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8
진검 싸움 (2)
(378)
안당시 객운 합자사는 제1차 동사회가 다음과 같이 마무리 되었다.
[ 1. 운송부분의 사업실적 보고는 중한(한중) 양쪽이 승인한다.
2. 중방은 토지의 합자사 이전에 대한 절차를 진행 중에 있으나 한방은
바로 합자사 명의로 전량토지로 바꾸어 주어야 2차 출자금을 송금하
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어 견해 차이가 있었다.
3. 터미널 공사는 멈출 수 없으므로 합자사에 설치한 건설항목 소조(小組:
팀)는 유지 한다.
4. 화물을 착복한 직원 3명은 해임 조치토록 한다.
5. 신의 성실에 기초하는 합자정신에 어느 한쪽이 위반할 경우 합작 선은
홍콩 등 다른 지역이나 국가와 협의할 수 있다. ]
구건호는 동사회가 끝나고 터미널 공사현장 시찰 했다. 시찰 후 중방의 안내로 점심을 먹으로 갔다. 회의장 길 건너편에 있는 식당이었다. 호화스러운 식당은 아니지만 별실도 있는 중형급 식당이었다.
“회의 할 때의 감정은 잊어버리고 한잔합시다.”
안당시 객운공사 옌사장이 술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꽃은 비바람 맞아가며 피는 법입니다.”
중방측 인사들도 언제 서로 얼굴을 붉혔느냐는 태도로 웃고 떠들고 술을 마셨다. 구건호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희들은 어디까지나 월급쟁이야. 내 돈 아니니까 적당히 하는 시늉만 하지? 나는 오너야. 돈의 움직임은 내가 더 민감하다. 알겠냐?.]
식사도중 교통국장이 왔다.
“합자사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구사장은 합자를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토지 명의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저도 깰 이유가 없습니다.”
“구사장은 중국 법을 잘 몰라서 그러시는 모양인데 터미널 부지는 정용(征用) 토지로 이미 시 당국의 비준을 받은 토지입니다. 터미널 부지는 개인 주택의 토지와 다릅니다. 그 점 잘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법리 해석에 대하여는 저도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교통국장은 자라탕의 고기를 집어 구건호의 접시에 올려 주었다.
“쟝리시엔 부시장께서 구사장에 대한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부시장님께 저의 안부도 전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먼 곳에서 친구가 오면 석 잔을 마시는 것이 우리 예법입니다. 이곳에 오셨으니 우리 예법을 따라 주셨으면 합니다.”
교통국장은 구건호의 잔에 독한 바이주를 가득 따랐다.
“건배!”
“건배!”
식사를 마치고 구건호가 문재식의 아우디 승용차에 올라탔다. 중방 측 인사들이 옛날식으로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해주었다. 구건호도 웃으며 창문을 내리고 포권을 취해 주었다.
식당에서는 몰랐는데 차를 타고 움직이니까 머리도 어지럽고 취기가 팍 올라왔다.
“어휴, 낮술 마셨더니 죽겠네.”
“낮술은 중국 애들이 강해. 저놈들 툭하면 낮술 먹더라고.”
“난, 낮술이 약해.”
“그런데 구사장 정말 쟤들이 돈 안 들어 온다고 합자사 깨버리면 어떡하지?”
“걱정 마. 그러진 않아.”
“돈 안 들어오면 운송사업도 한발자국도 못 나간다고 하잖아. 지금 증차 받을 것도 있는데.”
“증차는 받아라. 지금 터미널 직원과 건설요원들이 모두 합자사 소속으로 되어 있어. 월급은 주어야 하잖아? 증차는 해줄 거다.”
“그럴까?”
“걱정 말라니까!”
“아휴, 그래도 걱정된다.”
구건호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공사 현장을 보니까 1차로 보낸 300만불이 다 소진은 되었을 것 같네. 그동안 고속버스 7대 사느라고 3분의 1은 썼을 것 같고 토목공사 비용이나 시공 건설회사 공사 예치금 등으로 3분의 1이 나갔다면 좀 불안하다 이거겠군.]
[운송부분에서 증차 허가가 나오면 당장 고속버스도 더 사야 되고 소소한 건설경비가 들어가는데 바닥이 나면 안 되겠지. 하지만 내가 요청한다고 돈을 순순히 보내주면 저놈들이 틀림없이 눈먼 돈 들어왔다고 함부로 쓸 거야.]
