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85화 (385/501)

# 385

우리 사주 배정 (2)

(385)

구건호는 중국 쑤저우(소주시)에 있는 김민혁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요새 쑤저우 공업원구에 아직 한국 공장들이 많지?”

“많지. 삼성 반도체 공장들도 그대로 있어. 대기업 말고 중소기업들은 문 닫고 간 기업들도 많지만 말이야.”

“거기가 면적이 그렇게 크다며?”

“말마, 끝이 안 보일 정도야. 중국과 싱가포르가 합작하여 만든 공업단지인데 우리식으로 하면 국가산업단지지. 안산시 공업단지나 창원시 공업단지처럼 말이야. 공업단지 면적이 우리나라 고양시나 김포시 면적보다도 커.”

“거기 공장 매물로 나온 것 찾아봐라.”

“공업원구에 공장을?”

“디욘 차이나 생산 공장을 세우려고 그래.”

“그으레? 그럼 우리 딩딩은 어떻게 되는 건가?”

“거기 생산 공장 총경리(사장) 시켜줄게.”

“생산 공장 총경리를? 에이, 그건 못해. 공장은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해야지.”

“아냐, 관리만 할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어. 생산 기술자는 뽑으면 되고 총경리를 보좌할 스탭들은 모셔오면 돼. 머리는 빌릴 수 있잖아.”

“공업원구는 말이 공단이지 지금은 거의 신도시로 변했어. 공공건물이나 아파트 천지야. 우리나라 구로공단처럼 말이야.”

“그럼 공장들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인가?”

“그건 아니고 큰 공장들은 그대로 있고 작은 공장들은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어.”

“거기에 부지 5천평 내외의 공장 매물로 나온 것 찾아봐라.”

“건평은?”

“글쎄, 연건평 2천평 이상이면 되겠지.”

“알겠어.”

“전기 용량도 잘 알아보고.”

“그건 당연히 알아봐야겠지. 언제까지 알아보면 되나?”

“빠를수록 좋아.”

“총알(돈)은 있나?”

“충분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구건호는 디욘 코리아 임원들과 함께 갈비를 먹으로 갔다. 벤처 지정에 따른 축하의 의미와 그동안 노고에 대한 위로를 하기 위함이었다.

“연구소장님도 오라고 하세요.”

구건호는 촉탁으로 있는 연구소장도 오라고 하였다. 촉탁이라 임원회의에 참석은 안했지만 회사의 원로이고 또 벤처 지정을 받는데 역할도 잘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임원은 아니지만 통역 채명준 대리와 엄찬호도 덩달아 암소갈비를 먹게 되었다.

넓은 갈비집 별실에 임원들이 모두 앉았다.

“근무 중이니까 맥주 한잔씩만 하겠습니다.”

“부라보 한번 하시죠. 사장님이 선창하세요.”

구건호가 잔을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디욘코리아를 위하여!

“위하여!”

김전무가 농담을 했다.

“구사장님 계시니까 맥주 한잔으로 끝나는데 물파산업 시절에는 폭탄주 때문에 아주 혼났습니다.”

“왜요?”

“물파산업 오세영 회장님은 모였다 하면 폭탄주를 돌립니다.”

“하하 그랬나요?”

김전무가 촉탁 연구소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즉석에서 제조한 폭탄주를 마시게 합니다. 형님도 자주 당했죠?”

“그, 그랬었지.”

“유희열 부장! 자네는 당해보지 않았나?”

“저는 모임에 낄 군번이 못되어 딱 한번만 오세영 회장님 폭탄주를 받아보았습니다.”

애덤 캐슬러가 물었다.

“폭탄주가 뭐요?”

“폭탄을 술잔에 타서 마시는 거요.”

채명준 대리가 웃으면서 통역을 안했다. 김전무가 채명준 대리에게 통역을 하라고 채근을 하였다.

“통역해, 이 사람아! 작은 폭탄을 술잔에 넣고 마신다고 해.”

채명준 대리가 마지못해 통역을 하였다. 애덤 캐슬러가 크게 놀랐다.

“왓?”

애덤 캐슬러의 놀라는 표정을 보고 모두 폭소를 하였다.

구건호가 오후에 모빌로 넘어갔다.

송사장은 거래처에 갔고 김민화 경리이사는 회계사 사무실에 갔기 때문에 자리에 없었다.

총무이사가 구건호 방엘 들어왔다.

“옆 공장 매매계약서입니다.”

“매매대금 다 지불했는가요?”

“잔금은 아직 안 주었습니다. 중도금까지 건내 주었습니다.”

“공장은 비어있는가요?”

“비어있습니다. 일부 수리할 데가 있는데 잔금 치루고 나서 하려고 합니다.”

