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77화 (377/501)

# 377

진검 싸움 (1)

(377)

구건호가 스마트폰에 입력한 이낙종 회계사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디욘코리아의 구건호입니다.”

“아, 사장님이십니까?”

“벤처 지정 때문에 감사보고서 조정을 해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미 배포했던 감사보고서는 전량 회수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모두 폐기해주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문제 때문에 중국에서 전화를 하셨네요. 벤처 지정받고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구건호가 안당시에 도착했다. 문재식이 말했다.

“동사회가 내일 오전 10시니까 오늘은 호텔에서 푹 쉬어. 호텔은 샹그릴라 호텔 스위트룸으로 잡아 놓았어.”

“수고했다.”

“그리고 저녁은 우리 집에서 같이 먹지. 와이프가 한식을 준비한다고 했어.”

“제수씨가? 그럼 미안한데?”

“중국에 와서 느끼한 음식만 먹었을 것 아니야? 가서 된장찌개라도 먹자.”

“그래, 아기 얼굴도 보고 그러지.”

오후 6시경 구건호가 있는 호텔로 문재식이 차를 가지고 왔다. 구건호가 문재식이 살고 있는 화계화원 아파트로 갔다.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는 없었지만 올라가는 계단이 상당히 넓었다.

문을 열자 된장찌개 냄새가 났다.

“순영아 아빠 왔다.”

문재식이 딸의 이름을 부르며 들어가자 앞치마를 입은 문재식의 와이프가 뛰어 나왔다.

“어서 오세요.”

문재식의 와이프는 두손을 앞으로 모으고 구건호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옅은 화장도 한 것 같았다. 살도 붙고 하여 전에 북카페에서 일할 때와 완전히 달라보였다.

그때는 돈도 없고 결혼식도 못 올린 상태에서 월세 집에 살며 내일이 없는 삶을 살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말도 없고 얼굴도 찡그리고 다녔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활짝 웃는 얼굴에 귀부인 테가 났다. 돈이란 마술사와 같았다.

“집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구건호가 집안을 둘러보았다. 널찍한 거실에 푹신한 소파와 대형 TV도 있었다. 열려진 문틈으로 침대도 보였다. 주방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가정부 인 듯한 여자가 음식을 담고 있었다. 구건호가 온다니까 특근을 하는 것 같았다.

“중국생활 하실 만 합니까?”

“예, 적응 잘 하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하하.”

“어디 우리 공주님 구경 좀 할까요?”

문재식의 와이프가 안방에 들어가 아기를 안고 나왔다. 아기가 눈을 크게 뜨고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예쁘게 생겼네. 어디 한번 안아보자.”

구건호가 아기를 안자 아기가 울었다. 구건호가 할 수 없이 아기를 문재식의 처에게 넘겼다. 아기는 자기 엄마가 안아주자 소리를 내며 웃었다.

“소리 내어 웃고 하니까 사람 갔네. 옹알이도 하는 것 같은데?”

“그럼 100일이 지났는데.”

“웃고 그러니까 진짜 귀엽네. 잘 길러라.”

구건호가 문재식의 안내를 받아 식탁으로 갔다. 문재식의 처가 아기를 눕혀놓고 나와 가정부를 소개했다.

“우리 일을 도와주시는 분이에요.”

구건호가 웃으면서 고개를 까닥하고 인사를 해주었다.

식탁이 풍성했다. 된장찌개도 있었고 김치와 김, 나물무침, 생선구이, 계란찜, 두부부침, 생선구이, 갈비찜 등 한국에서 보던 것이 다 있었다.

“허허, 이런 건 언제 다 구했습니까?”

문재식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저 사람이 직접 자전거 타고 시장에 가서 사온거야.”

“자전거도 잘 타시는 모양이네.”

“운전면허도 땄어.”

“오, 그래?‘

가정부가 문재식의 와이프에게 뭐라고 말을 하였다. 구건호가 듣기에는 귀주성 사투리가 좀 섞여 있는 듯하였다. 아마 무슨 술을 가져오면 되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문재식의 와이프가 뭐라고 대답을 하는데 귀주성 사투리를 섞어 유창한 중국말로 말을 했다. 중국말을 잘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정말 잘 하는 것 같았다.

