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2
디욘 인디아 첸나이 공장 (2)
(412)
8월이 되었다. 구건호가 38세 8월이 되는 해였다.
구건호는 요즘 살맛이 났다. 그건 왜냐하면 집에 가면 상민이 때문이었다. 옹알이를 하고 얼러주면 까르륵 웃기 때문이었다. 딸랑이를 잡고 흔들기도 하였다. 어느 땐 집에 들어가면 김영은과 상민이가 서로 껴안고 잠든 모습을 보면 그렇게 평화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구건호는 그러면 두 사람 모두에게 뽀뽀를 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오빠, 나 8월 중순부터 동네 병원 나가기로 했어.”
“아기는 어떻게 하고?”
“오전에만 파트 타임으로 나가기로 했어.”
“도우미 아줌마가 오전 10시에 여기 오시지 않나?”
“도우미 아줌마한테 1시간 빨리 집에 와 달라고 했어.”
“괜찮을까?”
“병원은 대개 점심시간이 오후 1시 부터야. 그래서 내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봐주기로 했어.”
“이 근처면 어디야?”
“방배동이야.”
“흠.”
“지금 분당하고 성남시에 있는 선배가 종일 근무하는 부원장으로 오면 월급 많이 준다고 했는데 그건 내가 거절했어. 그건 상민이가 좀 더 큰 다음에 해야겠어.”
“그럼 휴직 처리한 서울대 병원은 그만 둘건가?”
“그만 두어야겠어. 아무래도 개인병원보다는 규율도 엄격하고 상민이 때문에 내가 쉽사리 복직하기는 힘들 것 같아.”
“그건 알아서 해. 단지 육아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안돼야겠지. 그런데 도우미 아줌마한테 오전엔 전적으로 맡겨야 하는데 괜찮을까?”
“아기를 길러본 경험이 있고 외손자까지 있는 분이라 맡겨도 괜찮을 거야. 요즘 젖병도 잘 나오니까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돼. 아빠나 이모가 와서 봐주겠다고 했는데 그만 두시라고 했어.”
“인천 어머님 오시라고 그럴까?”
“하지 마. 어머님도 인천서 왔다 갔다 하시기 때문에 힘들어서 안 돼. 그냥 도우미 아줌마한테 서너 시간만 맡겨보지. 그러다가 정 안되면 병원 파트 타임 근무하는 것 그만 둘게.”
“상민이가 돌 지나서 하면 안 될까?”
“휴가 공백이 너무 길면 의료 지식이 퇴보해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래. 그리고 생활비도 오빠가 충분히 주기 때문에 돈 때문에 그러는 것도 아니야. 다만 하느님이 주신 달란트를 병든 환자를 위해서 봉사는 해야 하지 않겠어?”
“알았다. 일단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둬라.”
“고마워요, 상민이 아빠.”
“쪽!”
김영은이 구건호의 뺨에 대고 뽀뽀를 했다.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했다.
중국의 심운학 감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모리 에이꼬는 현재 촬영에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연기력이 좀 뻣뻣하긴 해도 미모와 귀염성으로 인해 잘 커버되고 있습니다.”
“10월까진 찍어야겠지요?”
“그 안에 끝날 겁니다. 우옌 감독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흠.”
“촬영장도 상해에 있는 영화 촬영소 영시낙원(影視樂園)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비용도 많이 아끼고 있습니다.”
“상해 영시낙원 촬영장은 상해의 옛날 거리를 재현시켜 놓은데 아닙니까? 에이꼬가 나오는 장면은 일본이 아닙니까?”
“일본 조계의 요정 게이샤로도 나옵니다.”
“흠, 그럼 일본은 안 나오겠군요.”
“아닙니다. 일본도 나옵니다. 다음 주에는 일본 로켓을 위하여 우리 스탭들이 일본에 갑니다. 저도 가고요. 동경으로 가지 않고 교또로 갑니다.”
“교또요?”
교또에 가면 도에이 우즈마사(東映太秦) 라는 영화촌이 있습니다. 거기에 가서 찍기로 했습니다.
“흠, 그래요?”
도에이 우즈마사 영화촌은 지에이치 미디어에 근무하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알선을 해 주었습니다.“
“흠, 그래요?”
