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14화 (414/501)

# 414

보궐선거 (1)

(414)

구건호가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의 직산 공장으로 출근을 했다. 2공장 담 밑의 직원들 주차차량은 여전히 밀집되어 있었다.

구건호가 생산1부와 2부를 들렸다. 원재료와 재공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걸 보니 H그룹의 브라켓 양산품인 것 같았다. 어느 것은 ‘검사필’ 도장이 찍혀 있는 것들이 있어서 검사를 받고 출하 대기 중인 모양이었다. 현장에 송사장과 총무이사가 내려와 있었다.

“다들 여기 계셨군요.”

“박이사도 인도 첸나이 출장 중이라 내려와 봤습니다. 제품 종류가 많아 뒤섞이니 정신이 없네요.”

“출하도 속도의 박자가 안 맞으면 리드타임(lead Time: 생산개시에서부터 인도가 완료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에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게차가 계속 웽웽거리며 돌아다니고 윙바디 차량은 날개를 펴고 생산된 제품을 실어가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구건호가 총무이사를 한쪽으로 불렀다.

“지난번 교회에 주차 문제를 협의 하는 건 어떻게 되었습니까?”

“교회에서는 어렵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교회는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가 아니라서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기가 어렵답니다.”

“흠.”

“교회는 비법인 사단이라 안 되고 옆에 창고를 빌려보라고 했습니다.”

“창고요?”

“골프장 카트차를 만들던 곳인데 요즘 안한다고 했습니다. 거기 마당이 한 300평 되는데 임대하면 차량 50대 정도는 뽑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금 송사장님과 상의하던 것이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빌려준다고 합니까?”

“주인아저씨를 만나보았는데 임대료만 많이 주면 임대 주겠다고 했습니다.”

“얼마를 달라고 합니까?”

“거기까지는 아직 협의하지 못했습니다.”

“주인은 뭐하는 사람입니까?”

“철물점 크게 하는 사람입니다. 원래 고향이 여기라 농사짓던 부친에게 물려받은 땅이 많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비싸더라도 빌려보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2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비서 박희정이 갖다 준 차를 마시고 있는데 송사장이 들어왔다. 구건호가 물었다.

“박이사는 낼 모레 들어오는가요?”

“그렇습니다.”

“H그룹 브라켓은 종류가 3종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한 종류만 생산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제품은 현재 연구실에서 시제품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 지난번에 생산직 50명을 추가로 뽑는다는 것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제품 양산 때에 들어올 예정입니까?“

”그렇습니다.“

“흠.”

“면접시험은 다 보았고 선발도 다 해 놓았습니다. 단지 출근날짜만 현재 조절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 주차 문제가 또 나올 텐데 대책은 있습니까?”

“아까 총무이사에게 보고 받으셔서 알겠지만 교회 옆의 창고를 임대하려고 합니다. 마침 주인도 임대료 많이 준다면 임대할 생각이 있다고 했습니다.”

“흠.”

“그리고 카풀제를 시행하려고 합니다.”

“카풀제요?”

“한사람이 자기차로 같은 방향에 사는 우리직원 2명이상을 출퇴근 카풀한다면 유류비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흠, 아이디어는 좋은데 호응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주부사원들은 돈에 민감해서 조금이라도 돈 아끼려고 유류비 지원 한다면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선 미리 설문조사까지 해 보았는데 그렇게 하겠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 보시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송사장이 나가자 TV를 켜 보았다. 지에이치 모빌의 구건호 방에는 TV가 놓여 있었다.

“보궐선거의 유력한 후보자 이진우 후보를 맹추격하는 전직 아나운서가 있어? 민주 공명당은 기업에서 그렇게 정치 헌금을 많이 했는데 잘 안 되는 모양이네.”

구건호는 사회단체에서 일하는 강민호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다.“

“강민호? 나다. 구건호.”

“오? 구사장 웬일이야?”

“지난번 동창들 모였을 때 네가 수고 많이 했다.”

“수고는 뭘.”

“네가 지금 소속되어있는 바른사회 공동체는 요즘 어떠냐? 바른 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하나?”

“전에는 기업 후원금도 들어오고 행사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간사 두명 월급 주기도 빠듯해. 그래서 무슨 일을 벌리 지 못하고 있는 중이야.”

“너는 거기서 상근 부회장 한다고 했지?”

