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98화 (39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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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욘 코리아 생산기계 제작 (1)

(398)

구건호는 심운학 감독에게서 온 전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검색해 보았다. 전에 모리 에이꼬가 교토의 오카자키 공원에 있는 헤이안진구(平安神宮)에서 마츠리(축제)가 열릴 때 사진을 촬영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있다, 있어!”

다행히 저장된 모리 에이꼬의 사진이 있었다. 짙은 게이샤 화장을 하고 기모노를 입은 채 옛날 전통 종이 우산인 와가사(和傘)를 든 모습의 사진이 있었다. 구건호는 사진을 심운학 감독에게 전송하였다.

사진을 보낸 지 얼마 안 되어 심감독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보내주신 사진은 잘 보았습니다. 사진으로 봐서는 상당히 예쁜데요? 나이는 몇 살쯤 되었습니까?”

“20대 초반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대만 드라마에서 연기를 했다고 했지요?”

“연기는 했는데 드라마를 만든 대만 제작사가 파산을 해서 제대로 방영도 못했다고 합니다. 드라마 출연 경험이 있으니 연기에 아주 생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디 엔터테인먼트 소속입니까? BM엔터테인먼트에 일본 회사가 있으니까 한번 접촉해 보라고 하겠습니다. 저도 이 사람의 작품이나 실물을 보지 못해 뭐라고 말은 못하겠네요.”

“엔터테인먼트 소속은 아닙니다. 춤을 추는 무희지만 전문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배우는 아닙니다.”

“사장님이 언제라도 접촉이 가능한 사람입니까?”

“접촉은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거 괜히 내가 아끼는 보물을 공개하는 건 아닌가?]

토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김영은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

“상민이가 세상 구경하게 해 줘야지.”

구건호도 청바지에 농구화를 신고 선그라스를 꼈다. 지나가는 할머니들이 아기가 귀엽다고 하면서 몇 개월이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4개월 좀 넘었어요.”

“아휴, 예뻐라. 꼭 인형 같네.”

아이는 방긋방긋 웃기도 하여 정말 귀여웠다. 머리숱도 많이 자라 더욱 귀여웠다. 김영은을 닮아 흰 피부가 돋보였다.

“오빠 그렇게 입으니까 젊어 보이는데?”

“내가 언제는 늙었냐?”

구건호 부부는 유모차를 끌고 양재천변을 걸었다. 가다가 목마르면 유모차에 실은 음료수도 꺼내먹곤 하였다.

구건호가 김영은의 손을 잡았다. 김영은도 기분이 좋은지 구건호가 잡은 손을 꼭 쥐었다. 구건호는 가다가 유모차를 끌고 있는 김영은과 아기의 사진을 여러 장 스마트폰에 담았다.

“이 사진은 인화해서 줄게.”

조깅을 하던 어떤 60대 아저씨가 구건호에게 말을 걸었다.

“부부가 함께 찍으면 더 좋지. 스마트폰 줘 봐요. 내가 찍어줄 테니.”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김영은과 팔짱을 끼고 유모차 뒤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가 지에이치 모빌 직산 공장으로 갔다. 사장실에 올라가 소파에 앉자마자 송사장과 박종석이 들어왔다.

“미국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잘 다녀왔습니다. 시애틀에 있는 ‘웨스트 몰딩’이란 회사의 사장과 공장장들도 다 만나고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트윈 스크류를 팔수 있다고 합니까?”

“라이먼델 디욘사와 구매 약정은 있다고 했었습니다. 경쟁사에겐 팔수 없다고 되어있는데 지에이치 모빌은 들어본 적이 없는 회사라 팔수 있다곤 했습니다.”

“그럼 사지 그랬습니까?”

“주문 생산이기 때문에 재고가 없더군요. 4대가 있어서 계약을 하긴 했습니다.”

“가격이 얼마입니까?”

“라이먼델 디욘사에 들어가는 가격으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개당 2만 달러였습니다.

“라이먼델 디욘사에 들어가는 가격은 얼마입니까?”