“환러스지 공사에서는 일본 촬영장 임대하는 걸 구사장님의 산하 회사인 지에이치 미디어에서 교섭해 주었다고 하니까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영화가 뜨게 되면 투자한 지에이치 미디어도 덩달아 좋아지지 않느냐고 합니다.”
“흠, 그러긴 하겠지요.”
“그리고 교또에서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도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요시타카 선생이 교또에서 열리는 코스프레 행사에 참여 한답니다.”
“코스프레 행사요?”
“교또에서 국제 망가 에니메 페어 (International Manga Anime Fair)가 교또 미야꼬메쎄(勸業館)에서 열린답니다. 여기에 사진 촬영 때문에 오는 것 같습니다. 신사장이 만드는 코스프레 잡지 때문에 오는 것 같습니다.”
“허허, 그런 대회가 다 있나요?”
“그리고 저, 법원의 결정문이 나왔습니다.”
“오, 그래요? 어떻게 나왔습니까?”
“채무자 심운학의 일반회생 절차를 개시한다 라고 나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변제액은 매월 85만원으로 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변제금이 좀 쎄네요.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개인회생은 변제 기간이 5년이고 일반 회생은 10년이지만 85만원씩 변제하면 10년간 총 1억 2백만 원이지 않습니까? 10억이 넘는 부채가 이것으로 다 해결된 셈입니다.”
“모두 사장님 덕입니다.”
심감독은 이 말을 하고 울먹이느라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돈 많이 벌어서 매월 착실히 85만원씩 10년간 갚으면 됩니다. 이제 급여가 압류되거나 재산이 차압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구건호의 이 말에 심감독은 또 말을 잇지 못했다. 구건호는 오늘 정상적인 전화통화가 어렵다고 판단되었다.
“그럼 나중에 또 통화하시죠. 내가 손님이 왔네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이 구건호가 있는 18층 사장실로 올라왔다.
“구사장님이 통 불러주지 않아서 올라왔습니다.”
“하하, 어서 오십시오. 차, 한잔 하시죠. 오연수를 부르겠습니다.”
구건호가 비서 오연수를 불렀다.
“여기 신사장님 오셨으니 차 두 잔만 가져와요.”
“알겠습니다.”
신사장이 쇼핑백 하나를 구건호에게 주었다.
“이게 뭡니까?”
“아기 옷이에요. 백화점에 갔더니 아기 옷이 하도 예뻐서 사왔습니다.”
“뭘, 이런걸. 고맙습니다.”
“심감독님은 영화 촬영이 잘 되는 모양이지요? 목소리가 갑자기 명랑해졌습니다.”
“하하, 그래요?”
“다음 주에 요시타카 선생이 교또의 미야꼬메세에서 열리는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 참가합니다. 코스프레 잡지 기사를 위해서 거기 촬영을 가는데 중국의 영화 제작사 스탭들과 만나는 모양입니다.”
“미야꼬메세는 어딜 말하는 겁니까?”
“교또시에서 세운 전시관인데 거기서 특색 있는 이벤트 같은걸 자주합니다.”
‘그래요?“
“원래는 교또 권업관(勸業館)인데 권업관은 일본 말로하면 간교간입니다. 미야꼬메세는 통칭 으로 부르는 말인 것 같습니다.”
“흠, 그렇습니까?“
“그런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심감독님은 프리랜서가 아니고 월급만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영화가 뜨게 되면 내가 좀 보상은 해 줘야겠지요. 특별히 이 문제에 대하여 약정을 맺거나 그런 것은 없습니다.”
“아, 그런 것은 없습니까?”
“미디어에선 그 문제에 대해선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단지 중국에서 받는 급여가 겨우 생활을 하는 정도이니까 여기 급여를 50만원만 올려주세요. 150만 원쯤에서 맞춰보세요.”
“적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세요. 성공보수는 내가 따로 챙겨 줄 테니까요. 단 성공하지 못하면 심감독은 월급에 만족해야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디어를 통하여 중국에 투자한 돈이 600만 달러입니다.”
“회사 장부에는 모두 구사장님 개인한테 빌린 단기차입금으로 기표되었습니다. 외감자료(외부감사 자료)에는 부채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물론 소비가 아니고 투자자산이기는 합니다.”
