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80화 (380/501)

# 380

GH 식품 유한공사 (1)

(380)

화요일이 되어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하였다.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이 18층에 있는 지에이치 개발 사장실로 왔다.

“심운학 감독에게서 시나리오가 EMS 우편으로 왔네요.”

“영화 시나리오일겁니다. 제목이 <몽환앵화> 맞지요?”

“예 맞습니다. 시놉시스하고 원본이 왔는데 시놉시스는 벌써 번역해서 심감독님에게 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원본은 현재 번역 중에 있습니다.”

“<몽환앵화>의 시놉시스가 무슨 내용입니까?”

“일제 강점기 시대에 중국 첩보원이 동경에 가서 게이샤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만 해서는 안 되는데요. 첩보원이 중국이란 나라에 뭔가 기여를 하는 것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가야 할 텐데. 중국에는 국수주의가 너무 팽배해 있는 나라라 그렇습니다.”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요.”

“하긴 그러겠네요.”

“그럼 구사장님이 영화 제작에도 펀딩을 하실 겁니까?”

“작품이 좋으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요.”

“영화는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100%펀딩은 아닙니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제가 보낸 미디어의 전년도 배당금 11억 4천만원은 받으셨습니까? 제가 사장님 통장으로 보냈는데요?”

“그렇습니까? 제가 중국 갔다 오느라고 미처 확인을 못했네요.”

“책 찍을 돈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재 그동안 발행된 책 50권의 판매 수입과 갤러리 수입, 북카페 수입, 코스플레이 잡지 등을 합치면 월 1억 정도는 세이빙 됩니다. 지금이 4월이라 벌써 4억 정도 회사 유보금이 발생해 있습니다.”

“흠, 그래요?”

“신규로 찍는 책은 그 돈에서 제작비용을 쓰면 됩니다.”

“다행입니다.”

“그리고 저희 미디어에 직원 한사람 더 채용했습니다. 코스플레이 잡지 쪽에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 혼자서 일하는 게 보기에 안 좋아 디자이너 한명 더 채용했습니다.”

“취재 기자가 아니고 디자이너 입니까?”

“두 가지 다 합니다.”

“잘 하셨습니다.”

“만일 영화를 만드신다면 우리 미디어는 금년에 수입이 많이 발생하겠네요. 호호. 아 참, 영화는 제작 기일이 오래 걸려 내년에나 되겠네요.”

“영화는 준비단계하고 편집이나 마케팅 단계가 오래 걸리지 막상 촬영 기일은 얼마 안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겠지요. 톱스타들 몸값만 해도 어마어마할 텐데 빨리 찍어야겠지요.”

신사장은 차를 한잔마시며 계속 이야기 하였다.

“미디어는 방송작가 책을 또 찍습니다.”

“지난번에 책을 낸 사람이 원고를 또 보냈는가요?”

“아닙니다. 그 사람이 다른 방송작가를 소개해줬습니다. 젠더 갈등에 대한 책입니다. 페미니즘 경향의 책입니다.”

“전 잘 모르겠으니 알아서 잘 만들어보십시오.”

“알겠습니다.”

신사장이 가고 나서 구건호는 통장을 확인해 보았다.

“흠, 11억 4천만원이 들어왔네. 신사장은 5%지분이니까 6천만원 받아갔겠군.”

구건호가 공상은행 통장도 확인해 보았다.

“여기도 김민혁이가 11억 4천만원을 보내왔네. 김민혁이도 6천만원을 가져갔겠네. 그런데 어떻게 되어서 두 회사가 똑같이 약속이나 한 듯이 11억 4천이야? 자기들 돈 쓸 일 있으니까 이 일들은 빨리도 처리했네.”

구건호는 통장을 서랍에 집어넣으면서 씽긋 웃었다.

“하긴 지에이치 미디어나 중국 김민혁 회사는 작년에 들어간 돈 다 뽑았으니 올해 배당은 공짜로 받은 거나 마찬가지지. 이후 법인이 존속하는 날까지 매월 이렇게 공짜 돈이 들어오겠지? 헤헤.”

구건호가 지난해 번 돈을 생각해 보았다.

[증권사에 1,700억 들어간 돈은 이자수입이 42억, 두 군데 회사 배당 소득이 22억 8천만원이면 배당소득과 이자 수입이 총 64억 8천만원이네.]

