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8
크랭크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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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건호는 중방(中方: 중국을 말함)측에 돈을 보낼 수가 없었다. 돈을 보내면 선로패(노선권) 몇 개는 더 주겠지만 돈을 넣으면 물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자 정도는 중방 측에서 보장은 해주지만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자 수준의 돈도 보장을 안 해주면 외교문제도 발생하고 국제 상거래에 좋지 않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구건호가 문재식에게 말했다.
“사실 중방 측 입장도 이해는 간다. 토지를 지금 이전해주면 합자사가 이를 담보로 융자를 받을까봐 그런 거야.”
“그럴까?”
“돈은 안 넣고 2차, 3차 투자금을 자꾸 융자나 받으려고 한다면 합자로 한방의 돈을 끌어들인다는 의의가 퇴색되기 때문이겠지.”
“우리가 계속 버티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계속 요구하다가 안 되면 자기들 스스로 융자를 받겠지. 아직은 토지 명의가 중방의 객운 공사 명의일 테니까.”
“그럼 중방이 지금이라도 융자를 받으면 될 텐데 왜 안하지? 만날 돈 없다고 하면서.”
“중국의 터미널 부지는 한국과 달리 개인에게 팔수 있는 땅이 아니야. 공익적 목적이 있는 땅이라 함부로 못 팔지. 그래서 나대지(裸垈地) 상태에서는 담보를 잘 안 잡아줘.”
“그럼 어쩌지?”
“터미널이 3층이나 4층 정도 짓게 되면 달라지지. 현재까지 들인 건축비(기성고)와 토지를 담보로 융자가 가능하게 될 거야. 곧 완공되면 수익을 창출하는데 안 빌려줄 은행은 없겠지.”
“그런가?”
“그래서 내가 지난번 중국에 갔을 때 공상은행 지점장에게 질문을 했었던 거야. 기성고를 담보로 융자가 가능하냐고 말이야.”
“그럼 중국 애들이 자기들이 융자받고 건물 다 짓고 우리를 나가라고 하면 어쩌지?”
“현재 우리가 1차로 투자한 300만 달러가 있어. 나가라고 한다면 이걸 내 주어야 하는데 내줄 돈이 없겠지?”
“그렇지. 건축비로 썼으니까.”
“그래서 터미널 사업은 못하게 하드라도 고속버스 회사는 작은 규모로 그대로 놔둘 가능성이 많아. 앞으로 나올 선로패는 이제 합자사엔 잘 안주고 객운 공사가 다 가져가겠지.”
“우리가 합자계약 위반은 아닌가?”
“우린 명분이 있지. 토지 등기를 안 해주었으니까 그걸 물고 늘어지는 거지. 아마 중국 애들도 지금쯤은 한방이 더 이상 돈을 가지고 오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할 거야. 자기들이 융자받고 터미널 사업 할 테니 너희는 고속버스 몇 대만 가지고 운영하는 버스회사나 하다가 합작기간 20년 만료되면 철수하라고 하겠지.”
“대략 알 것도 같다.“
“작은 고속버스 회사를 하게 되면 1차 투자금 30억에 대한 원금상환과 이자 조금 붙인 정도에서 과실송금을 하게는 해 줄 거야. 너 20년간 근무하는 데는 아무 지장은 없을 거다. 대박은 안 나오지만 이자는 조금 더 나온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돼.”
“흠.”
“그래서 절강대학의 왕지엔 교수는 이런 말을 했잖아. 터미널 사업은 대박 사업은 아니지만 젖소에서 젖을 조금씩 짜 먹는 캐시카우(Cash Cow) 사업이라고 했었지.”
“그 사람들은 사업을 안 해본 학자들이지만 사업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네.”
“그 사람들은 알아. 그래서 MBA과정 강의도 하고, 국가의 경제정책 위원이나 금융위원 같은 것도 하잖아.”
“대단들 하다.”
“그건 그렇고 식품공사는 잘 되지?”
“KFC나 한국식 치맥이 대박인줄 알았더니 여기도 캐시카우야.”
“캐시카우면 성공한 거다.”
“일 매출 3만 위안에서 3만 5천 사이를 왔다 갔다 해. 한 달 내내 해봤자 한국 돈 2억이 못돼.”
