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21화 (421/501)

# 421

유가증권 대체 (2)

(421)

목요일이 되었다. 구건호가 직산으로 출근하는 날이었다.

“찬호야, 더위가 가고 나니까 좋지?”

“예, 운전할 때 시야도 더 좋아진 것 같아요.”

구건호는 공장에 도착하여 2공장을 들려볼까 하다가 총무이사가 계약했다는 창고를 가보았다. 창고 앞 마당에는 주차차량들로 가득했다. 팻말이 하나 서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외부차량 주차 금지-(주)지에이치 모빌]

구건호는 팻말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흉물스럽게 서 있는 창고는 문짝도 떨어져 나가고 안에는 건축 폐자재 같은 것이 쌓여 있어 지저분했다.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자전거 열쇠로 막아놓은 상태였다.

“창고로 쓰기에는 틀렸네.”

구건호는 웅장한 현대식 건물의 대형교회도 다시 쳐다보았다.

“경매로 나온다니 건물이 아깝네.”

구건호가 2공장을 거쳐 1공장 생산1부를 들렸다. 박종석 이사가 현장에서 외부 손님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박이사가 구건호를 발견하고 구건호 쪽으로 오자 구건호는 일을 보라고 손짓을 해주었다. 그리고 생산2부 조립라인 쪽으로 가 보았다. 생산2부장이 구건호에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저기 박이사와 같이 있는 사람은 누구요?”

“시청 환경과에서 나왔습니다. 소음이나 오폐수관리 점검하는 것 같습니다.”

“흠, 그래요?”

구건호가 작업라인을 돌면서 같이 따라다니는 생산 2부장에게 물었다.

“찬바람 부니까 A전자에 들어가는 도아 어셈블리가 좀 나가죠?”

“예, 물량 많이 늘었습니다. 최근에 외주 물량을 많이 준 편이라 우리는 여기서 조립만 합니다. 핵심 부품만 생산합니다.”

“핵심부품은 생산1부에서 만들어진 것이 이쪽으로 오는가요?”

“그렇습니다.”

구건호가 생산2부장과 이야기 하고 있는데 박이사가 왔다. 박이사가 오자 생산2부장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손님은 갔니?”

“갔어.”

“시청에서 왔나?”

“환경과에서 나왔어.”

“왜 온 거야?”

“환경감사 나왔어. 잘 나오지 않는데 나왔네. 짜식들 오면 꼭 사장이나 공장장만 찾아.”

“지적사항은 없냐?”

“생산2동 건물 뒤편에 있는 우수라인(雨水Line) 그물망에 완전히 덮개를 하라고 하네.”

“비올 때 물이 그쪽으로 빠져야 되는데 거기 막아버리면 어떡해?”

“폐수가 흘러들어갈지 모른다는 거지.”

“어디, 가보자.”

구건호와 박종석이사가 생산 2동 뒤편으로 돌아갔다.

“야, 여기 공간이 있어 좋다. 여기다 야외용 의자와 테이블 갖다놓고 삼겹살 구워먹어도 되겠다.”

“그렇지 않아도 의자 갖다 놓으니까 사원들이 쉬는 시간에 여기 와서 잡담도 하고 그랬어.”

“지금은 의자를 치운 모양이구나.”

“사원들이 여기서 담배를 피우니까 송사장이 와서 의자 모두 치우라고해서 없앴어.”

“하긴, 공장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되겠지.”

“형, 여기야. 시청에서 막으라는 데가.”

“우리가 폐수가 나오는 회사가 아닌데 이걸 막으라고 하는구나.”

“아마 생산1부를 보고 그러는 모양이야. 생산1부에서는 폐수가 좀 나오긴 하잖아.”

“이쪽은 조립만 하는데 그러네. 꽤나 유난을 떠네. 막아줘라. 그거 안하면 나중에 또 시정명령 내려올라.”

“알았어. 공무팀 애들 시켜서 막아놓을게.”

“공무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미국 웨스트 몰딩에서 트윈 스크류 추가 주문한건 어떻게 됐니?”

“10대 주문해 놓았어. 곧 들어올 거야.”

“흠, 그래?”

“지금 디욘코리아 기계 제작한 건 모두 8대 만들어 주었지?”

“8대 맞아.”

“기계장치 세트로 대당 1억 5천만원 받기로 했으니까 8대면 12억이구나. 돈 다 받았는가 모르겠다.”

