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75화 (375/501)

# 375

영화제작 크라우드 펀딩 (4)

(375)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화 받을 수 있지?”

“응, 있어.”

“다른 게 아니고 우리가 사무실로 쓰고 있는 어린이집 있지?”

“어린이 집이 어째서?”

“주인이 팔라고 내 논 모양이야. 우리가 사면 안 될까?”

“돈 있나? 회사에?”

“지금 법인 통장에 2억 정도 들어있어.”

“주인이 얼마에 내 놓았는데.“

“나오긴 2억에 나왔는데 주인하고 협상 가능한가봐. 1억 8천이면 끊어질 것 같아.”

“우리가 임대료 잘 주고 있는데 왜 팔지?”

“아들이 사업한데.”

“부동산 좀 가지고 있는 집들은 아들이 항상 말썽이야.”

“그런 경향이 좀 있지.”

“그럼 법인 통장에 남아있는 돈으로 그거 사면 나중에 갑자기 차를 살 땐 어떻게 할 거야.”

“그땐 여기 어린이 집을 담보로 융자 받으면 되지.”

“흠. 어린이 집을 담보로 융자받는다?”

“사실은 지금 월세 60만원 나가는 것도 아까워. 지금 가지고 있는 돈 2억을 바로 쓸게 아니면 어린이 집을 사고 나중에 돈이 정 급하면 담보 잡히고 융자받으면 그게 경제적일 것 같아. 이자라고 해 보았자 지금 월세보다는 많지도 않을 것 같아.”

“하지만 땅은 나중에 되팔 때도 생각해야 할 텐데. 거기가 몇 평이지?”

“우리가 사무실로 쓰고 있는 어린이집 건물은 60평이지. 토지는 150평이고. 지목은 절반이 전(田)으로 되어있어.”

“그럼 평당 120만원씩 쳤나?”

“건물을 2천만원 얹어서 2억 달라고 하는 모양이야.”

“건물을 지은 지가 얼마나 되는데?”

“7년 된 모양이야. 원래 지을 땐 돈 많이 들어갔다고 했어.”

“알았어. 그럼 알아서 해.”

“1억8천 이하로 끊을 수 있으면 그렇게 해 볼게. 지금은 임대라 못하나 박으려도 주인 눈치가 보여서 그래.”

“지금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온비드에서 임대받은 땅은 내년에도 재계약 가능한가 알아봐. 그 땅이 다른 용도로 쓰이면 어린이집 사놓고 괜히 마음 고생하니까.”

“정아 아빠가 그러는데 내년엔 여기 땅이 수의계약으로 매각형식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그러네.”

“그래?”

“어디가서 알아본 모양이야.”

“아무튼 주차장 땅은 온비드에서 어떻게 할 것 인가를 예의 주시하라고.”

“알았어.”

구건호가 상해 포동공항에 도착했다. 심운학 감독이 마중을 나왔다. 심감독은 전보다 얼굴은 좋아진 것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오래간만입니다. 지낼 만 하십니까?”

“사장님 덕택으로 지낼 만 합니다.”

“호텔은 5성급으로 잡아 놓았습니다. 호텔로 가시겠습니까? 사무실로 가시겠습니까?”

“천바오깡 사장이 사무실에 있습니까? 스튜디오에 안 나가 있습니까?”

“사무실에 있습니다.”

“내가 좁은 사무실에 가는 것 보다는 천바오깡에게 호텔에서 만나자고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호텔 프론트 직원은 구건호가 스위트룸 예약자이고 한국여권을 내밀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체크인을 하였다. 삔관찡리(호텔지배인)가 직접 방 앞에 까지 와 문을 열어주었다.

구건호가 호텔 방에 있는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포동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여기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군.”

한참 후 심운학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심감독입니다. 지금 천바오깡 사장과 로비에 있습니다. 여기서 기다릴까요?”

“이리 올라오라고 하세요. 스위트 룸이라 응접실이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올라가겠습니다.”

노크 소리와 함께 함께 천바오깡과 심감독이 올라왔다.

“구사장님, 오래간만입니다.”

“잘 계셨습니까? 반갑습니다.”

천사장이 의자에 앉으며 방안을 둘러보았다.

“타오팡(套房: 스위트룸)이라 이런 접견실도 있고 좋습니다.”

