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06화 (406/501)

# 406

GH 모빌의 성장 (1)

(406)

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을 하였다.

제1공장과 제2공장으로 수많은 트럭들이 제품을 싣고 가기도 하고 싣고 오기도 하였다. 650명이나 되는 종업원들이 조직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장 출신인 구건호는 늘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오늘도 현장부터 먼저 둘러보았다.

“현장에 간부들이 하나도 없네?”

구건호가 나타나면 항상 뛰어나오던 박종석이사나 생산부장들이 보이지가 않았다. 구건호가 현장 반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었다.

“간부들은 어디 갔습니까?”

“박이사님 실에서 회의합니다.”

구건호가 박이사의 방에 갔을 때 회의가 끝나는지 간부들이 다이어리를 옆에 끼고 나왔다. 이들은 나오다가 구건호를 보자 일제히 인사를 하였다.

“회의가 있었습니까?”

“예, 생산부 회의가 매주 월요일에 있는데 오늘은 좀 길어져 지금 끝났습니다.”

“흠, 그래요? 수고들 하십니다.”

구건호가 ‘이사실’이라고 문패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박이사가 책상에 앉아 뭔가를 쓰고 있다가 구건호를 보고 벌떡 일어났다.

“형, 왔어?”

“무슨 회의가 있었나?”

“매주 월요일 정례 회의인데 오늘은 좀 길었네.”

“모두 여기서 커피를 마신 모양이구나. 종이컵에 커피가 있었던 자국이 있는걸 보니.”

“커피 한잔 줄까?“

“그래, 여기서 한잔 마시고 가자.”

박종석이 문을 열고 누군가를 불렀다.

“이반장! 이반장!”‘

제복을 입은 주부사원 한명이 뛰어왔다.

“사장님 오셨는데 커피 한잔만 뽑아 와요.”

“알겠습니다.”

주부사원치고는 좀 젊고 인물도 괜찮아 생산부 쪽 커피 심부름은 이 여성이 다 하는 모양이었다.

“저 주부사원이 조립 라인 중 A전자 1반 반장이야. 야물고 똑똑해.”

“그래? 잘 하게 생겼다. 나이도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나이는 우리 애 엄마보다도 적은데 벌써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야.”

“어, 그래?”

“21살에 애를 낳은 모양인데 남편은 성거읍에서 고무공장에 다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중에 반장이라는 여자가 왔다. 여자는 생글거리며 다이소에서 파는 작은 플라스틱 쟁반에 커피가 든 종이컵을 구건호에게 주었다.

“고맙습니다.”

구건호가 종이컵에 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했다.

“네 애기는 잘 크지?”

“벌써 엄마 아빠 소리도 해. 아무거나 입에 뭘 자꾸 집어넣으려고 해서 잘 지켜봐야 돼. 형 애기도 많이 컸지?”

“이제 고개 가누는 정도가 됐다.”

“우리 엄마 아빠가 그러는데 크는 아이들은 금방 크니 걱정 말라고 하지만 우리 애는 언제 클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지금 왔다 간 반장처럼 언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될지 모르겠어.”

“부모님은 잘 계시지?”

“부모님이야 잘 계시지. 처갓집도 잘 있고.”

“야, 종이컵 커피도 마실 만하다. 우리 옛날에 이 커피만 뽑아 마셨잖아.”

“킥킥, 형이 옛날에 포천과 양주에서 공돌이 할 때 커피 마시곤 꼭 빈 종이컵에 담배 털었던 것 생각 안나? 그리고 담뱃불 꺼지라고 마지막에 꼭 종이컵에 대고 침 한번 밷었잖아.”

“하하, 맞아. 그랬었지.”

“그런데 형은 담배 안 피는 것 같아.”

“난 담배 안 피운지 오래되었어. 술 마시면 한두 대 피우는 정도야. 너는 피우지?”

“난 전자담배 피워. 애기 엄마가 담배피우지 말라고 하도 잔소리를 해서 전자담배 피우는데 이것도 냄새난다고 야단이네. 지금 우리 회사에서 금연운동 하고 있는데 끊긴 끊어야겠어.”

“디욘코리아 기계세트는 현재 몇 대 만들었니?”

“4대 만들고 스톱했어. 미국 웨스트 몰딩사에서 기계 추가 주문한 게 아직 안 들어와서 작업을 못하고 있어. 잠깐 기다려봐.”

