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23화 (423/501)

# 423

IPO 투자 설명회 (1)

(423)

한주가 지나갔다. 구건호에게 강남증권 지점장이 전화를 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디욘 코리아의 유가증권 신고서가 수리되었답니다. IPO 기업설명회 일자는 9월 10일이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비상장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하기 위하여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기업 설명회를 갖는 것을 말한다.

“장소는 강남보다는 여의도가 좋겠죠? 아무래도 여의도 쪽이 증권이나 금융관계 종사자들이 많으니까요.”

“그렇게 하지요.”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륨이 어떻겠습니까?”

“63빌딩? 상관없습니다.”

“그럼 설명회 자료는 준비하시고 발표는 대표이사가 직접 하셔야 합니다.”

“질의응답도 있는가요?”

“있습니다.”

“구주매출이 없으니까 주식은 상장되면 구사장님 주식은 향후 6개월간은 못 팝니다. 보호예수기간은 6개월입니다. 주식이 올랐다고 대주주가 막 팔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흠, 팔지 않습니다.”

“선의의 투자자를 위해 주식 하락을 막기 위해 우리사주도 1년간은 못 파는 것도 아시죠?”

“옛?”

구건호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기의 불찰이었다.

[박종석 이사에게 상장 첫날 팔라고 했는데 어떡하지?]

구건호는 지점장에게 물었다.

“1년이 안되었어도 우리사주를 팔 수 있는 특별조항이 있습니까?”

“회사를 퇴사하면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니까 팔수 있지요.”

“흠.”

“질병이나 천재지변 같은 부득이한 경우도 팔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소명자료가 있어야합니다.”

“흠,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나서 긴 장고에 들어갔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머리만 아프네. 사우나나 가자. 주중이라 사람도 없을 거다.”

구건호는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안에 있는 사우나에 가서 몸을 담갔다. 그리고 탕 속에 몸을 담근 채 머리만 내놓고 눈을 감았다.

[박종석, 이 녀석을 어떻게 하지? 오랫동안 친동생처럼 나를 따라다녔던 놈인데.]

한참을 생각하다가 구건호는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입을 앙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구건호는 직산으로 출근을 했다. 구건호는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 공장을 들리면 의례히 현장부터 들렸었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그로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구건호는 송사장에게 간단한 회사 현황을 보고 받고 사장실에서 혼자 있다가 박종석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이사? 나다.”

“어? 형! 오늘은 직산 공장에 오는 날 아니야? 현장 안 들렸네.”

“응, 오늘은 사장실로 바로 올라왔어. 오늘 점심이나 조용히 같이 할까?”

“둘이만?”

“그래. 다른 사람에게는 이야기하지 말고 나와라. 할 이야기도 있다.”

“무슨 이야기인데?”

“만나서 이야기 하자.”

“어디로 갈까?”

“단국대 앞 저수지 주변의 카페 촌으로 와. 돈까스나 먹자.”

“알았어.”

저수지가 보이는 경양식집 창문 앞에 구건호와 박종석이 마주 앉았다.

“형, 웬일이야? 여기서 만나고.”

“이야기나 좀 하려고.”

“그런데 이집 좋은데? 호수도 보이고 조용하네. 와이프하고 한번 와야겠어.”

구건호가 돈가스를 먹으며 말했다.

“회사에서 너 씹는 놈은 없냐?”

“없어. 처음엔 시비 거는 놈들이 많았지만 내가 나이든 사람들한테는 깍듯이 하니까 표면적으론 없어. 속으론 어쩐지 모르겠지만.”

“너, 독립해서 사장하고 싶은 생각 없냐?”

“사장? 아이고, 난 그런 능력 없어.”

“아냐, 넌 능력이 넘쳐흘러.”

“송사장 하는 것 보니까 난 못하겠어. 사장은 기술만 아는 게 아니라 모든 걸 알아야 하잖아?”

“송사장도 젊었을 때 쫄따구 시절엔 만날 상사한테 깨졌다고 하더라.”

“그래도 난 못해. 그리고 뭘 할 건데?”

