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72화 (372/501)

# 372

영화제작 크라우드 펀딩 (1)

(372)

화요일이 되어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했다. 차를 한잔 하고선 스마트폰으로 찍어 논 아기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보니 영은이에게 생활비를 못주었네.”

구건호는 그동안 밀린 생활비 몫으로 또 5천만원을 김영은의 통장으로 보내주었다. 5개월 치 생활비였다. 그리고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앱으로 들어가 매월 1천만 원씩을 보내주는 자동이체 설정을 했다.

구건호가 김영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해?”

“아기 기저귀 갈아주고 있어.”

“도우미 아줌마는 언제 온데?”

“오셨어. 지금 반찬 만들고 계셔.”

“입주가 아니고 출퇴근이지?”

“응. 출퇴근 하시고 토요일, 일요일은 쉬시라고 했어.”

“나이는 어느 정도 되는 아줌마야?”

“60정도 돼. 육아 경험도 있고 반찬도 잘 만드신다고 소개소에서 그랬어. 인상도 괜찮은 것 같았어.”

“그래? 다행이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생활비를 못 줘서 밀린 생활비 방금 당신 통장으로 보냈어. 확인해 봐. 5천만원 보냈어.”

“어머나 또 5천만원이나?”

“그리고 내가 생활비 주는 것 자꾸 잊어먹어서 매월 자동이체 하는 것 신청했어. 매월 1천만원씩 당신 통장으로 돈 들어갈 거야.”

“1천만원씩?”

“그럼 그 돈에서 도우미 아줌마 월급 주고 아파트 관리비 내고 생활비 해.”

“알았어요. 아껴 쓰고 남으면 상민이 앞으로 저금 할게요.”

“그건 알아서 해. 난 당신 의사 월급도 안 물어 보잖아.”

“헤헤, 의사 월급도 남으면 상민이를 위해서 저금 할게.”

“그럼 이따 저녁때 봐.”

“아, 참.”

“왜?”

“이번 청명절은 금요일인데 산소는 토요일 갈 거지요?”

“장모님 산소? 토요일 가야겠지. 그날이 쉬니까.”

“신림동 아버님이 같이 갔으면 하시는데 같이 가면 안 될까?”

“신림동 아버님이? 그러지 뭐.”

“고마워요. 이따 봐요.”

토요일이 되었다. 날씨도 화창하였다. 구건호는 포천 묘지공원을 가기위해 세차를 하고 주유를 하였다. 세차는 시간이 없어서 외부 세차만 하였다.

“아버님 오셨어요?”

“둘이 가는데 내가 끼어 미안하네.”

“별말씀 다 하십니다. 어서 제 차에 올라타세요.”

“이건 어디다 실을까?”

“이게 뭡니까?”

“과일 하고 김밥 좀 사왔어.”

“그런 건 상민이 엄마가 다 준비했는데요.”

“오빠, 이것 좀 들어 줘.”

김영은은 아기를 안고 큰 보따리 두 개나 가지고 내려왔다.

“이게 다 뭐야?”

“음식하고 과일이야. 음식은 도우미 아줌마하고 나하고 같이 만들었어.”

“그래?”

“그 옆에 보따리는 살살 다뤄. 술병이 그 안에 들었어요.”

아기가 처음 보는 바깥세상에 눈을 굴렸다. 아직 경치 같은걸 인식하는지는 모르겠다.

동부 간선도로에 들어서자 구건호가 룸미러로 뒷좌석을 쳐다보았다. 김영은이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아기를 어르고 있었다. 장인은 뒷좌석에서 꾸벅 꾸벅 졸았다. 묘지는 포천 시내를 지나고도 한참을 달렸다.

“오빠, 저쪽 길로 가면 이회장님 별장 가는 데지?”

“맞아.”

“언제 한번 들려서 과일 상자라도 갖다 주자.”

“그럴까?”

“오빠, 나 어제 KOAF(아프리카 의료 친선단체) 사무국에서 전화 받았어.”

“뭐라고 전화 왔는데?”

“나보고 거기 회장 맡아 달래. 그래서 출산한지도 얼마 안 되어 못한다고 했어.”

