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13화 (413/501)

# 413

디욘 인디아 첸나이 공장 (3)

(413)

비서 오연수가 갑자기 사장실로 들어왔다.

“사장님, 미국 디욘 본사의 브랜든 버크 부사장이랍니다. 사장님 바꾸어 달라고 하는데요?”

“큰일 났네. 난 영어를 못하는데.”

구건호가 전화를 받았다.

“헬로우? 아이엠어 구건호.”

“하우아유 두잉, 프레지던트 구. 아이엠어 브랜든 버크.”

“아이엠 파인, 엔드 유?”

“프리스, 인터프리터.”

“오케이 썰.”

구건호가 다시 오연수에게 전화를 바꾸어 주었다. 오연수의 대답하는 소리만 들렸다. 한참 브랜든 버크의 전화를 받던 오연수가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기를 인도 첸나이로 가게 해줘서 고맙답니다. 더구나 애덤 캐슬러에게 이야기 들으니 현지 법인의 영업은 물론 재무와 인사에 대한 권한을 위임해 주어서 고맙답니다.”

“흠. 그래?”

“그리고 한국인 배합기술자와 공무기술자를 보내주어서 고맙고 전도금 5만 달러도 고맙답니다. 구사장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디욘 인디아를 키워보겠다고 했습니다.”

“흠, 그래? 알았어요.”

비서 오연수가 인사를 하며 비어있는 커피 잔을 들고 나갔다.

한 주가 지났다. 장마철이 되어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의 18층 사장실에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비 한번 잘 오네. 완전히 물 폭탄이네.”

구건호는 슬슬 걱정이 되었다.

“교또에 가서 현지 촬영한다는 환러스지 공사의 스탭들이 당황하겠는데? 이렇게 비가 오니 말이야.”

구건호가 아래층 미디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핫, 사장님.”

“교또로 내일 출발하시죠? 비가 이렇게 오는데 괜찮겠습니까?”

“다행히 일기 예보는 오늘 밤에 그친다고 했습니다. 조금 전에 상해의 심운학 감독과 통화를 했습니다. 예정대로 교또의 도에이 우즈마사 영화촌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흠, 그렇습니까?”

다음 날은 정말 비가 오지 않았다. 한국의 기상청이 일기 예보가 자주 빗나갔는데 이번엔 제대로 맞은 모양이었다.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여행용 가방과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구건호 앞에 나타났다.

“지금 공항으로 갑니다. 날씨가 좋아져서 다행입니다.”

“그러게요. 일기 예보가 빗나가는 수도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조금 전 교또에 있는 사람들하고도 통화를 했는데 교또도 날씨도 좋답니다. 비가 온 뒤라 오히려 산뜻 하답니다.”

“허허, 그래요?”

“이번엔 2박 3일간 있다가 올 예정입니다.”

“상해에서 스탭들이 몇 명이나 온답니까?“

“정확히는 못 물어보았지만 대여섯 명 오지 않을까요? 물론 우옌과 심감독도 옵니다.”

구건호는 책상 서랍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일본에 가시면 중국서 온 스탭들과 술 한 잔 하세요. 천 달러 담았습니다.”

“헉!, 뭐 이런걸!”

“일본이 물가가 비싸 아마 중국 스탭들이 술 한 잔 하기도 힘들 겁니다. 가셔서 술 한 잔 사주면 다들 좋아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은 허리를 땅에 닿도록 구부리며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였다.

구건호는 오래간만에 지에이치 개발의 강이사와 함께 점심을 하고 싶었다. 사장실에서 사무실로 나와 두리번거리며 강이사를 찾았으나 자리에 없었다.

“정지영 대리, 강이사님 어디 갔어요?”

“아까 정수남 반장님 전화 받고 나가셨어요. 어제 폭우가 와서 보일러실에 물이 찼다고 해서 나가셨습니다.”

“흠, 그럴 만도 하겠지. 양동이로 퍼붓던 폭우였으니까. 직산 공장과 아산공장은 어디 옹벽 무너진 데는 없을까? 그 공장들은 사람도 많고 기술자들도 많으니까 내가 그런 것 까지 전화할 필요는 없겠지.”

구건호는 김영은에게 전화를 했다.

“나야, 점심 먹었어?”

“아니, 아직.”

“점심 같이 할까? 맛있는 것 사주지.”

“갑자기 웬일이셔?”

“당신 육아에 고생해서 그래.”

