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0
유가증권 대체 (1)
(420)
수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목요일에 직산과 아산을 내려가기 때문에 이날도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했다.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가 가져온 커피를 마시고 경제신문을 보고 있는데 중국의 문재식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야, 문재식.”
“그래, 문사장 수고한다.”
“지금 터미널 건물은 3층 다 올라가고 4층을 곧 공사할 예정이야. 슬슬 웅장한 모습이 나오는데.”
“그래?”
“벌써 여기 터미널에 들어오려고 하는 시외버스 회사들이 늘어나 매표수수료가 제법 돼.”
“합자사에서 건설경비 나가는 건 없지?”
“운수 부분하고 건설 부분을 따로 해. 건설소조(팀) 인건비가 운수 쪽에서 나가긴 해도 건설은 건설 계정에서 나가.”
“노선패는 그대로인가?”
“지난번에 2대 나와서 현재 9대야. 운행 홍보가 되니까 승차율은 많아졌어. 터미널 매표 수수료 빼고 운송수입만 9대 운행해서 하루 5, 6만 위안 정도 매출은 올려.”
“그럼 한 달이면 얼마냐? 150만 위안에서 180만 위안 정도 된다는 이야기네?”
“그렇지. 우리나라 돈으로 월 3억이 조금 못돼.”
“KFC수입 밖에 안 되네.”
“KFC는 재료비가 많이 나가지만 여긴 재료비는 얼마 안 돼. 재료비는 기름 값하고 부품 소모품과 차량 감가상각비뿐이야. 단 KFC보다는 사람을 많이 쓰니까 인건비는 많이 나가.”
“그리고 어제도 중방의 동사장 옌룬셩이 와서 이야기 하는데 이번 년도 하반기 동사회는 돈 안 가져오면 열릴 이유도 없다면서 안한다고 하네.”
“합자사로 토지 명의 변경해주면 지금이라도 돈 보낸다고 해.”
“알았어. 말은 그렇게 하고 있어.”
“우린 계속 그것만 떠들면 돼.”
“이번에 중추절을 앞두고 귀양시 까지 운행하는 고속버스 선로패가 2대 나왔는데 우리 안주고 몽땅 객운 공사로 넘어갔어.”
“나쁜 놈들!”
“GH식품 유한공사는 지난 8월 달에 90만 위안 매출을 올렸어.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1억 5천정도 돼.”
“흠, 열심히들 했네.“
“참, 지에이치 모빌의 송사장이 여기 중국산 츄리닝 가격을 알아보라고 전화가 왔었어.”
“츄리닝? 왜?”
“종업원들 추석선물에 식품 외에 건강 챙기라고 츄리닝을 별도로 나누어 줄 생각인 모양이야.”
“흠.”
“사진을 보내왔는데 한국서 파는 것도 중국산이더라고. 2만원 하는 것이 한국선 4만원 하는 모양이야. 그래서 이걸 나보고 구해보라고 했어.”
“그래?”
“당장 구했지. 2만원에 600장 주문 했으니까 1,200만원 어치야.”
“야, 그거 200장만 더 주문해서 디욘 코리아로 보내라. 디욘 코리아 종업원들한테도 나눠줘야겠다.”
“그럼 디욘 코리아 로고를 넣어야 하나? 종업원들이 운동복에 회사 로고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데도 있어.”
“그럼 넣지 마라.”
“알았어. 200장 디욘 코리아로 보내지. 여기서 물건 보내면 거기 천안 세관에서 수입신고하고 물품 찾으면 될 거야. 판매하는 건 GH식품 유한공사 명의로 하니깐 거래도 깔끔해.”
“야, 그거 지에이치 개발로도 100장 보내줘라.”
“지에이치 개발로? 치에이치 개발에 종업원이 20명 내외일 텐데 100장이나 가져다가 뭐 하려고 그래?”
“지에이치 미디어와 로지스틱스 기사들에게도 나눠줘야겠다.”
“그래? 그래도 남겠는데? 아무튼 알았어. 거기도 100장 보낼게. 거긴 서울 세관에서 찾아야 할 거야.”
“세관에서 연락이 오나?”
