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1
GH 식품 유한공사 (2)
(381)
구건호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BM엔터테인먼트 이사는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았다.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말씀하세요.”
“심운학 감독에 대한 예우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우요?”
“<시광여몽>의 여주인공 리아는 우리 BM엔터테인먼트 소속입니다. 환러스지 공사에서 리아에 대한 출연료는 리아에게 안 주고 저희 BM엔터테인먼트에 줍니다. 물론 영수증도 발행합니다. 그러면 받은 돈 중에서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저희 회사에서 리아에게 출연료로 줍니다.”
“그야 그러겠지요.”
“리아는 현재 계약금 같은 것은 선급금 형태로 본인에게 다 지불되었습니다. 물론 원천 소득세는 공제하고 줍니다. 아직 드라마가 끝나지 않아 정산만 남은 형태입니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네요.”
“하지만 심감독은 지에이치 미디어에서 약간의 정액 급여만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환러스지 공사에서 급여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국 급여는 중국의 물가수준을 고려하여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서 받는 급여는 한국에 가져오면 돈이 안 됩니다.”
“흠.”
“심감독의 대우가 약한 것 같아 노파심에서 말씀드립니다.”
“심감독에 대한 예우는 우리가 따로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러신다면 다행입니다.”
구건호는 심감독이 신용불량자라 이 방법 밖에는 취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심감독은 소득이 발생하면 무조건 채권자나 국세청 압류가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심감독이 신용불량자라는 것은 프라이버시에 관한 사항이라 내가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지.]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BM엔터테인먼트 이사의 말을 곰씹어 보았다.
[심감독이 현재 지에이치 미디어에서 받는 급여가 100만원, 그리고 중국에서 12,000위안을 받으면 정말 저축은 불가능하겠군. 본인이 이야기는 안 해서 그렇지 혼자 속으로 걱정을 많이 하겠는데?]
구건호는 심감독을 안심시켜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중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심감독님?”
“아, 사장님이십니까?”
“촬영 중 아닙니까? 통화 가능합니까?”
“지금 잠깐 쉬고 있는 중입니다. 괜찮습니다.”
“영화 <몽환앵화> 시나리오 시놉시스는 받았습니까?”
“받았습니다. 다 읽어 보았습니다.”
“괜찮습니까?”
“아직 시나리오 전체가 번역이 안 되어 평가하기는 그렇지만 테마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유명작가가 쓴 것이라 그런지 인물 묘사가 뛰어납니다.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이해하는데도 도음이 되고 최근 중국에 만연하고 있는 네쇼날리즘을 자극하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나중에 시나리오 전체를 보고 판단해 주시고..... 심감독님 예우에 관해서 잠깐 상의 드렸으면 합니다.”
“예우요?”
“지금 여기서 받는 급여는 심감독님 개인적인 일로 100만원으로 책정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중국에서 생활비 정도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작 대우에 관한 문제는 협의가 안 된 상태입니다.”
“저야....”
“내가 환러스지 공사에 100만 달러를 보냈지만 아직 과실 송금을 받은 상태도 아니고 또 얼마를 받게 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또 나는 제조업만 하던 사람이라 이 분야는 잘 모릅니다.”
“저는 처분만 바랍니다.”
“일단은 환러스지 공사에서 과실송금 들어오는걸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섭섭지 않게는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간 있을 때 한국에 들어와 일반회생을 법원에 신청하십시오. 지금이 가장 적기입니다.”
“지금이 적기라고요?”
“나는 한때 물파산업이란 법정관리 회사에서 전무이사로 근무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업무에 대하여 약간은 압니다. 지금 중국에서 받는 급여 명세서하고 여기에 있는 지에이치 미디어의 급여 명세서를 들고 변호사 사무실 찾아가세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비용은 가불해 드리지요.”
“가불요? 말씀은 고맙지만 일반회생은 변호사들이 성공보수도 달라고 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 제가 알아보니까 개인회생은 법무사 사무실에 가면 100만원이면 되지만 부채가 많은 일반회생은 변호사 비용이 1500만원에다 플러스 성공보수까지 요구해 손을 댈 수가 없었었습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그렇게 사실 작정입니까?”
“........”
