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69화 (369/501)

# 369

외부감사 결산자료 (1)

(369)

구건호가 디욘코리아로 갔다. 애덤 캐슬러가 통역 채명준 대리를 데리고 들어왔다.

“하우아유, 보스.”

“얼굴이 환한 것을 보니 뭐 좋은 일 있습니까?”

“본사에서 증자해도 좋다는 회신이 왔습니다.”

애덤 캐슬러는 영문 팩스 한 장을 보여 주었다. 본사의 해외담당 부사장 브랜든 버크의 친필 싸인이 선명한 팩스였다.

“자본금이 수권자본에 도달하도록 2천만 달러였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쉽네요. 아무래도 코퍼레이션 택스(법인세) 때문에 배당이 줄어드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죠.”

“나도 그 점이 아쉽네요. 하지만 내년에 또 할 수 있으니까 됐습니다.”

“그러면 증자절차는 언제 합니까?”

“다음 달에 외부감사 자료가 나오니까 그때 하죠.”

“어쨌든 증자로 남게 되는 돈은 지에이치 모빌에서 건물 현물 출자한 것 30억 빼주고 60억 남게 되니 해외투자에 여유가 생긴 셈입니다.”

“브랜든 버크 부사장의 정년퇴직은 언제까지 입니까?”

“글쎄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금년 가을 정도 아닌 가 추측합니다.”

“흠, 그래요? 잘 알겠습니다.”

애덤 캐슬러가 나가고 윤상무가 들어왔다. 결재서류를 하나 들고 왔다.

“상임 감사님 말씀은 이번 외부감사 자료 나오면 바로 이노비즈와 벤처 지정을 서두른다고 했습니다. 사장님이 지시하셨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예, 그랬습니다.”

“우리가 아무래도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환경인증이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각종 인증 심사시 지적사항이 될 것 같습니다. ISO14001 환경 경영시스템은 두 달 안에 따 놓으려고 합니다. 이것은 추진계획서입니다.”

“흠, 이건 작년에 해놓을걸 그랬네요.”

“작년에 이야기만 나오다가 말았습니다. 이것이 있으면 벤처 지정시 가점 대상이 됩니다.”

“알았어요. 얼른 추진하세요.”

“ISO14001구축을 위한 매뉴얼이나 절차서 같은 것은 모빌에 다 있어서 금방 딸 수 있습니다.”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이번 기회에 종업원들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윤상무가 가지고 온 서류에 서명을 하였다.

다음날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에 출근하여 아침 신문을 보았다. A그룹 인사 발표 기사가 나왔다.

“A전자 박사장이 정말 기획조정실 사장으로 갔네.”

신문엔 인사에 대한 촌평까지 나왔다.

[A그룹은 전자 사장을 기획조정실 사장으로 기용함에 따라 전자의 비중을 높이고 회장의 친정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신문엔 A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인사소식도 실었다. 이사에서부터 상무, 전무, 사장들 이름이 다 나왔다.

“젠장, 승진하는 임원들이 많기도 하네. 그러니 승진 안한 임원들 숫자까지 합치면 이게 얼마야?”

구건호는 모빌의 총무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요.”

“옛, 사장님.”

“A그룹의 기획조정실 사장과 A전자에 새로 오는 사장에게 내 이름으로 난초화분 하나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화분 리본에는 뭐라고 쓸까요?”

“기획조정실 사장에게는 ‘축 영전’이라고 하시고 전자 사장은 부사장 하다가 올라온 사람이니 ‘축 승진’이라고 하세요. 난은 좀 좋은 것으로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구건호가 집에 갔더니 김영은이 열심히 아기에게 부채를 부쳐주고 있었다.

“왜 그래?”

“열꽃이 피어서 시원하게 해주려고.”

“그럼 선풍기로 해야지 부채를 부쳐?”

“선풍기는 너무 바람이 세.”

최 화가가 옆에서 말했다.

“구서방에게 부탁이 하나 있어요?”

“무슨 부탁인데요?”

“내일 오다가 잉어 한 마리만 사가지고 오세요.”

“잉어요?”

“지금 영은이가 모유를 먹이잖아요. 젖이 잘나오게 하려면 가물치나 잉어 죽이 최고에요. 큰 걸로 산 놈을 한 마리 가져오면 내가 잡아서 죽을 쒀드리죠.”

“알겠습니다. 그런데 잉어를 어디서 파나?”