“안하던 행동을 하네. 어쨌든 사준다니 고마워요.”

“어디로 갈까?”

“고기 먹고 싶어요. 집에서 맨날 야채만 먹으니 안 되겠어요.”

“그렇다면....”

“역삼역 옆에 있는 백제원으로 와요. 작년에 대학 동창들하고 거기서 식사했는데 좋았어요. 강남 파이넨스 센터 안에 있어요.”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나갈 준비를 했다.

“의대 졸업생들이라 모이는 것도 등심구이 집에서 하네. 그런데 거긴 내가 돈을 맡긴 강남 증권사 근방이네.”

구건호가 백제원 음식점으로 왔다. 조금 있다가 Y자형 포대에 아기를 안고 김영은이 들어섰다.

“여기야, 여기.”

“일찍 왔네?”

“아빠다.”

아기가 낯선 환경에 눈을 두리번거렸다.

김영은은 아이를 낳더니 피부가 더 하예지고 윤기가 흘렀다. 인물이 더 살아난 것 같았다.

구건호는 한정식 등심구이를 시켰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엄찬호를 보고 김영은이 말햇다.

“찬호씨, 이쪽으로 와요.”

“됐습니다. 얼른 먹고 나가봐야 됩니다. 주차하기가 힘들어서 아무데나 차를 세웠더니 불안해서 나가봐야 됩니다.”

김영은은 고기를 잘 먹었다. 구건호는 밥을 먹다말고 김영은을 쳐다보았다.

“뭘 봐? 나 혼자 먹는 것 아니야. 다 상민이에게 줄 젓 만들라고 많이 먹는 거야.”

“하하, 그래 많이 먹어.”

이때 누가 지나가며 인사를 했다. 공교롭게도 강남증권 지점장이었다. 지점장은 눈인사만 하고 얼른 자기 일행들과 다른 자리로 갔다. 스마트폰 벨이 울렸다.

“접니다. 강남증권 지점장입니다. 듣기만 하십시오.”

“네.”

“사장님께 제대로 인사도 못했습니다. 가족과 식사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큰손들은 자기 주변의 사람들에게 제 얼굴이 알려지는 게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눈인사만하고 지나쳤습니다.”

“하하, 그랬나요?”

“같이 계신 분이 사모님이시죠? 아이도 귀엽게 생기고 사모님도 지적이면서 아주 우아하게 생기신 분이었습니다. 사장님은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모두 성공하신 분이라 부럽습니다. 그럼 식사 즐겁게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김영은이 물었다.

“누구 전화야?”

“응,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아는 사람이야.”

“찬호씨가 고기도 제대로 못 먹고 나간 것 같아 미안하네.”

“됐어. 걘 내가 나중에 맛있는 것 사줄게.”

김영은과 구건호가 밥을 다 먹고 백제원 음식점을 나왔다.

“차, 어디다 세웠지?”

“저쪽에. 어머! 내 차하고 오빠 차가 나란히 서있네.”

“흠, 찬호가 그런 모양이네.”

구건호가 쳐다보니 김영은에게 새로 사준 제너시스G80과 벤트리 승용차가 나란히 서 있었다.“

김영은이 아기를 안은 채 말했다.

“찬호씨, 식사 고것밖에 못해서 어쩌지요?”

“하하, 많이 먹었습니다. 식당보다는 여기서 음악 듣는 게 좋아서 미리 나왔습니다.”

“무슨 음악 좋아하세요?”

“저야 렙이죠, 뭐.”

“먼저 타.”

구건호의 말에 김영은이 승용차 문을 열고 상민이를 유아용 의자에 앉혔다.

“얜, 의자에 앉아서도 꾸벅꾸벅 조네.”

“운전할 땐 차가 흔들거려 더 잘 자. 그래도 아기가 깨서 울 때도 있어 먼 거리는 못 다녀.”

“지금 집으로 갈 건가?”

“집으로 가야지. 점심. 잘 먹었어요. 오빠.”

구건호가 다시 신사동 빌딩으로 왔다.

점심을 먹 은지 얼마 안 되어 사장실 소파에서 비몽사몽간에 멍 때리고 앉아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인도에 출장 간 박종석 이사였다.

“형이야? 나야. 종석이야.”

“야, 이놈아! 귀청 떨어지겠다. 입하고 핸드폰하고 떨어져서 이야기해라.”

“나, 지금 첸나이 지역 근방에 있는 흰두 사원 관광 왔어.”

“기계 설치는 다 했냐?”

