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97화 (397/501)

# 397

주간사 증권사 업무위탁 계약 (2)

(397)

구건호는 강민호에게 동창회를 한번 갖자고 제안을 하였다.

“야, 강민호, 우리가 내일 모레면 40이 된다. 다들 먹고살기 바빠 자주 못 만나지만 이러다가 서로 얼굴도 잊어버리겠다.”

“조원철이 이 자식이 동창들 모임을 ‘서향회’로 하자고 하고, 정기적으로 만나자고 하더니 깜깜 무소식이네.”

“바빠서 그런 모양이다. 아무래도 네가 한번 주선해라. 이번 모임은 회비 걷지 말고 내가 1차, 2차 다 쏠게.”

“그래? 그럼 어디가 좋을까?”

“전에 우리가 함께 모였던 강남역 근방에 있는 한정식집 ‘백화’도 좋고 네가 아는 곳 있으면 추천해도 좋아.”

“그래, 알았어. 내가 몇 놈 통화 해보고 일정을 한번 맞추어 볼게.”

구건호는 동창 강민호와 통화를 끝내고 차를 마시고 있는데 증권사 지점장이 왔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어휴, 여기도 공장이 새 건물이라 근사하네요. 직원들도 많은 것 같네요. 들어올 때 보니까 연구소도 있는지 연구소 간판도 있던데요?”

“예, 연구소도 있습니다.”

“종업원이 몇 명이나 됩니까?”

“현재 150명 정도 됩니다.”

“작년에 500억 정도 매출을 올렸다고 했지요?”

“528억입니다. 당기순이익은 90억입니다.”

“제조업치고는 이익률이 엄청나네요.”

“금융비용이 안 나가는 회사라 그렇습니다.”

“작년도 재무제표를 볼 수 있을까요?”

구건호가 상임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증권사에서 오셨습니다. 이리로 오시죠. 작년도 결산서도 한부 가지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경리 조차장과 함께 가겠습니다.”

구건호가 스마트폰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곧 상임감사와 경리담당자가 올 겁니다.”

“상임감사가요? 여기는 상임감사가 있습니까?”

“하하, 상장기업은 아니지만 감사로 등기가 되어있는 분인데 날마다 출근하여 재무담당 임원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편의상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아, 예. 그렇군요.”

상임감사와 경리부 조명숙 차장이 들어왔다. 조차장이 결산서를 들고 왔다.

“서로 인사하시죠. 이쪽은 강남증권 지점장이시고 이쪽은 디욘 코리아의 상임감사와 경리차장입니다.”

강남증권 지점장이 일어나 인사를 하고 서로 명함을 주고받았다.

“앉으세요.”

구건호가 자리를 권하자 모두 자리에 앉았다.

“작년도 결산서입니까? 한번 볼까요?”

조명숙 차장이 결산서를 주었다. 안창 회계법인에서 만든 것이었다. 지점장이 결산서를 펴더니 재무제표를 유심히 보았다.

“영업외 비용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니 정말 금융권 부채가 없군요.”

“그렇습니다.”

상임감사가 대답을 하였다.

이 회사는 제조업인데 매출원가도 흐름이 양호하네요. 매출 이익률이 30%나 나오네요.

“압출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제품이라 일반 제조업처럼 인건비 부분도 덜 합니다.”

“지금은 매출이 어떻습니까?”

“전년도보다 30%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래요? 대단하네요. 미안하지만 금년도 1월부터 5월말까지 합계잔액 시산표(Total Trial Balance)를 뽑아다 줄 수 있겠어요?”

“알겠습니다.”

조차장이 대답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실 때 주주명부도 좀 보여주세요. 혹시 법인 등기부등본 떼어 놓으신 것이 있으면 그것도 가져오시고요.”

“알겠습니다.”

지점장은 웃으며 구건호에게 말했다.

“전에 사장님께서 중국과 인도에도 생산 공장을 만든다고 하셨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 회사가 상장하려면 코스닥위원회에 예비심사 청구 의뢰를 하고 청약단계에 들어갑니다. 앞에 계신 상임감사님은 잘 아시겠지만 신주의 공모가액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 따라 결정됩니다.”

