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96화 (396/501)

# 396

주간사 증권사 업무위탁 계약 (1)

(396)

구건호가 리츠칼튼 호텔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약간 술도 마신 상태에서 신사동 빌딩으로 돌아왔다.

비서 오연수가 가져온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는데 미디어의 신정숙사장이 왔다.

“낼 상해를 갑니다. 서명만 하고 오면 된다고 하셨지요?”

“투자 의향서에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혹시 기자가 물으면 시나리오가 좋아서 투자한다고 하세요. 그쪽하고 약속한 투자액은 500만 달러입니다. 한국 돈으로 하면 50억원이 조금 넘습니다.”

“이야기 들었던 것 같습니다.”

“투자 의향서에 그 금액이 넘으면 서명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심감독이 시나리오는 괜찮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시나리오를 못 봤어요. 호호. 시놉시스는 봤습니다.”

“그러면 됐습니다. 중국의 유명작가인 펑아이링 여사가 쓴 것이라고 했는데 심운학 감독이 시나리오 대본을 일부 수정한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만일 구사장님이 정말로 500만 달러를 투자하신다면 지에이치 미디어를 통해서 투자가 되겠군요.”

“당연합니다. 매출은 미디어로 잡히고 비용 나가는 것도 미디어로 회계처리 되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잘 다녀오겠습니다.”

신사장이 나가고 구건호가 잠깐 잠이 들었다 깨었다.

“낮에 일본 술 사케를 좀 마셨더니 졸음만 오네.”

구건호는 잠이 깨어 생수를 마시고 책상에 앉아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중국의 문재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야. 지금 사무실인가?”

“사무실이야.”

“그럼 몇 가지 보고해도 되겠네.”

“보고는 무슨! 그냥 소식 전한다고 해.”

“합자사는 그대로 굴러가고 터미널 공사도 지금 2층 올라가고 있어.”

“그래?”

“우리가 돈 안가지고 와서 홍콩의 기업과 따로 접촉하고 있다고 공갈은 여전히 치고 있네.”

“하라고 해. 돈 이야기하면 무조건 토지 명의변경 언제 해주냐고 반박만 해.”

“그렇게 하고 있어.”

전화기가 이상한지 잠깐 끊겼다가 다시 들렸다.

“그리고 피자집 오픈했어.”

“그래?”

“초등학교 애들이 많이 와. 엄마나 아빠 손잡고 많이 오네.”

“아이들이 사달라고 하면 사 줘야겠지. 거기는 또 아이 하나밖에 안 나서 소황제들 아니야?”

“매출은 하루 7천 내지 8천 위안 정도 오르고 있어.”

“흠, 그래? 일단은 거기가 우중충 하던 것이 KFC도 있고 피자집도 있어서 환해져 손님들이 더 오겠다.”

“내가 택시를 타고 화계로(花溪路)에 가자면 택시 기사들이 잘 모르는데 화계로 KFC가자고 하면 금방 알아들어.”

“랜드마크가 되었구나.”

“지금 세군데 매장 다 합쳐서 3만 3천위안 정도 매출이 발생해.”

“전체 종업원은 몇 명이나 되나?”

“30명 정도 돼. 한국 돈 1천 2백만 원 정도면 인건비는 다 줄 수 있어.”

“그래?”

“그리고 지금 KFC가 있는 건물 4층에 20평짜리 사무실이 나와서 얻을까 생각중이야.”

“사무실도 있어야 되겠지. 매출 같은 것 계산하려면 가게에서 해도 되지만 매장이 3개나 되니까 그렇게 해야 할 거야.”

“순영이 엄마는 이 사무실을 얻으면 매장 세 개 관리도 여기서 하고 인터넷 사업도 하고 싶어 해.”

“인터넷?”

“인터넷으로 한국 상품을 파는 거지. 귀주성만 대상으로 할 생각인 모양이야.”

“흠, 그래?”

“여기 귀주성은 면적이 17만 평방 키로미터야. 우리나라 남한 면적보다도 훨씬 커.”

“그래 되겠구나. 남한면적이야 10만 평방키로 밖에 안 되니까. 인구는 얼마나 되지?”

“인구는 3,500만명이야. 우리나라 인구보다는 적지만 북한 인구보다는 많아.”

