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22화 (422/501)

# 422

디욘 차이나 (1)

(422)

금요일이 되었다. 보궐 선거전은 이제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진우 장관은 상대 아나운서 출신 후보와 다시 격차가 좁혀지고 있었다.

“여론조사 48:52네. 이진우 장관 진영에서 불안하겠는데?”

아나운서 출신 후보는 ‘강남에 사는 여자들은 다들 미인인데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못 생긴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는 강남에 산다.’ 라고 말했던 사실로 표를 많이 깎아 먹었지만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의 팬클럽은 막강했다.

“오빠, 힘내요. 우리가 있어요.”

확실히 후보는 미남이어야 하는 모양이었다. 팬클럽 여자 회원들은 자기 서방이 있어도 극성이었다. 또 일각에서는 젊었을 때 보편적 이야기를 가지고 일꾼을 뽑는데 굳이 옛날 일을 끄집어내는 것은 심한 처사다. 라고 하는 동정론도 슬슬 기어 나왔다.

또 돈이 많은 이진우 후보는 지역구를 위하여 무슨 일을 했나 라고 하는 비판론이 제기되어 표의 간격을 좁히고 있었다.

구건호가 강남 신사동에 있는 지에이치 빌딩의 자기 사무실에서 신문을 보는데 이진우 장관의 전화를 받았다. 평상시는 도도하고 특권의식이 있어서 아무한테나 함부로 전화도 안 하는 사람인데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었다.

“총무요? 나, 이진우요.”

“아, 예.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좀, 도와주셔야겠소.”

“제가 하는 일은 좀 아꼈다가 이달 중순쯤 터트리겠습니다.”

“지금 하면 안 될까?”

“첫 번째처럼 됩니다. 지금하면 막판에 또 회복합니다.”

“그럴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하고 있는 대로 하시면 틀림없이 이길 것입니다.”

구건호는 강민호에게 전화를 하였다.

“내가 부탁했던 일은 지금 하는 게 좋은가? 조금 더 있다 하는 게 좋은가?”

“당연히 조금 더 있다가 해야 돼. 중순쯤이 좋아.”

“흠, 실은 나도 그 생각이긴 해.”

“현재 상황으로 보아서는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너만 믿을게.”

구건호는 강민호와 바른 사회 공동체의 간사들에게 돈을 보내줄까 하다가 말았다.

“중순경쯤 걔들이 작업할 때나 보내주지.”

구건호는 이런 마음을 갖고 다시 경제신문을 보고 있는데 이번엔 김민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구사장? 나네. 김민혁이야.”

“오, 김사장. 오래간만이다.”

“자주 연락을 못해 미안하다.”

“괜찮아. 일상적인 것 자주 연락해서 뭐해? 연말에 실적이나 말해주면 되지.”

“그래도 여기 대주주는 구사장인데 중간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는 말해줘야지.”

“잘 돌아가겠지. 쑤저우에 누가 나가 있는가? 경영의 귀재 김민혁 사장이 나가있는 데가 아닌가?”

“하하, 경영의 귀재? 경영의 귀재는 무슨. 지난번 디욘 차이나 공장 설립시 디욘 코리아 김전무 왔을 때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졌던 사람인데.”

“뭐라고 하면서 바짓가랑이를 잡았었어?”

“중국 온 김에 영업 좀 해 달라고 했지.”

“그래서 많이 도와주었나?”

“딱 5군데 다니고 3군데 오더를 받아주데.”

“실력은 좋은 모양이네.”

“영업을 슬슬 겁줘가면서 하던데?”

“겁을 줘?”

“기존에 납품받는 제품을 보고 형편없다는 식으로 몰아가던데? 이런 제품 쓰면 처음엔 괜찮은데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데 기술용어를 섞어 쓰면서 말하니까 상대가 그럴듯하게 듣더라고.”

“그래?”

“한국 같으면 난리가 난다는 둥, 한국 본사 부사장이 나하고 친한데 그 양반 알면 펄펄 뛸 거라는 둥 뭐, 이런 식이야.”

“어쨌든 오더를 더 받았다니 축하한다.”

“딩딩이 잡아준 업체도 두어군데 돼.”

“너는 거기서 완전히 부창부수 하는 것 같다. 그래 지금 월 얼마나 매출 올리나?”

“지난달에 한국 돈으로 10억 정도 했어.”

“10억? 많이 했다. 넌 거기간지 3년 되니까 이제 중국말도 잘하고 자리 완전히 잡았겠다. 배도 좀 나왔겠는데?”