“흠, 그러겠지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를 할 땐 이 회사가 부채는 없지만 아시아 전역에 생산 공장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자금이 소요되어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면 되겠습니다.”

상임감사가 물었다.

“투자 설명회 때 사업설명서 자료를 배포하지 않습니까?”

“배포합니다. 기초자료는 여기서 만들어 주시면 우리가 다듬겠습니다.”

조차장이 합계잔액 시산표와 주주명부, 등기부등본 등을 가져왔다. 지점장이 하나씩 검토했다.

“합계잔액 시산표는 잘 보았습니다. 정말 매출이 많이 늘고 있네요. 주주명부도 잘 보았습니다. 분산이 잘 되어 있네요. 그런데 등기부등본이 좀 이상합니다.”

“왜요?”

“우리사주 10%가 증자가 아니네요.”

구건호와 상임감사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최초 합자사 때는 자본금이 100억이고 세후이익금 90억을 증자했다면 자본금이 190억입니다.”

“흠, 그러고 보니 잘못된 것 같네.”

구건호와 상임감사가 금방 알아채고 동시에 말했다.

“종업원들한테 우리사주를 나누어 준건 무상이 아니라 유상으로 주식대금을 받았네요. 급여에서 공제하면서 받았네요. 그럼 10% 증자해서 자본금을 200억으로 맞추어 놓아야합니다.”

“그럼 이미 법원 등기소에 신고한 건 어떻게 됩니까?”

“법인 등기부등본 기재사항 변경신청하세요.”

“알겠습니다.”

지점장이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그럼 제가 온 김에 아주 저희와 상장을 위한 업무위탁 계약을 맺지요.”

“연말 결산을 보고 하려는데 너무 이른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상장은 그때 가서 신청하시고 우선 사전에 준비할 것들만 이제부터 슬슬하면 됩니다.”

“잠깐 계셔보세요.”

“왜요?”

“합자사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미국인 부사장에게 이야기는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구건호는 비서 이선혜를 불렀다.

“가서 애덤 캐슬러 부사장하고 채명준 대리 좀 오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애덤 캐슬러 부사장과 통역 채명준 대리가 들어왔다.

“인사하세요. 우리 회사의 상장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서 서울에서 온 증권회사 지점장입니다.”

“오우, 시큐어리 캄페니(Securities Companey: 증권회사)!”

애덤 캐슬러가 활짝 웃으며 지점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들은 또 명함을 주고받았다.

“캐슬러 부사장 앉읍시다. 채대리도 앉아요.”

두 사람이 의자에 앉았다.

구건호가 캐슬러에게 설명을 했다.

“지금 증권사 지점장님이 오셔서 우리 회사의 재무제표와 금년도 합계잔액 시산표를 모두 검토했습니다.”

“예.”

“지점장님은 우리 회사의 경영흐름이 좋다고 평가하면서 바로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또 지난번 종업원들에게 우리 사주 나누어준걸 보고 주식분산도 잘해 놓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종업원들한테 우리 사주를 나누어 준건 무상이 아니고 유상이라 증자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흠.”

“우리는 지금 상장업무를 위해서 강남증권을 주간사증권사로 선정하려고 합니다. 상장은 내년 초에 하겠지만 그 안에 준비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점장님은 아예 우리와 업무위탁 계약을 맺자고 하는데 캐슬러 부사장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흠.”

캐슬러는 한참 생각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디욘 본사의 브랜든 버크 부사장과 통화를 하겠습니다.”

복도에 나가 한참 통화를 하고 들어온 캐슬러는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동의하겠습니다.”

지점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서류 주세요.”

구건호가 지점장이 내민 업무위탁 계약서에 싸인을 해 주었다. 지점장이 계약서의 원본을 상임감사에게 주고 부본은 자기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앞으로 상임감사님과 경리 차장님은 저와 수시로 연락할 일이 많습니다. 그 안에 코스닥 협회에서 실시하는 공시담당자 교육 같은 것이 있으면 받아 놓으세요.”

“그 교육은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사회 회의록도 하나 만들어 놓으세요. 이사회는 며칠 전에 연 것으로 하세요. 그 이사회에서 상장 추진을 결의 했고 주간사 증권사를 정하기로 했다고 만들어 놓으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우선 우리가 기업 가치를 평가해야 되니까 며칠 후 사람들이 올 겁니다. 저도 현장 한번 보고 가도 될까요?”