“맞아. 회장은 비상근이고 부회장도 세 명 있지만 상근은 나 혼자야. 회장은 너도 잘 알걸? 전에 재야운동 하시던 함기백 선생 말이야.”

“함기백 선생은 나도 언젠가 강연하는 것 한번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아. 한복 두루마기 입고 다시는 분 아니냐?”

“맞아. 이름 그대로 기백이 있으시고 우국충정이 대단하신 분이지.”

“그 분은 선거 안 나오나?”

“당에서 밀어줘야지. 당 공천 못 받으면 아무리 인물이 훌륭해도 우리나라에선 안 돼.”

“너 지금 보궐 선거 한창인 이진우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냐?”

“별로 안 좋아해. 재벌가 사위이고 집권여당에서만 있던 인물이라 썩 좋아하진 않아.”

“그럼 상대 후보를 좋아하겠구나. 아나운서 했다는 후보 말이야.”

“그놈은 더 싫어. 아나운서 하면서 입만 나불대던 놈이 민생에 대해서 뭘 알아?”

“흠, 그래?”

“그런데 그놈 인물은 멀쩡해서 아마 아줌마 표가 좀 나올걸? 출구조사하면 막상 막하일 것 같은데?”

“너, 선거운동 한번 해볼래?”

“누굴? 아나운서를? 아니, 가만있자. 이진우 후보는 너 주례 섰던 사람 아니냐? 너 그 사람 잘 알겠구나.”

“좀 알아. 그 사람 한번 도와줄래? 내가 사례는 하지.”

“내가 사회 운동하는 사람이야. 공개적 지지는 어려워. 또 내가 그 지역에 가서 네거리에 피켓 들고 엉덩이 흔든다고 되겠어?”

“그럼 어떻게 하지?”

“조용히 만나서이야기 하자. 통화 기록은 남는 수가 있어서 일 터지면 수사 대상도 될 수 있어.”

“그래? 그럼 내가 지금 네가 있는 마포 사무실로 갈게.”

“지금 온다고? 그럼 마포구청역 8번 홈으로 나와 성산사회종합 복지관 앞으로 와.”

“알았어. 지금 내가 직산에 있으니까 오후 2시쯤 만나자.”

“그래.”

구건호가 오후2시쯤 성산 복지관 앞에서 강민호를 만났다.

“어디 가서 차 한 잔하며 이야기 할까?”

“여기서 이야기 하자.”

“그럼, 차 안에서 이야기 할까?”

“구사장 차는 기사가 있잖아. 그냥 여기 서서 이야기 하는 게 좋아.”

“그럼, 그럴까?”

둘은 옆에 있는 홍제천변 쪽으로 내려가서 이야기했다.

구건호가 먼저 말했다.

“좋은 방안이 없겠냐?”

“이진우 후보가 최고라고 인터넷 댓글부대 동원하는 것도 위험해. 그중에서 밀고자라도 나온다면 하루아침에 가는 수가 있어.”

“흠.”

“돈을 살포하고 상대보다 운동원을 많이 쓰면 안 하는 것보다 효과는 있겠지만 비용대비 효과가 너무 약해.”

“그럼 어쩌지?”

“아나운서 후보 밑에 있다가 팽 당한 놈 찾는 게 제일 좋아.”

“그래? 그런 놈이 있나?”

“팽 당한 놈이라 좋은 정보 나쁜 정보 다 갖고 있으니까 나쁜 정보만 얻어다가 가공해 뿌려야지.”

“어디다 뿌려?”

“애들 시켜 인터넷에 뿌리는 거지.”

“애들이 어디 있어?”

“우리 애들만 해도 3천명 넘는다. 바른 사회 공동체 회원이 3천명이야. 여기에서 매월 1만원씩 CMS로 회비 내는 정회원만 1천명이나 돼. 그 돈 가지고 여기서 사무실 임대료도 내고 회비 발간비용도 하고 나하고 간사 2명 월급도 주고 그래.”

“그래? 바른 사회 공동체가 대단하네.”

“회원들은 다 함기백 선생 강의 듣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야.”

“그런가?”

