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3
H그룹 최사장 (2)
(393)
6월 중순이 되었다.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에 있는 지에이치 개발 사장실에서 이메일을 검색했다. 이틀 전에 들어온 라이먼델 디욘사의 브랜든 버크 부사장이 보내온 이메일이었다.
“이틀 전에 들어온 건데 내가 게을러서 이제 보게 되었네.”
구건호가 이메일을 클릭했다. 영문으로된 이메일은 다음과 같았다.
[시애틀에 소재한 유명 몰딩(Moulding)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양질의 트윈 스크류를 생산합니다. 전화번호는 XXXX 이며 회사 이름은 웨스트 몰딩 ㈜ 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구건호는 고맙다는 답장을 보냈다.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를 불렀다.
“여기에 적힌 전화번호는 시애틀에서 스크류라는 기계 부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우리는 한국에 있는 지에이치 모빌이라는 회사인데 트윈 스크류 하나에 가격이 얼마나 하냐고 물어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회사 주소도 물어봐요.”
“알겠습니다.”
오연수가 전화를 걸어 영어로 종알대고 말했다. 오연수가 스마트폰을 손으로 가리고 말했다.
“스크류 스펙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는데요? M얼마냐고 묻는데요?”
“스펙은 모르겠고 컴파운드용 대형 압출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세요.”
“그것도 종류가 여러 가지래요. 1만 달러에서 10만 달러까지 여러 종류래요.”
“알았다고 하고 거기 사장님이나 판매담당 임원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세요. 근간 방문을 하겠다고 하세요.”
오연수가 또 뭐라고 종알대더니 메모를 하였다. 담당자 이름과 주소를 적는 것 같았다. 오연수는 전화를 끊고 메모지에 쓴 것을 구건호에게 보여주었다.
“주소와 이름입니다. 글씨를 흘겨 썼는데 워드로 찍어서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다음날 구건호는 워드로 찍은 메모지를 들고 직산 공장으로 내려갔다. 구건호는 송사장을 불렀다.
“디욘 코리아는 인도와 중국에 공장 계약을 했습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공장을 잔금 치루고 나면 기계장비를 깔아야 합니다.”
“몇 대씩 깔 예정입니까?”
“아산에 있는 공장 규모 정도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공장 규모도 부지가 다 5천평 내외로 했습니다.”
“그럼 8대 이상은 세팅해야겠군요.”
“처음엔 8대 세팅하고 나중에는 아산과 같은 16대를 깔 예정입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겠는데요? 디욘 코리아에 있는 압출기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형 용량이라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는 만드는 데가 없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현재는 미국과 독일만 만들지요.”
“기계 한 대에 따라붙는 장비가 많잖습니까? 그게 모두 와야 하기 때문에 세트로 한다면 5억은 들어갈 것 같은데요? 8대면 40억입니다.”
“그걸 우리가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지에이치 모빌 이름으로 말입니다.”
“옛? 그걸 우리가 만들어요?”
“만들어서 디욘에 파는 겁니다.”
“그걸 우리가 만들 인력도 없고 기술도 없습니다.”
“핵심 부품인 트윈스크류만 미국서 사오면 나머지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스크류만요? 흠.... 그래도 만만치는 않을 텐데요.”
“한번 시도해보지요. 나머지 장비는 우리가 다 용역주고 우리는 여기서 조립만 하는 걸로 하지요.”
구건호는 안 포켓에서 메모지를 꺼냈다.
“여기에 적혀있는 것이 디욘에 스크류를 납품하는 회사의 주소와 전화번호입니다. 담당자 이름도 적혀 있습니다.”
“흠.”
“송사장님이 미국엘 출장 한번 다녀오십시오. 우리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계기도 될겁니다. 박종석 이사와 디욘코리아의 통역 채명준 대리를 데려 가십시오.”
“채명준 대리는 안 데리고 가도 됩니다.”
“그럼 통역은 누가 합니까?”
“우리도 영어 잘하는 인재를 뽑아두었습니다. 크라이슬러와 거래하니까 필요할 것 같아 뽑아놓았습니다.”
“오, 그래요?”
“미국에서 7년이나 있던 사람인데 영어를 곧잘 합니다.”
“미국서 대학을 나왔는가요?”