“나도 지금 아랫배가 나와서 탈이야. 중국의 기름진 음식 먹어서 그런 모양이야.”

“거기 종업원이 100명이라고 그랬나?”

“100명 선에서 왔다 갔다 해. 한국 같으면 이 정도 매출이면 40명이나 50명 종업원 가지고 충분 하겠지. 중국이니까 100명을 쓰는 거야. 내가 대우를 잘해주고 갑질을 안하니까 직원들이 한번 들어오면 잘 안 나갈라고 그래.”

“이직률 적은 게 좋은 거야. 그게 네가 경영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야.”

“생각 같아서는 연간 300억 정도 매출 올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날이 오겠지.”

“디욘 차이나는 어떠냐?”

“기계 4대에서 요즘 생산이 제법 되고 있어. 디욘 본사에서 판매하는 1차 원재료는 미국에서 직접 가져와.”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좋아. 한국 거쳐 가면 아무래도 돈이 더 들어. 아직 거기서 생산되어 나온 제품 판매는 이루어진 게 없지?”

“아니야. 중국의 몇몇 대형 기업에서 디욘이란 브랜드를 보고 샘플 제품을 가져간 데는 많아.”

“흠, 그래?”

“아마 매출 집계가 나오면 정식으로 보고하게 될 거야. 현재는 한국에서 가져오던 것을 대체하는 수준 정도야.”

“흠, 그래? 잘 알겠다.”

“지난주에는 딩딩이 여기 공업원구에 있는 여성 총경리 친목단체 회원으로 가입을 했어. 거기서 친하게 된 여자 사장들이 몇몇 생긴 모양이야. 거기 여성 사장들이 딩딩을 도와주겠다고 한 사람들이 있어.”

“흠, 그래? 그거 잘됐네.”

“거기에 대기업 여성 사장도 있는데 딩딩이 영어가 유창하니까 자주 부르기도 하고 직접 그 사장이 디욘 차이나 공장도 방문했었다고 하던데?”

“그래? 그러다 보면 뭔가 한건 건지겠지. 그런데 가서 잘 놀라고 말 해줘.”

“그런데 딩딩이 요즘 임신 7개월 중이라 활동을 많이 줄이려고 하고는 있어.”

“아, 참. 임신 중이라고 했지? 네가 잘해 줘야겠다.”

“장인 장모가 자주 오시니까 괜찮아.”

“상해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시광여몽>은 이곳에서 잘 보았다. 네가 투자했었다는 드라마 말이야. 한국배우 쟝리얼도 <시광여몽>으로 꽤 유명해졌는데 요즘은 안 나오는 모양이던데?”

“쟝리얼? 아, 리아 말이지? 걔는 요즘 안 나와. 인기기가 올라가니까 캐런티를 올려달라고 해서 제작사들이 부담을 가져 재계약을 안 했어.”

“연예인들은 조금 인기가 올랐다고 하면 그게 지랄이야.”

“혹시 영화 <몽환앵화>를 제작한다는 보도 같은 건 없었니?“

“본 것 같아. 거기 구사장이 투자했든 소리 듣고 관심 있게 보았어. 그런데 거기 나오는 배우는 한국 배우가 아니고 일본배우 같던데?”

“일본사람 맞아.”

“신문하고 인터넷에서 본 것 같아. 진짜 일본 게이샤가 나온다고 해서 여기서 관심이 많다는 소리는 있어.”

“흠, 그래?”

“일본 배우는 제작 발표회 때 TV에 나온걸 보니까 아주 예쁘게 생겼던데? 정말 일본 스타일로 생겼든 것 같아.”

구건호는 김민혁이 모리 에이꼬를 칭찬하는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거기도 내가 투자 좀 많이 했어. 총 제작비의 50%를 투자했어.”

“얼마나 투자했는데?”

“내가 드라마에는 20억 투자하려다가 드라마가 시청률이 올라가는 바람에 10억만 했지. 그리고 영화에는 50억 투자했어.”

“50억? 그러면 문재식이 있는 터미널 투자에 30억 들어갔다고 하니까 모두 중국에 90억이 투자된 셈이네.”

“내가 귀주성 안당시에 아파트도 5채 사놓았으니까 모두 합치면 100억이 넘어.”

“100억? 역시 구사장은 재벌이야. 대단해. 난 구사장을 볼 때마다 옛날의 그 구사장이 맞는가 하고 의심이 들어.”

“또 쓸데없는 소리 한다. 나 전화 끊는다.”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다리를 꼬며 생각에 잠겼다.