“차 한 잔씩 하시죠.”

구건호가 호텔 방 안에 있던 팩으로 된 차를 한잔씩 따라 주었다.

차를 마시며 천바오깡과 심감독은 구건호가 입은 티셔츠와 손목시계를 보았다. 구건호가 입은 티셔츠와 시계는 모두 명품들이었다. 특히 시계는 대 스타들도 착용하기 어려운 억대 짜리였다.

천사장이 웃으면서 쇼핑백에서 족자 하나를 꺼냈다.

“그게 뭐요?”

천사장이 족자를 쫙 펼쳤다. 옛날 산수화였다. 오래된 족자인지 누렇게 색이 바랜 족자였다.

“청나라 말기 시대 화가가 그린 산수화입니다. 구사장님이 오실 때 한 번도 선물을 드려본 적이 없어서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구건호는 난처했다. 사실 이런 선물은 부담이 되었다. 받으면 응당 이쪽에서도 선물해야 되는데 지금 자기가 딱히 가져온 것도 없었다. 또 선물을 받으면 이동할 때 들고 다녀야 하므로 번거로웠다. 골동품 같은데 가격도 모르니 난감했다.

“비싼 골동품 같은데 내가 받으면 되나요?”

“비싼 건 아닙니다.”

안 받으면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곤혹스러웠다. 천사장은 족자를 돌돌 말더니 구건호에게 주었다. 구건호는 공항 면세점에서 산 티셔츠가 생각났다. 혹시 여행 중 현재 입고 있는 티셔츠가 땀 냄새라도 나면 바꾸어 입으려고 산 티셔츠가 있었다. 16만 원짜리였다. 구건호가 일어서서 방으로 가더니 티셔츠를 들고 나왔다.

“티셔츠입니다. 사이즈는 대충 맞을 것 같네요. 약소하지만 저는 답례로 이걸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천사장이 좋아하는 표정으로 티셔츠를 받았다.

천바오깡이 차를 한잔 마시더니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펑아이링 여사의 작품은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사랑이야기이지만 애국심이 가미된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은 광전총국에서도 밀어줄 뿐 아니라 배급사 배정에도 리스캉 국장이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벌써 300만불 펀딩을 받아 논 상태입니다.”

300만불이라는 소리에 심운학 감독이 처음 듣는 소리인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영화 찍는데 한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300만불 가지고 되겠어요?”

“지금 펀딩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이라 문은 활짝 열어 논 상태입니다.”

“그럼 나까지 여기 올 필요는 없네요? 안 그렇습니까? 천선생.”

“그, 그게 아닙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아무래도 시간이 걸립니다. 잘 아시다 시피 영화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만 해도 5개월이 걸립니다. 펀딩을 받고 이 단계를 준비하면 너무 세월이 갑니다. 중국의 애국심 열풍은 시간이 지나면 식어버릴지도 모릅니다. 트렌드를 쫓아야 할 때는 지금입니다.”

“그래서 시간도 단축할 겸 해서 절반은 나보고 투자해 달라 이 말씀인가요?”

“바로 그겁니다.”

“중국의 메이저급 자본가가 엄청 많은데 하필이면 한국의 보잘 것 없는 지에이치 미디어와 손을 잡으려 하십니까?”

“중국의 자본가들은 간섭이 심하고 경영권에 욕심을 냅니다. 그리고 자기 사람이라도 앉히면 난 밥줄도 끊길 수 있습니다.”

“드라마 <시광여몽>에 투자한 것도 증자가 아닌 단기차입금으로 기표하셨다면서요? 처음 약속과 다른데 어떻게 내가 신뢰하고 더 투자를 합니까?”

“그것은 지금 기존의 채권자들이 자기들 채권을 출자전환 해달라고 조르고 있고, 증자방식 보다는 나중에 돈 빼내기가 수월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단기차입금은 이자수익만 발생할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엄연히 지에이치 미디어란 법인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보수에 대한 모자라는 부분은 지에이치 미디어에 컨성틸 비용으로 영수증 받고 보충해 주면 됩니다.”

“흠.”

“지금 한국의 제작 기술에 대한 자문을 BM엔터테인먼트에서 받고 있습니다. 심감독님이 소개해준 회사입니다. 현재 큰 금액은 아닙니다만 여기에 기술 자문료가 지불되고 있습니다.”