“욕심 부리지마라. 음식장사 해가지고 그 정도면 대박이나 다름없다. 인터넷 사업은 어떠냐?”
“처남 월급주고 한국 돈으로 월 600만원 정도 떨어져.”
“그래?”
“처남 월급을 여기서 1만 위안 주고, 한국서 핸들링하는 사람 2백만원 줘.”
“처남 월급이 적지 않아?”
“순영이 엄마 월급이 1만 5천 위안인데 더 많이 줄 수는 없지.”
“처남은 화계화원 아파트에 같이 있다고 했나?”
“처음에 같이 있었는데 내 눈치 보인다고 따로 나가 살아. 방 2개짜리 조그만 아파트 하나 얻었어.”
“방값은 회사에서 지불해 줘라.”
“그럼 미안한데.”
“처남 문제는 나중에 별도로 상의하자.”
“중국인 경리사원을 한명 두었어. 아무래도 순영이 엄마가 중국의 세무에 대해선 잘 모르기 때문에 한사람 두었어.”
“잘했다.”
구건호가 문재식의 전화를 끊고 신문을 보고 있는데 H그룹 구매팀의 호출로 H그룹 사무실에 갔었던 송사장이 전화를 했다.
“H그룹 구매팀엔 잘 갔다 왔습니다.”
“갔던 일은 잘 됐습니까?”
“제품에 기포가 생겼네요.”
“기포가요? 그럼 불량입니까?”
“육안으론 거의 식별이 불가능합니다. 돋보기 같은 것으로 봐야 알 수 있는데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꼬투리를 잡네요.”
“기포가 왜 발생하는 겁니까?”
“같이 간 연구소장 말로는 온도 때문이랍니다. 온도를 조금 낮추면 기포는 안 생기는데 대신 경도가 조금 강해진다고 합니다. 그 사실도 구매팀에 알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뭐라고 합니까?”
“경도는 약간 강해져도 좋으니 기포를 없애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일 다시 만들어 모래까지 시제품 뽑아서 갖다 주기로 했습니다.”
“그럼 대량 주문은 시제품 갖다 주고 나서 결정되겠네요.”
“그렀습니다. 대신 희소식도 하나 있습니다.”
“희소식요?”
“한국에서는 몇몇 재벌의 회사에서 케미칼 원재료를 생산하고 있잖습니까?”
“그렇지요.”
“그런데 국산이 아마 기포 발생이 더 심한 모양입니다. 자기들이 납품받고 있는 디팩이란 회사의 제품이 국산 원재료를 디욘 코리아 것으로 쓰라고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가 사장님 통화 끝나면 바로 김전무에게 전화를 하려고 합니다.”
“거긴 물량이 꽤 될 것 같은데요?”
“디팩은 이지노팩보다 큰 회사입니다. 계열사도 여러개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김전무하고 통화해 보세요.”
구건호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디욘 코리아가 인도와 중국에 생산 공장 설립으로 수출이 줄어들어 걱정하였는데, 그건 걱정 안 해도 되겠군.]
[코스닥 상장하는데 매출이 늘어나면 났지. 줄어들면 안 되지. 더구나 상장하면 분기별로 실적을 공시해야 하는데 초장부터 투자자를 실망시키면 안 되겠지.]
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하여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 들어온 걸 확인하고 있었다. 중국의 심운학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환러스지 공사에서는 제작 발표회를 갖는답니다. 그래서 제가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하고는 통화를 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 모리 에이꼬에게 상해를 와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발표회를 갖기 전에 여기에 있는 스탭들과 인사도 하고 캐스팅한 배우들과도 만날 예정입니다. 숙소는 상하이의 최고급 호텔로 정했습니다.”
“그래요?”
“시나리오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건 거의 완성단계이고 시놉시는 번역 완성되어 모리 에이꼬 이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에이꼬가 수신 확인 했더군요.”
“통역은 안둡니까?”
“통역은 몇 사람 뽑았는데 오늘 우옌 감독이 면접을 봅니다.”
“그 아이가 중국어도 모르고 중국 실정을 모릅니다. 심감독님이 각별히 안전을 중방측에 당부해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우옌 감독이 돌아가서 스탭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리 에이꼬가 오면 안전문제에 신경을 쓰고 잘 대접하라고 했습니다. 한국의 제일 투자자인 구건호 동사장과 가까운 사이인데 잘못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흠, 그랬답니까?”
