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7
GH 모빌의 성장 (2)
(407)
구건호는 박종석 이사만 보면 자꾸 옛날 생각이 나는 모양이었다.
“종석아 너 요즘 낚시 못하지?”
“낚시? 못해. 토요일, 일요일도 학교 공부 때문에 어디 못가.”
“그래?”
“그러고 보니 청담동 이회장님 얼굴도 이제 가물가물 하네.”
“나도 그 양반 만난 지 오래됐어.”
“낚시 이야기 나오니까 형하고 낚시 갔다가 한 마리도 못 잡고 삼겹살 먹던 생각나네. 오늘 점심에 삼겹살 먹으러 갈까? 이상하게 삼겹살이 땡기네.”
“그러자. 나도 오래간만에 삼겹살 먹고 싶다. 엄찬호 그놈도 삼겹살 먹으러 가자면 좋아할 거야.”
“그럼 이따가 12시에 만나. 사거리 지나서 안성 쪽으로 가다보면 있는 생고기 집으로 와.”
“거긴 한우고기 집 아니냐?”
“삼겹살도 팔아.”
“알았다.”
구건호와 박종석, 그리고 엄찬호가 삼겹살집에서 만났다.
고기가 지글거리며 익자 구건호가 말했다.
“생각 같아선 소주한잔 딱하고 싶은데 오후에 디욘 코리아로 가기 때문에 못하겠다.“
“형은 술 한 잔 해도 괜찮지 않아? 사장인데 뭐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
“그래도 그렇지 않아. 사장일수록 모범을 보여야지.”
“하긴 나도 공장장하니까 행동을 마음대로 못하겠어. 보는 눈들이 너무 많아.“
“너도 아마 그럴 거다.”
박종석이 구운 고기 몇 점을 엄찬호에게 주면서 말했다.
“찬호야, 많이 먹어라. 네가 사장님 모시고 다니느라 수고한다. 상추에 싸서 먹어라. 여기 상추는 식당 주인아줌마가 밭에서 직접 뜯은 거란다.”
“예, 많이 먹고 있습니다. 작은 형.”
“쨔샤, 이사님이라고 불러.”
“알겠습니다. 헤헤.”
“아까 공장에서 형 나가고 나서 중국에 있는 석호 형한테 또 전화가 왔었어.”
“잘 있데?”
“가라오케 확장하는데 투자할 생각 없냐고 하던데?”
“그래?”
“돈 없다고 했어. 돈 있다고 해도 누가 거길 투자해. 석호 형은 전엔 아주 위대해 보였는데 내가 사회생활 하다 보니 아직도 옛날의 건달 티를 못 벗어나고 있는 것 같아.”
“그래?”
“내가 공장장이 되고나서 대기업이나 기관에 있는 점잖은 사람들하고 접촉하다보니까 석호 형은 뭐라고 할까, 좀 다듬어지지가 않았어.”
“흠, 그래?”
“아직도 나를 옛날의 자기 똘마니로 생각하는 모양이야. 어떻게 보면 석호 형도 안됐어. 자기 틀을 깨고 나와야 하는데.”
“자기 틀을 깨? 허허, 박종석이가 이제 어려운 말도 할줄 아는구나.”
“헤헤, 들은 소리지. 뭐.”
“돈 없다고 하니 서운하다고 안하니?”
“나보고 좋은 기회를 놓친다고 했어. 그리고 실제 나, 지금 돈 없어. 형도 알지만 아파트 융자받고, 있는 돈 까지 탈탈 털어서 우리사주 몽땅 샀잖아.”
“몇 주 샀지?”
“실권주 모두 내가 사겠다고 해서 16,000주 샀지.”
“꽤 샀구나.”
“난, 디욘 코리아가 상장되어서 내 주식 뜨기만 바라고 있어.”
“잘 될 거다.”
“석호 형은 형한텐 전화 안하지? 형한텐 아마 어려워서 전화 못할 거야.”
구건호가 디욘코리아로 갔다.
김전무와 상임감사가 함께 구건호 방엘 들어왔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여긴 제가 없더라도 전무님과 감사님이 계시니까 걱정을 안 합니다.”
구건호는 비서 이선혜를 불러 대추차 세 잔을 가져오게 하였다.
“중국은 기계장비 4대 세트 모두 갔습니다. 1호기, 2호기를 뜯어서 보냈고 나머지 2대는 모빌에서 만든 걸로 보내주었습니다.”
“그럼 1호기, 2호기가 있었던 자리는 모빌에서 만든 걸로 채워놓았습니까?”
“그렇게 했습니다.”
