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70화 (370/501)

# 370

외부감사 결산자료 (2)

(370)

가정부 들이는 문제는 이모가 반대했다.

“삼칠일(21일)은 된 후에 가정부는 오라고 해. 아직은 아기가 어려 면역도 약하고 그래.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도 삼칠일은 지난 다음에 보러들 오시잖아?”

김영은은 삼칠일이 얼마 안 남았으므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대신 이모는 하루만 양평 집에 갔다가 다시 오기로 하였다.

3월이 되었다.

지에이치 모빌은 H그룹에 제품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독점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3개 회사에서 나누어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도 1차 벤더니까 양이 많았다. 단가 3천원짜리 부품을 5만개나 납품하니 월 1억 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3종류가 들어가니 4억 5천만원이 되었다.

송사장이 구건호에게 보고를 했다.

“월 4억5천만원 납품이면 우리 월매출의 4.5%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매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흠, 그래요?”

“박종석이사는 주1회 생산회의 하는 것을 현재 날마다 하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생산 1부, 2부 합쳐서 과장급 이상자가 몇 명이나 됩니까?”

“부장 2명, 차장 2명, 과장 5명입니다.”

“모두 10명인가요?”

“네, 10명이 아침마다 생산회의를 하고 조장이나 반장 등 현장 라인의 관리자들 까지 합치면 총 30명입니다. 이들이 현재 400명 이상을 관리합니다.”

“전체 종업원 500명중 그럼 나머지 100명은 타부서 관리직과 연구소 요원인가요?”

“그렇습니다.”

“생산 쪽 비중이 많군요.”

“아무래도 제조 회사다 보니 그렇습니다.”

“생산부 부차장들이 박이사 보다 나이가 많은데 관리가 잘 됩니까?”

“현재 표면적으로는 아무 일 없습니다. 부, 차장들이 대개는 관리 사무직 사원에서부터 올라간 사람들이지 박이사처럼 현장 경력자들은 아닙니다. 그 점에서 박이사는 큰 소리 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페이퍼 워크가...”

“박이사가 페이퍼 워크가 약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본인도 기를 쓰고 야간대학이라도 다니지 않습니까. 현재는 열성적으로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어 그런대로 생산 체제가 삐거덕 소리 내지 않고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송사장님이 생산부 부, 차장들 불러서 한번 잘 이야기를 해 놓으세요. 박이사 보필을 잘 해주라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이야기 했었습니다. 부, 차장들은 박이사에게 호의적이었습니다. 박이사가 붙임성 있게 형님 대우 해주고 업무적으로 쪼는 스타일이 아니라 큰 문제는 없는 듯합니다.”

“흠, 그래요?”

“실상은 박이사를 현장 반장, 조장들이 좋아합니다. 그 사람들은 우선 일하다 막히면 박이사부터 찾으니까요. 현장에서 하는 일은 박이사를 따라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기계가 스톱되거나 고장이라도 나면 뛰어가 박이사 부터 찾으니까요.”

“흠, 그래도 조직이 커지면 기계 하나 수리하는 것 보다는 관리방법이나 시스템적 사고가 중요한데...”

“본인도 그 약점을 알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큰 염려는 안하셔도 됩니다.”

송사장이 비서 박희정이 가져온 차를 마셨다.

“그리고 외람된 말씀이지만 A전자와 사장님 관계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아무 관계없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런 줄 알겠습니다만 오히려 A전자 내부에서도 A전자와 구사장님 관계를 궁금해 여깁니다. 당진공장 공장장도 슬며시 저에게 물었습니다. A전자와 사장님과의 관계를 말입니다.”

“당진공장 공장장이 그랬습니까? 좋은 제품을 불량 없이 만들어 납품하면 그게 제일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아마 위에서 A302 가전제품 도아 어셈블리 하나를 통째로 지에이치 모빌에 줘라 하는 이야기가 나온 모양입니다. 물론 이유는 사장님 말씀처럼 지에이치 모빌이 그동안 불량 없이 납품해온 회사라 오더를 주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진공장 공장장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왜 고개를 갸웃하나요?”

