 맥주 한잔씩 해요.”
“사장님이 설명하시느라 더 고생하신 것 같습니다.”
경리부 조명숙차장이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저는 사장님이 평상시 말씀이 없으셔서 잘 몰랐는데 재무현황 설명할 때는 자료도 보지 않고 말씀하시는 것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옆에서 상임감사도 웃으면서 말했다.
“사장님 앞에서 숫자 거짓말 하면 단번에 탄로가 나네.”
직원들은 일이 끝났다는 홀가분 때문에 즐겁게 식사를 했다.
구건호도 홀가분 마음에서 즐겁게 식사를 하며 말했다.
“이제 디욘코리아는 상장이 되니까 여러분들은 상장업체에 다닌다는 긍지를 가져도 되겠습니다.”
한쪽 구성에 있던 성일기 과장이 말했다.
“사장님, 우리사주도 많이 오르겠지요? 저는 200만원어치 다 샀거든요.”
상임감사가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우리사주는 일년 후에 팔수가 있으니까 1년만 묵혀두면 돌덩어리가 황금이 될 걸세. 심성이 고약스런 경영자들은 우리사주도 거의 공모가 언저리에서 나누어주는 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사장님은 액면가에 그대로 하지 않았나? 두고 보게 1년 후에 우리사주 팔 때는 디욘 코리아 직원들 떼 부자가 되었다고 신문에 대서특필이 될 걸세.”
성일기 과장이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구건호는 직원들을 아산으로 돌려보내고 신사동 빌딩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은 데다가 맥주까지 한잔을 마셔서 그런지 졸음이 왔다. 10분 정도 눈을 부치고 나니까 개운했다. 구건호는 책상 위에 있는 생수를 마셨다.
[수요 예측에서 얼마에 공모가가 결정될까? 주간사 증권사 지점장은 디욘 코리아의 실사를 바탕으로 희망 공모가를 25,000원으로 한다고 했어. 그냥 계산한 것이 아니고 디욘 코리아의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와 사업성 가치를 평가한 금액이 25,000원이라고 했어. 공모가 결정에서는 여기에 플러스 마이너스가 있겠지.]
[그런데 오늘 증권사 지점장은 유통주식이 많지 않아서 상장 초기부터 강세라고 했단 말이야. 그러면 초장부터 올라간다는 이야기인데 박종석 이사는 시초가에 던지면 안 되겠네?]
구건호는 강남증권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IPO투자 설명회가 있기까지 지점장님이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휴, 뭘요. 저희들은 서류접수 대행한 것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늘 투자 설명회가 잘 끝나 다행입니다.”
“뭐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아까 여의도 설명회장에서 디욘 코리아가 상장초기부터 강세가 예상된다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동호회 애들이 들어와 장난하면 순식간에 꼴아 박을 수는 있지요. 오늘 보니까 제가 아는 동호회장도 오늘 설명회장에 나왔던데요?”
“동호회요?”
“주식 동호회가 꽤 많습니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회원을 통해 작업하는 놈들이 있습니다.”
구건호 역시 과거에 주식을 해 보아서 동호회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다. 구건호는 동호회 세력이 주식시장의 암적 존재이기는 해도 또 이들이 없으면 주식시장을 버라이어티하게 끌고 갈수도 없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강남지점장이 아는 동호회장이 있다? 나중에 꽤나 재미가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