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7
인도, 중국 관계사 설립 (1)
(387)
구건호는 비서 박희정이 가져온 차를 마시며 깜박 졸고 있는데 송사장이 들어왔다.
“점심시간 다 되어가는데 식사하러 안가십니까?”
“벌써 이렇게 되었나?”
“오래 간만에 우리 임원들하고 식사 안하시겠습니까?”
“그러지요. 뭐.”
“그런 제가 임원들을 소집하겠습니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의 임원들과 함께 공장에서 멀지 않은 매실농원 안에 있는 한정식 집으로 갔다. 매실 농장의 푸른 나무들을 보고 여성인 김민화 이사가 제일 좋아하였다.
구건호가 좌석을 둘러보았다. 송사장과 연구소장, 총무이사와 김민화 경리이사, 그리고 생산담당인 박이사와 품질담당 이사가 참석했다.
송사장이 먼저 구건호를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
“포장지 공장 인수로 총무이사와 생산 박이사가 요즘 너무 바쁩니다.”
“아침에도 두 사람 고생하는 걸 봤습니다.”
“이번에 인수한 포장지 공장은 우리가 앞으로 지에이치 모빌의 제2공장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2공장의 페인트 도색이나 창고시설이 완비되면 유압프레스기는 2공장으로 다 옮길 예정 입니다.”
“흠.”
“그리고 그동안 1공장의 수용시설이 포화상태라 사원 모집을 안 했었는데 대대적인 모집광고를 내야겠습니다. 생산직 사원이 현재는 50명 정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100명은 더 충원해야 합니다.”
“그렇게나 많이요?”
“인건비 늘어나는 만큼 또한 매출도 늘어나니 크게 염려하진 않으셔도 됩니다.”
아직 음식이 나오기 전이라 물 컵만 만지고 있던 품질담당 표창익 이사가 말했다.
“저희 품질관리부 직원들도 충원해야 합니다. 디욘 코리아 설립당시 많이 빠져 나갔는데 보충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구건호가 한마디 했다.
“모빌의 품질관리팀에서 빠져나간 요원들 덕분에 디욘코리아가 ISO14001과 벤처 지정을 받는데 많은 덕을 보았습니다.”
식사가 나왔다.
식사를 하면서 구건호가 물었다.
“디욘코리아의 우리 사주는 신청자가 많습니까?”
“현재 50%정도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마지막 날에 아마 신청자가 많을 겁니다. 지금은 옆 사람 눈치만 보겠지요.”
“A전자와 H그룹 이외에 다른 회사 매출 늘어나는 데는 없습니까?”
“다른 회사들은 크게 변동이 없습니다. 현재는 주문이 들어와도 우리가 수용을 못합니다. A전자와 H그룹 오더를 감당하기도 벅찬 실정입니다.”
“2공장 정리를 빨리 해야겠네요.”
“2공장이 가동되면 좀 숨통은 터질 겁니다.”
구건호는 식사를 한 후 모빌 공장으로 돌아왔다. 구건호는 현관 앞에서 따로 송사장을 불렀다.
“내 방에서 커피나 한잔 하시죠.”
둘이 구건호의 방에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면서 구건호가 물었다.
“우리사주 실권주는 우리 종업원 중에서 누가 가져가겠다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현재 회사 유보금이 얼마나 됩니까?”
“5월말 현재 60억이었습니다. 이중 10억원은 제2공장 매입자금으로 들어갔습니다. 매입자금은 디욘에서 들어온 현물출자 회수금 30억과 유보금 중에서 10억을 합쳐 40억을 지불했습니다.”
“그럼 사내 유보금은 50억 남나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매출이 증가해서 더 남을 겁니다. 금년도는 세후 순익이 100억은 넘을 것 같습니다. 또 매출이 많아지면 매출원가 비율도 떨어지니 어쩌면 더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흠.”
구건호는 디욘코리아로 갔다.
“이 시각이면 디욘의 김전무도 외근 나갔다가 돌아 왔겠지.”
구건호는 사장실에 앉자마자 비서 이선혜를 불렀다.
“차 가져올까요?”
“응, 차는 천천히 주고 우선 김전무님과 상임감사님 좀 오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김전무와 상임감사가 들어왔다. 이어서 비서 이선혜가 대추차 석 잔을 가져왔다.