“그건 내가 취급 안 해. 경리에다 물어봐야 될 거야.”

“그러고 말이다. 종석아, 여기 지금 아무도 없으니까 말하는데 이건 너와 나만 아는 것으로 하자.”

“무슨 말인데?”

“너 우리사주 사놓은 게 16,000주라고 했지?”

“맞아. 1만 원짜리 주식 무려 1억 6천만 원어치나 사서 16,000주야. 아파트 담보 잡혀서 주식 샀다고 하니까 우리 엄마 펄쩍 뛰던데? 나보고 미쳤데.”

“하하, 그래?”

“주식하다가 패가망신한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고 당장 팔라고 난리야.”

“내말 잘 들어라. 이제 곧 디욘 코리아가 코스닥 상장되면 일반인들도 주식거래를 할 수가 있다. 상장 첫날 네 주식 몽땅 팔아라.”

“몽땅 팔라고?”

“상장 첫날 오전 9시에 장이 시작되니까 9시에 몽땅 던져라.“

“나, 그런 것 잘 모르는데.”

“그럼 증권사 직원에게 팔아달라고 미리 말해줘라.”

“증권사에?”

“시간 있을 때 가까운 증권사에 가서 계좌 하나 만들어라. 은행에 가도 증권계좌는 만들 수 있어. 그리고 디욘 코리아의 우리사주 조합에 유가증권 대체를 해달라고 요구해.”

“유가증권?”

“아마 디욘 코리아의 우리사주 조합에서 안내공문이 올 거다. 유가증권 대체 신청을 할 사람은 신청하라고 할 거야. 그러면 신청해.”

“우리사주 조합이 디욘 코리아 어디에 있지?”

“경리부 안에 있으니 물어봐. 거기 담당자가 있을 거야.”

“그래?”

“그럼 우리사주 조합 담당자가 네가 새로 만든 증권계좌에 네 주식을 이체시켜 줄 거야. 그럼 거래를 할 수 있어.”

“그럼 내 계좌에 16,000주가 몽땅 들어온다는 건가?”

“아니야. 지금 네가 산 주식은 1만원짜리 16,000주지만 주식이 상장되면서 1주당 금액이 5,000원으로 변경되어서 32,000주가 돼.”

“흠, 그런가? 그럼 얼마에 파나?”

“그건 나도 몰라. 수요와 공급에 따라 5,000원짜리 주식이 1만원도 될 수 있고 4,000원도 될수 있어. 만약에 1만원이 되었다면 너는 32,000주를 갖고 있으니 3억2천이 되는 거야.”

“헉! 3억2천?”

박종석 이사는 3억2천이란 소리를 듣고 눈알을 뱅글뱅글 돌렸다.

“그건 예를 들어 이야기 한 것이고 주식은 얼마가 될지 몰라. 그날 가봐야 알아.”

“그런데 왜 첫날 주식시장이 열리자 말자 팔라는 거야?”

“지금 우리사주를 받은 사람들이 모두 몇 명이냐? 디욘 코리아 직원하고 모빌직원들 대부분이 샀으니 500명은 샀겠지? 물론 몇 사람 포기해서 네가 그럴 주워모으기는 했지만 말이야.”

“그렇겠지. 500명은 못 되더라도 다 합치면 450명 이상은 샀겠지.”

“그럼, 주식이 조금 올랐다면 그 450명이 주식을 서로 팔라고 하겠어? 안하겠어?”

“팔라고 하겠지.”

“주식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고 했지? 450명이 동시에 팔라고 아우성대면 주식 값이 올라가겠어? 안 올라가겠어?”

“내려가겠지. 아, 그거구나.”

“그러니 장이 열리자마자 팔라는 거야. 전산으로 파는 것이기 때문에 네가 손놀림이 서툴 수가 있으니 자신 없으면 아예 계좌를 튼 증권사 직원에게 부탁해서 팔아달라고 하라는 거야. 그것도 남보다 빨리 먼저 아침 주식시장이 열리면 팔아 치우라는 거야.”

“형, 잠깐 내 방에 갈래?”

“왜?”

“지금 형이 말한 것 잠깐 정리해서 메모를 하려고 해.”

“그게 뭐 어렵다고 정리하고 메모를 하냐?”

“아냐, 난 주식체질이 아니야. 지금은 이해할듯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까봐 그래.”

“그래, 네 방에 가자.”

구건호와 박종석이 생산이사 사무실로 왔다.

“형, 커피 한잔 뽑아올까?”