“600만 달러는 현재 드라마 쪽에 100만달러, 영화쪽에 500만 달러가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많이도 들어가 있네요.”
“영화나 드라마나 금년에 과실송금 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다 마치려면 금년 연말이 넘어가야 됩니다. 그래서 영업이익은 내년도 회계 처리에 반영이 됩니다.”
“그렇게 되겠지요.“
“따라서 영화나 드라마로 인한 배당 소득은 금년도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호호,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출판과 갤러리, 그리고 북카페에 대한 영업이익만으로도 대 만족합니다.”
“금년도는 어떻습니까? 작년과 비슷하겠지요?”
“책 출판 종류가 많아지니까 매출은 소폭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경비도 소폭 증가했습니다. 현재 심감독님 인건비나, 영화나 드라마를 위해서 중국 출장 가시는 분들 항공료와 호텔비는 전부 경비로 잡힙니다. 그래서 매출원가도 약간은 상승했다고 보여 집니다.”
“흠.”
“아마 영업이익은 작년 수준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아직은 8월 달이니까 좀 더 두고 봐야겠지요.”
“흠, 잘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작년에 우리 갤러리에서 신예 실험 작가 3인전을 연적이 있었습니다.”
“기억납니다.”
“그때 만든 팜프렛을 상하이 미술관 관장 덩지펀(鄧菊粉) 여사에게 보냈었습니다.”
“그랬나요?”
“9월 2일부터 상해 미술관에서도 우리 갤러리에서 전시했던 3인전을 열기로 했답니다.”
“오, 그래요?”
“중국의 신문에는 벌써 이 소식이 기사화 되어 나온 모양이에요. 그래서 이 미술품을 포장해 보내는 것을 지에이치 로지스틱스에 맡겼습니다.”
“오, 그래요? 몇 점이나 됩니까?”
“한 작가 당 10점씩 30점입니다. 대작은 아니고 30호 미만 짜리들 입니다.”
“흠, 그렇습니까?”
“작품 판매를 떠나 작가들에게는 좋은 캐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겁니다. 상하이 미술관에서 전시하기도 쉽지는 않거든요.”
“흠.”
“미술계에서 지에이치 갤러리에 전시를 하면 해외 전시의 기회도 생긴다. 라는 인상을 주면 우리 갤러리의 위상도 올라갈 기회가 됩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휴, 오늘 길게 이야기 했네요. 저는 내려가 보겠습니다.”
“자주 올라오세요.”
‘알겠습니다. 호호호.“
디욘코리아의 애덤 캐슬러가 전화를 했다.
“핼로우? 보스?”
“오, 애덤 캐슬러. 하우아유?”
“쟈스트 모먼트.”
“오케이.”
통역 채명준 대리가 전화를 바꾸었다.
“디욘 본사에서 전화 온 내용을 말씀드립니다.”
“뭔 내용이요?”
“브랜든 버크 부사장이 정년퇴임을 하셨답니다.”
“흠, 그건 이미 알았던 내용이고 다른 말은 없어요?”
“브랜든 버크가 인도를 지원한 모양입니다. 디욘인디아는 디욘코리아의 출자사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발령하는 형태를 갖추어야 한답니다.”
“그거야 그러겠지.”
“애덤 캐슬러 말은 브랜든 버크의 이력서와 여권 복사분 등은 이메일로 우리 회사에 도착했답니다. 나머지 입사 서류는 나중에 보낸답니다. 그래서 발령 품의서를 만들었으니 서명해 달랍니다.”
“지금 내가 서울에 있으니 전자결재로 올리라고 하세요. 여기서 전자 서명을 해드리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발령일자는 언제로 했어요?”
“내일 모래 날짜로 했답니다.”
“그럼 내일 모레 브랜든 버크가 부임할 수 있느냐고 물어봐 주세요.”
“잠간만 기다리세요.”
채명준 대리기 애덤 캐슬러에게 뭐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내일모레 부임 가능하답니다.”
“되게 빨리 가고 싶은 모양이네. 알았다고 하세요.”
구건호는 컴퓨터를 켜고 애덤 캐슬러가 올린 품의서에 전자 결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