[김민혁의 회사는 큰 욕심내지 않고 이대로만 간다면 규모는 작더라도 착실히 성장하겠네. 역시 지에이 모빌의 자회사로 하지 않길 잘 했어. 모빌의 자회사로 하면 보고해야 할 것도 많고 간섭도 많을 텐데 그런 게 없으니 얼마나 좋아.]

[연말 매출이 120억 정도 한다면 작년 수준 이상은 배당 받아 가겠지. 김민혁은 이윤을 많이 내야 본인이 많이 받아가니까 기를 쓰고 알아서 원가절감 노력을 하겠지. 어찌 보면 5% 주식을 준 것은 잘한 일인지도 몰라.]

[딩딩이 맡고 있는 디욘 차이나가 김민혁의 회사와 상호 보완관계가 있으니까 그것도 잘한 일이야.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구건호는 오늘따라 차 맛이 좋은 것 같았다. 비서 오연수를 불렀다.

“중국 용정차 맛이 좋네. 오연수씨가 끓이는 솜씨가 좋아서 그런가? 한잔만 더 줘요.”

구건호는 오연수가 가져온 용정차를 천천히 음미했다.

귀주성 안당시의 문재식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구사장? 문재식이네. 희소식이 하나 있어.”

“뭔데?”

“오늘 방지산(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는데 화계화원 30평짜리 아파트가 지금 한국 돈으로 2억이 넘어간다고 하네? 살 사람은 많은데 물량이 없는 모양이야.”

“흠, 그래?”

“우리가 살 때 1억 6천에 샀으니까 지금 한 채당 4천만 원을 번 셈이 되네. 5채 샀으니까 2억을 번 셈이야. 불과 몇 달 사이에 2억 벌었으면 잘 번 것 아니야?”

“물량이 잠겼으면 거긴 더 올라간다.”

“그런데 여긴 한번 들어오면 잘 안 나갈라고 해. 더군다나 여기에 집을 산 사람들은 구사장처럼 여러 채를 사서 임대한 사람들이 많아. 우리 옆집도 임대인데 홍콩 부자가 여기에 10채를 사 놓고 임대업을 한다는군. 그 사람들이 집을 내놓겠어?”

“그럼 매물이 잠기니까 올라간다.”

“화계화원은 서울의 강남처럼 수요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나 같은 비전문가가 보아도 올라갈 것 같아.”

“거긴 보유세 올린다는 이야기 같은 것 없지?”

“없어. 여긴 부동산 올랐다는 기사 같은 것 잘 안 나와. 그냥 한국의 90년대 같아.”

“흠, 그래? 떠들썩하지 않고 그렇게 조용하게 올라가는 게 좋지.”

“아, 그리고 우리 터미널 짓는 건설회사 사장이 구사장을 한번 보고 싶다고 하던데?”

“왜? 터미널 공사비용 때문에? 그건 중방의 합자를 한 객운 공사하고 이야기할 성질이지 건설회사 사장하고는 상관이 없어.”

“아니, 터미널 공사비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골프나 한번 치고 싶다고 그러네.”

“골프?”

“여기 귀양시에 72홀짜리 골프장이 있는데 같이 칠 사람이 없다고 했어. 구사장이 동사회에 참석하러 오면 한번 같이 라운딩하고 싶다고 하던데?”

“허허, 72홀? 엄청 큰 골프장인 모양이네. 중국 사람들도 골프를 많이 치는 모양이지? 귀주성의 골프장이라면 정말 외진 곳일 텐데.”

“그래서 이번에 터미널 공사비용 때문에 동사회가 연기되었다고 하니까 좀 실망하던 눈치던데?”

“그래? 그 사람하고야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으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치던지 말던지 하면 되겠지.”

“일단은 내가 그 건설회사 사장을 만나면 기회가 되면 한번 치러오겠다고만 말할게.”

“그래, 알았다.”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터미널 공사를 한다는 건설 회사를 생각해 보았다.

[터미널을 지을 정도의 회사라면 작은 회사는 아니고 지역에서는 꽤나 발이 넓은 사장은 틀림이 없겠군.]

[그런데 왜 나보고 골프를 치자고 할까? 틀림없이 나에게 접근해서 투자를 해달라는 소리를 하겠지. 얼굴도 모르는 나한테 운동 한번 하자는 것은 할 이야기가 있다는 소리 아니겠어?]

[하지만 이번엔 중국에 투자를 안 한다. 현재 중국에 돈이 너무 흘러 들어갔어. 금년도엔 누가 뭐라고 해도 더 이상 투자를 안 한다. 앞으로는 여기서 번걸 재투자하면 몰라도 한국의 있는 돈을 쌩으로 가져오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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