“지금 미국 웨스트 몰딩에서 트윈 스크류 가지고 만드는 디욘 코리아 기계 있지? 그걸 독립시키려고 한다.”

“디욘 코리아 기계장비 만드는 걸?”

“그래.”

박종석은 할 말을 잊고 구건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웨스트 몰딩에서 들어오는 스크류 가격이 2천만원이다. 이걸 국내에서 산 여러 가지 부품과 결합하여 디욘 코리아에 1억 5천에 판다.”

“1억 5천? 그렇게나 많이 받았나?”

“너보고 월급쟁이 사장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동업을 하자는 이야기다.”

“동업?”

“그래, 동업니다. 월급만 타가는 것이 아니고 이윤을 나누어 갖자는 거다.”

“흠....”

박종석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디욘 코리아 기계 만드는 일은 내게 어려운 일은 아니야. 처음에 그 일만 한다면 단순하니까 거기선 사장을 할 수 있겠지.

“그럼 됐다.”

“하지만 공장을 독립해도 처음엔 시설 투자도 해야 하고 돈도 들어가야 하는데 동업이라면 나도 투자해야 되잖아? 공장을 동업할 돈이 나에겐 없어.”

“이번에 주식 팔면 돈이 나온다.”

“그것 가지고 되겠어? 공장은 돈이 한 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네가 투자할 만큼만 하고 나머지는 내가 모두 내지. 얼마가 들어가든 내가 내지.”

“그럼 내가 1억 투자하고 형이 9억 투자하면 이익금도 그렇게 되겠네.”

“물론이지. 너는 사장 급여 그대로 받고 또 연말에 결산하면 투자 비율에 따라 나누어 먹는 거지. 10억을 벌었다면 1억을 투자한 너한테 1억이 돌아가겠지.”

“흠.”

“해봐라. 사장도 해 봐야 여러 가지가 눈에 보일수가 있어. 경리사원 하나두고 조그맣게 시작하면 차츰 여러 가지를 배우게 돼.”

“흠.”

박종석은 말없이 돈까스만 먹었다. 한참 후에 박이사가 다시 이야기 했다.

“언제까지 답을 줘야 돼?”

“내일이라도 줘야 한다. 네가 사표를 써야 주식을 팔수가 있어. 원래 우리사주는 1년 안엔 팔수가 없어.”

“그래? 그럼 형이 나의 독립을 생각하고 주식을 팔라는 거였었군.”

“그런 것도 있었지. 그런데 말이야, 종석아! 독립을 해도 처음엔 돈 많이 안 들어간다. 공장은 임대하면 돼. 기계 만질 줄 아는 사람 몇 사람하고 경리직원 채용해서 시작하면 돼.”

“흠.”

“상호는 지에이치 정밀로 하던지 네가 마음에 드는 걸로 하면 되겠지.”

“지에이치 정밀? 좋은데? 상호가 마음에 들어. 형이 이 사업을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것 같아.”

“오래는 아니야. 처음엔 디욘 코리아 것 납품하다가 차츰 일반기계도 만들면 돼. 모빌은 물론 우리가 거래하는 S기업이나 이지노팩, 만동전장 같은데서 쓰는 기계도 우리가 만들면 돼.”

“흠.”

“경매로 넘어가는 공장들 보면 기계는 헐값으로 처분하는 데가 많아. 이걸 가져다 수리해서 팔면 이익이 쏠쏠할 거야.”

“흠.”

박종석은 밥을 다 먹고 나서 입가를 휴지로 닦으며 말했다.

“그런데 내가 그만두겠다면 회사엔 뭐라고 하지?”

“적당히 둘러대야지.”

“부차장이 나보다 나이도 많고 부담이 되어 그만둔다고 할까?”

“그래도 되지만 지에이치 정밀을 세운다고 해라. 네가 아이디어를 내고 모자라는 돈은 나에게 요청했다고 해라.”

“흠, 그게 좋겠네. 주식을 팔아야 한다니 그럼 내일까지 답을 주도록 할게.”

“알았다.”

구건호가 아산의 디욘코리아로 넘어 왔다.

오래간만에 현장을 들렸다.