[과세표준이 5억원 이상이면 세금이 42%라고 했지? 이자와 배당소득 64억 8천만원에서 세금 공제하면 대충 38억 정도만 내 돈이 되겠네. 이거 이래가지고 언제 1조원을 만들어? 박도사는 40세 이전에 1조원을 버는 만석꾼이 사주팔자라고 했는데.]

[급여 소득은 얼마인가 보자. 내가 급여는 지에이치 산하 5개 회사에서 받는 돈이 모두 3500만원이란 말이야. 세후 네트로 받는 급여니까 연간 받는 돈이 4억 2천이네.]

[어쨌든 살림하는 비용이나 내가 쓰는 돈은 급여 받는 연봉 4억 2천에서 쓰고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은 저축해 놔야지. 재산도 좀 더 늘리고 회사도 키워야 하지 않겠어?]

[내년부터는 덩치 큰 지에이치 모빌이나 디욘코리아가 배당한다면 많은 돈이 들어오겠지. 내년이 기대가 되네.]

구건호가 책상에 앉아서 인터넷 검색을 하였다.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까 자연히 연예계 소식난도 검색하게 되었다. 설빙의 기사가 인터넷에 나왔다.

“뭐? 설빙과 리아가 다퉈?”

강변 야외 촬영장에서 리아가 설빙에게 ‘언니, 나 미워하죠?’ 라고 하니까 설빙이 ‘야, 연예인이면 다 같은 연예인이냐!’ 하고 소리 내어 다투는 동영상이 나왔다. 스탭 중 누가 몰래 동영상을 찍은 모양이었다.

“허, 거참. 얘들이 왜 싸워?”

구건호가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설빙은 현재 한국 드라마 <욕망의 찬가>에 주연으로 나오고 리아는 조연으로 나온다. 설빙은 이제 30이 가까워 오고 리아는 24살이라 더 귀염성 있게 드라마에 나오고 있었다. 더구나 설빙은 5살이나 나이어린 야구선수와 연예하는 것이 알려져 인기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리아는 신인이고 스캔들이 없었다.

설빙은 전에 사귀던 구건호 같이 나이든 사람들은 자기를 여신처럼 생각하는데 나이어린 야구선수는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았다.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어 설빙이 다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설빙에게는 최근에 더욱 화나는 일이 생겼다. 리아가 중국 드라마가 떠 인기가 오르더니 중국 드라마 펀딩회사가 구건호의 회사라 열을 받게 하였다. 괜히 리아가 미워 인사도 안 받고 쌀쌀맞게 대해주었더니 오늘 ‘언니, 나 미워하죠?’하는 것이 아닌가? 꼭 빈정대는 것 같아 화가 폭발한 것이었다.

구건호는 설빙과 리아가 싸운 거야 자기들끼리의 해프닝이니까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리아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이 걱정되었다.

[얘가 중국 드라마가 떠서 영화 <몽환앵화>에 출연료를 많이 달라고 하면 어쩌지? 리아가 많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사인 BM엔터테인먼트의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이사라는 친구가 올려 받을 거야. 그 친구는 그러고도 남을 인간 같던데.]

중국의 문재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점포 알아봤어.”

“얼마 달라고 하니?”

“비싸던데? 아래층짜리는 깔세가 월 평당 300위안 달라고 하네.”

“300위안? 거기가 200평이라고 했나?”

“200평은 아니고 180평이라고 하더군. 총 월세가 54,000위안이나 되는 셈이야.”

“그럼 한국 돈으로 얼마야? 환율 170대 1 잡으면 918만원이네. 좀 세긴 세내.”

“깔세니까 보증금은 없어.”

“2층은 얼마야?”

“2층은 평당 200위안이야. 2층은 100평이니까 깔세가 월 2만 위안 정도 돼. 한국 돈으로 340만원 정도지.”

“흠.”

“깎아달라고 하니까 안 된다고 하네. 빌딩주인이 안당 공과대학으로 되어있어. 거기 재무팀하고 이야기 해보았어.”

“그러면 아래 위층 깔세가 한국 돈으로 연간 1억 5천이 될 것 같네. 거기다가 인테리어 비용 잡으면 상당할 것 같네.”

