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5
GH 각사 내부 결산 보고 (3)
(365)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했다.
강이사와 홍과장이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 연차보고 때문인 것 같았다. 구건호가 비서 오연수를 불렀다.
“녹차 석 잔만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강이사와 홍과장이 서류를 폈다.
“개발은 수익구조가 단순하니까 간단히 보고하세요.”
“알겠습니다.”
강이사가 요약표를 구건호에게 주면서 보고를 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1억 증가한 99억입니다.”
“지금 공실은 없지요?”
“공실은 없습니다.”
“18층이나 17층 입주자가 변경될 땐 사전에 나에게 알려주세요. 우리가 다른 용도로 쓸지 모르니까요.”
“알겠습니다.”
“이익은 1억 정도 남긴 것으로 했습니다.”
‘남긴 남는 모양이네요.“
“장기수선충당금과 감가상각비는....”
“됐습니다. 그건 알고 있는 사항이라 보고 생략하세요. 여기 건물 공시지가나 나중에 뽑아주세요.”
“알겠습니다. 공시지가는 금년은 모르겠지만 내년엔 올라갈 가능성이 많습니다. 지금 강남의 부동산이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라간 만큼 입주자 임대료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흠, 세입자들 부담이 또 늘어나겠군요.”
“공시지가가 올라가면 저희 빌딩의 토지와 건물의 재산세가 같이 올라갑니다.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빌딩 세입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 또한 분할하여 세입자 임대료 산정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손해 볼 수는 없잖습니까?”
“세입자들에게 미안하네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이익을 낼 수 없습니다. 그래도 공실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은 강남에서도 위치가 좋아 부동산에 내놓기만 하면 금방 나갑니다.”
“주변에 있는 부동산 사장들하고는 잘 지내죠?”
“그럼요. 지난번에는 길 건너에 있는 강남부동산 사장 딸 결혼식에도 제가 참석했더니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세입자들 하고도 잘 지내세요.”
“잘 알겠습니다.”
강이사와 홍과장이 나가고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이 들어왔다. 신정숙 사장은 간단한 요약표를 주면서 말했다.
“지난해 실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구건호가 비서 오연수를 다시 불러 차를 가져오게 하였다.
“지난해 매출 총계는 28억을 올렸습니다.”
“흠, 수고들 하셨네요.”
“28억 속에는 갤러리 수입과 북카페 수입도 들어가 있습니다. 구분별 수입현황은....”
“됐습니다. 경비지출 현황만 말씀하세요.”
“경비와 인건비 합쳐서 11억입니다. 제조회사처럼 매출원가와 일반관리비로 등으로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비서 오연수가 차를 가져왔다.
“차부터 마시세요.”
“알겠습니다.”
신사장이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미디어는 금융권 부채는 없어서 제조회사처럼 영업외 비용이나 이익은 없습니다. 보통예금 이자 붙은 것이 있지만 생략했습니다.”
“그럼 매출에서 경비 제외하면 다 이익인가요?”
“그렇습니다. 17억 이익이지만 법인세20%를 내면 13.6억원이 순이익이 됩니다. 지에이치 모빌이나 디욘코리아같이 매출이 큰 회사는 법인세가 22%이지만 저희는 20%입니다. 물론 저희보다 매출이 훨씬 적은 2억 미만의 작은 법인은 법인세가 10%이지만 말씀입니다.“
“출판업이 수익구조는 제조보다 좋네요.”
“그렇지 않습니다. 출판은 매출을 올리기가 힘듭니다. 물론 매출이 많아지면 이익이 많이 나지만 출판은 히트작이 없으면 그대로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래서 출판업도 통닭집처럼 개업했다가 1년 이내 문 닫을 확률이 많습니다.”
“흠, 그래요?”
“그래서 정부에서도 문화사업 육성을 위해 출판업은 부가세를 면제해 주지 않습니까?”
“흠, 그런가요?”
신사장이 다시 차를 마셨다. 구건호가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지난해는 법인세 빼고 13.6억이 세후 이익이 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12억만 배당을 하고 싶습니다.”
“12억이요?”
“그러면 구사장님이 11억 4천만원을 배당 받으시고 저는 지분 5%이니까 6천만원을 배당 받아가는 것입니다.”
“흠.”
“내년에는 드라마 수입도 들어온다니 기대가 큽니다. 호호.”
“배당은 그렇게 하시죠.”
“구사장님은 여러 개 큰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이니까 11억 배당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저는 6천만원 배당도 큰돈입니다. 이번 배당은 빚 갚는데 쓸 예정입니다. 호호.”
“빚을 갚아요? 빚진 게 있어요?”
“지금 3억 정도 빚이 있습니다.”
“3억요? 뭔 빚이 3억이나 되요? 무슨 사업하셨나요?”
“아녜요. 집을 샀어요. 저, 지금 논현동으로 이사 왔어요. 저도 강남 주민이 되었어요. 호호.”
