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94화 (394/501)

# 394

H그룹 최사장 (3)

(394)

구건호는 박종석 이사에게 디욘 코리아의 기계장비 세트를 만들어보라고 하였다.

“도면도 있고 메인 스크류도 있어야 만들지.”

“아마 송사장이 너보고 스크류 사러 미국 가자고 할 거다.”

“미국?”

“미국가면 견학 잘 하고 와.”

“어디에 있는 무슨 회사인데?”

“그건 송사장이 알려줄 거야. 난 간다.”

구건호가 디욘 코리아로 넘어갔다.

윤상무가 구건호 방을 들어왔다.

“첸나이 공장은 잔금 치루고 나서 제가 한달 정도 장기 체류해야 될 것 같습니다.”

“공장 수리 때문에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손델 곳이 여러 곳 있는데 우선 가서 타밀어를 할 줄 아는 유학생을 알바로 쓰겠습니다.”

“인도인도 한사람 채용하세요. 어차피 거기 공장 돌리면 관리직이 되었던 생산직이 되었던 사람을 채용해야 되니까요.”

“관리직은 인건비가 비싸니까 심부름 시킬 생산직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현지 한인회에 물어보니까 한국서 취업했다가 돌아온 인도 사람도 많이 있다고 했습니다.”

“흠, 그래요?”

“그리고 외환 신고는 했습니다. 채명준 대리가 했습니다.”

“흠, 그래요? 윤상무님이 인도에 가시면 여기 업무는 공백이 생기는데 괜찮겠어요?”

“여긴 상임감사님이 계시니까 상관없습니다. 제가 총무과장에게 업무 집행 때는 상임감사님께 꼭 보고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김민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중국 자동차회사에 거래 하나 뚫었네.”

“오래간만에 한건 했구나. 네가 했니?”

“중국 회사는 뚫기 어려워. 딩딩이 영업하러 갔다가 우연히 물어온 거야.”

“도면은 받았나?”

“받았어. 금형도 여기서 그냥 깎아볼게.”

“여기 모빌의 연구소에서 지원 안 해줘도 되겠니?”

“일단은 여기서 자체적으로 해보고 정 안되면 의뢰하지.”

“월 얼마나 납품하는데?”

“월 1억 정도 될 것 같아.”

“그럼 연간 매출이 12억 느네?”

“그렇게 되겠지.”

“고생했다.”

그리고 딩딩은 평제로(平齊路)에 있는 사무실 내 놓았어.“

“거기 일 년 다되어가나?”

“일 년은 조금 못됐는데 이번에 공업원구에 계약한 공장 잔금 치루면 거기로 가야지.”

“거기는 깔세가 얼마였지?”

“여기는 임대료가 깔세로 540만원이었지. 월 45만원 꼴이었어.”

“이제 큰 공장 이사 가니 사무실은 널널하게 쓰겠다. 김전무 사진 찍어가지고 온 것 보니까 사무실이나 강당, 사장실도 거창하던데?”

“거창해. 그런데 딩딩이 걱정하는 게 있어. 기계세팅을 하게 되면 생산을 잘 아는 사람을 써야하는데 그게 약간 두려운 모양이야.”

“기계 세팅은 박종석이가 가서 해줄 거야.”

“종석이가?”

“응, 옛날에 종석이가 아니야. 걔가 미국 가서 연수도 받고 세계적 기술자인 일본인 사카다 이쿠조씨에게 기술 전수를 받았어. 아마 그 기계에 대해서는 종석이 만큼 아니 사람은 없을 거야.”

“그래? 종석이 오면 잘해 줘야겠네.”

“잘해 줘라.”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 사줘야지.”

“하하, 그래라.”

“회사 상호도 바꿔. 디욘 차이나로.”

“아마 수속 밟았을 걸?”

“그쪽으로 이사 가서 공장 가동되면 직원들이 100명이상은 금방 될 거야. 그럼 딩딩은, 아니 제수씨는 제대로 총경리 폼이 날거다.”

“하하, 그러겠네.”

“지금 거기가 월 100톤은 팔지?”

“그 정도 돼.”

“그럼, 여기서 가져다 파는 걸 거기서 생산한 것으로 바꾸어 팔고 차차 불려 나가면 되겠지. 영업사원도 몇 명 둬. 그럼 제수씨 혼자 영업하는 것보다는 매출은 늘어나게 되어있어.”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줘서 고맙다.”

“고맙긴. 내가 고맙지.”

