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17화 (417/501)

# 417

코스닥 예비심사 통과 (1)

(417)

9월이 되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지고 기온도 많이 내려갔다.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의 사장실에서 경제신문을 보고 있는데 주간사 증권사 지점장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사장님, 됐습니다.”

“뭐가 됐다는 겁니까?”

“코스닥위원회에서 예비심사 승인이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구건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습니까?”

“오늘 코스닥위원회에서 발표한걸 보면 코스닥 등록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10개 기업에 대하여 등록 승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석간신문에 발표될 겁니다. 조금 있으면 인터넷에도 뜰 겁니다.”

“아이고 잘됐네요. 강남증권이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희야, 뭐 한일도 없습니다. 디욘 코리아가 등록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닙니까?”

“이제 우리가 준비할 것이 무엇입니까?”

“금융감독위원회에 유가증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투자설명회는 언제 합니까?”

“유가증권 신고서 수리되고 나서 하시면 됩니다.”

“흠, 그렇습니까?”

“유가증권 신고를 하는 취지는 잘 아시죠? 원래 유가증권 신고는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자금조달을 위하는 게 목적입니다. 우리나라 증권거래법에 나와 있습니다.”

“흠.”

“별다른 내용은 아니고 유가증권 내용과 회사 현황을 적어서 제출하면 됩니다.”

“어디다 제출하는 겁니까?”

“증권관리위원회에 제출합니다.”

“그럼 유가증권은 우리가 현재 자본금이 200억이니까 그렇게 해야 되겠네요.”

“신주 모집을 하게 되니까 증자하는 것으로 신고해야 되겠지요.”

“얼마를 증자하지요?”

“그것은 사장님이 결단 하셔야 합니다. 합자사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론 디욘 본사와도 협의해야겠지요.”

“흠.”

“이 문제는 회사의 임원들과 협의 대상도 아닙니다. 사장님이 결정하셔야 합니다. 결정되면 신고서에 서명해주시면 우리가 제출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지점장의 전화를 끊고 디욘 코리아의 상임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코스닥 예비심사가 통과 되었답니다.”

“헉! 됐군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잘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감사님이 애덤 캐슬러에게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유가증권신고서는 내가 알아서 주간사 증권사에 연락을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희는 IR(투자설명회) 준비를 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증자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머리가 아팠다.

“사우나나 하러가지.”

구건호는 사우나를 하러 양재동에 있는 교육문화회관으로 갈까 하다가 가까운 르메르디앙(리츠칼튼) 호텔로 갔다. 신논현역 옆에 있어서 구건호가 있는 신사동과 멀지도 않았다. 사우나에 몸을 담그고 머리만 내민 채 긴 장고에 들어갔다.

[디욘코리아의 현재 주식은 200억이고 주식 수는 한주 당 1만원이므로 200만주가 된다. 여기에 90억은 지에이치 모빌의 지분이고, 90억은 디욘 본사의 지분이고, 20억은 우리 사주로 되어있지. 그러면 모빌의 지분은 45%가 되는데.... ]

[결국 모빌의 지분이 내 돈인데, 증자를 하면 회사로 많은 돈이 들어오겠지만 내 지분은 더 떨어진다는 이야기인데.....]

[30%만 증자하자. 그러면 신주 공모 주식은 60만주이고 공모금액은 60억이다. 자본금은 260억이 되겠지. 그러면 모빌은 지분이 45%에서 35% 내외로 떨어지겠군. 어쨌든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5배정도 된다면 지분율은 떨어지지만 모빌은 90억 곱하기 5배면 450억이 되네.]

[누가 지에이치 모빌의 지분을 사겠다는 놈이 있으면 450억 받고 손 털고 나와?]

구건호는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탕 안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인지 손, 발이 쭈글쭈글해졌다.

구건호가 사우나에서 나오다가 스마트폰을 보았다. 이진우 장관에게서 두 번이나 전화가 온 기록이 있었다. 구건호는 이진우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전화를 못 받아 죄송합니다.”

“바쁜 일이 많은 모양이지요?”

“헤헤, 그게 아니고 사우나 좀 했습니다.”

