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8
코스닥 예비심사 통과 (2)
(418)
구건호는 현장에서 박종석 이사를 만나고 2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비서 박희정이 갖다 준 차를 마시고 있는데 송사장이 들어왔다.
“오늘은 어디 안 나갔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조금 있다가 나가려든 참입니다. 디욘 코리아의 코스닥 예비심사 통과를 축하드립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도와준 덕입니다.”
“공모가격이나 좋게 결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관 투자가들이 회사 장래를 보고 알아서들 하겠지요.”
“디욘 코리아는 디욘이라는 세계적 브랜드가 있어 좋게 결정될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보셨습니까? 이진우 장관은 상대후보의 악재 출현으로 아주 유리한 입장이 되었습니다.”
“글쎄 말입니다. 저도 인터넷을 보았는데 뜻밖에 그런 일이 있을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이진우 장관이 복이 많은 분 같습니다.”
“복이 많으니까 재벌집 사위도 되고 장관도 하고 그런 것 아닙니까?”
“하하, 그러네요. 지금 표차가 45:55라니 조금은 안심입니다만 선거라는 것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마냥 안심할 순 없겠지요.”
“뭐 그 분 선거진영에서 알아서 하겠지요.”
“그런데 A전자의 주문량이 갑자기 많이 늘었는데 우리도 경기도의 그 양반 지역구에 가서 선거운동이라도 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뭐, 그렇게 까지.....”
“우리 직원들 한 20명만 차출해서 선거운동 지원해 주라고 할까요?”
“기업과 정치는 좀 거리를 두는 게 좋습니다. 쓸데없는 사건에 말려들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하긴 그렇습니다.”
“그리고 디욘 코리아의 안차장 상가 집엔 내가 송사장님 이름으로 조화 하나 보내라고 했습니다.”
“조화는 보냈습니다. 상가 집에 저는 안가고 박이사 편에 부의금만 보낼 예정입니다.”
“그러면 됐습니다.”
“지금 우리 주부사원 한분도 상을 당했는데 너무 멀어서 제가 가기도 어렵습니다. 우리 직원 상가도 안가면서 디욘 코리아 직원 상가에 간다면 뒷말이 나올 것 같아 양쪽 다 안가고 양쪽에 조화와 부의금만 보내는 겁니다.”
“주부사원 상가는 어디입니까?”
“전남 강진이라고 합니다.”
“멀긴 머네요.”
“사장님은 여러 회사 맡으신 분이니까 생산직 주부사원까지 챙기실 필요는 없습니다. 임원들 이상만 챙기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직은 회사가 작으니까 팀장 이상 챙기도록 하죠.”
“주부사원 상가는 내일 오후에 박이사가 해당 부서 부장과 함께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생산직 인원만 500명이 넘어 앞으로 박이사가 관혼상제 때문에 바쁘게 생겼네요.”
“박이사 판공비를 조금 올려주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지난 8월 달은 매출이 150억인데 9월은 A전자 물량 증가로 160억은 넘어갈 것 같습니다.”
“흠, 많이 늘긴 늘었네요. 이달에 추석이 끼었으니까 종업원들 추석 선물도 좀 괜찮은 것으로 나누어 주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매출이 이 상태를 유지해 준다면 연말 특별 보너스도 한번 검토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송사장이 나가고 총무이사가 들어왔다.
“주차장으로 쓸 창고는 임대계약 했습니다.”
“그래요? 잘 됐네요. 이사님이 수고하셨네요. 얼마에 했습니까?”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160만원으로 했습니다. 거기 창고도 우리보고 쓰라고 하는데 창고는 너무 낡아서 현재 제가 열쇠만 갖고 있는 상태입니다.”
“흠, 그래요?”
“창고는 60평 정도 되는데 나중이라도 쓸 용도가 생기면 우리가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당진과 창원에 3공장, 4공장 알아보는 건 아직 못했습니다.”
“아, 그건 천천히 하세요. 급한 건 아니니까 경매 사이트나 잘 보고 내년에 해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총무이사도 나가고 구건호가 차를 마시고 있는데 비서 박희정이 들어왔다.
“웬 손님이 사장님을 찾는데요?”
“나를? 여기서 나를 찾을 사람은 없는데?”
“꼭 구사장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요? 유명한 탤런트 K씨 입니다.”