공무팀 안차장이 일을 하다말고 달려왔다. 안차장이 구건호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어머님 상이 끝나고 인사하러 갔더니 안 계셔서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인사는 무슨! 상 치르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사장님 이하 회사의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종석 이사도 만났는데 장지인 김천까지 가지 못해 미안했다고 합니다. 모빌의 주부사원 상이 있어서 거길 갔었다고 하는군요.”

“박이사는 이틀이나 밤을 세워주고 갔습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김천은 제가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 그랬군요. 그리고 중국에 나가있는 공무팀 반장은 실수 없이 일 잘하지요?”

“웬만한 건 만질 줄 압니다. 또 마침 중국 소주시에는 모빌의 전임 공장장님이 촉탁으로 계셔서 자문도 해주어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 참. 김민혁 사장이 있는 데는 촉탁 공장장이 계시지. 알겠습니다. 안차장님이 지금 바쁘신 것 같으니 그럼 일 보십시오.”

“감사합니다.”

생산동 안으로 들어갔더니 유희열 부장이 휴대용 경도측정기로 생산된 제품의 경도를 측정하고 있었다.

“수고하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중국과 인도 출장 후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중국과 인도에 나가있는 사람들은 잘 하겠지요?”

“잘 할 겁니다. 작업 매뉴얼도 주고 몇 번 실습도 시켜보았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제품의 80%는 파견자들도 할 수 있습니다.

“흠, 그래요?”

“지금 저희 연구실 직원은 두 사람이 빠져서 즉각 두 사람을 보충했습니다. 전무님 말씀은 앞으로 다른 지역에 생산 공장이 더 설립될 수 있으니 연구실 직원들을 많이 양성하라고 해서 두 세명 더 충원을 받을까 합니다.”

“흠, 좋은 생각입니다.”

“인도나 중국 나간 친구들한테 일 하다가 어려운 점이 있으면 전화로 연락하라고 했는데 아무 연락이 없는걸 보니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흠, 다행이네요.”

구건호가 2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상임감사가 들어왔다.

“IPO투자설명회는 날짜가 잡혔네요.”

“예, 연락 받았습니다.”

“63빌딩에서 한다니까 그날 가야겠네요.”

“투자 설명회 밮표 자료 한부 뽑아주세요. 가져가서 집에서 연습도 좀해야겠네요. 제가 워낙 말 주변이 없어서....”

“회사 현황하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면 될 겁니다.”

“흠.”

“그래서 이번에 수정 자료엔 연구소 사진이나 제품이 대형 압출기에서 나오는 장면하고 인도와 중국의 공장 사진들도 집어넣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사진을 넣으면서 우리가 받은 각종 인증서도 넣지 그랬습니까?”

“다 넣었습니다. 환경인증 받은 것 하고 벤처 지정받으면서 기술평가기관에서 받은 기술 평가서도 첨부시켰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사장님은 이제 큰돈 버셨습니다.”

“기업 가치나 올라가지 내 호주머니에 돈이 당장 들어오는 건 아니잖습니까?”

“기업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역시 돈 버는 게 아니겠습니까? 주식시장에서 끌어들인 돈으로 해외 공장 수를 늘이면 자연적으로 매출도 늘고 이익도 많아지잖습니까?”

“그건 그러지만 여기의 이익도 모두 모빌로 흘러가서 모빌서 배당을 받아야겠지요.”

“모빌도 올해 굉장하던데요? 매출이 장난이 아닙니다.”

“S기업과 H그룹 매출이 늘어서 그렇지요.”

“모빌은 최근 2년간 배당을 안 하셨는데 금년은 하실 겁니까?”

“검토 중에 있습니다. 아, 그리고 우리사주 말입니다. 상장 개시후 1년 이내에는 주식을 못 판다고 하네요.”

“그렇습니다.”

“퇴직자가 나오거나 집안에 부득이한 사람이 나온다면 유가증권 대체를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나와야 한 두 명 일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나온다면 조치는 해 주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금년에 모빌도 이익이 발생하니까 배당을 하시죠? 미국 쪽에서도 이번엔 배당 받기를 원할 겁니다.”

“그런 방향으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기업 설명회 자료는 바로 뽑아서 올려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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