[내가 돈 안보내주면 중방에서 토목공사 겨우 끝낸 걸 가지고 은행에 가서 자기들이 독자적으로 기성고(旣成高: Amount Of Work Completed)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러면 2차를 송금해줘야 되나? 에이, 좀 더 지켜보자.]
구건호가 눈을 찡그리고 무얼 생각하는데 문재식이 보기엔 술이 너무 취해서 괴로워하는 줄 알은 모양이었다.
“구사장, 괜찮아? 약좀 사올까?”
“차 타니까 울렁거려 안 되겠다. 좀 걸어야겠다. 너 치맥집 하려고 한다는 그 먹자골목이나 가보자.”
구건호와 문재식은 먹자골목이 잇는 시내 중심가에서 내려 걸었다.
“중심 상권이 서부지역과 동부지역이 있는데 여긴 동부지역이야.”
“어디냐? 나온 가게가?”
“저기 큰 식당 2층이야.”
“2층? 2층 가지고 될까?”
“1층짜리 점포는 작은데 저기 2층은 한 100평 정도 돼. 인테리어나 좀 하고 특색 있으면 올 것도 같은데.”
“인테리어 비용도 많이 들어가겠다.”
“1억 융자받은 돈 다 발라야지.”
“흠.”
“사실 걱정이 많아. 처음엔 자신감이 있었는데 막상 하려니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여유자금도 아닌 융자 받은 거라 까먹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도 있어.”
“저기 큰 식당은 엄청 큰 것 같은데? 여기 랜드마크 정도는 되겠어.”
“본래 유명한 식당이었는데 이 주위에 좀 작지만 깔끔한 식당들이 나오니까 경쟁에서 밀리는 모양이야. 200평이나 되니까 집세나 인건비가 많이 나갈 거야.”
“200평? 역시 중국 사람들 스케일이 크네.”
“저 식당 자리는 누가 돈 많은 사람이 사서 맥도날드나 KFC 같은 것 하면 잘 될 거야.”
“흠, 그럴 것 같네. 한데 KFC 같은 건 직영 아니야? 체인점이 되나?”
“되는 모양이던데. 며칠 전 완빠오(저녁신문)에 보니까 KFC 체인점 점주 초빙한다는 광고가 나왔던데? 지역사회에 평판이 좋고 재력 있는 인사를 모집한다고 했어.”
“흠, 그래?”
“중국 젊은이들이 서구 사회에 대한 동경이 있어. 지난번 귀양시 가보니까 거기에 있는 컨더지(肯德基: KFC) 가게는 손님들이 바글바글 하더라고.”
“식당은 나도 노량진에서 하다가 엎어먹었지만 식당은 기업 형으로 아주 크게 하던 가, 아니면 식구들이 달라붙어 가족 형으로 하던 가 그래야 돼.“
“그건 맞아. 중국이 한국보다는 인구비례한 식당 숫자가 적긴 적은데....”
“한국은 힘들어. 음식점 숫자가 너무 많아.”
구건호가 팔짱을 끼고 건너편에 있는 대형식당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딱 KFC자리군. 유동인구도 많은데? 저건 될 것 같아. 그런데 중국도 여기다 KFC내려면 한국 돈으로 5억은 들어가겠는데?]
[나는 투자만 하고 문재식의 와이프에게 관리하라고 할까? 보아하니 운전면허도 따고 중국 문화에 적극성도 있는 것 같은데 한번 시켜봐? 어차피 중국 금계산업 철수할 때 받은 돈 공상 은행에 위안화로 예치시켜놓은 것 있는데 이자도 안 나오잖아?]
[공상 은행에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7억 남은 것 중에서 여기 아파트 5채 사고 아직도 12억 정도는 남아 있는 것 같은데 5억만 빼서 KFC 해봐?]
[이석호 같은 애들은 경험이 있어서 시키면 잘 하겠지만 돈 벌면 향락에나 물들지 집안을 일으켜야겠다는 악착같은 마음은 문재식의 와이프가 나을 거야. 첫째 문재식의 와이프는 지독한 헝그리 정신도 있어. 그런 것은 오히려 문재식보다도 더 강한 것 같아.]
구건호가 문재식을 불렀다.
“문사장 이렇게 하자.”
“뭘 어떡해?”
“저 앞에 있는 200평짜리 식당하고 2층 100평짜리 임대료를 알아봐라.”
“그건 왜?”