“연락 와. 우편으로도 안내하고 어느 땐 관세사 사무실에서 먼저 알고 이런 물건 들어왔는데 우리가 통관 대행해 드릴까요? 하고 연락이 오기도 해. 그러면 자기들이 통관 수속 밟아주고 용달차로 핑 하고 배달도 해줘.“
“하하, 그래? 편리한 세상이네.”
구건호가 디욘코리아의 윤상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추석 때 종업원들 선물 나눠줄 거죠? 품목 정했습니까?”
“아직 안 정했습니다. 그냥 식품세트로 할 예정입니다.”
“그건 그거대로 나눠주시고 추가로 츄리닝도 나눠 주세요. 모빌에서 츄리닝을 별도로 나눠준다고 하니까 디욘코리아도 그렇게 하세요. 츄리닝은 중국의 문재식 사장이 200벌 사서 보낸다고 했습니다.”
“문사장님이요? 그럼 천안 세관으로 들어오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상임감사님 자리에 계시죠?”
“주간사 증권사 간다고 나가셨습니다.”
“흠, 그래요? 알겠습니다.”
오후에 상임감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가증권 신고서는 제출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까 주식은 이미 5천원으로 쪼개져 있습니다. 잠깐만요. 지점장님 바꾸어드리겠습니다.”
“아, 구사장님 접니다.”
“아, 지점장님이요? 수고하십니다.”
“주식의 액면가액을 낮추는 것은 예비심사 청구전의 의무사항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일단 디욘 코리아의 1주당 금액을 1만원에서 5천원으로 쪼갰습니다. 5천원이 상한선입니다.”
“흠, 그래요?”
“쪼개는 것은 100원, 200원, 500원, 1천원, 2500원, 5천원 등입니다. 우선 5천원으로 해 놓고 상장 후에 나중에 액면 분할하시면 됩니다.”
“액면 분할이라....”
“구사장님 주식 해보셔서 잘 알잖습니까? 액면 분할하면 주식이 또 한 번 출렁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중에 액면분할하기 좋게 우량기업들은 처음엔 5천원으로 많이 정합니다.”
“그럼 현재의 2백만주에서 신규 공모할 주식 60만주를 합치면 260만주인데 1주당 금액을 5천원으로 쪼개니까 520만주가 되네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유통주식은 30%라면 156만주밖에 안됩니다. 세력들이 딱 공격하기 좋은 주식입니다.”
“260만주일 때는 내 주식이 90만주, 디욘 본사가 90만주, 우리사주 20만주, 공모주식 60만주였는데 그럼 쪼개지니까 내 주식이 180만주, 디욘 본사가 180만주, 우리 사주 40만주, 공모주식 120만주가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구주 매출 안하시면 그렇게 되겠지요.”
“코스닥 신규 등록 업체가 구주 매출도 많이 합니까?”
“그럼요, 많이 합니다. 지금 구사장님이나 디욘 본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은 다 구주인데 공모가 결정된 후에 10%씩만 팔아 봐요. 얼마나 많은 돈이 회사로 흘러들어옵니까?”
“흠.”
“하지만 디욘코리아는 합자사이기 때문에 서로 경영권 확보 문제가 있어서 함부로 못하겠지요. 구사장님이 10% 구주를 판다면 디욘과 합자의 50:50이 무너질 거 아닙니까?”
“지점장님이 보시기에 디욘코리아 공모가격이 어느 선에서 결정될 것 같습니까?”
“그거야 기관투자가들 앞에서 사업설명회하고 수요예측을 해야 알 수가 있겠지요.”
“그래도 지점장님은 오랜 경험상 감이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5천원 짜리 주식이라 2만5천원은 가지 않겠나 모르겠습니다. ”
“그럼 내 주식은 180만주니까 450억 간다는 이야긴데....”
“제가 확정적인이야기는 아닙니다. 수요예측을 해봐야 압니다.”
“공모하는 주식 60만주, 아니 5천원으로 쪼갰으니 120만주는 다 공모하면 소액주주들이 가져가나요?”
“아닙니다. 기관이 50%이고 일반 투자가가 50%입니다. 우리사주를 미리 나누어주어 일반투자가 몫을 조금 줄여도 되긴 될 것도 같은데....아무튼 감사님이 작성한 신고서나 제출하겠습니다. 그 안에 우리사주 가지신 종업원들 유가증권 대체나 하라고 하세요.”
“유가증권대체요?”