“모빌에서 만든 기계장비들도 제품 생산엔 이상 없습니까?”
“잘 나옵니다. 현재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중국은 그럼 사람들을 보냈겠네요.”
“보냈습니다. 배합실에 있던 과장급 한명과 공무팀 반장급 한명이 발령받아 갔습니다. 직원 발령품의서는 사장님께 이미 말씀드리고 품의서 결재를 받았던 사항입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발령자 두 사람만 보내면 미숙할 것 같아 유희열 부장과 공무팀 안차장이 현지 지도차 출장을 갔습니다.”
“그랬나요?”
“간지 며칠 되었으니까 내일이나 모래 귀국할겁니다.”
“그럼 여기서 중국으로 수출하던 물건은 주춤하겠네요. 현지에서 생산하니까요.”
“아직까지는 그대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아직 양산체제에 들어간 건 아니니까요.”
“중국과 인도의 수출물량이 줄어들지 모르니 국내 영업에 더 신경을 써야겠군요.”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지금 모빌의 송사장이 H그룹에서 따내는 제품들이 원재료를 디욘에서 생산한 걸 쓰기로 해서 기대가 큽니다.”
“판매처는 너무 모빌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건 맞습니다.”
“다변화할 방안은 있는겁니까?”
“우선 이번에 일산의 킨텍스에서 열리는 고무, 플라스틱 전시회에 우리가 부스하나를 얻어 들어가려고 합니다. 홍보의 기회니까요.”
“흠.”
“지금 모빌의 크라이슬러 납품도 시카고 모터쇼에 부스 하나 얻어서 참가했던 덕분 아닙니까?”
“그건 그랬죠.”
:지금 우리제품으로 찍은 완성품을 납품업체에 하나씩 달라고 해서 샘플까지 부스에서 진열하려고 합니다. 거기에 고무, 플라스틱 성형업체에서 모두 구경 오니까 홍보 기회로 삼으려고 합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세요.”
“인도도 기계장비를 보내야 하는데 모빌에서 제작에 못 들어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추가로 주문한 스크류가 미국에서 안와 그런 모양입니다. 너무 늦으면 우리가 할 수없이 3호기, 4호기를 뜯어서 보내야 합니다.”
“내일이나 모래 들어온답니다.”
“그러면 다행입니다. 한번 만들어 보았으니 이젠 하루면 한 대씩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럴까요?”
“메인 스크류 맞추는 것만 박종석 이사가 하고 나머지는 공무팀 직원들이 달라붙어 하니까 금방 하던데요?”
김전무가 말을 마치고 대추차를 마시자 이번엔 상임감사가 말했다.
“코스닥 위원회에 예비심사 청구는 들어갔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예비심사가 통과되어 등록 결정이 되면 유가증권 신고서를 제출합니다.”
“흠.”
“공모금액이 많아 금융감독원에 유기증권 신고서도 제출해야합니다. 주간사증권사에서 업무대행은 다 해주고 있습니다.”
“예비심사 기일은 얼마나 걸립니까?”
“통상 2개월 걸립니다.”
“전에 주간사증권사의 지점장이 왔을 때 이사회 결의서는 날짜 소급해서 만들어 놓으라는 건 다했지요.”
“다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됐습니다. IR(투자설명회)는 언제 합니까?”
“예비심사 결과 통보가 오고 유가증권 신고도 끝나면 합니다. 지금 조차장과 영업의 성과장이 사업설명회 자료는 만들고 있는데 아직 시간은 충분히 있습니다.”
찻잔을 내려놓으며 김전무가 말했다.
“사실 욕심 같아선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에도 모두 생산 공장을 설립했으면 좋겠는데 감사님이 하지 말라고 하네요. 미리 해버리면 IR때 할 말이 없다고 합니다.”
“하하, 그래요?”
“IR때 기관들 많이 끌어들여 수요예측이 좋게 나와야 신주 공모가가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그런 모양입니다.”
“그런가요?”
김전무와 상임감사가 일어섰다.
“그럼, 별다른 지시사항이 없으면 저희는 일어서겠습니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구건호가 현장을 내려가 보았다. 공장장을 맡고 있는 유희열 부장도 중국 출장 중이고 공무팀 안차장도 출장 중이라 혹시 공백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확인하러 내려갔다.
현장은 기계소리도 요란하고 나름대로 잘 굴러가고 있었다.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는 나이 든 사람이 보였다. 촉탁으로 있는 연구소장이었다.
“여기 계십니까?”
“어? 사장님 오셨습니까?”
“왜 여기 계십니까?”