“너, 융자받은 것 1억 가지고 바들바들 떨면서 사업하다간 망한다. 내가 4억 투자할 테니 네가 1억 투자해라. 그럼 네가 20%지분이 있는 거다.”
“정말이야?”
문재식이 눈을 크게 떴다.
“1층의 100평은 KFC하고 나머지 100평은 치맥집 하고 2층은 피자집 해라.”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나는 자본가야. 돈이 되는 곳은 어디든지 쫓아가는 사람이야.”
“그래?”
“우중충한 저 식당 인테리어 싹 바꾸어 놓으면 이 동네가 환해 질 거다. 하지만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거나 체인점 조건이 까다로우면 난 안할 수도 있어.”
“일단은 내가 알아볼게. 아니, 순영이 엄마한테 알아보라고 할게.”
구건호는 식당 주변의 반경 2키로 정도 되는 구간은 모두 걸어보았다.
“지하철은 없는 도시지만 시내버스 노선이 모두 집중되는 곳이야. 승산은 있겠어. 하지만 건물주가 터무니없이 임대료를 올리거나 하면 안 되겠지.”
“알았어. 조사하고 연락 줄게.”
“그럼 난 호텔에 가서 쉬어야겠다.”
구건호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천 공항에서 김영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인천 공항에 방금 도착했어. 두 시간 후에 도착할게.”
“엄찬호씨 거기 갔지요?”
“응, 왔어. 만났어.”
“저녁 안 먹었지요?”
“안 먹었어.”
“알았어요. 그럼 빨리 와요.”
구건호가 타워팰리스에 도착을 했다.
“상민아, 아빠 왔다.”
아기 대신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있던 김영은이 뛰어 나왔다.
“왔어요?”
김영은이 구건호의 짐을 받으며 활짝 웃었다.
“도우미 아줌마 가셨지?”
“가셨어요.”
도우미 아줌마가 가셨다는 말을 듣고 구건호는 김영은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보고 싶었어.”
“숨 막혀요.”
“아기 안방에 있지?”
“지금 막 잠들었어요.”
구건호는 안방에 가서 자고 있는 아기를 보았다. 아기는 전보다 젖살이 붙고 머리카락도 더 난 것처럼 보였다. 자고 있는 모습이 하도 평화스러워 뺨에 뽀뽀를 하였다. 아기가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었다.
김영은이 쫓아 들어왔다. 아기를 안고 토닥이기 시작했다.
“상민아, 엄마다, 엄마.”
아기는 엄마의 목소리를 아는지 금방 울음이 그쳤다.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하였다.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린이집 계약했어.”
“흠, 그래? 얼마에 했나?”
“1억 8천에 했어.”
“흠.”
“회사에 돈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은행에서 1억 빌렸어.”
“그래?”
“이자는 얼마 안 돼.”
“그러겠지. 임대료 보단 이자가 싸니까 좀 낫겠군.”
“은행에 가서 융자받겠다고 하니까 재무제표 가지고 오라고 해서 이번에 나온 감사보고서 갖다 주었어. 은행직원이 부채 없는 회사라고 놀라던데?”
“중국 안당시 터미널 투자 때문에 가수금 들어간 것 기표 되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도 이 가수금은 뭐냐고 물어서 중국 합자사 투자한 것이라고 하니까 대주주가 돈이 많은 분인 모양이지요? 그러더라고.”
“하하, 그래?”
“어린이집이 우리 소유라서 친구들을 내가 한번 초청했었어. 내 친구 승희도 오고 여러 명 왔다 갔지.”
“그래?”
“온비드에서 임대한 주차장에 비치파라솔도 갖다놓아 친구들 하고 삼겹살도 구워먹고 그랬어. 애들이 모두 부러워 하드라.”
“하하, 그래?”
“정아 아빠가 온비드에 들어가 보았는데 여기 주차장 땅은 내년에 수의 계약할 가능성이 많다고 하네.”
“그래?”
“이미 임대하고 있는 사람에게 우선권 안주나?”
“수의 계약이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겠지.”
“그럴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주차장은 수의 계약하더라도 난 투자 안 해. 거기서 알아서 자체 조달을 하던지, 융자를 받던지 그래야 돼.”
“알겠어. 그렇지 않아도 정아 아빠가 그쪽으로 알아보겠다고 했어.”
“흠, 그래?”
“아기 잘 크지?”
“젖살이 많이 붙었어.”
“호호, 귀엽겠다. 100일 지나봐라. 정말 귀여워서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