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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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건호가 200만 달러를 환러스지 공사에 보내주었다. 제작발표회가 끝나면 보내줄까 하다가 투자 계약서도 이미 작성한 상태이고, 모리 에이꼬의 출연 계약서도 서로 서명한 상태라 보내주었다.
모리 에이꼬가 상해에 나타나자 환러스지 공사의 스탭은 물론 사장 천바오깡은 대 환영을 하였다. 특히 모리 에이꼬의 오밀조밀하게 생긴 용모와 일본풍의 분위기는 영화 <몽환앵화>의 최적임자란 판단이 들기에 충분했다.
“정말 예쁘게 생긴 일본여자네.”
“<몽환앵화>의 작품에 한해서는 모리 에이꼬가 중국의 톱스타 판빙빙보다도 낫습니다.”
“판빙빙은 영화 한편 찍는데 1천만 달러야! 그런데 모리 에이꼬는 20만 달러라니 얼마나 좋아!”
스탭들은 이런 소리를 주고받았다.
모리 에이꼬와 같이 온 분장사가 브로마이드와 포스터 같은 것을 우옌 감독에게 주었다. 포스터엔 기모노를 입고 게이샤 화장을 한 모리 에이꼬가 일본 전통 우산인 와가사(和傘)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작년에 교또 헤이안진구의 마츠리에서 촬영했던 홍보 포스터였다.
“와, 진짜 기모노다.”
“제작 발표회 때 이 포스터 사진을 스크린에 비추어 주면 좋겠다.”
말없이 한쪽 구석에 있던 심운학 감독이 우옌 감독에게 말했다.
“지금 모리 에이꼬의 숙소를 환러스지 공사에서 황포강이 있는 그랜드 센트럴 호텔로 잡아주었습니다. 여기서 작가 펑아이링 여사를 한번 만나게 해주는 것이 어떨까요?”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 같네요.”
“작가의 촌평 또한 신문의 기사 자료가 충분할 겁니다. 이번에 새로 채용한 통역과 사진기자나 한사람 데려가면 될 겁니다.”
“하이 커이(좋습니다).”
저녁 신문엔 벌써 모리 에이꼬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모리 에이꼬의 기모노를 입은 사진이 실렸다. 환러스지 공사에서 기사 소스를 제공한 것 같았다.
[일본의 배우 싼잉쯔(森瑛子: 모리 에이꼬) 래화(來華: 중국에 오다)
일본의 예기(藝妓) 출신인 싼잉쯔가 펑아이링 여사의 작품인 <몽환앵화>의 영화 제작 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어제 상해에 도착하였다. 싼잉쯔는 여기에서 항일전쟁 시절 중국의 첩자와 사랑을 하게 되는 게이샤의 역할을 한다.]
“잘 나왔네.”
우옌 감독이 신문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우옌 감독이 심운학 감독을 보고 말했다.
“그랜드 센트럴 호텔로 가시죠. 펑아이링 여사가 그쪽으로 직접 오겠다고 했습니다.”
“사진기자하고 통역은요?”
“사진 기자하고 통역은 이미 그랜드 호텔로 보냈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심운학 감독과 우옌 감독이 그랜드 센트럴 호텔에 도착하였다. 로비에 있는 의자에 사진기자와 통역이 이미 와서 앉아 있었다. 우옌이 통역에게 지시를 하였다.
“모리 에이꼬에게 전화 하세요. 로비로 내려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통역이 모리 에이꼬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도중에 머리가 반쯤 센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타났다. 여자는 큰 가방을 어깨에 메고 나타났다. 심운학 감독은 이 여자가 펑아이링 여사인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우옌 감독님!”
“펑아이링 여사님!”
“인사하시죠. 한국의 심운학 감독님 입니다. 우리와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우,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심감독이 펑아이링 여사를 보았다. 나이는 자기와 비슷했지만 머리가 벌써 반쯤 하얗게 된 걸보니 작가이기 때문에 머리를 많이 써서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모리 에이꼬와 분장사가 나타났다. 우옌이 오른 손을 들고 에이꼬를 불렀다.