“그러네.”

“그래서 헤드쿼터는 여기에 두고 귀주성 각지에 한국의 분유나 맛사지용 팩, 청량음료, 의류 이런 걸 해보려고 해.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GH식품 유한공사 명의로 하는 거지.”

“아이디어는 좋은데 매장을 세 개나 관리하면서 거기 신경 쓸 여유가 있을까?”

“그래서 동생을 오라고 할 생각인 모양이야.”

“동생을? 처남 말이냐?”

“순영이 엄마 남동생이 있는데 직업이 좀 그래. 특별한 기술도 없고. 가끔 알바나 하면서 백수로 있어서 데리고 올 모양이야.”

“월급은 줘야 하겠구나.”

“물론 줘야겠지.”

“알아서들 해라. 운영하는 것까지야 내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니까.”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귀주성만을 상대로 한국 상품을 판다? 잘 되면 좋겠지. 그런데 가게 세 개가 스타트는 나쁘지 않네. 년 매출이 꽤 되겠네.]

목요일이 되었다.

구건호가 직산에 있는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을 하였다. 송사장과 박종석이사, 그리고 김지웅 대리는 미국으로 출장을 가고 없었다.

구건호가 영업부 서창훈 차장을 불렀다.

“지금 거래처별 매출 구성이 어떻습니까?”

“A전자가 30%, S기업과 H그룹이 각각 15%, 그리고 이지노팩과 만동전장이 각10%, 그리고 나머지 업체가 20%입니다.”

“년 초보다는 많이 달라졌군요.”

“그렇습니다. 년 초에는 A전자와 H그룹이 약했는데 많이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럼 월간 전체 매출이 지금 얼마나 되요?”

“지난달에 처음으로 130억을 돌파했습니다.”

“연간 1,500은 무난히 넘겠네.”

“그렇습니다.“

“크레임 발생하는 건 없지요.”

“요즈음은 크레임이 잘 안 나옵니다. 연구소의 실험 기능이 향상되었고 생산직 숙련도도 많이높아졌습니다.”

“서차장님은 총무에 있다가 승진하면서 영업으로 가셨는데 할 만 합니까?”

“예, 영업 쪽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

“내가 송사장님한테 서차장님이 일을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잘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금년에 승진한 품질담당 표창익 이사를 불렀다.

“지난번에 우리가 현대의 5스타 인증획득에 표이사의 노고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고 품질팀 전체의 노력이었습니다.”

“내가 듣기로는 현대와 기아의 300여개 1차 벤더 중 5스타 인증은 10%만 획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받은 건 품질 쪽인데 앞으로도 기술쪽 인증이나 납품 쪽에도 5스타 인증을 받아 그랜드 5스타를 받도록 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기술과 납품 쪽은 저만 잘해서도 안 되고 연구소나 생산기술, 영업 쪽에서도 협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랜드 5스타를 받으면 앞으로 우리가 신차개발에도 참여하는 기회가 확대되니까 표이시가 주동이 되어 해보세요. 타부서의 협조를 받는 일은 내가 송사장이 미국에서 돌아오면 이야기 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현대나 기아의 정책이 단위 부품보다는 모듈화로 가고 있으니까 그들이 인증하는 품질제도는 우리가 솔선해서 받아들이고 시행해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해외 선진업체의 품질 시스템도 돌아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생산 현장엘 들렸다.

박이사가 없지만 생산현장은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생산부장이 뛰어 나와 인사를 하였다.

“지금 생산1부와 생산 2부로 나누어 운영되지요?”

“그렇습니다. 생산1부는 압출과 사출을 하고 생산2부는 조립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흠, 그래요?”

생산2부장도 뛰어나와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였다. 구건호가 생산 1부와 생산2부를 돌아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강남 증권 지점장이었다.

“지금 아산을 가려고 합니다. 괜찮겠습니까?”

“지금은 내가 직산에 있으니까 오후에 오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오후에 가서 뵙겠습니다.”

“거기 위치 알아요?”

“네비 찍고 가겠습니다.”

구건호가 2공장도 들렸다.

2공장은 완제품 창고와 반제품 창고가 있어서 더 복잡한 것 같았다. 구건호를 보자 책임자인 차장이 뛰어나왔다.