“흠, 그래?”

“내년에는 아마 하게 될 것 같아.”

“그럼 괜히 쓸데없는 일에 바빠지는 것 아니야?”

“그러긴 한데....”

산소 앞에서 김영은은 아기를 들어보였다.

“엄마, 나 왔어. 외손자에요.”

장인도 한마디 했다.

“네 엄마가 지하에서 좋아하겠다. 이렇게 귀여운 손자도 보았으니 말이다.”

김영은이 산소 앞 상석에 음식을 벌려 놓았다. 도우미 아줌마가 도와주셔서 그런지 음식이 푸짐했다. 과일도 여러 종류를 가지고 왔다.

일행들은 산소 앞에서 절을 하고 음식을 먹었다. 찬합에 정성스럽게 담아온 음식은 야외에서 먹으니 더욱 맛이 있었다. 장인이 기분이 좋은지 술을 많이 마셨다.

“이렇게 손자까지 같이 와서 성묘도 하고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좋다. 자식 기른 보람이 있는 것 같다.”

김영은도 아주 행복한 미소를 띠우며 젖을 내놓고 아이에게 젖을 먹였다.

“애가 순딩이야. 울지를 않네.”

“할머니 산소에 와서 그런 모양입니다.”

“그런가?”

구건호가 일어섰다.

“나, 잠깐 소변 좀 보고 올게.”

구건호가 소변을 보러 산소 옆에 있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구건호가 잠시 자리를 이탈한 사이에 장인이 김영은에게 물었다.

“가사 도우미도 온다고 하는데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겠다. 구서방이 생활비는 잘 주니? 각자 번건 각자 쓰는 건 아니지?”

“아녜요. 생활비 줘요.”

“얼마나 주니? 모자라지는 않니?”

“아녜요. 한 달에 천만 원씩 줘요?”

“천만원? 농담하지 말고, 진짜 얼마나 주냐?”

“정말이에요. 구서방 돈 잘 벌어요. 그동안 5천만 원씩 두 번 1억 받아보았어요. 제 의사 월급은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그래? 네 이모 말로는 구서방이 큰 사업 한다는데 맞긴 맞는 모양이구나.”

“직산에 있는 공장 종업원이 지금 500명이래요.”

“500명? 허, 공장이 얼마나 크면 5백 명이나 돼? 하여튼 우리 딸 고생 안 시키고 월 천만원씩 생활비로 준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돈은 있을 때 잘 저축해 놓아야 돼. 천만원 준다고 톡 쓰지 말고.”

“알겠어요.”

“잘 모아두었다가 너 병원 차릴 때 쓰거나 상민이 장래를 위해서 적금을 들던 가 그래라.”

“알겠어요. 그 이야기 그만 하세요. 저기 구서방 오고 있어요.‘

“알았다.”

성묘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구건호가 룸미러로 김영은과 장인의 모습을 보았다. 김영은과 장인이 행복한 모습을 하니 구건호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장인이 밖을 내다보다가 한마디 했다.

“운전 오래 하느라고 자네가 피곤하겠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차가 의정부 IC를 지나 동부 간선도로로 들어오자 김영은과 장인은 피곤한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4월 중순이 되었다.

지에이치 산하 각사의 외부감사 결산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CPA(공인회계사)들이 작성한 외부감사 결산서는 1월 초순 각사 경리 책임자가 보고한 숫자와 크게 다름이 없었다.

“저희 지에이치 산하 회사들은 모두 12월말 결산법인입니다.”

“그렇지요.”

“법인세는 지난달 모두 납부 완료하였다고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흠, 알겠어요. 법인세도 잘 내야 기업보국(企業報國)이겠지.”

구건호의 기업보국이란 말에 홍과장이 방긋 미소를 보냈다.

지에이치 모빌의 상임감사가 전화를 했다.

“결산서 받아 보셨지요?”

“받아보았습니다.”

“거래하는 회계사 사무소의 대표 회계사가 사장님 오시면 직접 감사 보고를 하겠답니다.”

“내일 내려가는 날이니까 내일 들어오라고 하세요.”