“모리 에이꼬!”
모리 에이꼬가 청바지 차림에 대학생 같은 복장으로 나타났다.
“작가인 펑아이링 여사입니다. 인사하세요.”
모리 에이꼬가 작가를 보고 크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아휴, 진짜 일본 여자네. 예의가 아주 바르네요. 나는 펑아이링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펑 여사가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 작품에 출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통역이 방금 모리 에이꼬가 한 말을 통역했다.
“얼굴도 예쁘고 심성도 아주 착한 배우네요. 중국의 도도한 배우와는 사뭇 다르네. 내 작품에 딱 맞는 배우네요.”
일행은 커피숍으로 향했다. 펑 여사는 모리 에이꼬가 마음에 드는지 계속 손을 잡았다.
“나도 일본 여행을 자주하는 편이지만 에이꼬상은 정말 일본의 고전적 분위기가 나요. 얼굴도 오밀조밀하고 정말 예쁘네요. 춤을 추는 마이꼬상이라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펑 여사가 활짝 웃었다.
“그렇습니다 하고 말할 때 마다 고개를 까닥거리니 정말 일본여자네. 그런데 마이꼬상 인걸 알았으면 작품에 춤추는 장면을 많이 넣을 걸, 잘못했네.”
우옌 감독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촬영시에는 춤추는 장면을 많이 삽입했습니다.”
“잘 하셨네요.”
커피만 마시고 있던 심운학 감독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기의 명함을 펑여사에게 주며 말했다..
“저, 펑여사님, 혹시 명함 가지고 계시면 한 장 주시겠습니까?”
“저는 명함을 잘 안 쓰는데....”
펑 여사가 큰 가방을 뒤적이더니 지갑을 꺼내 그 속에 있던 명함을 주었다. 명함은 소속이 없어서 그런지 심플했다. 작가 펑아이링이라는 이름만 적혀 있었고 작은 글씨로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만 있었다.
펑여사가 명함을 주면서 말했다.
“한국의 방송작가 김XX와는 저하고 친구입니다. 전에는 나도 한국엘 자주 갔었는데 요즈음은 작품 쓰느라 통 못 갔네요. 호호.”
커피를 다 마시자 우옌 감독이 일어나며 말했다.
“앞으로 촬영하게 될 작품<몽환앵화>의 작가님과 주연 여배우가 오늘 뜻 깊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두 분이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찍었으면 합니다.”
“좋아요.‘
펑여사가 웃으면서 일어났다. 펑여사와 에이꼬는 서로 손를 잡고 웃는 모습으로 로비에서 사진을 찍었다.
다음날 신문에 또 모리 에이꼬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인기작가 펑아이링 여사가 영화 <몽환앵화>에 출연할 여배우 싼잉쯔(모리에이꼬)를 만났다.
펑아이링 여사는 싼잉즈를 보고 한눈에 자기의 작품인 <몽환앵화>에 출연할 여배우라고 극찬을 했다. 싼잉즈의 여성스러움과 맑은 인상은 펑아리링 여사에 깊은 인상을 준 것 같았다. 특히 펑아이링 여사는 싼잉쯔가 춤추는 게이샤 출신이라 더욱 만족감을 표시하였다.]
이런 기사와 함께 펑여사가 모리 에이꼬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실렸다. 예쁜 젊은 여자와 땅딸막한 아줌마가 같이 찍은 사진이라 너무 대비가 되는 사진이었다.
심운학 감독이 구건호에게 보고를 하였다.
“상해에 있는 심운학 감독입니다.“
“수고하십니다. 모리 에이꼬는 잘 있지요?”
“환러스지 공사에서 교통 좋고 시설 좋은 그랜드 센트럴 상하이 호텔 특실에 방을 잡아 주었습니다.”
“내가 200만 달러는 보냈고 나머지 300만 달러는 제작 발표회 끝나면 보내드리죠.”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행은 잘 되고 있지요?”
“에이꼬는 여기 와서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신문에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요?”
“방문한날 보도가 되었고 어제는 <몽환앵화> 작품을 쓴 작가도 만났습니다.”