박종석 이사가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김지웅 대리? 나 박이사야. 트읜 스크류 언제 들어온다고 했지? 내일이나 모래 들어올 거라고? 그거 천안세관으로 들어오나? 아마 그럴 거라고? 그러면 그거고, 아니면 아니지, 그럴 거라는 건 또 뭐야? 옆에 있으면 쪼인트를 팍!”

김지웅 대리라고 말한걸 보니 미국에 같이 출장을 갔던 통역을 말하는 것 같았다. 박종석이사의 큰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래, 그래, 알았다. 관세사 사무실에서 물건 들어왔다고 연락이 오면 나한테 칼같이 보고해라. 알았지? 통관수속은 누가하냐? 네가 하냐? 그래, 우리 회사에 일 좀 하는 놈은 너밖에 없다. 짜샤,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하잖아! 나, 전화 끊는다!”

“누구냐? 미국에 같이 갔던 영어 잘한다는 친구냐?”

“맞아. 걔가 수입 업무를 담당하는데 내일이나 모래 연락이 올 거라고 하네.”

“이번엔 몇 대가 들어와?”

“4대야. 이번 거 들어오면 만들어서 인도에 보낼 거야.”

“지금까지 만든 4대는 중국에 보냈다고 했나?”

“중국은 시일이 급해서 디욘 코리아에서 두 대는 기존에 들어온 것 1호기, 2호기 뜯어서 보냈고 추가로 우리가 만든 것 두 대 보냈어, 1호기, 2호기가 있던 자리는 우리가 만든 것으로 설치했다는 연락을 받았어.“

“그래? 네가 가서 설치 안했냐?”

“우리 공무팀장이 가서 했어. 내가 통반장 다 하면 밑에 사람들이 싫어할 수가 있어. 그래서 공무팀장 시키고 잘했다고 등만 두드려 주었지. 헤헤. 이사 하니까 그거 하나는 좋아.”

“그건 맞다. 이사가 직접 기계 밑에 들어가 작업하는 것 보다는 지시하고 관리를 하는 게 본연의 임무겠지.”

구건호가 종이컵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이야기 했다.

“오늘 아침에 한 회의는 정기 회의라고 했지? 부차장이면 몇 명이 참석하나?”

“부장 2명, 차장2명, 그리고 공무팀장, 그리고 나, 이렇게 6명이 참석해. 지에이치 모빌의 생산에 관한한 최고 회의지. 아참, 서기가 한명 들어오네. 기록 때문에. 전에 지에이치 로지스틱스에서 경리로 있던 여자가 여기 서무로 있어서 그 여자가 기록을 하고 정리해.”

“흠, 그래?”

“기록한건 내가 싸인하고 꼭 송사장 결재를 맡아. 회의는 부차장 회의 말고 과장이나 계장들도 참석하는 확대 회의도 격 주간으로 있어. 이 회의도 내가 주재해.”

“그래?”

“확대 회의는 내가 임원회의에 참석하고 바로 해. 그래야 위의 지시사항을 빨리 전달할 수 있잖아. 회의 진행하는 건 내가 임원회의 때 형하고 송사장이 하는걸 보고 배운 걸 많이 써먹어. 헤헤.”

“그래?”

“야간에 한국기술교육대학에 다니니까 거기서 들은 용어도 가끔 회의할 때 써먹어. 그러면 내가 좀 유식해 보이더라고. 공무팀장 같은 친구는 처음 내가 이 공장에 왔을 땐 사사건건 충돌했는데 요즘은 나한데 꼼짝 못해. 이제 가방끈 가지고도 안 돼.”

“학교는 편입한지가 벌써 6개월이 넘었구나.”

“좀 있으면 방학해. 3학년 편입했으니까 앞으로 1년 6개월 지나면 난 공학학사가 되는 거야. 헤헤.”

“등록금은 회사에서 처리했지?”

“회사에서 처리했어. 송사장이 까칠하기는 해도 등록금 처리 전표는 얼른 싸인해 주던 데?”

“열심히 공부해라. 그리고 A전자 물량은 요즘 어떠냐?”

“A전자도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어. 그런데 A전자 물량은 계절을 많이 타. 지금같이 한여름이나 한겨울은 주문이 줄었다가 봄가을엔 대폭 늘어나. 실은 오늘 회의도 그것 때문에 했어.”

“그래?”

“지금이 7월이잖아. 휴가철 끝나면 주문이 늘어나는데 앞으로 H그룹 물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생산계획을 잘 세우자는 취지였어. 생산업무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작업표준화가 안된 것은 재정비하라고 했어.”

“흠, 그랬나?”