“그건 말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여러 번 물어보았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대신 우리도 가져가는 것을 업계에 비밀로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요?”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품도 아니고 수요가 한정되어 있어서 그렇답니다. 기술자들이 달라붙어 여러 날 깎는 작업을 하는 제품이라 그렇답니다.”

“홈.”

“실력은 있는 모양입니다. 거기서 깎는 핵심 부품들이 연방정부의 군사용 군함이나 항공기에도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흠, 그래요? 잔금은 언제 보낼 예정입니까?”

“오늘 보낼 예정입니다. 잔금 들어오면 바로 물건은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4개면 8만 달러네요. 외환신고 해야겠네요.”

“해야 됩니다.”

“그럼 바로 부쳐준다고 해도 선박으로 들어오면 시일은 걸리겠네요.”

“항공편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며칠 내로 올 겁니다.”

“참, 스크류만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전기 유압도면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 그건 박이사가 챙겨 받았습니다.”

“그럼 박이사가 스크류 오면 한번 잘 만들어봐.”

“네.”

송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 전에 디욘 코리아의 김전무하고 통화했습니다. 거기서 지금 고장이나 수리 때문에 잡고 있는 기계가 있으면 한 대 이쪽으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박이사가 한 대 가지고 와서 제대로 분해 조립도 하고 부품 부분별로 사올 수 있는 건 사오고 제작 의뢰할건 의뢰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박이사가 수고 많이 하겠네.”

구건호의 말에 박종석 이사가 겸연쩍은 듯이 머리를 손으로 긁었다.

“주물공장도 접촉해야하고 압출기 회사나 호퍼 제작사등도 다 접촉해야합니다.”

마침 비서 박희정이 차를 가져와 송사장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

“일단 디욘 코리아에서 사용하는 기계장비는 한 대를 만들어보아서 성공하면 계속 시애틀에 있는 웨스트 몰딩과 접촉해서 추가 주문하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흠.”

“우리가 이 스크류를 가지고가서 디욘사 것과 같은 대형 압출기를 만든다고 하니까 웨스트 몰딩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김지웅대리하고는 거기 공장장이 가끔 통화합니다.”

“그리고 연구소장이 전에 독일 BMW연구소에 계셨던 분이니까 독일 쪽에도 이런 트읜 스크류를 만들 줄 아는 업체가 있는가도 알아보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런 정보는 많이 알아두는 게 좋겠지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중 송사장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잠깐만요. H그룹이네요.”

송사장이 전화를 받았다. 송사장은 네, 네 소리만 연발하였다. 전화를 끊고 송사장이 구건호에게 말했다.

“오늘 오후에 저보고 들어오라는데요?”

“왜요? 크레임 생겼습니까?”

“그건 아니고 상의할 것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요? 그럼 들어가 보세요.”

“오더는 보통 ERP시스템에 뜨는데 왜 오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구매담당 임원이 직접 오라고 하니 들어가 보고 나중에 결과보고 드리겠습니다.”

“혼자 가십니까?”

“아닙니다. 연구소장과 같이 들어오라고 합니다. 현재 납품하는 제품의 사양(仕樣)변경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구건호가 디욘코리아로 갔다. 디욘코리아에서는 대형 지게차가 와서 기계 한 대를 마당으로 끌어내고 있었다. 마침 이 작업을 감독하기 위해서 유희열 부장과 공무팀 안차장이 나와 있었다. 두 사람이 구건호를 보고 인사를 하였다.

“모빌로 갈겁니까?”

“네, 지금 안차장이 바빠서 박이사를 좀 오라고 했는데 기계를 보내달라고 하네요. 송사장님이 전무님께 직접 요청한 모양입니다.”

“흠, 그래요?”

“아마 박이사가 분해 조립을 제대로 해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흠,”

구건호가 사장실에 들어가자 김전무가 들어왔다.

“올라오시면서 보셨겠지만 고장 난 기계 한대가 모빌로 갑니다. 거기서 수리해서 다시 이쪽으로 보낼 겁니다. 중고 기계가 들어오다 보니 가끔 말썽을 피웁니다.”

“흠.”