“아니, 중국 오신지도 얼마 안 되는데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시네요.”

“그냥 간단한 것만 할 줄 알아요. 호호.”

구건호는 문재식의 처가 소리 내어 웃기까지 하자 깜짝 놀랐다.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다녔던 여자가 이렇게 명랑해지다니. 더군다나 중국어까지 그렇게 유창하게 하니 문재식이가 여자는 잘 만난 것 같군.]

“혹시 같이 왔던 기사가 밖에 있는 것 아니야? 들어와서 같이 먹자고 하지.”

“그렇지 않아도 올라올 거야. 어디 전화를 하는 것 같은데 통화 끝나면 올라올 거야.”

문재식이 말을 마치자 바로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하고 문재식의 와이프가 서로 뭐라고 말하는데 구건호가 또 한 번 놀랐다.

[허, 여기 온지 반년도 안 된 여자가 저렇게 중국어를 잘하네. 중국서 학교를 다닌 나보다도 더 잘하는 것 같네. 그러고 보니 천부적으로 어학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모양이야.“]

문재식 부부와 구건호, 그리고 기사와 가정부가 같이 식사를 하였다. 중국서는 기사와 가정부도 대개는 같이 식사를 한다. 구건호가 기사에게 물었다.“한국 음식이 잘 맞아요?”

기사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문재식의 와이프가 하얀 백자에 든 바이주를 가져왔다. 술은 문재식과 구건호만 마셨다.

“중국어도 잘 하시고 중국 생활에 적응을 잘 하시는 것 같아 저도 기쁩니다.”

구건호의 말을 문재식이 대신 받았다.

“저 사람이 요즘 시 낭송회도 다녀. 저녁엔 중국 전통악기인 얼후도 배워.”

문재식의 와이프가 문재식에게 눈을 흘겼다.

“왜 창피하게 그런 소리를 해요!”

문재식의 와이프는 그러면서도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구건호가 술을 한잔마시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국생활이 적응 정도가 아니라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네.]

“제수씨도 술 한 잔 하시죠.”

“저는 잘 못합니다.”

구건호가 가정부에게 빈잔 두 개를 부탁했다. 가정부가 잔을 가져오자 구건호가 술을 따라 문재식의 와이프와 가정부에게 주었다.

“딱 한잔씩만 하세요. 옆에 기사님은 운전해야 되니까 잔 안 드립니다.”

문재식의 와이프와 가정부는 술을 조금씩만 마셨다.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구건호가 물었다.

“여기서 가게 한번 해보겠다는 건 어떻게 되었나?”

“좋은 장소는 깔세가 비싸고 좀 싼 데는 마음이 안 들고 그래. 더 찾아보고 있는 중이야.”

“여기선 1억이면 웬만한 가게는 잡을 수 있잖아?”

“그렇지도 않아. 지금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먹자골목 광장 대로변에 나온 점포는 3억이 넘어가는 곳도 있어. 그런덴 아마 뭐든지 해도 될 거야. 맥도날드나 KFC를 해도 좋을 거야.”

“흠, 그래? 치맥을 파는 곳은 대로변이 필요 없잖아?”

“그러긴 한데...”그런데 통닭은 어떻게 하나? 한국서 가져오나?“

“아니야. 생닭은 여기서 구입해. 한국서 파우다만 가져오면 돼.”

“그런가? 그런데 가게 같은 것을 얻으려면 회사의 중국인 직원들하고 같이 가는 게 좋지 않겠어? 한국 사람만 가면 바가지 씌우지 않겠어?”

“그렇지 않아도 계약 할 때는 판공실 주임이나 경리직원하고 같이 가보려고 해.”

“그게 좋을 거야. 익? 그런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구건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래간만에 한국음식을 먹으니까 소화도 잘되는 것 같습니다. 음식도 정갈하고 아주 맛이 있었습니다. 잘 먹고 갑니다.”

구건호는 아기와도 인사를 했다.

‘잘 있어라. 순영아.“

구건호가 봉투를 하나 꺼내 아기 손에 쥐어 주었다. 아기가 봉투를 꽉 잡았다.

“하하, 얘가 봉투에 돈이 든지 아는 모양이네.”