“됐다. 방문이나 닫아라.”

구건호가 의자에 앉자. 박종석이 메모지를 들고 와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증권계좌 개설이라고 했지?”

“그래.”

”그 다음에 디욘 코리아의 우리사주 조합에 뭘 신청하라고 했지?“

“유가증권 대체 신청이다.”

“아, 참. 유가증권 대체 신청이라고 했지? 그리고 상장 첫날 아침 일찍 팔아라!”

“맞다. 그런데 이거 절말 너하고 나하고만 알아야지 다른데 가서 입을 벌리면 안 된다.”

“알았어. 근데 이러면 정말 벌긴 버는 거야?”

“조금 벌 거다. 하지만 말이야, 주식은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어. 네가 상장 첫날 팔고나서 일시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주식은 또 오를 수가 있어.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건 신만이 알아. 그래서 주식의 등락을 아는 건 사실 신의 영역이라고 했어.”

“흠.”

“주식은 타이밍의 예술이야. 타이밍을 못 맞추면 잘못하면 큰 손해를 봐. 그러니 너는 이번에 우리사주만 팔고나면 주식 근처에는 얼쩡거리지 않는 게 좋아.”

“나도 그럴 생각이야. 공장에서 기계 만지는 일은 자신 있는데 유가증권이니, 대체니, 하는 말이 나오면 무슨 말을 하는지 헷갈려. 골치 아파.”

“그리고 너, 전남 강진 상가집은 잘 다녀왔지?”

“응, 갔다 왔어. 그 주부사원이 소속된 라인의 반장, 과장, 부장하고 같이 갔다 왔어.”

“잘했다.”

“굉장히 좋아하던데?”

“그러겠지. 그 먼데까지 갔다 왔으니.”

“상가집 갔다가 강진에 있는 마량이라는데 들려서 회도 먹고 왔어.”

“잘 했다.”

“사실 내가 디욘 코리아 안차장 어머니 장지까지 가봐줘야 하는데 못 갔어. 대신 여기서 날밤 새워주었으니 고마워는 하데. 안차장도 미안한지 자기 어머니 장지인 김천까지는 오지 말라고 했어.”

“네가 여기저기 다니느라 고생이 많다.”

“송사장이 판공비 20만원 올려주던데? 그 짠돌이가 어떻게 해서 그런 마음이 들었나몰라.”

“그 사람이 짠돌이야?”

“복사용지 그대로 버리면 되게 지랄하더라고. 이면지 활용하라고 해서 직원들도 머리 아파해.”

“하하, 그래?”

구건호는 2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비서 박희정이 녹차를 가져왔다.

“녹차는 여기 놓고 커피도 한잔 가져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경리 김민화 이사 좀 오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경리이사가 올라왔다.

“찾으셨습니까?”

“디욘 코리아에 기계 제작해서 납품한 돈은 다 받았나요?”

“받았습니다. 대당 1억 5천만원씩 12억 받았습니다. 부가세 별도입니다.”

“거긴 B2B결재 안하지요?”

“안합니다. 현금결재입니다.”

“미국 웨스트 몰딩사에 트윈 스크류 발주했나요?”

“했습니다. 10대 들여오기로 했고 수입가격은 2억입니다. FOB(본선 인도가격)가격으로 들어옵니다.”

“우리 수입가격은 일체 외부에 새 나가면 안 됩니다. 특히 디욘 코리아가 알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디욘 코리아로 넘어왔다.

상임감사가 서류를 들고 구건호 방으로 들어왔다.

“유가증권 신고서는 다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옆에 들고 들어온 건 뭡니까?”

“투자설명회 때 사장님이 가져가실 사업계획서입니다.”

“다 됐습니까?”

“다 됐습니다. 사장님께서 보시고 혹시 고쳐야할 데가 있으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흠. 파워포인트로 했군요.”

구건호가 사업계획서를 읽어보았다.

“사업개요, 환경분석, 특히 시장동향도 자세히 했군요. 좋습니다. 마케팅 전략도 이정도면 됐고 재무현황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라 됐습니다. 향후 추정손익은 조금 늘려 잡아보세요. 추정손익은 어디까지나 추정이니까요.”

“알겠습니다.”

“됐습니다. 이 정도면. 나중에 모자라는 부분은 내가 구두 설명하면 되니까 그대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유기증권 신고서 수리기간은 얼마라고 합니까?”

“주간사 증권사에서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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