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83화 (383/501)

# 383

비밀 요정의 회동 (2)

(383)

구건호가 엽차를 한잔 마시고 이야기 했다.

“지금 디욘 코리아에는 증자대금 들어온 것이 60억 정도 있습니다.”

“그렇지요. 증자대금은 작년 세후이익 90억에서 현물 출자한 공장건물 대금 30억을 모빌로 보내주었으니 60억 남아있는 건 맞습니다.”

“그리고 디욘 코리아는 매월 현금 들어오는 것이 10억 정도 됩니다. 지금이 4월말이니까 40억 정도 쌓여 있겠네요.”

“맞습니다.”

“그럼 보유 현금이 100억 정도 있습니다.”

송사장도 그 정도 보유 현금이 있는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 정도나 됩니까?”

“100억의 현금을 절반으로 나누어 중국과 인도에 공장을 설립하는 겁니다. 디욘 차이나와 디욘 인디아를 설립하는 겁니다. 지금 중국과 인도에 자회사들이 있지만 창고나 하나 있고 연락사무소 구실만 하지 제조사는 아닙니다.”

“그럼 제조사를 설립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디욘 차이나를 설립하지만 디욘 코리아에서 투자하는 것이므로 주식의 절반은 한국이, 절반은 미국이 지분을 갖는 겁니다. 역시 인디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장을 설립하면 지금보다는 매출이 훨씬 크게 잡히긴 하겠네요.”

“그렇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공장 매출이 전부 디욘 코리아에 잡히므로 디욘 코리아의 덩치가 커 보일 겁니다. 금년도 디욘코리아 예상 매출이 700억이지만 연결 재무제표상에는 1천억도 될 수 있고 1천 5백억도 될 수 있습니다.”

“흠, 그러면 확실히 코스닥 시장에서 보는 눈이 달라질 수는 있겠네요.”

“이번에 벤처지정을 받으면 바로 그 다음날 디욘 코리아의 임원회의를 열고 이 계획을 발표하겠습니다.”

“몸집을 불려서 상장하시면 구사장님은 자기 주식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있습니다. 큰돈이 들어올 수도 있겠네요.”

“내 주식 값이 올라갔다고 함부로 팔면 되나요? 경영권을 지킬 정도는 남겨놔야겠지요.”

“그건 그렀습니다. 역시 구사장님의 배포와 결단력에 존경심이 갑니다.”

상임감사가 질문을 했다.

“그런데 사장님 의문이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에 생산 공장을 세우는 건 좋은데 부지를 사서 공장을 짓고 라인을 깔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면 매출이 금년에 발생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새로 건축하는 방식은 안합니다. 다소 비싸더라도 거기 공단에 매물로 나온 공장을 인수하면 됩니다.”

“흠.

“쑤저우의 공업원구에 가면 엄청 공장들이 많습니다. 거기서 매물을 찾아보지요. 김민혁 사장 부부가 있으니까 찾아보라고 하면 될 겁니다. 인도 ‘타밀나두’주에 있는 첸나이 공단은 델리에 나가있는 이종근 부장에게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

첸나이 이야기가 나오자 송사장이 크게 반겼다.

“실은 첸나이 지역은 모빌의 공장도 있어야 합니다. 우선은 디욘 코리아가 먼저 들어가고 이어서 디욘 코리아가 자리를 잡으면 모빌도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술 한 병 더 시킬까요?”

구건호의 말에 상임감사가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지금이 딱 적당합니다.”

“오늘 두 분께 고맙습니다. 역시 경륜이 많으신 분들이라 언제나 제가 배웁니다.”

“별 말씀 다 하십니다. 사장님의 탁월한 사업적 안목은 누가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장마담이 들어왔다.

“벌써 가시게요?”

송사장은 장마담이 마음에 드는지 또 손목을 잡았다.

“이봐요, 마담 언니. 나 누구인지 모르죠?”

“누구긴, 난봉꾼이겠지.”

“구건호 사장님은 지에이치 그룹의 회장님이시고 난 그 계열사 지에이치 모빌의 사장이요.”