“부럽네요. 사우나나 슬슬 다니고. 실은 내가 고맙다는 전화를 하려고 했습니다.”

“무슨 일로요? 아아, 그것.”

“나, 바쁘니까 전화 끊습니다. 그 말만 하려고 전화했었습니다.”

구건호가 얼른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보궐선거 아나운서 후보자 지역주민 비하]

“킥킥, 드디어 약발이 받는 모양이네.”

구건호가 포털사이트에 뜬 제목을 클릭해 보았다.

[보궐선거에 나온 아나운서 후보자의 과거 발언 때문에 지역구 주민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 후보는 강남에 사는 여자들은 다들 미인인데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못 생긴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는 강남에 산다. 라고 말했던 사실로 홍역을 겪고 있다.

지역구 주민 박모씨(여, 23세)는 그런 사람이 왜 이 지역에서 출마를 하느냐고 하면서 후보자를 비판하기도 하였다.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런 사실로 이진우 호보와 시소게임을 벌이던 표 차이가 다시 45:55로 벌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구건호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누가 그랬지? 기업 경영은 예술이라고. 맞아. 한진그룹 창업자 조중훈 회장이 그랬지? 지금 그의 아들과 딸들은 갑질로 할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지만 그 말은 대한항공을 사들이고 인하대학교를 인수하던 조중훈 회장이 그랬어.”

“그런데 말이야 기업경영이 예술이 아니고 나는 정치판이 더 예술인 것 같아. 킥킥. 그러고 보니 미국의 정치학자 머리 애덜먼(Murray Edelman)이 했다는 소리도 기억나네. 에덜먼은 정치는 상징 조작의 예술이라고 그랬지? 킥킥.”

구건호가 다시 신사동 빌딩으로 와서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데 이번엔 디욘 코리아의 윤상무한테서 전화가 왔다. 현재 인도에 출장을 갔던 윤상무와 박종석 이사 등은 모두 귀국 후 원래 있던 자리에 복귀하여 근무 중에 있었다.

“윤상무입니다.”

“아, 윤상무님? 웬일이십니까?”

“공무팀 안차장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답니다. 사장님 명의로 조화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오, 그래요? 그렇게 하세요. 상가가 어디입니까?”

“천안 단국대병원 영안실입니다.”

“발인은 언제 한답니까?”

“모레 아침 7시랍니다.”

“알겠습니다. 내일은 내가 직산과 아산으로 출근하는 날이니까 들려보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지에이치 모빌에 전화하셔서 송사장님 명의로도 조화 보내주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퇴근 후 집에 들어가니 인천 어머님이 오셨다.

“이제 들어왔니? 나, 네 얼굴보고 가려고 이제까지 있었어.”

“여기서 주무시고 가세요.”

“아냐, 나 내일 모임 있어서 가야돼. 오늘 상민이도 보러왔다가 너도 볼 겸 여태까지 있었어.”

“집안에 별고 없지요?”

“없어. 아버지도 요즘 건강하셔.”

“앉으세요. 왜 서 계세요.”

“아냐, 가야지. 상민아 빠이빠이.”

엄마는 그러면서 상민이의 볼에 뽀뽀를 하였다.

“어휴, 귀여운 내 새끼.”

엄마는 또 상민이의 볼에 뽀뽀를 하였다.

“뭐 타고 오셨어요?”

“지하철. 지하철이 여기 올 땐 제일 편해.”

“어휴, 인천까지 불편하지 않아요?”

“아냐, 좋아. 공짜로 타지, 노인석에 앉아가지. 얼마나 좋아? 꾸벅꾸벅 졸다보면 인천이야.”

“그럼 이거 차비하세요.”

구건호가 5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엄마에게 주었다.

“아, 싫어. 조금 전에 상민이 에미한테 차비 받았어.”

“상민이 엄마는 상민이 엄마고, 저는 저지요. 받으세요.”

“알았다. 그럼. 잘들 지내라.”

엄마가 가자 김영은이 다가와 말했다.

“어머님 요즘 자주 오셔. 상민이 보고 싶다고 자주 오셔.”

“그래?”