“수산시장 같은데 가면 팔 거에요. 바다 생선을 많이 팔지만 민물고기 파는데도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출근하여 신문을 보다가 최 화가가 부탁한 잉어 생각이 났다. 엄찬호를 불러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킬까 하다가 직접 자기가 가보기로 했다. 구건호는 엄찬호와 함께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갔다.

“수산시장엔 횟감을 사러 가십니까?”

“아니, 잉어를 사려고.”

“잉어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도 잉어를 파나?”

“찾아보지 뭐. 넌 잉어 파는 곳이 어디 있는지 아니?”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구건호는 수산시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잉어를 찾으러 다녔다. 광어나 꽃게, 조개 종류는 많이 팔아도 정말 잉어 파는 곳은 없었다. 옛날 노량진에서 9급 공부할 때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잘 안 났다.

“잉어 어디서 파는지 몰라요?”

“몰라요. 광어 들여가세요. 광어. 반값에 싱싱한 자연산으로 한 마리 잡아드리죠.”

“잉어를 사야 할 텐데.”

수산시장 한쪽 구석에서 상추를 파는 아줌마에게 물었다.

“잉어파는 데 아세요?”

“잉어는 저 굴다리 밖으로 나가야 돼요.”

구건호가 굴다리 밖으로 나가 큰길가로 가니 정말 민물고기만 파는 곳이 있었다. 잉어를 큰놈으로 한 마리 샀다. 민물고기 주인은 잉어를 큰 쌀 포대에 산채로 담아주었다. 산 놈이라 잉어가 쌀 포대 안에서 펄떡였다.

“네가 들어라.”

구건호는 잉어를 엄찬호에 들라고 하고 차가 세워진 주차장으로 갔다.

엄찬호가 물었다.

“잉어로 뭐하시려고요? 잉어회는 드시지 마세요. 민물고기는 디스토마 같은 것이 있어서 위험해요.”

“잉어회 먹으려고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럼 매운탕요? 매운탕은 쏘가리나 빠가사리 같은 게 들어가야 좋아요.”

“아니야, 죽을 쒀서 산모에게 주려고 그래. 그래야 젖이 잘나온다고 그러더라.”

“아, 그래요?”

“싱싱할 때 갖다 줘야 하니까 타워팰리스 집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사장님.”

구건호는 잉어를 가지고 도곡동 타워팰리스로 갔다.

“제가 갖다 주고 올까요?”

“아니야. 내가 갈게. 너는 차에서 기다려라.”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아파트로 올라갔다. 중간에 들어온 구건호를 보고 김영은과 최 화가가 놀랐다.

“어쩐 일이세요? 퇴근 시간도 아닌데.”

“잉어 사가지고 왔어요. 싱싱할 때 잡는 게 좋아서요.”

최 화가가 큰 그릇을 가지고 왔다. 구건호가 쌀 포대에 있는 잉어를 쏟았다. 죽은 줄 알았던 잉어는 그때까지도 살아서 입을 벙긋거렸다.

“어머나, 살아있네. 무서워!”

김영은이 소리치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최 화가가 잉어가 담긴 큰 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가져갔다.

“사오느라 수고하셨어요.”

구건호가 다시 사무실로 갔다. 홍과장을 불렀다.

“우리 외부감사 결산자료 언제 나오죠?”

“다음 달에 나옵니다. 이달도 거의 다 갔으니 다음 달이라고 해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각사 경리담당들에게 이메일 공문을 하나 보내세요.”

“뭐라고 보낼까요?”

“외부감사 결산자료 나오면 전부 등기 속달로 이곳으로 보내달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각사 자료가 들어오면 홍과장은 전부 내 책상 뒤에 있는 책장에 끼워놓도록 하세요. 내가 수시로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문재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속버스 한 대 증차하기로 했어.”

“어디 노선인데?”

“준의시(遵義市)라고 여기서 한 250키로 정도 돼.”

“한대냐?”

“응, 한 대 받았어.”

“그럼 이제 보유대수 총 8대인가?”

“응, 8대야.”

“고속버스 8대 가지고 터미널 직원들 100명 먹여 살리기 힘들겠구나.”

“한국선 어림없겠지만 여기선 먹여 살리는 것 보면 용해. 증차 기념으로 종업원들에게 춘추복 제복 맞추어주기로 했어. 더구나 춘절(구정)기간 동안 고생들도 많이 했어.”

“잘했다.”

“터미널은 민원도 해결 다 되고 습지도 메꾸고 그래서 아마 다음 달부터 공사가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돼.”

“흠, 그래?”

“현장에 꽂아 논 깃발도 더 많고 공사관계자들이 자주 왔다 갔다 해.”