“어디로 오라고 할가요?“

“지금 우리 모빌이나 디욘코리아가 둘 다 천안세무소 앞에 있는 안창 회계법인 거래하죠?”

“그렇습니다. 거기 대표로 있는 이낙종 회계사가 대주주에게 직접 보고하겠답니다.”

“흠, 그래요? 그럼 내일 오전 10시까지 지에이치 모빌 사장실로 들어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뭐가 또 있습니까?”

“ISO14001 환경인증을 받았습니다.”

“오, 그래요?”

“이번에 ISO14001을 받을 땐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 국제인증)도 같이 받았습니다.”

“그럼 벤처 지정 받을 때 유리한가요?”

“아무래도 이런 국제 인증이 있으면 이노비즈나 벤처 지정 받을 때 유리합니다. 가점 대상이 되니까요.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알겠습니다. 유지관리에 철저히 하라고 직원들에게 일러두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디욘코리아의 상임감사와 통화를 끝내자 이번엔 중국 상해에 나가있는 심운학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주 보고를 못 드려 죄송합니다.”

“드라마 <시광여몽>은 시청률이 좋다면서요?”

“예, 1.5% 넘어갑니다.”

‘방송국에서 받는 게 짭짤한지 2차 투자금 100만 달러는 보내달라는 소리를 안 하네요.“

“실은 그것 때문에 전화 드렸는데요. 환러스지 공사의 천바오깡이 사장님을 한번 뵙고 싶다고 합니다.”

“나를요? 왜요?”

“2차 투자금 문제 때문이랍니다.”

“1차 투지금은 걔들이 증자를 했습니까? 안했습니까?”

“그건 제가 일이 바쁘다 보니 미처 못 챙겼습니다.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옆에 지금 천바오깡이 있습니까?”

“제 옆에는 없고 현재 사장실에 있습니다. 혼자 있는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내가 전화하지요.”

“통역이 없어도 되겠습니까? 아, 참. 사장님은 중국어를 잘 하시죠? 지금 전화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구건호가 환러스지 공사의 천바오깡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천쫑마? 워쓰 쥐지엔하오.(천사장이요? 나 구건호입니다).”

“오, 쥐쫑! 니하오, 니하오 (오, 구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드라마 <시광여몽>의 시청율이 좋다니 다행입니다.”

“심감독이 와서 많이 도와준 덕택입니다. 시나리오도 일부 고치고 제작 기술도 협조를 받아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여자 주인공 리아의 연기력도 우수했습니다. 리아는 지금 중국내 팬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실은 제가 2차 투자금에 대하여 의논드리고 싶어 심감독에게 구사장님 중국에 언제 오냐고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1차 투자금은 증자 했습니까? 그거 보고 내가 2차를 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원래 양해각서에는 부총경리 파견시 5만불, 스탭 조직시 1차 100만불, 연기자 캐스팅후 2차 100만불이었던 것은 알고 계시죠?”

“그때 스탭 조직과 연기자 캐스팅이 동시에 이루어져 1차 100만불을 보냈죠. 하지만 양해각서도 그렇고 본 계약서도 처음 들어간 100만불은 증자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증자한 공상관리국의 관계서류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게 확인 되어야 2차를 보내죠.”

“서로 견해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2차 투자금이 안 들어와 사장님이 보낸 1차 투자금을 일단 단기차입금 형식으로 기표한 상태입니다.”

“이러면 서로의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 구사장님께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구사장님이 보내신 100만불은 우리에겐 단비와 같았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생명수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흠.”

“구사장님, 이익을 보면 되지 증자나 단기차입금이나 그런 구분은 꼭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익을 본다는 겁니까?”

“실은 이번에 저희가 영화를 만듭니다. 저희 스탭들이 모두 영화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고 여기 나와 있는 심운학 감독도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나보고 영화에 투자해보란 이야기요? 영화는 돈 쏟아 붓고 1년 이상 기다려야 돈이 들어오는 업종입니다. 드라마는 나누어서 제작하지만 이건 한꺼번에 만드는 것이므로 영화 한 편당 제작비만 해도 천만 달러 이상이 들어갑니다. 난 못해요.”

“제 이야기 한번 들어보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