“불량 없이 납품해온 회사는 여기뿐만이 아라는 겁니다.”

“그건 나도 모르겠다고 하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다음에 다시 물어본다면 그렇게 답변하겠습니다. 만약에 A302 도아 어셈블리 하나가 통째로 우리에게 떨어진다면 월 30억 매출 증가가 가능합니다. 문짝 하나를 통째로 만들아 납품하는 것이기 때문에 12가지 부품이 들어갑니다. 단가가 3만원이 넘습니다. 더구나 A302 가전제품은 해외 수출용입니다. 10만개 주문이 들어옵니다.”

“그렇게 되는가요?”

“연간 360억 매출이 증가하게 됩니다. 내년도 목표액 1,500억이라면 1,860억 매출이 발생한단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H그룹 물량까지 터진다면 금년 말 예상 매출액은 2천억 정도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봅시다. 그리고 우리가 2년 연속 매출원가가 80%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금년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80%이하로 떨어지도록 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원가 절감을 위한 획기적인 노력을 해 보겠습니다.”

“그럼 나는 디욘코리아로 넘어가겠습니다.”

송사장은 구건호가 디욘코리아로 간다고 하면서 나가버리자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성장율이 이렇게 빠를 순 없어. 뭔가가 있어. 구사장은 이야기 안하지만 A전자는 A그룹의 주력 기업이야. 그리고 A그룹 회장이 바로 구사장 결혼할 때 주례를 서 주었던 이진우 장관의 장인이란 말이야. 지에이치 모빌의 주식 15%를 가지고 있는 이범식씨가 틀림없이 이진우 장관의 가족 중의 한사람일 가능성이 많아.]

[이범식씨가 이진우 장관 친척일까? 친척은 나중에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어 아니겠지. 그렇다면 부친일 가능성이 많아. 부친은 변고가 있더라도 피상속인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 부친일 가능성이 제일 높겠군. 하긴 구사장도 A그룹과의 관계를 밝힐 수는 없겠지.]

[어쩌면 내가 자꾸 A그룹과의 관계를 물어보는 것도 구사장 입장에서는 부담일수가 있겠지. 또 함부로 이야기 할 수도 없겠지. 그런 줄만 알고 나도 입 닥치고 있자. 괜히 자꾸 알려고 하다가는 구건호라는 사람의 역린을 건드릴 수가 있어.]

송사장은 이렇게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대리급 이상 전 간부사원을 점심시간 종료 후 중 회의실로 모이게 했다. 임시 확대간부회의를 연다고 하였다.

점심시간 종료 후 전 간부사원과 임원들이 중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다이어리를 옆에 끼고 속속 모여들었다. 임원까지 합하여 70명이나 되는 간부들이 모였다.

모두 모여서 송사장의 입만 쳐다보았다.

“여러분들을 모이라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A전자와 H그룹의 물량이 확대 될 것으로 예상되어 모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많이 만들어 많이 납품해도 남는 게 없다면 그것은 하나마나한 짓거리입니다.”

모두 듣기만 하였다.

“거기 앞에 있는 김과장! 자네 우리 회사가 작년에 매출원가가 몇%나 되는지 아는가?”

“......”

“몰라? 그럼 옆에 이부장 말해봐!”

“......”

송사장은 갑자기 좌우 양쪽에 배석해 앉아있는 임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당신들 임원들은 밑에 직원들을 어떻게 교육시키는 거요?”

박종석 이사는 송사장이 자기에게 질문할까봐 더욱 고개를 숙이고 다이어리를 보는 척 했다. 잘못하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기 때문이었다. 송사장은 다행히 임원들에게 질문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매년 매출원가가 80%가 넘어요! 방금 구건호 사장님이 나에게 이것을 지적하셨는데 내가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송사장이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가며 말을 하여 다들 쥐죽은 듯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지금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이지노팩이나 만동전장 등이 모두 매출 원가가 80% 넘어가는 회사가 없어요! 심지어는 우리 계열사인 디욘코리아도 매출원가가 지난해에 70%였어요. 지금 이 회사는 우리도 모르게 어디선가 돈이 새고 있단 말입니다.”