“그렇습니다. 한번 오라고 해보지요.”
송사장이 전화를 걸었다.
“서팀장인가? 김지웅 대리 있지?”
“예, 있습니다.”
“구사장님 방으로 지금 보내봐.”
“알겠습니다.”
잠시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송사장이 남자를 보고 말했다.
“인사드려. 구사장님이야.”
김지웅이란 사람이 구건호에게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였다. 구건호가 지나갈 때 보기는 했지만 면전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김지웅 대리는 앞에 있는 사람이 여러 개 회사를 가지고 있는 오너 사장이라 긴장을 한 채 서 있었다.
구건호가 웃으며 말했다.
“김지웅 대리라고 했나? 영어를 잘한다지요?”
“잘은 못하고 약간 합니다.”
“대학은 어디서 다녔어요?”
“일리노이즈 주에서 다녔습니다.”
“미국에서 몇 년 있었나요?”
“칠년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천안시에 사시나요?”
“아닙니다. 서울 영등포에 사십니다. 원룸생활 합니다.”
“흠, 그래? 일 잘하게 생겼네. 열심히 해봐요.”
“감사합니다.”
김지웅 대리는 허리를 크게 굽혀 인사를하고 나갔다. 구건호가 송사장을 보고 말했다.
“겸손한 사람이네요.”
“예, 예의가 바른 청년입니다.”
“그럼, 지금 들어왔던 김대리에게 이 회사를 접촉해 보라고 하세요. 접촉이 되면 셋이 출장을 한번 가보세요. 우리가 만들어서 2배 이상 튕겨서 디욘에 납품하면 여기도 이익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우리 공무팀 직원이 서너 명 있는 줄 아는데 공무팀에서 제작해보세요. 인원을 좀 더 보강을 해서라도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보니까 사원 모집을 하던 것 같은데 다 끝났습니까?”
“예, 50명 채용해서 현장의 각 부서에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는 것 같지 않네요.”
“이제 여기도 인원이 많으니까 50명 정도 뽑아서 각 부서에 배치하면 표도 안 납니다. 현재 우리 종업원은 650명입니다.”
“흠, 많아졌네요. 그럼 50명은 제2 공장으로 갔는가요?”
“대부분 그쪽 부서로 갔습니다.”
“그 쪽 2공장도 구내식당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원래 그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제가 홀딩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사원 모집으로 인원도 늘어 주방 아줌마 한분을 배치했습니다.”
“한분 가지고 되겠습니까?”
“2공장 식당에선 밥하고 국만 하고 밑반찬 같은 것은 1공장 주방에서 타가지고 오면 됩니다. 2백 명 넘어가면 한사람 더 채용할 예정입니다.”
“흠, 알겠습니다.”
“시애틀에 있는 스크류 제작사는 제가 한번 접촉해 보겠습니다.”
송사장은 구건호가 준 메모지를 들고 나갔다.
송사장은 비서 박희정에게 둥굴레차 한잔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구건호가 소파에 기대어 차를 마시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는데 전화가 왔다. A그룹 전략기획실의 박사장이었다.
“구건호입니다.”
“나, 박사장이요.”
“안녕하십니까? 출판기념회에선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왔습니다.”
“나도 그날 기념회장이 너무 어수선해서 일찍 왔습니다.”
“지금 A전자의 제품은 불량 없이 잘 만들어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그건 소식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이 6월 중순인데 날씨가 더 뜨겁기 전에 라운딩 한번 할까요?”
“예, 어디서요?”
“이진우 장관께서 이번 주 골든베이에 가서 운동을 하십니다. 이진우 장관님께선 곧 민주 공명당에 입당을 하는데 그렇게 되면 골프 치실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라운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골든베이가 어디에 있죠?”
“골든베이 모르세요? 태안에 있는 골프장입니다. 한화에서 운영하는 곳이지요. 그린에서 서해바다가 다 보입니다. 그래서 회원권 값도 2억원이 넘습니다. 태안 정도면 직산에 계산 구사장님께서 오시기 좋을 겁니다.”
구건호는 귀찮기는 했지만 주례를 서주었던 이장관이고 또 납품처의 실권자인 박사장이 온다는데 안갈 수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가겠습니다.”