“만에 하나 구 동사장님 비위를 건들이면 영화고 드라마고 만들기가 어려워진다고 엄포를 놓더군요.”
“흠, 알겠습니다.”
“요시타카 선생한테는 모리 에이꼬가 올 때 분장사와 함께 오라고 했습니다.”
“제작 발표회 때 분장할 일이 있습니까?”
“그건 아니고 에이꼬의 신변 보호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 촬영은 언제 들어갑니까?”
“제작 발표회 끝나면 바로 크랭크인에 들어갑니다. 우옌 감독은 제작비를 줄이려고 메인 프로덕션 기간을 3개월로 단축시키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흠, 그래요?”
“그 대신 촬영 후 편집기간을 오래 잡아서 포스트 프로덕션 기간을 3개월간 잡으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흠, 그런 건 난 잘 모르니까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자기 개인 통장을 열어보았다. 지난번 중국의 안당시에 300만 달러를 보내느라고 통장에 돈이 별로 없었다.
[증권사의 돈 50억만 찾아야겠군. 증권사의 돈은 안 건드리려고 했는데 할 수 없네. 50억만 빼 냈다가 돈 벌면 바로 채워 넣지.]
구건호는 증권사 지점장에게 전화를 했다.
“중국 투자 때문에 50억만 채권 산 것 환매해야 되겠네요. 현금 찾으러 갈 테니까 준비해 주세요. 벌어서 투자하려고 하니 잘 안되네요.”
“아이고, 사장님. 강남 큰손께서 50억 걱정하시면 되겠습니까? 디욘 코리아가 상장하면 돈이 50억이 아니라 500억 이상이 굴러 들어옵니다.”
“그렇게 들어오겠습니까?”
“제가 벌게 해드리죠. 사장님의 충직한 가신이 되겠습니다.”
구건호는 증권사에서 50억을 찾아 지에이치 미디어의 통장으로 입금을 시켰다. 그리고 신정숙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금 미디어의 법인통장에 50억을 입금했습니다.”
“어머나, 50억을요? 50억이면 일반 평민들 삼대가 걸쳐 편하게 먹고살 돈이네요.”
“영화 <몽환앵화>의 주인공으로 일본의 배우가 캐스팅 되었습니다. 제작 발표회를 하는 모양인데 통장에 있는 돈은 내가 중국에 보내주라고 하면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오래간만에 김민혁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즘 공장 이사하느라고 바쁘지?”
“아니야. 이사는 별 옮길 것도 없었어. 공작 기계를 옮기는 것은 없었잖아.”
“기계장비는 다 설치했지?”
“다 했어. 안차장이란 사람이 반장급 한 명을 데리고 와서 다 했어.”
“안차장은 귀국할 사람이고 반장급은 거기 상주할 직원이야. 원래 과장급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 친구는 바뀌었어.”
“반장도 일 잘하던데? 그래서 여기선 편의상 과장으로 부르려고 해.”
“그래? 그럼 배합실 과장급은 뭐라고 부를 건가?”
“그 사람은 부장으로 부를 거야.”
“그 사람들 거기서 눌러있고 싶어 하겠다.”
“눌러있고 싶으면 난 더 좋지.”
“배합은 유희열 부장이 잘 지도해주고 있나?”
“유부장이 지도는 잘 해주는데 핵심 기술은 안 가르쳐 주는 것 같던데?”
“그래? 거기 직원은 뽑았나?”
“뽑았어. 공무팀 두 사람, 배합실 두 사람, 그리고 생산직 10명 뽑았어.”
“그럼 거기 인원이 몇 명이냐?”
“지게차 기사하고 경비원까지 하면 벌써 20명이야.”
“그렇게 되나? 그 식구들 먹여 살리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구나.”
“여기 공업원구만 잡아도 좋은데. 생산 공장 생겼으니 브로셔 만들어서 딩딩이 한 바퀴 돌 거야. 영어 잘하니까 미국이나 유럽기업 사장들도 만나고 그럴 예정이야.”
“그래?”
“일단 공업원구에 들어왔으니 여기에 사장단 회의도 있고 그러니까 자주 어울리다 보면 한건은 건지겠지.”
“딩딩은 미인이기도 하지만 성격도 좋고 그래서 잘 할 거야.‘
“헤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