“여기는 완제품과 반제품이 많으니까 화재 조심하세요.”

“알겠습니다.”

“종업원들 담배 피는 사람이 아직도 많지요?”

“남자직원들 절반은 피는데 요즈음은 주로 전자담배를 많이 이용합니다.”

“매주 전기 안전점검은 용역업체에서 오는가요?”

“그렇습니다.”

“분말 소화기 점검일자 확인하시고 가끔은 굳지 않게 흔들어도 주세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차장된 지 몇 년 되었지요?”

“3년 되었습니다.”

“흠, 그래요? 열심히 하세요.”

구건호는 차장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구건호가 차장의 얼굴을 보니 자기와 나이가 비슷해 보였다.

[그래, 이제 우리 나이가 차장급 정도 되는 나이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조원철이도 차장이 되었을까? 작년에 모임이 있을 땐 과장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쯤은 차장이 되어 있겠군.]

[그런데 동창들이 모임을 안 갖는 모양이네. 조원철이나 황병철이가 못하면 내가 주선해서 모임을 한번 가져야겠네. 그런데 김민혁이나 문재식이가 전부 중국에 있어서 일해 줄 사람이 없네. 사회단체에 있다는 강민호를 시켜볼까?]

구건호가 오후가 되어 디욘 코리아로 갔다. 상임감사가 보고를 하러 들어왔다.

“김전무님은 거래처에 가셨고 윤상무는 인도에 장기 출장을 갔습니다.”

“간다는 보고는 받았습니다.”

구건호는 윤상무에게 국제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아, 사장님. 윤상무입니다.”

“지내시기 괜찮아요? 불편한건 없어요?”

“괜찮습니다. 타밀어를 할줄 아는 유학생을 알바로 채용했고 한국말을 약간 할 줄 아는 인도인 생산직도 한사람 채용했습니다.”

“잔금은 다 지불했지요?”

“했습니다. 잔금 주었기 때문에 공장 수리에 들어갔습니다. 한 달까지는 안 있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거의 끝날 때쯤 연락 주세요. 여기서 기계를 선적해야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전화를 끊고 상임감사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윤상무님은 잘 있답니다.”

상임감사도 웃으며 말했다.

“윤상무는 역시 건설 전문가입니다. 나처럼 다른 분야는 좀 서툰 것 같습니다.”

“그래요?”

“모빌의 송사장님이나 여기 김전무님 같은 분들은 팔방미인인데 윤상무와 저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하, 다 자기 적성이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도 저는 감사님이나 윤상무님은 해당 분야에서만큼은 믿음이 갑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구건호가 물을 마시고 말했다.

“에, 그리고 조금 있다가 증권사 지점장 한분이 올 겁니다. 감사님은 어디 안 나가시죠?”

“안 나갑니다. 사내에 있을 겁니다.”

“그럼 경리의 조명숙 차장하고 감사님은 그 사람을 이따가 한번 만나보세요. 내가 오면 연락드리죠.”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증권사 지점장은 코스닥 등록에 앞서 주간사로 선정하려고 그러십니까?”

“아직 결정은 안했지만 감사님이 잘 들어보시고 조언 좀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사장실에서 증권사 지점장을 기다리기가 지루했다.

“동창 강민호에게 전화나 해 볼까?”

구건호가 강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민호? 나 구건호야.”

“오, 구사장 오래간만이네. 어쩐 일로 높으신 분이 나에게 전화를 다 걸었나?”

“동창들 모임 한번 안 갖나?”

“글쎄, 전에 조원철이가 주동이 되어 무슨 회까지 만들더니 통 소식이 없네. 걔가 요즘 흥이 안나 그런 모양이야.”

“흥이 왜 안나?”

“얼마 전에 통화했는데 진급에서 누락이 된 모양이야. 만년 과장이라고 그러네.”

“언젠가 되겠지. 경쟁자가 많은 모양이지?”

“L그룹이 회사가 오래되다보니 인사 적체가 심한 모양이야. 구사장이 L그룹에 높은 사람 아는 사람 없어? 결혼식 때 보니까 거창한 사람들 많이 왔던데.”

“L그룹 쪽은 내가 아는 사람이 없어. 또 아는 사람이 있다 해도 인사에 간여하는 것은 결례가 되는 일이라 잘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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