구건호는 함기백 선생을 떠올려 보았다. 10년 전 쯤 어디에 갔다가 이분의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젊은이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데 현 정부 인사들을 맹공격하고 친일파를 공격하여 모인 사람들의 박수갈채도 받았었다. 하지만 선생은 열변만 토했지 대안을 갖고 있지 않는 뜬구름 잡는 것만 같아서 강의도 다 듣지 않고 자리를 떴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매월 1만원을 내는 회원이 천명이라니 대단하네.]

구건호가 제의를 하였다.

“그럼 아나운서 후보 밑에서 일하다가 팽 당한사람을 찾아봐라. 내가 바른 사회 공동체에 기부금은 좀 내 줄게.”

“기부금보다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뭘, 어떻게?”

“실은 우리 사회단체는 재정이 빈약해. 정부 보조금도 미약하고. 그래서 급여도 정말 박해.”

“얼마나 받는데 그래?”

“간사가 월 160만원 받고, 내가 180 받아.”

“흠, 그래? 그 돈 받아가지고 살림한다면 어렵겠구나.”

“보궐 선거일이 9월 25일이다. 지금이 8월 초순이라 50일 정도 남았는데 나하고 간사 2명 두달치 급여를 줄 수 있겠나? 그럼 내가 움직여 보지.”

“바른 사회 공동체에 공식적 기부금이 아니라면 개인별로 급여를 주고 강의료 같은 걸로 정리하고 원천징수하면 되겠나?”

“그건 가능해. 개인별로 강의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기회가 별로 없어. 1년에 한 두 번 있을까 그래.”

“그런데 팽 당한 사람을 찾을수 있는 거야? 그걸 어디서 찾아?”

“팽은 아니고 상대를 칠 자료는 벌써 찾아 놨어.”

“벌써?”

구건호는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어디서 찾았지?‘

“어디서 찾긴. 우리가 날라 다니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찾았지.”

“인터넷?”

“인터네 집요하게 뒤지다 보면 10년 전 것 까지도 다 튀어나와.”

“허, 그래? 그런데 뭐가 나왔나?”

“강남에 사는 여자들은 다들 미인인데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못 생긴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는 강남에 산다. 라고 말했던 사실이 있어.”

“그건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소리들 아니야?”

“문제 되지. 그것도 아주 크게 되지. 강남만 사람이고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은 돼지로 보이냐고 항의할 수 있겠지?”

“흠.”

“더구나 지금 보궐 선거지역은 경기도 지역이야.”

“흠. 듣고 보니 문제 만들면 만들어지겠는데?”

“이걸 멋있는 문장을 붙여 우리 회원들한테 뿌리는 거야. 3천명한테. 그러면 이 사람들이 또 다른 곳에 퍼 나르기도 할 수 있어.”

“흠, 그래? 하지만 그런 발언이 젊었을 때 철없을 때 한 말일 가능성이 많잖아?”

“30대 초반 때 한 소리야. 방송국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같아.”

“오래전 이야기인데 그게 먹힐까”

“오래전 이야기라도 본인이 한말은 맞으니까 띄우면 되게 되어 있어.”

“또 하나는 이 사람이 병역 미필자야.”

“병역 미필은 이진우 장관도 미필인데.”

“그런데 재미 있는 게 있어. 이 사람은 안경을 낀 근시였어. 고도근시로 군 면제를 받은 사람이야.”

“그래? 안경 낀 걸 못 봤는데?”

“지금은 콘텍트 렌즈 끼고 다녀. 학교 다닐 땐 안경 낀 사진도 나와.”

“그래?”

“이 사람이 대학 다닐 때 한 소리가 있어. 자기가 학교 다닐 때 인기가 좀 있었는데 싫어하는 여학생이 10미터 전방에서 다가오면 싫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라는 말이 나와.”

“그야, 그럴 수도 있겠지.”

“고도 근시가 어떻게 10미터 전방의 사람을 알아 보겠어?”

“흠.”

“비록 30년 전 대학 다닐 때 한 소리지만 이런 걸 가지고 찍어대면 표는 깎이게 되어 있어. 그러면 자연히 이진우 장관이 올라가겠지?”

“어째 정치판이란 것이 더럽고 치사한 것 같다.”

“그래서 정치판을 훍탕물 이라고 하잖아. 내일 간사하고 내 주민등록증 사본과 통장 사본을 이메일로 보낼게. 원천징수할 때 참고하고 이달치 급여는 보내줘라. 두 달만 하는 거니까 우리도 즐거운 마음으로 할게.”

“알았다. 고맙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