“더군다나 내가 요즘 병원에 파트타임 나가니까 더 자주 오시는 편이야.”

“멀리서 오느라고 허리 아프겠는데?”

“그래서 내가 무리하지 말라고 해도 자주오시네.”

구건호는 엄마가 만들어 놓은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었다.

구건호가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을 했다.

제2공장을 먼저 들렸다. 지난번에 뽑았다는 50명이 배치되었는지 생산직 직원들이 많아진 것 같았다. 책임자인 차장이 뛰어 나왔다.

“인원이 많아 보이네요.”

“지난번에 50명 뽑은 사람들 중 40명이 이곳에 배치되었습니다.”

“신입사원들 OJT교육 잘 시키세요.”

“알겠습니다. 현재는 품질관리 위주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강사는 사내강사가 하는가요?”

“그렇습니다. 기술교육은 외부강사가 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1공장으로 왔다. 생산1부를 들렸다. 생산 기계장비가 많아져서 그런지 끝이 안보일 정도가 기계가 늘어섰다. 기계장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생산부장이 스마트폰을 받고 있다가 얼른 끄고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였다.

“S기업 생산량이 많아졌지요?”

“S기업뿐만 아니라 H그룹도 많아졌습니다.”

“흠, 그래요?”

“박이사님은 지금 생산2부에 계십니다.”

“흠, 그래요?”

구건호가 뒷짐을 지고 생산2부로 올라갔다. 박이사는 누군가를 혼내고 있었다. 박이사는 구건호를 보자 혼내고 있던 직원을 돌려보내고 구건호 앞으로 왔다.

“왜 그래? 왜 야단을 치는 거야?”

“조립라인 반장인데 그쪽 라인에서 불량이 많이 나와서 그래.”

“불량이 왜 나와?”

“절단하는 걸 길이조정을 잘못해서 그러지 뭐.”

“너무 혼만 내지 말고 잘한 건 칭찬도 해주고 그래라.”

“그렇게 하고 있어.”

“너 인도 갔다 온 후로 물량 많아졌지?”

“나도 물량 많아져서 놀랬어. 지금 제품별로 생산 할당은 다 했어.”

“신입사원들은 2공장에 많이 배치했더라.”

“그쪽이 생산 난이도가 좀 단순해서 그쪽으로 안배했어.“

“거기 책임자로 있는 차장이 불만은 없어?”

“없어. 그 친구는 지금 승진하려고 기를 쓰고 있어. 내년이 승진 심사대상 첫해인데 첫해에 승진해 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어.”

“그럼 열심히 하겠구나.”

“열심히 해. 너무 열심히 해서 탈이지만.”

“형, 그리고 디욘 코리아 안차장 장례식장은 가볼 거야?”

“가야지.“

“임원도 아니고 차장급인데 고마워.”

“왜 네가 고맙냐?”

“같은 공무 출신이니까 자연히 그렇게 되네.”

“너는 상가에 갔다 왔지?”

“어제 갔다 오고 오늘 저녁 또 갈 거야. 저녁에 여기 생산부 간부들 전부 데리고 가기로 했어.”

“그래? 나는 사람 없을 때 낮에 잠깐 다녀와야겠다.”

“사장님이 가주는 것만 해도 고맙지.”

“형, 그리고 한 가지 물어볼게 있어.”

“뭔데?”

“오늘 아침 임원회의 하는데 송사장이 디욘 코리아가 코스닥 예비심사가 통과되었다고 하데?"

“통과 됐어.”

“그럼 내 주식은 어떻게 되는 거야? 얼마나 오른 거야?”

“아직은 몰라. 공모가 결정이 나와 봐야 알아.”

“오르긴 오르겠지?”

“걱정마라. 올라간다.”

“아파트 융자받고 사서 이자가 자꾸 나가서 그래.”

“야, 천하의 박종석이가 이자 몇 푼에 이렇게 쫄고 있냐?”

“내가 기계는 잘 만져도 그쪽엔 뭐 아는 게 있어야지.”

“이 형이 다 알아서 해 줄 테니 걱정마라.”

구건호는 웃으며 박종석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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