“아, 펑 뭐라고 하는 여자 말입니까?”
“예, 맞습니다. 펑아이링 여사입니다. 그 작가가 에이꼬를 보고 무척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자기 작품 <몽환앵화>에 딱 맞는 배우라고 칭찬을 했습니다.”
“흠, 그래요?”
“펑여사와 에이꼬가 만나는 장면도 사진과 함께 어제 석간신문에 보도가 되었습니다.”
“허허, 그래요? 아무튼 에이꼬의 안전에 특별히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작 발표회는 내일인가요?”
“예, 맞습니다. 에이꼬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많은 연예 기자들이 몰려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제작 발표회 끝나면 또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구건호가 심운학 감독의 전화를 받은 건 신사동 빌딩에서였다. 구건호는 방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모리 에이꼬는 캐런티로 20만 달러를 받는다니 그건 됐고, 심감독은 얼마를 줘야하지? BM엔터테인먼트의 그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이사한테 물어볼까? 아니야 그건 안 돼. 줄려면 팍 주지 뭐 그런 걸 물어보냐고 뒷소리 할 수도 있어.]
구건호는 우옌 감독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환러스지 공사의 천바오깡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나, 구건호요.”
“앗, 사장님. 200만 달러는 잘 받았습니다.”
“300만 달러는 제작발표회 하고 다음날 보내드리죠.”
“감사합니다. 제작 발표회는 많은 관심 속에 진행될 겁니다. 좋은 배우를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뭐 하나 물어봅시다.”
“예, 말씀 하십시오.”
“거기서 우옌 감독에게 한 작품이 성공하면 얼마를 줍니까?”
“저희는 제작비의 1% 범위 내에서 작가의 원고료와 감독의 보수를 줍니다.”
“흥행에 성공하면 더 줍니까?”
“흥행의 성공여부에 대한 과실은 투자자의 몫입니다.”
“흠, 그래요? 그럼 5만달러가 못될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럼 심운학 감독은 얼마를 줍니까?”
“심감독님은 프리랜서가 아니고 환러스지 공사의 스탭으로 편입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 급여가 나가고 있기 때문에 따로 드리는 것은 없습니다. 작품이 성공하면 보너스는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요? 흠.. 잘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고민을 했다.
뒷짐을 지고 사장실을 몇 번 돌다가 심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예, 사장님!”
“심감독님 대우가 좀 박한 것 같은데.... 현재 심감독님은 여기서 받는 1백만원 급여와 중국의 환러스지 공사에서 받는 급여뿐이란 말입니다.”
“주택 임대료와 승용차 비용은 환러스지 공사에서 제공 받고 있습니다.”
“우옌 감독은 프리랜서라고 했지요? 프리랜서가 낫습니까? 아니면 제작사 소속이 되어 급여로 받는게 낫습니까?”
“프리랜서 쪽이 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안정성은 좀 떨어집니다.”
“이렇게 하시죠. 지금 여기서 받는 급여는 급여 압류 문제로 10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법원의 일반회생 결정문이 오게 되면 150만원으로 올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영화 <몽환앵화>가 뜨게 되면 이익금의 1%를 심감독님께 드리도록 하지요.”
“헉! 1%요? 가, 감사합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 만족하시겠습니까?”
“고, 고맙습니다. 너무나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50억을 투자해 30억을 번다면 심감독에게 3천만원을 줘야하겠군. 만일 대박이 나서 내가 100억원을 번다면 심감독에게 1억을 줘야 하네. 뭐, 그 정도는 줄 수 있겠지. 그래야 죽기 아니면 살기로 영화를 성공시키려고 노력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나는 상해에서 영화에 성공해 과실 송금을 받으면 이 돈은 지에이치 미디어의 법인에서 흘러간 돈이라 신사장 몫 5%떼고 법인세 22% 떼고 배당받겠네? 거기다가 배당 받고 나면 배당 소득세로 돈이 나가니까 투자액의 절반이나 최종적으로 내 손에 들어오려나 모르겠네. 참, 돈 벌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