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15화 (415/501)

# 415

보궐선거 (2)

(415)

다음날 구건호는 이진우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관님, 저 구건호입니다.”

“오, 총무님. 오래간만이오.”

“요즘 많이 힘드시죠? 신문이나 뉴스에서는 장관님 소식 잘 듣고 있습니다.”

“말 마슈, 내가 지금 목소리까지 팍 쉬었어요.”

“선거구가 넓다보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두세군데 경로당만 방문해도 하루 해가 다 가요. 내가 선거는 여러번 치루어 봤지만 이번이 제일 힘든 것 같소. 하지만 내가 가볍게 승리할거요.”

“저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총무도 그렇게 봐요?”

“그럼요, 저 뿐만 아니라 서울대 정책대학원 동기들이 다 그렇게 말합니다.”

“그래요? 허허. 정책대학원 동기들한테도 지지해달로 이야기 좀 잘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장관님을 한번 뵙고 싶습니다. 오늘도 지역구에 계십니까?”

“아니오, 당무 회의가 있어서 서울에 있다가 오후에 내려갈거요.”

“그럼 오후에 제가 지역구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지역구 사무실이 어디인줄 알아요? 거기 주소도 내가 잘 모르는데.... 가만 있자. 거기 시내로 들어오면 국민은행이 있어요. 국민은행 건너편에 있는 건물 3층이요. 1층에 애견 센터하고 꽃집이 있는 건물이요.”

“알겠습니다. 그럼 오후 3시에 뵙겠습니다.”

구건호가 오후에 이진우 장관의 지역구가 있는 경기도의 00시를 찾아갔다. 선거 사무실은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구건호가 사무실로 올라갔다. 세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맨 앞에 앉은 사람은 인턴인지 나이가 불과 20대 중반 밖에 안되어 보였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오늘 이진우 장관님과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입니다.”

젊은 직원이 우물쭈물 하였다. 맨 뒤에 있던 50대 남자가 말했다.

“얼른 회의실로 모셔드려.”

구건호가 젊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로 안내되었다. 회의실은 크지 않았다. 피켓같은 것이 한쪽에 많이 쌓여 있었다. 벽에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는데 ‘민생 현장에 여러분과 함께 있겠습니다.’라는 글씨가 써 있었다.

구건호가 회의실에 혼자 앉아 있는데 40대 여성이 들어와 녹차를 주고 갔다.

“감사합니다.”

사무실엔 방문객들이 있는지 가끔 소란스런 말소리도 들리곤 하였다.

“이장관이 당선되어서 빨리 의원회관으로 들어가야지 여기는 차분히 앉아 있을 만한 곳이 못되는군.”

구건호는 30분도 더 기다렸다. 스마트폰을 꺼내 여배우들 사진을 보고 있는데 이진우 장관이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이구, 이거 미안해요. 당무회의가 길어서 늦었네요.”

“하도 고생하시는 것 같아 위로 말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내 입술 봐요. 입술이 다 터졌어요.”

이진우 장관은 말하면서 입술바르는 약을 꺼내 발랐다.

“상대 후보도 이 지역 출신입니까?‘

“그놈은 여기서 초등학교 때 2, 3년 살다가 서울서 죽 자란 놈이요. 어디서 딴따라 같은 놈이 나와서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는지 모르겠소.”

“선거 운동원도 많이 필요하지요?”

“많이 필요하지. 지금 운동원들 알바비도 많이 나가요.”

“여기 지역 인사들이 찬조금은 좀 냅니까?”

“지금 경제가 안좋은지 옛날과 같지 않아요. 그런데 그 아나운서 후보 그놈은 팬클럽이 있어서 극성 회원들이 일부 나와 운동원 노릇을 해주는데 나는 그게 없단 말이요. 내가 재벌가 사위니까 돈이 많은줄 알고 지원해달라고 하는 사람 천지요. 돈은 장인 영감이 많지, 내가 많은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요."

“장관님, 제가 운동원을 좀 동원시킬가요?”

“운동원을? 구사장 회사의 직원들이라도 몇사람 동원시켜주겠단 말이요?"

“그게 아니고 시민단체 회원을 동원시켜드리겠습니다.”

“시민단체 회원을?”