“그러세요. 제가 안내를 하지요.”

상임감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요일이 되었다.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했다. 미디어의 신사장이 구건호가 있는 곳으로 왔다.

“상해는 잘 다녀 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왔던가요?”

“투자자들 보다는 기자들이 많이 왔네요.“

“투자 의향서에 서명은 했지요?”

“했습니다.”

“심운학 감독님 전화가 왔는데 어제 신문에 한국의 지에이치 미디어가 제작비의 절반이나 투자한다고 대서특필 되었다고 하네요.”

“나머지 50%도 투자자 모집이 다 되었나요?”

“어제 전화 온 김에 심감독님 한테 물어보니까 다 되었답니다. 환러스지 공사에서도 10억 투자한다고 하던데요?”

“나쁜 자식들. 드라마에서 번 돈 나 안 빼주고 영화 쪽에다 투자하는군.”

“영화에서 벌면 갚으려고 하는 모양이지요?”

“잘못하면 올 회계연도에는 매출이 안 잡힐 수도 있겠네요.”

“내년엔 영화까지 수익이 잡힐 테니까 많이 잡히겠지요. 뭐.”

“그럼 우리가 50%, 환러스지 공사가 10%, 40%만 공모하면 되었겠네. 그러니 금방 투자가 완료되었겠지.”

“그런 모양입니다.”

“심감독님은 거기서 잘 있지요?”

“잘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주인공 캐스팅 때문에 애를 먹는 것 같던데요?”

“왜요?”

“리아가 출연료를 많이 달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몸값이 많이 올라간 모양이에요.”

“흠, 그래요?”

“걔가 드라마 <시광여몽>에서 뜨다보니까 그렇게 되었네요. 나쁜 계집애 같으니, 누구 때문에 떴는데.”

“아마 소속사인 BM엔터테인먼트에서 더 그랬을 겁니다. 심감독님은 어떻게 한답니까?”

“중국 배우를 찾아보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흠, 그래요?”

신정숙 사장이 돌아가고 나서 한참 있다가 심운학 감독의 전화가 왔다.

“접니다. 사장님. 심운학입니다.”

“캐스팅이 아직 안되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여자 주인공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중입니다.”

“신사장이 가서 투자 의향서에 서명을 했지만 난 캐스팅이 완료되어야 돈을 보냅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리아가 출연료를 많이 달라고 해요?”

“많이 달라고 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거의 두 배를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배우를 쓰려고 합니까?”

“중국 배우도 일류배우들은 리아보다 훨씬 더 달라고 합니다. 판빙빙 같은 특급 배우는 영화 한편 찍는데 100억을 줘야 합니다.”

“허, 제작비가 다 들어가는 군요.”

“중국의 2류 배우를 쓰면 신선감도 떨어지기도 하고 또 게이샤 역으로 나오는 걸 꺼립니다. 중국은 이상하게 극증 역할과 현실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국서 일본에 협조하는 장면으로 나오면 바로 매장됩니다. 관객이나 네티즌들이 욕도 막 합니다.”

“허, 거참.”

“아주 일본 배우를 쓰면 어떻겠습니까?”

“일본 배우도 마찬가지로 몸값도 비싸고 또 시나리오 내용이 일본을 배반하는 장면도 있어서 꺼릴 줄 모르겠네요. 일본은 극중 이야기는 예술로 그냥 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싫어할 것 같습니다.”

구건호는 퍼뜩 모리 에이꼬가 생각 났다.

“아주 게이샤를 쓰면 어떻겠습니까?”

“하하, 게이샤 영화지만 극중 인물은 배우가 해야지요. 구사장님이 화가 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줄 알지만 게이샤는 배우 수업을 받은 사람들이 없잖습니까?”

“내가 아는 게이샤가 있는데 대만의 드라마도 찍었던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춤을 추는 무기(舞妓)출신이라 춤도 잘 추고 인물도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사장님이 아는 사람입니까?‘

“압니다.”

“오, 그러십니까? 그렇다면 일단은 여기 스탭들과 의논을 해보겠습니다. 혹시 그 사람 사진 같은 건 없습니까?”

“사진은 없는데 한번 찾아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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