“유부장이 중국가면서 현장을 잠간 봐달라고 해서 나와 봤습니다. 잘 굴러가네요. 내가 할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소장님이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아휴, 감사는 내가 해야지요. 이렇게 이 나이에 출근할 데가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김전무가 현장엘 내려왔다. 김전무도 요즘 윤상무도 없고 공장장도 없으니까 현장이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김전무가 촉탁 연구소장을 보고 말했다.
“형님이 하루에 세 번만 현장에 나와서 왔다 갔다 하세요. 다리 운동도 되고 좋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유부장 부탁으로 그렇게 하고 있어.”
“연구소에만 쪼그리고 있으면 형님 건강이 나빠지니까 나와서 돌아다녀야 합니다. 내가 내일 힘내시라고 갈비탕 한 그릇 사 드리죠.”
이 말에 구건호도 웃고 사장실로 올라갔다. 사장실로 올라가면서 구건호가 생각했다.
[저 연구소장 촉탁기간을 1년만 더 연장 해줘야겠네.]
사장실에 올라간 구건호는 비서 이선혜를 불렀다.
“내가 여기만 오면 대추차가 좋아 많이 마시게 되네요. 대추차 한잔만 더 가져와요.”
비서 이선혜는 자기 엄마가 만든 대추차를 구건호가 좋아하니 기분이 좋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대추차를 타서 구건호에게 갖다 주었다.
“고마워요.”
구건호가 대추차를 마시며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소파에 앉아 있는데 중국의 문재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야. 지금 디욘 코리아에 와있나?”
“응, 디욘 코리아야. 오늘 디욘 코리아 오는 날 아니야?”
“디욘 코리아는 요즘 잘 나간다며? 중국과 인도에 생산 공장이 가동된다는 소문은 들었어.”
“이제 시작이야.”
“언제나 느낀 것이지만 난 구사장이 정말 자랑스러워.”
“쓸데없는 소리. 터미널 공사는 어떻게 됐냐?”
“2층 다 올라갔어. 요즘 나보고 돈 안가지고 들어온다고 중방에서 꽤나 지랄하네.”
“그래?”
“그래서 나도 토지등기 빨리 해달라고 지랄을 했지.”
“한방과 중방이 양쪽에서 지랄을 떠는구나. 킥킥.”
“중방애들이 터미널 토지는 시에서 합자사로 비준을 해주었고 공공성이 있는 토지라 획발(劃發) 토지이며 토지 사용증은 건물 다 짓고 내주는 건데 중국법을 이해 못하고 막무가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신경질 부리네.”
“못 들은 척 해. 네가 시달리겠지만 우리가 이기려면 이 방법 밖에 없어.”
‘알겠어. 그렇게는 하고 있어.“
“네가 고생한다.”
“그런데 합자사가 운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터미널 사업도 하기 때문에 요즘 매표수수료가 제법 짭짤하게 들어와.”
“매표수수료?”
“터미널을 현대식으로 짓는다고 하니까 안당시에 있는 군소 시외버스 회사와 다른 지방의 버스회사들이 서로 우리 동부터미널에 들어오려고 해.”
“그래?”
“걔들의 승차권을 우리가 팔아주고 수수료를 떼. 100만원어치 팔아주면 8만원 정도 수수료를 떼.”
“그래?”
“터미널 사업도 터미널이 완공되면 상가 분양을 많이 하니까 임대료 수입도 상당히 들어오겠어.”
“그러겠지.”
“요즘 동창들이 나한테 전화가 많이 와.”
“왜?”
“터미널 사업 합자하기로 하고 지금 공사 중이라고 하니까 너도나도 좋은 자리 가게하나 얻을 수 없냐고 하던데?”
“중국 와서 장사할건가?”
“자기들이 하나 잡으면 나보고 프레미엄 받고 되팔아달라고 하던데?‘
“미친 자식들 그게 마음대로 되나?”
“중방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자기들도 상가분양은 추첨방식이 될 거라고 했어.”
“보는 눈이 많으니 그런 방식으로 가겠지.”
“내차 운전기사는 또 그런 말을 하데. 추첨방식은 형식이고 내부적으론 꽌시가 있으면 분양받을 수 있다고 하던데? 그런데 그 빽이 웬만한 빽 같곤 어림없다고 그러던데?”
“흠, 그래?”
“일단 우린 추가 투자를 토지 명의이전까지 보류하고 있어서 상가분양은 신경 안 쓰고 있어.”
“잘했다. 거기 신경 쓰면 돈도 안가지고 오면서 그런 데나 신경 쓴다고 찍는 소리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