“어느 단체라고는 제가 말씀을 안드리겠습니다. 여기 회원 3천명을 동원시켜드리죠.”

“삼, 삼천명을?”

“그 사람들은 여기 지역에 와서 선거운동은 안합니다. 인터넷으로 합니다.”

“인터넷으로 하다니? 댓글부대라고 해주겠단 말이요?"

“댓글은 잘못하며 표가 나는 수가 있습니다. 잘못하면 돈 많은 이진우 장관님이 댓글 알바부대라도 동원했다고 상대의 공격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역 효과가 납니다.”

“흠, 그럼 뭘하겟다는 거요?”

구건호는 여기에서 좀 과장되게이야기 했다.

“3천명을 동원하여 아나운서 후보의 신상털기부터 들어갑니다.”

“그놈은 방송국에서 앵무새처럼 아나운서만 하던 놈인데 뭐 털면나올게 있나?”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3천명을 동원하여 신상털기에 들어가고 혹시라도 건수를 잡았다면 10명에게만 퍼 날르기만 해도 3만명이 이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내 처갓집이 돈이 많아도 3천명에 대한 알바비는 내가 줄수가 없소.”

“알바비는 필요없습니다. 그 3천명은 내가 명령만 내리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허, 총무가 그런 능력이 있는 줄 몰랐네.”

“장관님이 정책대학원 동기들에게도 선거 지지해 달라고 하셨지요? 정책 대학원 동기 30명가지고는 선거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오히려 내 밑에 있는 3천명 회원이 뜨면 더 강력한 파워가 있을 겁니다. 더구나 그 회원들은 사회단체의 회원들인 젊은이들입니다.”

“그 사람들을 동원한다면 고맙긴 하지만 나중에 대가를 바랄 것 아니오?”

“대가는 없습니다. 혹 있다하더라도 이 구건호가 다 커버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소.”

이진우 장관이 구건호의 손을 덥석 잡았다.

“헌대 이 일은 비밀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하늘아래 이장관님과 저만 알아야 됩니다.”

“당연히 그렇게 하겠소.”

“또 나의 조직은 이장관님 당선과 동시에 해체할 것입니다.”

“흠.”

“지금 현재 이 조직을 제가 어제부터 은밀히 가동을 시켰습니다. 아나운서 후보의 아킬레스 건 두 개를 잡아냈습니다.”

"그래요? 그게 뭐요?“

이 장관이 의자를 구건호 앞으로 바싹 끌어 당겼다.

“장관님은 우리 회원들이 하는 것은 모른척 하셔야합니다. 사석에서도 절대 모른척 하셔야 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하겠소.”

구건호가 녹차를 한모금 마시며 말했다.

우리 회원들이얻은 정보에 의하면 아나운서 후보는 한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요?”

“강남에 사는 여자들은 다들 미인인데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못 생긴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는 강남에 산다. 라고 말했던 사실이 있답니다.”

“그건 심한 표현이긴 해도 선거에 영향을 끼칠만한 발언은 아닌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문제가 됩니다. 그것도 아주 크게 됩니다. 강남만 사람이고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은 돼지로 보이냐고 항의할 수 있습니다.”

“흠.”

“우리 3천명 회원들은 이걸 공격할 겁니다. 선거와 관계없이 공격합니다. 그러면서 이 지역 선거구의 시민들을 개돼지로 보고 있는 사람이 어디 거기서 국회의원 나온다고 깝치냐고 공격할겁니다. 어떻습니까?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겠습니까?”

“흠, 그 작전은 먹혀 들어걸수 있겠는데?”

“공격이 요란해지면 상대 아나운서 후보는 적극적으로 이걸 해명할 것입니다. 젊고 철없을 때 한 이야기라고 하면서 지역구의 발전과 정치의 쇄신은 자기 밖에 없다고 외칠겁니다.”

“흠.”

“그러면 민심은 다시 잠잠해지고 다시 장관님과의 표차는 줄어들게 될겁니다. 그러면 신상털기를 하나 더할겁니다.”

“그런 재료가 또 있습니까?”

“벌써 확보해 놓은 것이 도 있습니다. 이제는 병역문제를 물고 늘어질겁니다.”