“그럼 다 했지. 4대 이틀 만에 후딱 해치웠어.”

“그럼 이제 거기 눌러있을 디욘 코리아 과장에게 기술 전수 좀 잘하지.”

“했어. 걔뿐만 아니라 인도인 기술자에게도 기계 잡는법 다 알려줬어. 지금 그 친구 안내로 흰두 사원에 와있는 거야.”

“브랜든 버크 부사장은 부임했지?”

“했어.”

“브랜든 버크가 와서 생산직 직원은 뽑았냐?”

“먼저 와 있던 윤상무가 김전무 지시받고 뽑아 놨던데? 기계 한 대씩 2명씩 8명하고, 예비인원 2명 포함해서 10명 뽑았어. 공무도 2명 뽑고.”

“흠, 그랬나?”

“그런데 윤상무가 나 귀국할 때 같이 귀국한다는데 그것도 문제야.”

“뭐가 문제야?”

“여기서 근무할 배합실 과장하고 공무팀 과장이 왔는데 이들은 기술자들이지 관리직이 아니잖아?”

“그야, 그렇지.”

“영업이나 재무나 이쪽 일을 아는 한국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없어 문제가 안 될까? 지금은 그 역할을 윤상무가 해주었는데 이분 귀국하면 이 업무를 대신해 줄 사람이 없어.”

“합자사니까 관리직까지 한국 사람으로 채우기는 곤란해.”

“그래?”

“아마 관리직은 브랜든 버크가 미국 사람을 데려오던지, 아니면 영어를 아는 인도 사람을 채용하려든지 할 거야. 그래서 윤상무도 생산직만 채용하고 관리직 채용은 안한 걸 거야. 그 문제는 우리가 신경 쓸 것 없다.”

“그럴까? 그럼 보고서 같은 것 형한테 올릴 때 영문으로 보낼 것 아닌가? 그럼 또 통역이 번역하고 번거롭겠네.”

“나는 합자 계약에 따라 여기서 12월 30일 까지만 근무해. 여기 사장도 미국인이 할 거야. 그럼 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인이 편하겠어? 미국인이 편하겠어?”

“그렇게 되는 건가?”

“나는 이제 이사장으로 가게 되면 미국인 사장이나 인도 사장의 경영 성적만 가지고 따지면 돼. 일반적 업무까지는 내가 따질 수도 없어.”

“흠, 그래?”

“첸나이 공장은 어떠냐? 쓸만 하냐? 내가 직접 가보지 못했어. 그 공장 계약할 때 애덤 캐슬러하고 김전무만 보냈었어.”

“괜찮던데? 윤상무가 와서 제대로 고쳐놓은 것 같았어. 전기장치나 오폐수 시설과 환기 장치도 잘 해놓았던데? 윤상무는 평소 관리 일에는 적극적이지 않지만 자기 분야인 건설 분야 만큼은 똑 소리 나게 하잖아?”

“거기 전도금은 제대로 수령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랬을 거야. 윤상무가 브렌든 버크에게 업무 인계할 때 은행 통장과 카드를 주면서 전도금이 이 안에 들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내가 들었던 것 같아.”

“흠, 그래?”

“그런데 형, 말이야. 여기가 이제 본격적인 생산이 이루어지면 김전무를 한번 여기 보내야 할 것 같아.”

“김전무를? 왜?”

“브랜든 버크 사장은 아무래도 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기업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거란 말이야. 김전무가 와서 여기에 나와 있는 한국 기업들을 한 바퀴 돌면 기본 나가는 것은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각해 볼게.”

“형, 그리고 어제 여기 설치한 기계로 시제품 뽑아보았어. 브랜든 버크가 와서 나온 제품을 냄새도 맡아보고 라이터불로 태워보고 그러더니 ‘굳’을 연발하던데?”

“합격인 모양이구나.”

“브랜든 버크 하고는 내가 금방 친해졌어.”

“영어도 한 꼬부랭이도 못하는 네가 어떻게 브랜든 버크와 친해졌냐?‘

“손짓 발짓으로 하니까 금방 알아듣던데?”

“그래?”

“나하고 팔씨름도 했어.”

“팔씨름을?”

“덩치는 나보다 두 배 가까이 되는 양반이 나한테 지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는 사실을 형은 모르지?”

“그래? 그 덩치를 어떻게 네가 이겼냐?”

“다, 요령이야. 내가 이기니까 나한테 엄지 척을 해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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