‘어머, 출산 때도 돈을 많이 보내주셨는데 또 주네요.“

“이번엔 상해에서 오느라고 준비가 부족해 조금만 담았습니다. 오늘 여러 가지로 고마웠습니다.”

“차린 것도 없는데 잘 드셨나 모르겠네요. 호호.”

“아기가 있으니까 나오지 마십시오.”

구건호는 밤 10시가 넘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동사회가 열렸다. 동사회는 터미널에서 멀지않은 작은 호텔의 회의실을 빌려서 했다. 구건호가 도착하니 조은화가 회의장에 나와서 경리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마! 구사장님, 오래간만 이야요.”

“잘 있었어요? 더 이뻐졌네?”

“구사장님은 전보다 더 살찐 것 같아요.”

“여기서 지낼 만 해요?”

“예, 원쫑(문사장)이 잘해 주어서 괜찮아요. 사모님도 잘해주시고요.”

“오, 그래요?”

“사모님이 김치도 담가주시고 그랬어요.”

“호, 그래요?”

중방측 인사들이 왔다. 객운공사 옌룬셩 사장과 창춘 부사장이 왔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판공실 주임의 사회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합자사 제1기 이므로 동사회장은 객운공사 사장인 옌룬셩이고 부동사장은 문재식이었다. 구건호는 그냥 동사의 자격으로 참석했다. 하지만 실질적 실세는 구건호였다.

판공실 주임의 사회로 동사회가 시작되었다.

문재식의 사업보고가 있었고 중간 중간에 조은화가 통역을 하였다. 사업보고가 끝나고 진짜 회의가 시작되었다. 동사장 옌룬성과 구건호의 진검싸움이 시작되었다.

“터미널 공사가 착수되었습니다. 토목공사가 끝나고 건축공사가 시작됩니다. 한방측은 합자 계약에 따라 2차 출자금 5백만 달러를 보내주셔야 합니다.”

“터미널 부지는 합자사의 명의여야 합니다. 아직 토지가 합자사의 명의로 변경되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습니다. 그것이 해결되어야 2차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명의 변경은 우리가 건설국과 협의 중입니다. 1차 자금 들어온 것은 운송사업 준비와 건설 예치금과 토목공사비로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건설공사계약은 합자사 명의로 했습니다. 다음공정이 진행되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어야 합니다.”

구건호가 물을 한잔 마시며 말했다.

“터미널 부지는 합자사 명의의 전량(轉諒)토지여야 합니다.”

“자, 이것은 안당시 건설국의 토지 사용 승락서와 비준서요. 일에는 순서가 있는데 무조건 합자사 명의의 전량토지만 주장한다면 합자를 하자는 이야기요? 안하자는 이야기요?”

“내가 수만리 떨어진 한국에서 여기로 온건 합자하러 온 거지 놀러온 줄 아시오?”

언성이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끼어들지 못하고 조용했다.

부사장 창춘이 정회를 요청했다.

“10분 쉬었다 하시죠.”

10분후 다시 회의가 시작되었다.

“파일을 박는데도 돈이 들어갔습니다. 다음 공정으로 전기설계, 약전설계, 환경설계, 방수설계, 오수관 배설 계획, 소방 설계가 들어가는데 돈이 없다면 공사는 저 상태에서 중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사의 중지는 한방의 책임이 아니라 중방의 책임입니다.”

“더구나 로드 팩터 60%가 넘는 노선의 선로패가 나올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한발자국도 못 나갑니다.”

“운송은 건설과 별도입니다. 연계하면 안 됩니다.”

“한방의 억지주장은 운송업의 존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한방의 주장이 억지주장인지 중방의 주장이 억지 주장인지 이 지역 말고 타 지역 율사(律師: 변호사)들의 법률해석을 의뢰해야합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합자사는 변호사 비용 한 푼도 지불하지 못합니다.”

“나도 2차 투자금은 한 푼도 못 보냅니다.”

“그게 합자의 정신이요?”

“누가 할 소리요?”다시 언성이 높아졌다. 문재식과 조은화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판공실 주임과 중국인 경리부장도 근심어린 표정으로 객운공사 사장 옌룬셩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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