“병역은 나도 미필인데. 나도 당시 허리 때문에 면제 판정을 받았는데.”

“대학 다닐 때 재미있는 표현을 한 것이 있습니다. 이것을 병역 면제사유와 연결시킬 재료가 또 있습니다. 3천명의 전위부대가 파상공격에 들어갈 겁니다.”

“대단해요. 구사장. 구사장도 인천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때요? 나와함께 이 나라의 정치풍토 개혁과 민생경제안정을 위해서 같이 일해볼 생각 없소? 우리 당에 입당하면 향후 인천지역 공천에 내가 힘써 드리지.”

“하하, 저는 정치에 뜻이 없습니다. 저는 기업인입니다. 정치는 죽을 때까지도 안할겁니다. 또 적성에도 맞지 않습니다.”

“아까운 사람인데 안됐군. 구사장 같은 사람이 당에 입당한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격인데 아쉽네요.”

이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맨 뒤에 사무소장으로 보이는 50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 후보님, 지역구 유지분들이 오셨는데 어떻게 할가요?”

구건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쁘신 것 같아서 저는 일어서겠습니다.”

“구사장과 더 이야기 하고 싶은데....”

“제 이야기는 다 했습니다. 앞으로 남들 보는 눈도 있으니까 저는 이제부터 장관님께 직접 찾아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전화도 아주 중요한 안건이 아니면 개표일 전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고맙소, 이렇게 찾아와 힘이 되는 이야기도 해주고 가니 나도 언젠가 구사장한테 선물을 하나 줄 날이 있을거요.”

“감사합니다.‘

이진우 장관은 구건호의 말을 듣고 축 늘어졌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구건호가 나가자 혼자 중얼거렸다.

[밑에 3천명의 시민단체 회원이 있다고? 저 친구 이제 보니 물건이네.]

구건호가 직산으로 출근하는 날이었다. 구건호는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을 들리지 않고 디욘코리아로 바로 출근을 했다.

구건호는 사장실에서 자기 이메일을 열어보았다. 사회단체에 근무하는 강민호가 보낸 바른사회 공동체의 간사 들의 주민등록증 사본과 통장 사본이 들어와 있었다. 구건호는 이 서류들을 출력하여 인쇄하였다. 그리고 애덤 캐슬러와 상임감사를 불렀다,

“인도에 갔던 사람들은 내일 돌아오는가요?”

“그렇습니다. 이번엔 박종석이사와 유희열 부장 외에 윤상무도 함께 돌아옵니다.”

“시제품은 뽑았는지 모르겠네.”

“잘 나온답니다.”

“다행이네요.”

이번엔 애덤 캐슬러가 말했다.

“저, 그리고 사장님. 브랜든버크 인디아 사장이 구사장님에게 고맙다고 말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고맙긴, 인디아로 부임해 주어서 우리가 고맙지요.”

“제가 어쩌면 디욘 코리아에서 연임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랜든버크 인디아 사장이 정년 퇴임을 하면서 디욘코리아는 애덤 캐슬러가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추천한 모양입니다.”

“저, 역시 캐슬러 부사장이 여기에 남는다면 두손 들어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캐슬러 부사장은 여기에서 우리 종업원들이다 좋아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도 마음놓고 이사장으로 물러 앉을수가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브랜든 버크 인디아 사장은 박종석 이사를 인도에 아주 발령할수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그건 곤란하겠지요. 그 사람은 디욘코리아 사람이 아니고 지에이치 모빌 소속 아닙니까?”

“저도 그 사실을 브랜든 버크 사장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에이치 모빌도 구사장님 산하의 회사니까 말씀드려보라고 하셨습니다.

“안됩니다. 송사장도 그건 반대합니다.”

“브랜든 버크 인디아 사장은 박이사를 디욘인디아의 공장장을 시키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요?”

“박종석 이사를 보면 젊은 날의 사카다 이쿠조 선생을 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둘 다 기술도 탁월하지만 성격도 비슷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허허, 그래요? 버크 인디아 사장이 박이사를 잘 본 모양인데 모빌 공장에서도 압출 뿐만 아니라 성형기술에도 그사람 빼기가 어렵다고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대신 공장의 기계결함이나 기계장착에 필요하면 출장은 언제든지 보낼수 있다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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