“그래서 안차장이 바쁘다 보니 일을 나누어서 하기로 한 겁니다. 그런대 송사장이 이번에 기계를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하네요.”

“핵심 부품인 트윈 스크류를 미국에서 가져오는 오는 모양입니다.”

“글쎄, 그렇다고 하는군요. 송사장이 애덤 캐슬러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해서 안하고 있는 중입니다.”

구건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구건호가 다리를 꼬며 말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여기에 증권사 지점장이 다녀갔습니다. 전무님이 자리에 안 계셔서 인사를 못시켰는데 우리가 상장을 하게 되면 주간사증권사로 위탁할 예정입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 부분의 업무는 상임감사님이 전문이니까 감사님에게 맡기면 잘 할 겁니다.”

“저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딩딩이 사무실이 빠지게 되면 바로 새로 얻은 공업원구에 있는 공장으로 이사를 갈 겁니다. 그러면 기계장비가 2대는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 2대는 보내야 하겠지요.”

“인도 첸나이는 공장 수리 때문에 천천히 가도 되지만 중국은 오픈을 빨리한다면 우선 여기에 있는 기계장비를 뜯어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여기가 생산 차질이 있는 것 아닙니까?”

“여기는 총 16세트가 있으니까 몇 대 빠지는 건 상관이 없습니다. 미국에서 가져오던 모빌에서 제작을 하던 설치하려면 시일이 걸리니까 여기 있는 것 뜯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할 수없이 그렇게라도 해야겠네요.”

“그리고 중국에 2대가 가게 되면 기계 돌리는 중국인 기술자들 양성을 위해서 공무팀 안차장을 한 달간 중국에 파견 보내야겠습니다.”

“그 사람 빠지면 여기는요?”

“여기는 새로 채용한 과장급도 있고 대리도 있으니까 그런대로 돌아갈 겁니다. 또 정 모르는 것이 있으면 모빌의 박이사도 있으니까 크게 염려할건 없습니다.”

“흠.”

“문제는 인도입니다. 인도도 기계장비가 들어가면 누군가 인도인 기술자들을 양성하기 위해서 한사람 가야합니다.”

“그러겠네요.”

“그래서 저는 모빌의 박이사에게 인도를 가달라고 부탁을 하려고 했는데 기계제작을 직접 한다니 그것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빌의 공무팀장에게 부탁해볼까 합니다. 공무팀 부장으로 있는 사람 말입니다.”

“박이사가 형님이라고 부르는 사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 사람은 디욘 코리아의 기계를 안 다루어 보았잖아요?”

“디욘 코리아 기계는 안 다루어 보았어도 모빌의 압출기는 다 만지니까 부탁해도 될 겁니다. 더군다나 트윈 스크류 가지고 와서 디욘 코리아의 기계를 직접 만든다면 박이사와 함께 만들 거 아닙니까? 그러면 그런 사람은 금방 배웁니다. 공무에서만 20년 이상 근무했던 사람인데요.”

“흠, 그래야 되겠네요.”

“디욘 코리아의 장래를 위해선 이번에 트윈 스크류를 가져다가 기계장비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아주 잘한 일입니다. 그래야 우리가 안심하고 중국의 북경지역이나 광동성 지역 같은데 또 생산 공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건 전무님 말씀이 맞습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이런 나라들도 공장 한 개쯤은 다 설립할 수 있습니다.”

“흠.”

“더구나 코스닥 상장을 해서 총알(돈)이 확보되면 얼마든지 뻗어 나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긴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배합실입니다. 중국이나 인도 공장이 가동되면 현지인들에게 저 배합기술을 어느 정도 전수해야 하는지도 고민거리입니다.”

“우선은 난이도가 있는 것은 여기서 생산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현지 생산하는 방향으로 해야겠지요.”

“물론 그렇게 가는건 맞습니다. 연구소에는 마침 과장이나 차장급들이 잘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이들을 아예 해외지사로 발령을 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흠.”

“한 계급씩 진급시켜서 거기 가서 배합실 실장이나 연구소장 하라고 하면 될 겁니다. 급여는 여기서 받는 것보다 1.5배는 주어야겠지요.”

“그렇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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