“나랑 같이 가봅시다. 공장장도 불러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 공장 옆에 있던 포장지 생산 공장엘 들어가 보았다. 총무이사와 박종석 이사를 대동하고 들어갔다. 공장은 아직 지저분했고 먼저 회사에서 쓰던 부서진 책상이나 고장 난 컴퓨터 같은 것들이 어지럽게 있었다.

“박종석 이사는 여기 와보았었나?”

박종석 이사는 옆에 총무이사가 있어 구건호에게 반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두 번이나 왔었습니다.”

“전기시설하고 배수관계 잘 살펴봐.”

“네.”

총무이사가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고나서 총무이사가 구건호에게 말했다.

“저는 사무실 가봐야겠는데요?”

“무슨 일 있어요?”

“시청에서 무슨 점검을 나온 것 같습니다. 환경 점검 같습니다.”

“흠, 그래요? 그럼 얼른 가보세요.”

구건호가 박이사에게 말했다.

“이 공장은 화장실 수리하고 도색이나 하면 되겠지?”

“그러면 될 것 같아. 지붕에 있는 환풍 시설이 작동 안 되는걸 보니 두 개는 교체해야겠어.”

박종석 이사는 총무이사가 옆에 없자 반말로 이야기를 했다.

“그건 네가 하냐? 총무에서 하냐?”

“총무는 기술적인 것은 몰라. 총무이사에게 이야기 했더니 나보고 견적 받아보라고 하네.”

“그래?”

“전기 배선도 다 갈아야겠어.”

“그런 부분은 네가 잘 살펴라. 총무에게 맡기지 말고.”

“알았어. 형. 그리고 참 질문이 하나 있어.”

“뭔데?”

“아까 디욘 코리아의 공무담당 안차장하고 통화했는데 거긴 우리사주 때문에 말들이 많다고 하네."

“벌써 소문이 돌았나?”

“받는 게 좋은가, 안 받는 게 좋은가, 직원들이 서로 떠드는 모양이야.”

“흠, 그래?”

“들리는 소문엔 모빌 직원들도 배당 된다고 하네.”

“그 문제는 나중에 나하고 조용히 이야기 하자.”

“알았어.”

“이쪽 공장에서는 뭘 생산할거냐?”

“주력기업 생산품은 저쪽에서 생산하고 이쪽은 주력기업 이외의 제품을 생산하려고해. 그리고 창고는 이쪽으로 다 옮겨야겠어. 저쪽 창고는 너무 좁아서 매일 대차 쟁탈전이 벌어져.”

“대차? 납품하는 업체별로 자기들 물건 쌓아두는 대형 손수레를 말이냐?”

“맞아. 대차가 두 개인 업체는 여기에 트럭 몰고 한번만 오면 되는데 대차가 하나뿐인 회사는 두 번 와야 되잖아.”

“우리 거래업체는 요즘 얼마나 되냐?”

“납품해주는 회사하고 납품받는 회사들이 각각 30개 업체가 넘어. 핵심 주력 기업은 4군데야.”

“4군데는 어딜 말하나?”

“당연히 A전자, S기업, 이지노팩, 만동전장이지. 아 참, 요즘 H그룹 제품이 늘기 시작하니까 H그룹도 집어넣어야겠네.”

“흠, 그래?”

“이쪽에 생산 3부를 설치하고 싶어. 생산부는 물파산업 시절부터 근무한 간부들이 많아. 과장급, 차장급들도 많아서 이들에게 인사 숨통도 좀 터줘야 할 것 같아.”

“흠, 그래?”

구건호가 공장의 뒤편까지 촘촘히 살폈다.

“종석아!”

“왜?”

“생산부에 부,차장들이 많은데 너 처음에 와서 고생 많았겠다.”

“형하고 가깝다는 소문이 있어서 사람들이 함부로 하지는 않았어. 또 내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무조건 형이라고 하잖아.”

“그건 네가 잘했다.”

“또 생산 쪽은 잘 알지만 공무에 대해선 나보다 잘하는 놈들도 막상 없더라고. 내가 용접도 잘 하고 기계도 잘 만지니까 차츰 날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그랬나?”

“그리고 내 자랑은 아니지만 공장에서 나보다 팔씨름이 쎈 사람이 없었어. 회식할 때 반장 급 한 놈이 술 먹고 행패를 부린 적이 있었어. 내가 이단옆차기를 날리고 웃통 벗고 문신까지 보여주니까 그놈이 깨갱 하더라고.”

“하하, 그래?”

“그놈이 깨갱 하면서 뭐라고 그러는 줄 알아?”

“뭐라는데?”

“사장 빽이면 다냐고 하더군.”

“그랬나?”

“그래서 나도 말이면 다냐고 하면서 아구창을 날렸지. 맥주병을 깨서 죽여 버리겠다고 설치니까 한 20명이 달라붙어 말리더라고.”