구건호가 퇴근을 하여 집엘 갔다. 거실에 신림동 아버님이 와서 있었는데 아기를 안고 있었다. 구건호가 인사를 하였다.

“오셨어요?”

“아기가 하도 보고 싶어왔네.”

“잘 오셨습니다. 저녁 같이 드시죠.”

“그렇지 않아도 구서방 오면 같이 먹으려고 했지.”

김영은은 자기 아버지가 와서 그런지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오늘 아빠 주무시고 가신데.”

“그럼, 술도 좀 드시라고 그래. 운전 안하실거니까.”

“여기 차 가지고 오면 딱지 붙이기 때문에 지하철타고 오셨데.”

“그래? 그럼 내일 당신이 모셔다 드려.”

“오늘은 이상하게 어른들이 오시네. 낮엔 인천에서도 다녀가셨어.”

“우리 엄마하고 아버지가?”

“여기서 점심까지 드시고 가셨어. 저기 천정에 매달고 쳐다보게 하는 장난감은 인천 아버님이 사가지고 오신거야.”

“그래?”

“여긴 도우미 아줌마가 어른들 오시면 잘해드려. 서로 말 상대도 하니까 좋은 모양이야.”

“도우미 아줌마한테 용돈도 좀 드려야겠구나.”

“그렇지 않아도 내가 화장품도 하나 드리고 그랬어.”

“잘했다.”

“그럼 얼른 씻고 나와요. 밥 차릴게.”

구건호가 씻고 식탁으로 갔다. 반찬이 평상시 보다 더 푸짐했다. 구건호는 속으로 김영은이 아마 자기 아버지가 와서 그런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 오세요.”

장인이 아기를 눕혀놓고 식탁으로 왔다.

구건호는 장인이 술을 좋아하므로 출장 갔을 때 문재식이가 사준 중국술을 땄다.

“중국 귀주성에서 가져온 바이주입니다.”

“귀주성? 거긴 내륙지역 아닌가?”

“거기도 제 사업장이 있습니다. 거기에 나가있는 사람이 선물로 준겁니다. 한잔 받으세요.”

구건호는 장인과 술 몇 잔을 하였다. 직산과 아산을 거쳐 온 날은 피곤하여 저녁을 먹고 나선 TV도 안보고 금방 잠이 들었다.

구건호가 신사동 사옥으로 출근을 하였다.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이 구건호의 방으로 올라왔다.

“A그룹 홍보실에서 저보고 들어오라고 하네요. A그룹은 사장님 거래처 아녜요?”

“거래처 맞아요. 그건데 거기서 왜요?”

“사사(社史)를 만드는데 우리보고 만들어 달라고 하네요?”

“그래요? 그런 건 팔리는 책이 아니지 않습니까?”

“비매품이지요. 하지만 책값은 꽤 비쌉니다. 종이 지질도 좋은걸 쓰고 인쇄도 컬러로 합니다. 페이지 수도 꽤 됩니다.”

“사사는 누가 쓰는 겁니까?”

“거기 홍보팀에서 쓰겠지요. 그런데 사장님 모르시는 일이에요?”

“글쎄, 난 모르는 일이네요.”

“그런 책들은 수입이 좋습니다. 판매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또 돈도 일시불로 들어옵니다.”

“오, 그래요?”

“그럼 저는 A그룹 홍보팀에 다녀오겠습니다.. 피천영 편집장하고 같이 갔다 오겠습니다.”

구건호는 신사장이 나가고 난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A그룹은 우리에게 오더를 주는 것이 여기가 한계인가? 그래서 미안하니까 사사 같은걸 인쇄해 달라는 건가? 그런 것이 몇 푼이나 남는다고 그런가?]

[이정도 매출이라면 내가 이진우 장관의 부친 이범식씨에게 괜히 주식을 떼어준 것 아닌가? 마침 토요일 골든베이에서 골프를 치러간다니 거기 가서 확실히 물어보자.]

구건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상해에 있는 심운학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심운학입니다.”

“별고 없지요?”

“투자유치 설명회가 다음 주 화요일로 잡혔습니다.”

“그래요? 내가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을 가라고 할게요.“

“고맙습니다. 신사장님 오시면 공항으로 제가 차를 가지고 나가겠습니다.”

“배우 캐스팅은 끝났는가요?”

“조금 덜 끝났습니다. 아무래도 출연료를 많이 달라고 해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환러스지 공사 천바오깡은 이 문제는 투자유치 성공여부를 보고 다시 결정하자고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금요일 저녁이 되었다.