“드라마나 영화가 뜨면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스타나 작가가 좋지 감독이 얼마나 챙기겠습니까? 물론 작품이 뜨면 많이 받겠지만 그 많은 부채를 갚기에는 턱도 없습니다. 드라마 <시광여몽>이 뜬다고 하니까 일단은 변호사 비용을 가불해 드리죠. 성공보수야 나중의 일이니까 착수금부터 가불해 드리죠.”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한국 한번 들어오시는 거죠?”
“들어가겠습니다. 헌데 제 일은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님이나 BM엔터테인먼트의 이사님이 잘 모르죠?”
“모릅니다. 단지 감독님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만 눈치 채고 있는 듯합니다. 이 일은 감독님과 저 밖에 모릅니다.”
“고맙습니다.”
4월 말이 되었다.
지에이치 모빌의 총무이사가 전화를 걸었다.
“모빌의 최준영 이사입니다.”
“뭔 일 있어요?”
“공장 임대한다는 지주를 만나보았습니다. 팔 의사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 달라고 해요?”
“도로에 붙은 땅이라 평당 180만원 달라고 합니다.”
“도로에 붙은 면적은 얼마 안 되는 것 같던데.”
“그래서 180이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200이 넘어간다고 했습니다.”
“거기가 몇평이지요?”
“2500평입니다.”
“2500에 180이라... 그럼 45억이라는 이야기네요.”
‘네, 그렇습니다.“
“건물은 쓸만 해요?‘
“특별히 수리할 데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전기용량도 괜찮고 크레인 시설도 다 되었고 지하수도 개발되어 냉각수로 활용하는데도 문제없을 듯합니다. 지하수는 모터를 이용해서 퍼 올리고 있습니다.”
“좀 더 흥정해 보시고 계약하세요. 공장이 비어있으면 송사장님도 한번 보라고 하세요.”
“송사장님은 한번 보고 가셨습니다.”
“뭐라고 하세요?”
“크게 손볼 건 없다고 하셨습니다. 화장실 좀 수리하고 페인트 칠만 하면 그런대로 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이 전화를 김민화 경리이사에게 돌려주세요.”
경리이사가 전화를 받앗다.
“김민화입니다.”
“나요.”
“아, 예. 사장님.”
“디욘코리아에서 건물 현물 출자한 것 돈 30억 들어왔지요?”
“들어왔습니다. 사장님이 홀딩하고 있으라고 해서 가지고 있습니다.”
“총무 최이사가 공장 산다고 출금전표 가지고 오면 싸인 받고 돈 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디욘 코리아의 상임감사가 전화를 했다.
“벤처기업 신청은 실사가 나왔습니다.”
“대응 잘 했지요?”
“배합을 독창적 기술로 볼 수 있느냐고 자꾸 고개를 흔들어서 미국이나 일본도 못 따라 오는 기술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흠, 그래요?”
“원재료만 디욘 것을 쓰고 배합은 우리 기술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음식도 잘 만드는 집이 있고 못 만드는 집이 있는데 배합을 기술로 안본다면 음식연구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그랬더니 한국의 현대나 한화, 금호, 코오롱, 등에서 생산하는 원재료 가지고도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낼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당연하다고 그러지 그랬습니까?”
“물론 당연하다고 그랬습니다. 디욘 원재료를 쓰는 것은 합작 조건이 그렇고, 그들이 50%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수긍을 합니까?”
“수긍을 안 하다가 그렇다면 디욘이 이런 기술이 있다면 왜 중국서 합자를 하지 않고 우리 것을 갖다 쓰느냐고 하니까 아무 설명을 못했습니다. 중국과 인도 수출이 크게 먹혀들어간 것 같습니다.”
“하하, 그래요? 고생들 하셨습니다. 아무튼 인증 나오면 즉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중국에서 문재식의 전화가 왔다.
“구사장? 전화 괜찮아?”
“괜찮아. 낮잠도 끝났어.”
“하하, 그래? 어제 공상 은행 지점장 류샤오똥을 만났어. 저녁식사 같이했어.”
“좋은 이야기 많이 해 봤나?”