“순영이 엄마가 KFC 본사에 알아보았는데 KFC는 인테리어를 따로 해야 하고 주방기기, 집기도 80평이 넘어가면 꽤 들어가는 모양이야. 거기다가 가맹비하고 교육비도 좀 들어가.”

“흠, 그래?”

“다 해서 5억이 아니라 2층 가게까지 하면 7억은 들어갈 것 같아.”

“흠, 예상보다 많이 들어가네.”

“그런데 여기는 식품 유한공사도 외국인 독자기업 설립이 가능하다고 하네.”

“그래?”

“여기는 서부의 깊숙한 내륙 지역이라 외국인 투자가 별로 없어서 외국인 독자기업 설립을 잘해 준다고 했어.”

“그래?”

“공상관리국의 법인등기가 쉽게 나온다고 했어.”

“누가 그러는데?”

“순영이 엄마하고 친한 화계화원 아파트에 사는 사람인데 공상 관리국의 간부 부인인가 봐.”

“그럼 법인 설립하면 점포도 은행 융자가 가능한가?”

“그건 모르겠어. 한번 알아볼까?”

“그래, 알아봐라. 거기 우리 아파트 융자해 주었던 공상은행 지점장 있지?”

“아, 류샤오똥(劉小東) 지점장 말이지?”

“그래, 그 친구 불러내서 아파트 융자 받게 해주어 고맙다고 하면서 술 한잔 사고 넌지시 물어봐.”

“흠, 그래. 알았어.”

“법인으로 가게 되면 아예 네 돈하고 내 돈은 주식으로 나누면 되겠다.”

“그, 그러면 좋지.”

“융자 가능하면 돈 보내줄게 계약해라.”

“알았다. 내가 더 알아보고 연락해 줄게.”

“터미널 건설공사는 어떻게 되었나?”

“일단 공사는 멈춘 상태야.”

“합자사에 있는 건설팀 직원들은 그대로 다 있지?”

“건설소조 말이지? 있어. 오늘도 자기들끼리 회의하고 뭐가 바쁘던데?”

“건설 쪽 인원들이 모두 몇 명이야?”

“5명이야. 그중 2명이 고급 공정사(工程師)라고 월급 조금 더 줘.”

“알았다. 변동사항 있으면 알려주고 은행지점장이나 만나봐라.”

“알겠어.”

구건호가 전화를 끊고 차를 한잔 마셨다.

[식품 유한공사를 만든단 말이지? 7억이 들어간다면 5억 집어넣고 2억은 융자를 받아봐? 담보 제공할 것이 없는데 해줄까? 깔세 계약서 가지고 해줄까?]

[개인이 아닌 식품공사로 설립한다면 식품이나 농산물 무역도 가능하겠군. 문재식이 와이프 같으면 적극적이고 발발이 같아서 무역도 아마 할 수 있을 거야. 여기도 회사 설립하고 2년 안에 밑천 뽑으면 미디어나 김민혁의 중국 회사처럼 돈을 벌어다 줄까?]

구건호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꾸벅 꾸벅 졸고 있는데 스마트폰 벨이 울렸다. 깜짝 놀라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BM엔터텐인먼트입니다.”

“예? 어디시라고요?“

잠이 완전히 덜 깬 구건호는 얼른 알아듣지를 못했다.

“BM엔터테인먼트의 이사입니다.”

“아, 이사님. 오래간만입니다.”

“이제 상해에서 방영하는 일일극 <시광여몽>은 벌써 20회를 넘게 방영했습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시광여몽>은 저는 잘 모르지만 그 뜻이 우리말로 하면 ‘꿈같은 세월’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꿈같은 세월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BM엔터테인먼트 이사의 눈웃음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시광여몽>은 만일 설빙을 썼더라면 흑자를 못 냈을 겁니다. 리아를 썼기 때문에 흑자를 낸 겁니다. 아직은 리아가 설빙 출연료의 반 밖에 안 되지만 <시광여몽>으로 인해 몸값은 좀 올라갔습니다. 지금 리아가 중국에서는 ’쟝리얼‘로 알려져 유명세를 타고 다른 제작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렀습니까?”

“제가 오늘 전화 드린 것은 지에이치 미디어에서 영화에도 손을 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만일 영화에도 리아를 캐스팅 하신다면 미리 말씀해 주셔야 스케줄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아직 시나리오도 못 봤습니다. 검토 중에 있습니다.”

“혹시 결정되면 즉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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