김전무가 먼저 말했다.
“모빌은 제2공장을 만들어서 직원채용 많이 하려는 모양입니다. 우리도 현재 100명이지만 모빌의 매출 증가로 30명은 더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아예 50명 뽑으면 좋겠습니다.”
“흠, 그래요?”
“ISO나 벤처 지정으로 회의나 교육에 사람이 빠지면 애를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1호기부터 16호기까지 기계가 돌아가 100명 가지고도 어느 땐 빡빡합니다.”
“그건 전무님이 애덤 캐슬러와 의논해서 알아서 모집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두 분 오시라고 한건 중국과 인도의 공장 설립 때문입니다.“
“전화가 왔습니까? 나온 물건이 있다고 합니까?”
“인도에 나가있는 이부장이 전화가 왔는데 첸나이 공단 주변에 5천평 짜리 공장이 나온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또 중국은 김민혁 사장이 쑤저우 공업원구에 나온 공장이 있다고 하는데 인도와 중국을 두 분이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공장을 보시고 괜찮은 것 같으면 계약하고 오세요.”
“저... 사장님.”
상임감사가 주저하며 말했다.
“예, 말씀 하세요.”
“저는 공장 전문가가 아니고 재무 쪽에서만 일해 왔던 사람입니다. 저보다는 전무님이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전무가 상임감사를 쳐다보고 말했다.
“감사님, 공장 계약 같은 건 오히려 재무 쪽이 낫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뭘 어떻게요?”
“인도는 제가 지난번에 갔다 왔으니 이번엔 인도를 감사님이 가시고 제가 중국을 가면 어떻겠습니까? 단지 혼자 가기 마시고 애덤 캐슬러와 같이 가세요. 인도는 영어가 공영어인 국가니까 애덤 캐슬러 가면 좋을 겁니다.”
구건호가 좋다고 하였다.
“공장 계약하는 일에 미국 측도 참여시킨다는 인상은 주어야겠지요. 마침 애덤 캐슬러도 지난번 중국을 다녀왔으므로 이번엔 인도를 가면 되겠네요.”
“애덤 캐슬러와 함께 가면 통역을 데리고 가야되지 않겠습니까?”
“델리 공항에 도착하면 영어 잘하는 이종근 부장이 마중을 나올 겁니다.”
“그럼, 저보다 윤상무가 인도에 가면 어떻겠습니까? 공장 건설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 공장에 대해선 잘 알 것 아닙니까?”
“그럼 그럴까요?”
구건호는 비서 이선혜를 불렀다.
“윤상무님 좀 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윤상무가 들어왔다.
“앉으세요.”
윤상무가 자리에 앉자 비서 이선혜가 대추차 한잔을 더 가져왔다.
“인도에 한번 다녀오셔야겠습니다.”
“옛? 인도요?”
“인도에 나가있는 이종근 부장한테 전화가 왔는데 첸나이 지역에 공장 매물이 하나 있는 모양입니다. 가서 보시고 괜찮으면 계약하고 오세요.”
“저, 혼자 갑니까?”
“애덤 캐슬러와 함께 가세요.”
“언제가면 됩니까?”
“빠를수록 좋습니다.”
상임감사님은 이번에 공장 계약하러 가는 사람들에게 출장비를 넉넉히 드리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전무님도 중국에 빨리 가보실수록 좋습니다. 직접 김민혁 사장하고 통화하시고 서로 일정을 잡으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김민혁 사장한테 꽤나 시달릴 것 같네요.”
“왜요?”
“틀림없이 중국에 나와 있는 S기업이나 이지노팩, 만동전장에 있는 사람들 한번 만나보고 가라고 내 팔을 붙들 겁니다.”
“하하, 영업 때문에 그러겠네요. 김민혁 사장이 전무님 가시면 아마 특급 대우를 해드릴 겁니다. 호텔도 5성급 호텔을 잡아줄 것 같네요.”
구건호가 윤상무를 돌아보고 말했다.
“인도 공장은 좀 깨끗한 공장으로 알아보세요. 앞으로 인도 차이나 사장은 디욘의 본사 부사장으로 있는 브랜든 버크를 모셔볼까 합니다.”
“옛? 브랜든 버크 부사장이 디욘사를 그만 둡니까?”