“흠.”

“사장님. 펑아이링 여사의 작품은 틀림없이 성공합니다. 저도 한국의 유명 작가들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김수현이나 김은숙 같은 작가들의 작품은 보증수표 아닙니까?”

구건호가 심감독을 돌아보며 물었다.

“심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글쎄요. 저는 아직 그 작품을 안 보아서요. 잘 모르겠네요.”

“천사장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일단은 펑아이링 여사의 작품을 심감독님에게 복사해 주십시오. 시놉시스도 복사하시고요. 서울에서 번역을 하고 검토를 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펑아이링 여사의 <몽환앵화>는 오늘이라도 복사해서 심감독님에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심감독님은 그 복사분을 즉시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에게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천바오깡 사장은 다시 한 번 구건호에게 졸랐다.

“구사장님. <몽환앵화>의 제작비는 현재 한국 돈 100억을 잡고 있지만 구사장님이 절반인 50억을 투자해 주시면 틀림없이 몇 배 가져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30억이 모금되어 있다고 했지요? 그럼 내가 50억 투자하면 나머지 20억은 금방 모금되는 거요?”

“아이고, 사장님. 한국에서 이미 50%를 투자했다고 하면 너도 나도 돈 보따리 싸들고 옵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마십쇼. 제작발표회만 하면 언론에 대서특필 될 겁니다. 더구나 애국심이 강조되는 작품이면 당에서도 적극 지지해줄 것입니다.”

“흠.”

“더구나 중국은 영화배급이 15개 배급사가 전체 물량 대부분의 박스오피스를 잡고 있습니다. 중국의 유명 배급사인 잉롄 미디어나 보나 픽쳐스, 화이브 브라더스도 리스캉 국장 정도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요?”

“사실 현재 찍고 있는 드라마 <시광여몽>도 방송사 편성에 리국장이 도움을 많이 주었습니다. 드라마는 잘 만들기도 해야 하지만 편성 시간대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리국장이 그 정도 영향력이 있습니까?”

“리국장은 상하이 공청단 단장 출신입니다. 아직 40도 안되었습니다. 차세대 링다오(영도자)로 떠오르실 분입니다. 그래서 그분 한마디를 사람들은 무게 있게 받아들입니다.“

“그렇습니까?”

“리국장님과 구사장님은 서로가 좋은 친구를 두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내일 안당시의 동사회가 있어서 가야하지만 오늘 저녁 틈을 내어 리국장도 만나고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만나시면 제 이야기도 잘 말씀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천바오깡 사장이 돌아가고 난 뒤에 구건호는 리스캉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구건호.”

“오, 구사장. 지금 어디 있나.”

“환러스지 공사 천사장 만나고 지금 포동 호텔이야. 저녁에 만날까?‘

“좋지. 우리 집이 그쪽 방향이니까 내가 저녁 6시경에 호텔로 가지. 호텔 뒤로 가면 후차이(?菜: 상해요리) 잘 하는 집이 있어.”

“알았어. 그때 보자.”

저녁 6시가 되었다. 리스캉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로비에 있어.”

구건호는 족자를 들고 내려갔다.

“여, 반갑다. 구사장!”

“반갑다. 리국장.”

둘이 포옹을 하고 로비의 의자에 앉았다.

“호텔 좋은데? 쟝리얼이 여기서 묵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쟝리얼?”

“한국배우 리아 말이야.”

“아, 리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시광여몽> 시청율이 좋아서 다행이야.”

“다, 리국장 덕택이지 뭐.”

“나? 한일 없어. 모두 구사장이 도와준 덕택이지.”

“그리고 내가 어떤 중국인에게 선물을 받았는데 이게 비싼 건지, 싼 건지 모르겠어.”

리스캉이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청나라 말기 때 그린 것 같은데?”

“청나라? 그럼 비싼 것 아니야?”

“그러진 않아 광서(光緖)년간에 그린 것으로 보아 2천 위안 정도면 사.”

“그래?”

“광서 년간이면 서태후 통치 때 어려운 시기라 그림 좀 그리는 사람들이 먹고 살려고 너도 나도 그림을 남발했어. 이 그림은 독창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고 옛날 유명 작가 그림을 모사한 거야. 유명작가 그림이면 선물로 주겠어? 집안에 가보로 모셔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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