사람들은 역시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도대체 원가가 왜 이렇게 높은 거요? 거기 뒤에 앉은 김대리가 한번 말해봐.”

“......”

“왜 높은지 몰라? 그럼 이번에 차장에서 부장 승진한 생산2부장 대답해봐.”

“따로 분석을 해서 올려드리겠습니다.”

“분석하면 뭐가 나오나?”

“......”

“그래가지고 여러분들 간부 자격이 있는 거요? 임원 자격들이 있는 거요?”

“.......”

‘왜 대답이 없어?“

“........”

“모두 각 부서별로 이번 주까지 원가절감 방안을 수립해서 내게 보고해요. 알았어요? 몰랐어요?”

“알겠습니다.”

전원이 합창을 하듯이 대답했다.

구건호가 디욘코리아에 도착했다. 간부사원들이 모두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구건호가 2층 사장실로 올라가자 비서 이선혜가 대추차를 가지고 왔다.“오늘 무슨 회의가 있나요?“

“회의는 아니고 교육이 있다고 했어요.”

“교육?”

“환경인증 내부 심사요원 교육이 있다고 했습니다. 외부 컨설팅 기관에서 강사가 온 모양입니다.”

“흠, 그래? 가서 경리부 조명숙 차장 좀 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경리부 조명숙 차장이 왔다.

“우리 외부감사 자료 나오려면 언제나 나올 것 같아요?”

“아직도 한 20일 더 걸려야 합니다. 지난번에 내부 결산 보고와 숫자상 큰 변동은 없습니다.”

“외부감사 결산자료는 서울로 보내달라는 홍과장 이메일 받았죠?”

“받았습니다.”

“감사 끝나고 공인회계사 사무실에서는 결산자료를 한 20부 우리한테 보내주죠?”

“네, 그렇습니다. 더 필요하시면 더 찍어 달라고 하면 됩니다.”

“알았어요. 일단 자료 나오면 서울로 2부만 보내줘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천천히 대추차를 마셨다.

중국의 김민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차 마시는 시간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차 마시고 있어. 그런데 내가 차 마시고 있는 걸 어떻게 알지?”

“알지. 난, 구사장이 언제 밥 먹고, 언제 낮잠 자고 언제 신문 보고 그러는 시간을 훤히 알지.”

“이역만리 중국 땅에서 어떻게 아는 거야?”

“구사장하고 나하고 20년 친구인데 그거 모를까? 하하.”

“그것 참 이상하군.”

“이석호가 가게 팔렸다네.”

“그래? 잘 됐구나.”

“반값밖에 못 받은 모양이야. 공안국 유치장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빨리 팔아버리고 싶었던 모양이야.”

“공안국 유치장?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가게 판 주인하고 싸웠던 모양이야.”

“가게 판 주인하고 대판 싸웠나?”

“그게 아니고 가게 판 주인하고 싸우니까 누가 신고해서 공안이 온 모양이야. 공안이 말리니까 너는 뭐냐고 하면서 밀쳐버린 모양이야. 옛날에 우리한테 하듯이 말이야.”

“공무 집행하러 온 사람들한테 그러면 되나?”

“그래서 공무집행 방해로 들어갔었던 모양이야.”

“그래? 좋은 경험 했구나.”

“나와서 지긋지긋하니까 바로 가게 팔아버린 모양이야. 오토바이 수리하는 사람하고 농약 파는 사람이 가게를 산 모양이야.”

“이제 뭘 한데?”

“가라오케 하겠다고 했어. 같이 있는 친구가 그걸 해보라고 한 모양이야.”

“심양서 하나?”

“소주에 와서 하면 어떻겠냐고 해서 오지 말라고 했어. 여긴 가라오케 포화상태라고 했어.”

“하하,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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