“오전 라운딩이니까 일찍 오셔야 합니다. 장관님은 요즘 야인 생활을 하시기 때문에 바다낚시도 하고 거기 칸트리 클럽에 있는 투스칸 빌리지에 묵을 예정입니다.”
구건호는 바람도 쏘일 겸 현장엘 내려갔다.
잘 안들리던 공무팀 현장 사무실을 들렸다. 공무팀 사무실은 현장 작업장 한쪽에 있었다. 작업장에는 쇠를 깎는 선반(Lathe)이 있고 각종 공구들이 벽에 잔뜩 걸려있었다. 그리고 철제 책꽂이 같이 생긴 장식 속에는 수많은 부품들이 놓여 있었다. 산소용접기도 있고 철제 작업다이 위에는 기계 부품 조각들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이 작업을 하고 있었고 공무팀장은 작업일지 같은 것을 쓰고 있었다.
“어흠, 흠.”
구건호가 뒷집을 지고 기침을 하며 들어가자 공무팀장이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하였다.
“이사님은 생산부에 계십니다.”
공무팀장은 구건호가 박종석 이사를 찾아온 것으로 아는 모양이었다.
“아니, 됐어요. 지금 뭘 하십니까?”
“재단실 작업대 모터가 고장이 나서 고치고 있습니다.”
“흠, 그래요?”
공무팀은 공장의 생산기계가 돌아가게끔 유지하는 곳이다. 자동차로 치면 정비사 같은 업무를 하는 곳이다. 구건호는 공무팀 현장 작업장을 둘러보았다. 박종석의 손때가 뭍은 곳이다.
[박종석이 나이가 36세가 되었으니 그놈이 공무팀 일을 한지도 10년이 되었네.]
박종석은 포천이나 양주에서 있을 때부터 이 공무 현장에서 일을 해왔던 사람이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용접기사를 비롯한 각종 자격증 7개를 딴 사람이었다.
“팀장님은 나이가 지금 어떻게 되세요?”
“46세입니다.”
“공무팀에서 일을 한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자동차 정비사를 하다가 늦게 공무 일을 시작했습니다. 12년 되었습니다.”
“박이사 보다도 경험이 더 많은 것 같네요.”
“박이사님은 저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공무 일은 제가 못 쫓아갑니다. 박이사는 소리만 듣고도 고장 난 곳을 알아내는 사람인데요.”
“그래요?”
“일본의 세계적 기술자 사카다 이쿠조 선생이 우리 회사에 있을 때 제일 좋아했던 사람 아닙니까?”
“사카다 이쿠조 선생을 아시오?”
“알지요. 저희들하고 몇 개월 같이 있었잖습니까?”
“흠, 그렇군요.”
공무팀장 스마트폰이 울렸다. 공무팀장이 전화를 받았다. 수회기 너머에서 숨 넘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보니 박종석의 목소리였다.“
“형님이요? 재단반 모터 안 가져와요?”
“다됐어.”
“형님이 안 만지고 밑에 애들 시켰죠? 지금 재단반 애들 손 놓고 있잖아요!”
“알았어. 곧 갈게. 지금 누가 오셔서.”
“누가 왔어요? 누가요?”
“사장님이 오셔서.”
“사장님이? 송사장님 말이요?”
“아니, 구사장님이.”
“구사장님이? 알았어요. 내가 그리로 가죠.”
구건호는 공무팀 사무실을 나왔다. 공무팀장이 따라 나왔다.
“그럼 일들 봐요.”
구건호가 들어가라고 손짓을 하자 공무팀장은 다시 현장 사무실로 들어갔다.
박종석 이사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형, 왔어?”
“수고한다.”
“수고는 뭘.”
“재단반 기계가 고장이 잘 나나?”
“오래돼서 그래. 물파산업 시절부터 쓰던 기계야.”
“그럼 기계를 다시 사지 그래.”
“그런 기계 파는 데가 없어. 여기서 조립 제작한 거야.”
“그런가?”
“공무팀에서 모터만 수리하면 되는데 늦장을 부리네. 수리하면 또 1년은 써.”
“흠, 그래? 그리고 너 말이다. 디욘 코리아의 기계장비가 스크류만 있으면 만든다고 했지?”
“그랬지.”
“그럼 한번 만들어봐라. 공무팀에 있는 저 사람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