“사장? 그럼 명함 한번 줘 봐요.”

송사장이 명함을 장마담에게 주었다.

“어머, 진짜네.”

“온나노히도(여자)가 속아만 살아왔나 진짜냐고 물어보네.”

“종종 놀러 와요.”

장마담이 방긋 웃으며 송사장의 명함에 입을 맞추었다.

며칠 후 심운학 감독이 한국엘 들어왔다.

법원에 일반회생 신청을 위해서였다. 심감독이 구건호 사무실에 왔다.

“사장님 말씀대로 해야겠습니다. 정말 언제까지 이렇게 살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부채는 채권자별로 정리를 잘 해놓아야 합니다.”

“하도 많다보니 어디가 얼마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거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됩니다. 부채가 10억 넘는다고 했던가요?”

“휴, 10억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어제 밤에 대충 계산해 보니까 12억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진술서는 이렇게 쓰세요. 한국에서 버는 100만원은 부채 상환하는데 쓰고 중국에서 받는 1만 2천 위안은 중국서 생활비로 쓰겠다고 하세요. 그리고 10년간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채권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하세요.”

“그러면 될까요?”

“그야 모르죠. 판사의 마음이니까. 단지 진술서를 쓸 때는 판사로 하여금 눈물 나도록 쓰세요. 한국에서 영화산업 발전만을 위해서 뛰었는데 이런 참혹한 결과가 되었다고 쓰세요.”

“우선 제가 천만원만 가불하려고 합니다.”

심감독은 지에이치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지출 결의서를 내밀었다.

“이건 신정숙 사장이 서명해야 됩니다. 나는 미디어의 대주주이지만 집행부는 아닙니다. 내가 전화를 해드리죠.”

구건호가 바로 신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예, 사장님.”

“심운학 감독님이 일이 있어 여기에 와 있습니다. 천만 원만 가불을 좀 해주세요. 나중에 정리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심감독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 잘 오셨습니다. 나중에 수입이 더 생기게 되면 판사가 돈을 더 많이 갚으라고 할 겁니다. 수입이 적은 지금이 좋습니다.”

“그건 그런 것 같습니다. 변호사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또 지금 영화 <몽환앵화>를 시나리오 번역중이라 제가 할 일은 크게 없습니다. 드라마도 편집만 좀 봐주면 됩니다.”

“변호사에게 일반회생 신청하고 나중에 법원에서 예치금 명령이 나오면 돈이 추가로 들 수 있습니다. 그땐 다시 이야기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오신 김에 미디어에 들려 급여명세서 외에 소득세 납부 명세서 같은 것이 있으면 떼 달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심감독은 허리를 땅에 닿도록 구부려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문재식에게서 연락이 왔다.

“구사장? 외상(外商) 독자기업으로 상업등기 다 했어. 자본금은 60만 달러로 했고, 주주비율은 지난번 말한 대로 구사장이 80%, 순영이 엄마가 10%, 내가 10%야.”

“환율 때문에 돈이 좀 모자라지 않았나?”

“돈 이미 들어온 통장보고 나머지는 수수료 좀 내니까 다 수속 밟아 주더라고. 역시 중국에서는 꽌시가 필요해. 안당시 공상관리국 간부로 있는 순영이 엄마 친구 남편의 힘이 컸어.”

“허허, 그래?”

“상호는 GH식품 유한공사로 했고 사업목적엔 음식점 영업 외에 무역이나 화훼나 원예도 집어 넣었어.”

“하하, 그래?”

“점포 계약도 끝났어. 빌딩주인인 안당 공과대학에서 KFC들어온다니까 좋아하던데? 깔세 담보로 모자라는 돈 융자 좀 받겠다니까 동의서 서명 해주더라고.”

“그것 가지고 공상 은행 찾아가면 되겠네.”

“벌써 공상 은행 지점장 류샤오똥 만났어. KFC 할 거라고 하니까 자기도 먹으로 오겠다며 융자를 1억이 아닌 1억2천 해주었어. 헤헤”

“순영이 엄마는 KFC부터 개장하고 다음에 치맥집 내고 2층의 피자집은 맨 마지막에 하기로 했어. 한 달 안엔 다 끝나겠지.”