“지금 생산부는 2공장이 설립되어 1부, 2부, 3부로 나누었는데 공정간, 설비 간에 불균형이 있어. 그래서 오늘 아침 회의에 내가 악을 좀 썼지. 불균형 원인을 잡아내라고 말이야. 송사장 알면 또 송사장은 부차장급들 불러다가 야단치는 게 아니라 날 불러다가 야단치거든.”

“흠,”

“오늘 아침에 부차장들 불러다가 리드타임(Leed Time: 원재료 투입후 완제품 나오기까지 소요되는 시간) 감축 방안을 내오라고 했어. 나이든 부차장들 대가리 가지고 안 되면 밑에 있는 젊고 샤프한 대리급이나 과장급들 시켜서 내오라고 했지. 헤헤.”

“그랬나?”

“이건 송사장이 나한테 한 말인데 내가 바로 써먹었지.”

“하하, 그런가?”

“그런데 송사장이 미국 견학 보낼 두 사람을 생산에서 선발해달라고 하는데 누굴 보낼까 생각중이야. 생산 2팀에 과장급 한 놈이 아주 일을 잘하는 친구가 있는데 거기부터 보내면 아무래도 부차장들이 싫어할 것 같아. 그래서 생산1부장하고 공무팀장을 보낼까 생각중이야.”

“그것은 오로지 생산 이사의 권한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

“전에 양주의 마찌꼬바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할 땐 이런 고민이 없었는데 이사가 되니까 이런 걸로 걱정하는 게 많아지네. 형은 나보다 더 하겠지?”

박종석과 이야기 하고 있는데 송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접니다. 송사장입니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나, 현장에 있습니다.”

“H그룹에서 구매담당 임원이 저하고 연구소장을 지금 들어오라고 하네요.”

“갔다 오세요. 그런데 왜 그러죠?”

“지난번 시제품 들어간 것 중에서 조금 변형을 시켜야 될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역시 H그룹의 제품 심사가 까다롭습니다.”

“얼른 다녀오세요. 그런 건 빨리 대응하는 게 좋습니다.”

“그럼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박종석이 놀란 눈으로 구건호를 보며 말했다.

“지금 전화 송사장이지? 빨리 대응하라고? 무슨 일이지? 우리가 생산한 제품이 크레임이 발생했나?”

“아니, 그게 아니고 연구소의 시제품에서 조금 문제가 생긴 모양이야.”

“휴, 난 또 뭐라고. 클레임 소리만 나면 난 노이로제에 걸리겠어.”

“생산이사 자리가 역시 쉽지 않은 모양이구나.”

“이사라 남들보다 월급은 많이 받지만 역시 그만큼 책임이 따르니 어떤 땐 어깨가 무거워.”

구건호가 박종석 이사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너니까 이 큰 조직을 이겨 나간다. 여기 지에이치 모빌은 이제 너 아니면 와서 공장장 할 놈도 없다.”

“헤헤, 고마워 형.”

“H그룹 물량은 요즘 어떠냐?”

“현재까지는 전체 생산물량의 30%는 A전자 제품이야. H그룹은 아직 송사장이 근무했던 S기업과 비슷한 15% 규모지만 지금 시제품 들어간 것이 터지면 정신없을 것 같아. 제품 하나에 월 10만개씩 생산해야 되기 때문에 사출기나 압출기도 늘려야 하고 인원도 더 늘어나야 돼.”

“흠, 다들 더 바빠지겠구나.”

“지난주에 형이 일본 갔을 때 송사장 주재로 임원회의를 했었는데 H그룹 물량 터지면 생산직인원 50명을 추가로 뽑아야 한다고 했어. 그럼 지에이치 모빌의 종업원 수가 700명이나 돼.”

“그렇게 되겠구나.”

“관리직 인원 100명 빼고 나머지 600명은 모두 생산에 달라붙어서 내가 관리하는 인원이 앞으론 600명이 이나 돼.”

“그래 되겠구나. 네가 많이 힘들겠다.”

“다행인 것은 생산부가 3부로 나뉘어 있고 공무팀이 별도 조직으로 되어있어서 업무 분장은 잘 되어 있어. 부서장들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주니 아직까진 어려운 점은 없는데 부서간 갈등이 좀 문제야.”

“갈등?”

“생산 1부와 2부, 3부가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과 갈등이 있어.”

“흠, 그래? 갈등관리에 대한 부서장들 교육이 필요하겠구나. 송사장한테 이야기해서 부서장들 갈등관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해봐라. 아마 능률협회 같은데 가면 그런 교육이 있을 거다.”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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