“유명 탤런트 K씨? 그 사람은 지난번 사극 드라마에 나오든 분 아니요? 그분이 왜 나를 만나? 송사장 안계신가?”
“송사장님은 조금 전에 거래처 가셨어요.”
비서 박희정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벌써 사장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50대의 건장한 미남 한사람이 들어왔다. 그의 몸에서 향수 냄새가 번졌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탤런트 K입니다.”
K씨는 구건호에게 명함을 주었다. 구건호가 명함을 보았다. 명함에는 KBS 탤런트로 되어 있었고 명함의 좌측 상단엔 큼직한 자기 얼굴 사진도 들어있었다.
구건호는 자기 명함을 주지 않고 K씨에게 앉으라고 하였다.
“앉으시죠.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저는 여기 직산이 고향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사장님은 고향이 직산이 아닙니까?”
“저는 인천입니다.”
“아, 그럼 인천서 출퇴근을 하십니까?”
“제가 지금 바쁘니까 용건을 우선 말씀해 주십시오.”
“사실 우리 예술인들은 일반에 알려진 바와 같이 수입이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제가 이번에 고향의 어른들을 위한 잔치를 베푸는데 혼자 이런 일들을 하기가 벅찹니다.”
“흠.”
“그래서 지에이치 모빌의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점심 식사 후 건강식품 강좌를 한 15분간만 하려고 합니다. 15분만 시간 할애해 주시면 회사로서는 아무 부담이 없습니다.”
“그런 문제는 우리 총무이사와 협의해 주십시오.”
구건호는 전화로 총무이사를 불렀다.
“아니, 사장님, 이 문제는 총무이사님보다는 사장님과 직접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아닙니다. 이런 문제는 우리 총무이사가 담당합니다.”
“그러면 사장님께서 총무이사에게 지시를 해주십시오.”
“지시보다는....”
이때 총무이사가 들어왔다.
“이사님, 이분이 무슨 강좌를 하고 싶다는데 말씀한번 들어보세요.”
총무이사는 상황을 금방 파악한 것 같았다.
“이리 나오세요, 저랑 이야기 하시죠.”
“아니, 전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아산에 있는 회사를 가야합니다. 어? 이런 시간이 늦어버렸네. 이사님이 이분 이야기를 잘 들어보시고 결정하세요. 전 나가봐야 합니다.”
구건호가 옷을 챙겨서 사장실을 나갔다.
“아니, 저 사장님!”
탤런트 K씨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구건호는 부리나케 현장에 나가 엄찬호를 찾았다. 경비실에 있던 엄찬호가 뛰어왔다.
“디욘 코리아로 가자!”
“식사 여기서 안하고 가세요?”
“그냥 가야겠다.”
운전을 하고 가던 엄찬호가 물었다.
“아까 KBS탤런트 K씨가 온 것 같은데 보셨어요?”
“봤어.”
“왜 온 거예요? 그 분이?”
“모르겠다. 총무이사 만나러 온 모양이다.”
구건호는 벤트리 승용차 뒤에 몸을 기대었다.
[탤런트가 연기나 잘하지 무슨 건강강좌를 해? 거 참.]
구건호와 엄찬호는 디욘 코리아로 가던 중 설렁탕집에서 식사를 했다.
“찬호야, 난 이 설렁탕을 먹을 때마다 박이사 엄마가 생각난다.”
“왜요?”
“박이사 엄마가 설렁탕집을 했거든.”
“아, 그랬어요?”
“학교 다닐 때 내가 박이사 집에 가서 설렁탕도 많이 얻어먹곤 했는데 그땐 가난해서 환상의 맛이었지.”
“헤헤, 그랬겠네요.”
“박이사 엄마가 호랑이 아줌마였는데 지금은 많이 늙었더라.”
엄마 이야기가 나오자 엄찬호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구건호는 화재를 돌렸다.
“디욘 코리아에 좀 있다가 오후 3시쯤 단국대병원에 갈 거다. 디욘 코리아 안차장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거기 장례식장에 가야돼.”
“안차장 어머니가 돌아가셨군요. 알겠습니다. 안차장은.... 아 참 이런 이야기 하지 말아야지.”
“뭔데?”
엄찬호는 얼른 입을 가렸다.