구건호는 김영은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말했다.

“내일 상민이 하고 야외에 나가려고 했는데 못 가겠네. 이진우 장관 측에서 또 연락이 왔어. 골프 치러 가자고 하네.”

“그분은 꼭 토요일 날 불러내더라.”

“그러게 말이야. A전자 사장도 나온다니 안 갈수 없잖아? 우리 귀중한 거래처인데.”

“골프 치러 어디로 가요?”

“골든베이라고 태안에 있데.”

“태안? 충청도 태안 말에요? 아휴, 멀리도 가네.”

“맞아. 내일 오전에 라운딩이니까 여기서 새벽에 출발해야 돼.”

“그럼 알람 맞춰놔요.”

“당신도 골프 배워. 양재동에 가면 스폿타임이라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동창 하나가 거기 나오라고 하는 애가 있어. 자기 거기 나간다고 하면서.”

“어디 부원장인가?”

“걔는 대학동창이 아니고 고등학교 동창이야. 외교학과 나온 애야. 별로 친하진 않은데 그렇게 자주 연락을 하네. 반포에 살아.”

“그럼 같이 다니지 그래?”

“상민이 좀 크면 다닐게. 그리고 오늘 나 서울대 병원에 갔다 왔어.”

“왜? 놀러?”

“상민이 검진도 받고 내가 있던 병동에도 들렸었어. 애기 귀엽다고 간호사들이 서로 뺏어가네. 내가 난 아이지만 정말 귀여워.”

“그랬어?”

“나보고 재벌하고 결혼하고선 SM5타고 다닌다고 핀잔 준 선배를 만났어. 선배 말을 신랑한테 이야기 하니까 당장 제너시스 G80 사주더라. 그랬지.”

“그랬더니 뭐라고 그래?”

“자기 덕에 좋은 차 생겼으니 점심 사라고해서 또 돈만 쓰고 왔네.”

“돈 많이 썼어?”

“피자 세판 사서 돌렸어.”

“하하, 그래? 그럼 돈 쓴 것도 아니네.”

구건호가 태안에 있는 골든베이CC에 도착하였다. 구건호는 골프장을 보고 놀랐다. 송림이 우거진 70만평의 골프장은 서해바다의 리아스식 해안이 다 보였다.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오셨네.”

티셔츠에 운동모자를 쓴 A그룹 전략기획실 박사장이 나와서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구건호가 정중히 인사를 했다.

“구사장 오래만이요.”

이진우 장관도 어슬렁 걸어와 인사를 하였다. 이 장관이 박사장에게 물었다.

“최사장은 안 왔소?”

“저기 오네요.”

운동모자를 쓴 키 큰 사람이 오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H그룹 사장이었다. 오너는 아니고 CEO지만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셨소?”

이진우 장관이 최사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은 같이 오기로 한사람이 일이 있다고 해서 마침 천안에 있는 구사장을 오라고 한 거요. 구사장도 최사장을 알지요?”

“예, 한번 인사를 드렸습니다.”

최사장도 싱글거리며 구건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진우 장관이 뒷짐을 지고 말했다.

“어때요? 여기. 구사장은 여기 처음이요?”

“예, 처음입니다. 좋네요.”

“좋지. 바다가 보이니. 나는 그제 여기 내려와서 낚시도하고 그랬네. 팔뚝보다 큰 우럭을 두 마리나 낚았네. 허허.”

A그룹 박사장이 말했다.

“오늘 경기는 각자의 실력차이가 있으니까 매치 플레이보다는 스트로크 플레이로 할까요?”

“알아서들 해요. 나는 백수고 세 사람은 사장이니까 그린피나 캐디피, 카트피 다 알아서들 내겠지.”

경기가 시작되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멀리 보이는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좋은데 와서 운동을 하니 기운이 더 나는 것 같네요.”

“구사장, 이 골프장을 누가 설계했는지 아시오?”

“모르겠는데요.”

“골프의 여자 황제라고 하는 아니카 소렌스탐이 직접 설계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최사장이 이 장관의 말에 박사장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니카 소렌스탐은 드라이버가 280야드나 나간다면서요?”

“여자가 정말 대단해.”

“그러니까 LPGA의 여왕이지.”

“우리나라의 박세리 선수하고도 한번 뛰었다고 했지요?”

“그랬다고 하더군.”

네 사람은 골치 아픈 사업이나 정치 이야기를 떠나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골프코스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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