“화계화원 아파트는 잘 샀다고 하더군. 입주가 다 끝나서 이제 매물이 없으니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어.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다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하던데?”
“흠.”
“가게를 담보로 융자를 해줄 수 있겠냐고 하니까 그건 쉽지 않다고 하네.”
“담보 못 잡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인테리어나 주방기구를 담보로 할 수 없고 오로지 깔세만 가지고 담보를 잡아야 하는데 그것도 집 주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하네.”
“흠. 복잡하네.”
“법인으로 할 거라고 했지. 그랬더니 법인도 담보가 있어야 한다면서 돈이 정 필요하면 화계화원 아파트 사논 것 5채의 융자비율을 조금 높여주겠다고 했어. 그건 가능하데.”
“흠, 그래?”
“만약에 법인을 설립하고 법인 명의로 돈을 빌린다면 아파트 담보 2번 설정을 요구하고 구사장의 보증부관(保證付款: 지급보증)이 필요하다고 했어.”
“그럼 내가 안당시까지 가야된다는 것 아니야?”
“한번 다녀가야겠지. 은행에 가서 서명은 해 줘야겠지.”
“그건 복잡하고 귀찮다. 다른 방법을 연구해 보자.”
“다른 방법이 뭐 없을까?”
“만약에 법인 설립을 한다면 네가 낼 수 있는 돈이 전부 얼마냐?”
“동인천역 주공아파트 융자받은 것 1억원하고, 순영이 엄마가 자기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돈 2천만원 해서 1억 2천만원은 있어. 순영이 엄마 그 2천만원도 북카페하면서 모은 돈이야.‘
“흠, 그래? 망원동 빌라는 전세금 없었나?”
“있었지. 그건 얼마 안 돼. 천만원 보증금에 월세 60만원에 살았으니까 천만원만 찾은거 지. 원래 동인천 아파트 융자 받을 때 1억이 조금 못되게 받았었어. 그거 채워 놓고 여기 와서 가구 같은 것 좀 사니까 없어지더라고.”
“그래서 1억 2천 있다 이거군.”
“그렇지.”
“그럼 법인 설립해라. 내가 4억 8천만원 보낼 테니 1억2천 합쳐서 자본금 6억짜리 식품공사 설립해라. 거긴 독자기업 허가 잘 내준다니 그렇게 해봐. 정관이나 사업목적 같은 건 네가 로지스틱스 법인 만들어 보았으니까 알아서 하고.“
“그럼 내가 20%지분이 되나?”
“그렇지. 자본금 6억중에서 내 지분은 4억 8천이니까 80%가 되는거지.”
“그럼 이렇게 하면 안 될까?”
“뭘 어떻게?”
“실은 순영이 엄마하고 치맥집 처음 구상 할 때 이런 약속을 했었어.”
“무슨 약속?”
“내가 1억을 대고 순영이 엄마가 2천만원을 대지만 사업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순영이 엄마가 하잖아?”
“그렇지. 너야 합자사 일을 하기도 바쁜 몸이니까.”
“여기 객운공사도 보니까 회사 임직원은 두 개 직업 못 갖는다는 사규도 있어. 사규가 없더라도 내가 해서는 안 되겠지. 그래서 사업은 순영이 엄마가 하되 지분은 절반으로 하자고 했어.”
“부부사이 절반? 부부사이에 꼭 그럴 필요가 있나?”
“자기도 친정을 좀 살려야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같았어. 장녀이다 보니까 그런 의식이 강해. 그래서 일은 자기가 하니까 지분 50%를 인정해 달라고 웃으면서 그러더군. 농담 비슷하게 이야기 했지만 아마 그 마음은 진심인 것 같아.”
“그럼 네 몫 20%는 둘로 나누어 너 10%, 제수씨 10%, 나 80%, 이렇게 하자는 건가?”
“바로 그거야. 그러면 아마 순영이 엄마도 신바람이 나서 할 거야.”
“그럼 그렇게 해라. 그런데 모두 7억이 들어간다는데 자본금이 1억이 모자란다. 깔세 담보 융자 받아봐라.”
“알겠어. 그렇게 해볼게.”
구건호는 돈을 다 보내주어도 되지만 그렇게 되면 문재식의 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융자를 조금 받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