“금년에 정년퇴직하는 모양입니다. 정년퇴직하면 한 2년 우리가 인도에 모셔볼까 합니다. 어차피 인도는 영어를 쓰는 나라고 인도에 나와 있는 해외 각국의 사장들과 어울리다 보면 영업에도 많은 기여를 해줄 것도 같습니다.”
김전무와 상임감사, 그리고 윤상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이 돌아가자 구건호는 이번엔 애덤 캐슬러 부사장을 불렀다. 애덤 캐슬러 부사장이 통역 채명준 대리와 함께 구건호 방엘 들어왔다.
“인도와 중국에 공장 매물이 나왔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래서 중국은 김전무보고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인도는 윤상무와 함께 애덤 캐슬러 부사장이 다녀오세요.”
“예, 제가요?”
“인도 첸나이에 가셔서 공장 계약도 하고 기왕 간 김에 타지마할 구경도 하고 오세요.”
타지마할 소리가 나오자 애덤 캐슬러는 좋아서 입을 벙긋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 나와서 따분하던 참에 인도 출장을 간다니 기분이 좋았다.
사실 애덤 캐슬러는 크게 하는 일이 없었다. 일은 한국 사람들이 알아서 다 하기 때문이었다. 자기는 본사에 위클리 리포트나 쓰는 정도였다.
“그리고 혹시 본사와 통화를 하시면 이 말을 전해 주세요.”
“무슨 말을요?”
“내가 브랜든 버크 부사장이 퇴직하면 인도에 모시고 싶어 한다는 말을 흘려주세요.”
“오, 좋으신 말씀입니다. 브랜든 버크 부사장 입장에서는 싫다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또 이 말도 전해주세요. 버크 부사장이 나하고 다투기는 했지만 그의 경륜과 실력은 탁월하신 분이라 존경하고 있다는 말도 은근히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보스.”
“인도에 도착하면 이종근 부장이 전에 캐슬러 부사장하고 같이 있었던 사람이라 무척 반가워 할 겁니다.”
“하하, 그럴 겁니다. 그럼 언제 출발하면 좋겠습니까?”
“내가 윤상무에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으니 두 분이 일정을 맞추어 보세요.”
“알겠습니다.”
집으로 퇴근한 구건호는 손을 씻고 아기부터 찾았다. 방긋 방긋 웃는 모습이 귀여워 계속 소리가 나도록 뽀뽀를 하였다. 김영은이 못하게 하였다.
“아이고, 이제 그만해요. 볼테기 닳겠어.”
집에 반찬은 늘 풍성했다. 가정부도 있고 김영은도 집에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 낮에 나 서울대 병원 갔다 왔어. 아기 예방주사도 맞추고 동료들 하고 식사도 같이 하고 왔어요.”
“반가워 해?”
“다들 좋아해. 밥 잘 사주는 언니가 왔다고 좋아했어. 그런데 선배 의사가 핀잔을 주더라고.”
“왜, 핀잔을 줘.”
“재벌하고 결혼했다는 사람이 자동차가 그게 뭐냐고 그러잖아.”
“내차 랜드로버 타고가지 그랬어.”
“나는 괜찮은데 사람들은 왜 집이나 자동차로 사람을 평가하는지 모르겠어.”
“그게 사람들 마음인 걸 어떻게 해.”
“일단 사람들은 내가 타워팰리스에 산다고 하면 부자인줄 알아. 그리고 꼭 차는 무슨 차를 타고 다니냐고 물어.”
“지금 타고 다니는 SM5 폐차시키고 새 차 하나 사라. 내가 다 쪽팔린다.”
“싫어, 아직 멀쩡해.”
“내가 제너시스 신형 하나 뽑아서 보내줄게. 앞으로 그거 타고 다녀.”
“낭비야, 그건.”
“아기와 같이 타고 다니면 안전문제도 있으니까 이번엔 내말대로 해.”
아기의 안전문제를 이야기하자 김영은은 눈을 깜박이며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구건호가 저녁을 먹고 아기를 안은 채 거실에서 TV를 보았다. TV뉴스를 보다가 구건호는 눈을 크게 떴다.
이진우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그의 사임 이유가 이번에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성 보도도 나왔다.
이진우 장관은 전에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이라 그가 보궐선거에 나온다면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