“날 풀리니까 이제 슬슬 공사가 시작되겠지.”

“아, 참 그리고 아기 많이 울지 않아?”

“밤엔 울지. 어느 땐 잠도 설쳐. 어제는 열꽃이 피어서 부채도 부쳐주고 그랬어.”

“하하, 고생한다.”

“네 애기 많이 컸지?”

“지금 웃기도 하고 옹알이도 해. 귀여워 죽겠어.”

“100일 되었나?”

“한 열흘 더 있어야 돼. 100일 지나서 한국 잠깐 들어갔다 와야겠어. 지금 부모님과 장인 장모가 아이를 너무 보고 싶어 해.”

“그럴 테지. 귀한 손자 낳고 한 번도 얼굴 구경 못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아기 사진은 보내주었어.”

“그래도 직접 보는 거와 다르지. 한국 한번 들어갔다 와라.”

“고마워.”

“제수씨가 혼자 아이 기르느라 많이 힘들지?”

“아니, 요즘 한족 아줌마 한분 두었어. 입주가 아니고 출퇴근인데 인건비가 우리나라 돈으로 15만원 정도 밖에 안 해서 두었어.”

“잘했다. 인건비가 그 정도면 공짜나 다름없다.”

“요즘 애 엄마가 한족 아줌마하고 어울려 다니면서 잘도 돌아다녀.”

“하하 그래?”

“우리 애 이름은 순영이야, 문순영. 우리 아버지가 이름 지어 보냈는데 와이프가 좋다고 해서 그렇게 불러. 참 너는 아직 이름 안 지었겠구나.”

“흠, 나도 지어야지.”

구건호는 순간적으로 아기 이름은 괴산에 있는 박도사에게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수씨 중국어 많이 늘었지?”

“순영이 엄마? 많이 늘었어. 살림과 관계되는 용어는 잘 알아. 나는 그런 건 잘 모르잖아.”

“그래, 공사 시작되면 알려다오.”

“알았다. 건강해라.”

구건호가 퇴근 후 집에 왔다. 저녁 식사로 잉어 죽이 올라왔다.

“부부가 같이 먹어야 좋데요.”

구건호와 김영은이 죽을 먹었다. 김영은이 반쯤 먹다가 죽을 밀어 놓는다. 이모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쳐다보았다.

“생선 냄새가 많이 나서 싫어.”

“그래도 먹어 둬, 이것아! 그래야 젖이 잘나와. 너 만날 그랬잖아. 신생아는 분유가 아닌 모유를 먹여야 된다고 했잖아!”

“그래도 먹기가 좀 그래. 잉어 살았을 때 눈 꿈쩍이는 것도 생각나고.”

“그래도 먹어.”

“싫어.”

“저렇게 끓여 놓은 것 어떡해? 그럼 구서방이라도 먹어요. 원래 잉어 죽은 부부가 같이 먹는다고 했어요.”

구건호도 잉어 죽을 먹기가 거북했다. 먹기는 먹는데 씹는 맛이 없으니 재미가 없었다. 할 수없이 의무적으로 꾸역꾸역 먹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서 구건호가 말했다.

“오늘 중국에 있는 친구 문재식에게 전화했더니 거기 아이는 열흘 있으면 100일이라고 그러네.”

“그 정도 됐을 거야.”

“나보고 지금이 애가 울어서 힘들 때라고 했어. 100일 정도 되면 옹알이도 하고 웃고 그래서 아주 귀엽데.”

“그럴 거야.”

“그리고 가정부도 두었데.”

“그래? 그럼 엄마노릇 할 만 하겠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월급이 한국 돈으로 15만원이래.”

“어머나, 그렇게 싸? 그럼 가정부 둘만 하겠는데? 가정부 몇 명 두어도 되겠어.”

“우리도 이제 가정부 두자. 이모님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모님이 이번 토요일 양평 집에 한번 다녀와야 되겠다고 했어. 집을 오래 비워두면 안 좋고 가서 해야 할 일도 있는 모양이야.”

“내일이라도 가정부 두자. 입주 아줌마도 좋고 출퇴근으로 오시는 분도 좋아. 그건 자기 마음대로 해.”

“인건비가 여긴 200이상 주어야 할 거에요.”

“돈 문제는 걱정 하지마. 내가 참 생활비 안 보냈나? 자기 통장으로 생활비 보낼 테니 가정부 걱정은 하지 마.”

“그럼 입주는 아니고 출퇴근하는 분 찾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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