“제가 여기 처음 사장님 모시러 올 때 태영이 형한테 교육 받은 것이 있어요. 회사 종업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사장님한테 일러바치는 게 아니라고 했어요.”
“말 꺼내놓고 그러니까 더 궁금하다.”
“헤헤, 말 안할게요.”
“해봐! 임마!”
“그럼 저한테 들었다는 이야기 하지 마세요.”
“안할게.”
“안차장이 주부사원 한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안차장이? 안차장은 결혼한 사람 아니냐? 그 주부사원도 결혼 했을 테고.”
“주부사원은 이혼했데요. 생산1부 3반에 있는 주부사원에요. 얼굴이 예쁘장하게 생긴 아줌마에요. 그래서 박이사님하고 싸웠어요.”
“박이사하고 싸워?”
“박이사님은 야꾸샤 출신 티가 나요. 사장님한테는 그런 것이 없지만 박이사님은 가끔 그런 게 보여요. 말하는 것도 그렇고요. 태영이 형도 박이사가 야꾸샤 출신이란 걸 잘 알고 있더라고요.”
“그거야 옛날이야기지.”
“사장님은 모르시겠지만 디욘 코리아에 미국서 기계 막 들어올 때 둘이 크게 싸웠어요.”
“박이사와 안차장이?”
“네, 안차장도 특전사 출신이라 팔뚝 보세요. 우리들 두 배는 되잖아요.”
“그런 것 같더군.”
“박이사님이 안차장 부인을 잘 아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박이사가 형수님 봐서 그런 짓하면 되냐고 했다가 안차장이 네가 이사면 이사지 남 사생활도 간섭 하냐고 하다가 싸웠어요.”
“그랬나?‘
“안차장도 흥분해서 이런 회사 안다닌다고 하면서 싸우다가 서로 흥분해 연장을 들었어요.”
“저런!”
“공장 뒤에 있는 물탱크 옆에서 싸우는데 박이사님 정말 붕붕 나르데요. 싸움 진짜 잘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회사 소속만 아니면 너 같은 놈은 쑤셔버린다고 하면서 웃통을 벗는데 문신이 저보다도 많더라고요. 킥킥.”
“이놈들이 정말 안 되겠구나!”
“사장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작년에 있던 일이니까 그냥 모른 척 하세요. 지금은 둘이 아주 친하잖아요.”
“흠, 그래 어떻게 됐냐?”
“사람들이 김전무님 한테 알려서 김전무님이 악을 쓰고 두 사람 다 데리고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더라고요.”
“두 사람 어디 다친 데는 없었냐?”
“까지고 터진 데는 있어도 심한 부상은 없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두 사람 어떻게 그랬게 친해졌냐?”
“그건 모르겠어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둘이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 마시고 어깨동무하고 의형제 맺었다는 소문도 들렸어요.”
“허허, 거참. 그런 일이 있었나?“
구건호가 디욘 코리아로 와서 2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비서 이선혜가 대추차를 가지고 왔다.
“선혜씨, 가서 경리부 조명숙 차장 좀 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조명숙 차장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지금 IR(사업설명회) 자료는 만들고 있지요?”
“예, 거의 다 만들었습니다. 성일기 과장님이 만든 영업계획을 김전무님이 일부 수정하라고 해서 조금 디레이 되었습니다.”
“흠, 그래요? 그리고 현금 30만원만 가지고 와요. 부의금 봉투하고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조명숙 차장이 빳빳한 새 돈 30만원과 부의금 봉투를 들고 왔다.
“우리 회사에서 누가 글씨를 제일 잘 써요?”
“한자 같은 글씨는 감사님이 제일 잘 써요.”
“알았어요. 놓고 나가세요.”
마침 상임감사가 업무 보고 차 들어왔다.
“감사님이 글씨를 제일 잘 쓰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의금 봉투 하나 써주세요.”
“잘 못쓰는데...”
그러면서 상임감사가 글씨를 쓰는데 세로글씨로 정말 잘 썼다.
“안차장 상가 집 가는데 30만원 하겠습니다.”
“그러면 충분합니다. 저희 임원들은 10만원씩 했습니다. 직원들은 5만원으로 통일하라고 총무 박선홍 과장에게 일러두었습니다.”
“흠, 그랬습니까?”
“그리고 금융감독 위원회에 제출하는 유가증권 신고서는 공모 증자를 어느 정도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