“고생 좀 되겠구나.”

“고생은 뭘, 돈 버는 일인데. 그리고 터미널 공사는 다시 시작되었어.”

“그런가?”

“창춘 부사장이 2차 출자금 언제 들어 오냐고 또 물어서 터미널 토지가 합자사로 넘어오기 전엔 안 될 거라고 말해주었어.”

“잘했다.”

“이번에 선로패 2대 나오는데 2차 출자금이 안 들어와서 선로패 못 받을지도 모른다고 공갈치고 갔어.”

“선로패는 줄 가능성이 많으니 두고 봐라. 터미널 공사도 공사지만 자기들도 돈을 벌어야 하잖아. 두고만 봐. 그놈들 어떻게 하나.”

“응, 알았어.”

모빌의 송사장이 전화를 했다.

“지금 총무이사와 함께 지주를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평당 160만원까지 조정했습니다. 지주 분께서 그 이하로는 죽어도 안 된다고 하네요.”

“매물 나온 공장이 2500평이라고 했지요? 그럼 40억이네요. 계약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를 불렀다.

“앞에 소파에 앉아 봐요.”

“예?”

오연수는 구건호가 의자에 앉으란 소리를 한 번도 한 사실이 없어 의아했다.

“내가 지금 디욘 코리아의 애덤 캐슬러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 겁니다. 캐슬러는 한번 봤지요?”

“전에 보드미팅 할 때 보았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할 거니까 메모해 봐요.”

오연수가 얼른 메모 준비를 했다.

“지금 디욘코리아는 증자대금 60억이 있고 금년도에 들어와 영업이익 적립금이 40억이 있으니 100억이 있는 셈이다.”

오연수가 볼펜을 빨리 움직였다.

“다, 적었어요?”

“예.”

“나는 내년도에 디욘 코리아를 코스닥 상장하고 싶으며 그 안에 회사의 몸집을 좀 키우고 싶다.”

“예, 적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중국 쑤저우에 디욘 차이나를 설립하여 생산 공장을 세우고, 인도 첸나이 지역에도 디욘 인디아 공장을 설립하려고 한다. 출자금은 모두 100% 디욘 코리아의 출자로 하고 싶다. 이것을 금년도 1차 동사회 안건으로 제안한다.”

오연수가 메모하기를 마치었다.

“지금 내가 말한 것 메모 다 했지요? 메모한 것 어디한번 읽어봐요.”

오연수가 메모한 것을 읽기 시작했다.

“음, 됐어. 그대로 해요. 내가 먼저 전화 걸고 바꿔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애덤 캐슬러에게 전화를 걸었다.

“헬로우? 아이엠어 구건호.”

“오우, 굳 에프터눈 보스!”

“아윌 체인지언 인터프리터.“

“옛, 썰!”

구건호가 자기 스마트폰을 오연수에게 넘겼다. 오연수가 메모지를 들고 나불대기 시작했다. 미국서 오래 공부한 오연수의 영어는 유창한 것 같았다. 구건호는 전혀 알아듣지를 못하였다.

디욘 코리아의 상임감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접니다. 벤처인증 받았습니다.”

“오, 그래요?”

“사장님도 거기서 확인 가능합니다. 벤처인 공시시스템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아이디하고 패스워드 불러드릴까요?”

“됐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그럼 내일 오전 10시에 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공장장 유희열 부장도 임원회의에 참석하라고 하세요. 촉탁 연구소장 대신해 참석하라고 하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비서 오연수는 구건호가 상임감사와 통화할 때 까지도 나가지 않고 구건호 앞에 앉아 있었다.

“응? 아직 안 나갔네.”

“사장님이 나가라는 지시가 없어서요.”

“응, 그래? 수고했어요. 나가봐요. 아 참, 나 커피 한잔 갖다 주고.”

“알겠습니다.”

오연수는 오래간만에 큰일 한번 했다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구건호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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