“그런 일이 있었어?”

“그래서 널 죽이고 싶지만 사장 빽이라 참는다 라고 하면서 머리만 밟아주었지.”

“성질부리지 마라.”

“이젠 성질 못 부려. 공장장 되고 이사도 되니까 못하겠더라고. 실력 갖고 잡아야지.”

“그때 너한테 맞은 놈은 어디 다친데 없었냐?”

“크게 다치진 않았어. 나중에 내가 단둘이 만나 술도 사주고 형님이라고 불러주었어. 계장 승진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주니까 아주 고마워 하드라고.”

“그랬나?”

“또 송사장이 와서 그놈을 불러다가 물어보았어. ‘자네는 어떻게 해서 박이사가 나만 만나면 계장 시켜줘야 된다고 하는 가’ 했더니 그놈이 요즘 나만 만나면 깜박 죽어. 송사장도 알고 보면 능구렁이야. 쇼를 잘해.“

“그런 건 송사장한테 많이 배워라.”

“하하, 알겠어.”

“학교는 잘 다니지? 쫓아가기 힘들지 않아?”

“영어 때문에 개고생 했는데 막상 들어가고 나니 그렇지도 않더라고. 학교에서도 내가 짱이야. 학생들이 졸업하면 형님이 다니는 회사에 취업할 수 없냐고 물어.”

“하하, 그래?”

“교수님 두 분도 여기 한번 들렸다 갔어. 생산 공정을 한번 보겠다고 해서 왔었어. 졸업생들 실습 위탁 때문에 그런 모양인데 그건 내가 송사장님 허락을 받아야한다고 핑계 댔어. 실습생들이 오면 아무래도 거추장스럽고 생산에 차질이 가잖아.”

“흠.“

“교수들이 박종석 학생이 다니는 회사가 시설 좋고 규모가 큰데 놀랐다면서 약을 팔아 애들이 농담으로 우리 회사 들어오겠다고 하는 거야.”

“학교생활 적응을 잘 하는 것 같구나. 학생들 중에서 쓸 만한 아이들이 있으면 눈여겨봐라. 미래에 이 회사를 이끌어 나갈 아이들을 말이야.”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하는 날이었다. 빌딩입구의 현수막은 다른 전시회의 광고가 붙어 있었다.

“안종상 개인전? 유명 작가인 모양이네.”

구건호가 사장실에 앉아 경제신문을 보고 있는데 심운학 감독이 들어왔다.

“일 다 보았어요?”

“다 보았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많아 애를 먹었습니다. 채권자별 부채 확인서를 다 떼서 주었습니다.”

“개인부채는 없었죠?”

“개인부채는 소액이라 생략했습니다. 주로 제2금융권 부채가 많았습니다.”

“접수는 한 겁니까?”

“접수하는 것 보고 출국하려고 하다 보니 오늘 출국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사드리려 왔습니다.”

“변호사는 뭐라고 합니까?”

“일반회생 개시결정 받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말 밖에 안합니까?”

“예치금 명령 나오면 바로 예치금 납부해야 된다고 합니다. 천만원 정도는 예상하고 있으라고 합니다.”

“흠.”

“그리고 관계인집회 때는 법원에 한번 출석해야 한다고 합니다. 안 나오면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으니 바쁘더라도 한국에 나와야 된다고 합니다.”

“관계인집회는 채권자 집회를 말하는가요?”

“그렇습니다. 법원에서 집회를 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절차가 있군요.”

“변호사가 일반회생 개시 결정문이 나오면 성공보수를 달라고 합니다.”

“얼마를 요구합니까?”

“처음에 2천만원 달라고 했습니다. 망해서 빈털터리가 되어 중국으로 도망간 사람이 무슨 돈이 있느냐고 하니까 깎고 깎아서 천만원으로 했습니다.”

“그럼 사건의뢰비 하고 성공보수까지 챙기면 변호사 수입 짭짤하겠네요.”

“그래서 변호사를 허가받은 도둑놈이라고 하잖습니까?”

“그래도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드라도 회생 개시결정을 받으면 이익이겠죠. 12억이나 되는 부채를 탕감해주고 나누어서 갚는 거니까요.”

“그런데 많이 갚으라고 법원에서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지금 수입을 참고해서 판사가 때리는 거니까 많이는 못 때리겠지요. 제가 보기에는 지에이치 미디어에서 받는 100만원은 다 빚 갚는데 쓰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휴.”

“그래도 그게 얼마나 이익입니까? 매월 100만원씩 10년간 갚으면 1억2천 아닙니까? 1억 2천으로 12억 부채를 퉁 치는 것 아닙니까?”

“일반회생도 개인회생처럼 5년이면 좋겠습니다.”

“하하, 그건 어렵겠지요. 개인 회생자보다 일반 회생자들의 부채가 더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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