“그건 상임감사님이 우리사주 조합을 관리하고 계시니 감사님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사장님 전화 바꾸었습니다.”
“종업원들 유가증권 대체란 뭔 소리요?“
“아, 그건 종업원들이 산 우리사주를 팔려면 개인별로 증권계좌를 만들고 우리에게 유가증권 대체를 해달라고 신고 해야 된다는 말입니다. 신고하면 우리가 증권사와 협의해서 본인들 증권계좌에 주식을 넣어줍니다. 산 만큼 넣어줍니다. 그러면 상장 후 개인들은 장내 매도가 가능합니다.”
“흠, 그러면 증권계좌 만드는 것도 꽤나 번거롭겠네요.”
“요즘은 증권계좌는 은행에 가서 만들어도 됩니다.”
“흠, 그래요?”
“저는 여기서 일을 보고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소파에 앉아서 뭔가 골똘히 생각을 하였다.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를 불러 커피를 한잔 더 주문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눈을 감았다.
[종업원들은 증권계좌를 만들고 상장 되면 주식이 올랐다고 너도나도 주식을 팔겠지. 종업원들은 큰손도 아니고 세력도 아니고 전업투자가도 아니란 말이야. 월급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란 말이야. 옛날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 상황이겠지.]
[한 놈 두 놈 주식을 던지면 증권가 주변의 세력 놈들이 그럴 받아먹으려고 입을 벌리고 있겠지. 그놈들이 가져가기 전에 내가 훑어? 그런데 나는 회사의 이해관계인이라 디욘 코리아의 주식거래를 못한단 말이야.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한다면 수갑 차기 딱 알맞지.]
[회사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을 한번 시켜봐? 아니야 그러면 내 돈을 빌려줘야 되는데 사고나 나면 어떡해. 그리고 정보라도 새면 내가 잡혀가기 딱 알맞으니 이 문제를 증권사 지점장하고 상의나 해볼까?
구건호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다가 머리가 아파 지하철을 혼자 타고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의 영풍문고에 가서 육아에 관한 책과 영어 회화책 같은 것을 샀다. 김영은이가 보라고 여성 잡지도 몇 권 샀다.
구건호가 퇴근 후 집엘 갔더니 김영은이 침대에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다.
“왜 이래? 어디 아파?”
“응, 오늘은 오빠 먼저 식사해.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
“의사가 병에 걸리면 어떡하나?”
“미안하지만 아기를 오늘 오빠가 데리고 자면 안 돼? 내 감기 기운이 옮길까봐 그래.”
“파트타임 근무한다고 피곤해서 그런 거 아냐?”
“그런 것도 있는데 오늘은 늦게까지 일을 보아서 그런 모양이야.”
“왜, 오전만 근무하고 퇴근한 게 아니야?”
“환자들이 밀려오는데 내가 중간에 나올 수가 있어야지. 원장도 내 눈치만 보는 것 같아서 4시까지 일하고 왔어.”
“그럼 상민이는 도우미 아줌마가 계속 봐주었겠네?”
“상민이는 오늘 신림동 아버님이 오셔서 봐주고 갔어.”
“그래? 아버님한테 미안한데.”
구건호는 아기를 보면서 밥도 먹고 TV를 보기도 했다.
밤에 자다가 아기가 깨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 더구나 시간 맞추어 우유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주어야 했다.
“아이고, 이거 육아가 보통 힘든게 아니네.”
안방에서 김영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유 먹이고 나서 안고 토닥여주세요. 그래야 체하지 않아요.”
구건호는 아기를 안고 토닥여 주어야했다. 결국 구건호는 눈을 붙이긴 했지만 아침에 개운하지가 않았다.
“영은이는 매일 이럴 텐데 고생했겠네....”
구건호는 김영은에게 미안하고 고맙기도 했다. 김영은은 아침에 일어나서 마스크를 쓰고 아기 모유를 먹이고 아침밥을 했다.
“괜찮아? 오늘 웬만하면 쉬지 그래?”
“괜찮아.”
“목소리가 잠겼는데?”
“괜찮아.”
구건호가 보니 김영은이 비실비실한게 영 시원찮아 보였다.
구건호는 김영은에게 빨리 병원을 차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보조 의사를 둔 좀 규모 있는 병원을 차려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