“그래요? 축하합니다. 그런데 무리하게 집을 사신 모양이네요.”
“제가 그동안 당산동에 있는 레미안 아파트 25평짜리를 4억5천만원에 전세 살았습니다.“
“그랬습니까?”
“신사동에 있는 여기 지에이치 빌딩까지 출퇴근하기가 힘들어서 이 근방 아파트를 알아보았어요. 여기서 걸어서 갈수 있는 논현동에 아파트를 알아보니 오래된 아파트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어요. 역시 강남은 강남이더라고요.”
“흠.”
“마침 부동산 사장이 요 위에 있는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는 강남에서도 싼 아파트니 잡아 놓으라고 했었습니다. 잡아 놓으면 강남은 무조건 올라가게 되어있다고 하면서 융자도 자기들이 알선해 주겠다고 했었습니다.”
“얼마에 사셨나요?”
“마침 지난해에 여기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가 급매물로 8억 5천만원에 나온 30평짜리가 있었어요. 작년에 제가 지에이치 미디어에서 배당 받은 것과 저축한 것을 합쳐서 1억 정도가 있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저질렀지요.”
“그럼 전세금 들어간 것 4억 5천 뽑고 저축한 것 1억 합쳐서 5억 5천 가지고 샀단 이야기입니까? 3억을 융자 받았다는 이야기네요.”
“그렀습니다. 3억 융자 받으니까 이자만 월 100만원 나가 잠이 안 오더라고요. 평생 이자만 내다 끝나는 가 했지요.”
“흠, 융자가 좀 많긴 하네요.”
“그런데 최근 강남 부동산이 많이 올랐잖습니까? 외고나 과학고를 없앤다고 하니까 강남 학군이 더 좋아져 다락같이 강남 부동산이 올라갔잖습니까?”
“흠, 그랬다고 하더군요. 그럼 지금 사논 집도 많이 올라갔겠네요.”
“지금 8억 5천에 사논 집이 1년 사이에 12억이 되었습니다.”
‘허, 많이 벌었네요.“
“이번에 제가 6천만원 배당 받으면 빚은 2억 4천으로 줄어듭니다. 그 정도면 제가 허리띠 졸라매면 견딜 만합니다. 저도 이제 강남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호호.”
“하하, 축하합니다.‘
“다, 사장님 덕분입니다. 사장님이 이곳으로 사무실 옮기라고 해서 제가 집도 옮기게 된 것 아닙니까? 호호.”
“신사장님 운이 좋은 거죠.”
“제가 당산동 전세 살 때 제 친구가 김포로 새 아파트를 3억에 분양받아 이사 갔습니다. 나보고 전세 살지 말고 김포로 이사 오라고 성화였는데 김포로 갔으면 제가 어느 세월에 12억짜리 아파트를 만져보겠어요?”
“그러네요.”
“지금 김포로 이사 간 친구가 김포는 오르지도 않는다고 하면서 부러워 죽겠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이제 12억 짜리는 이번 생에서는 죽었다 깨도 만져보지 못 할 거라고 했어요. 걔 남편도 수입은 좋지만 월 100만원 저축하기가 힘들거든요.”
“신사장님 내년에 돈 많이 벌어서 2억 4천만원 배당 받아가세요. 그럼 빚 싹 없어지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호호.”
“배당 받으려면 외부감사도 하고 법인세 납부도 해야 하니까 3개월 정도 더 시일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번 배당금 6천만원은 우선 가수금으로 뽑아서 융자금 갚으세요. 배당금 나오면 반제 하시고요.”
“정말 그래도 되겠어요? 고맙습니다. 사장님.”
신사장이 허리 굽혀 공손히 인사를 하고 나갔다.
찻잔을 치우러 들어온 비서 오연수가 물었다.
“신사장님 웃음소리가 밖에서도 들렸어요. 뭐 좋은 일 있으신 모양이지요?”
“원래 잘 웃는 양반 아닌가요?”
“나가면서도 뭔가 좋아죽겠다는 표정이에요.”
“흠, 그래요? 논현동에 사논 집값이 올라간 모양이네요.”
“어머, 그럼 압구정동에 사는 우리 부모님 집도 올라갔겠네요.”
“거긴 20억 넘을 거요.”
비서 오연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들고 나갔다.
구건호는 소파에 기대어 자기가 옛날에 살던 포천 송우리의 원름과 양주 광적면의 원룸, 그리고 천안시의 원룸들을 생각해 보았다. 프레스공으로 일할 때 방에서 개미가 많이 나오던 화성시의 원룸도 생각해 보았다.
[거기 원룸이나 투룸에서 살림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 공돌이 할 때 우리 반장이 1억만 있었어도 좋겠다고 했는데 강남의 집값은 너무 올라가고 있어. 이런 양극화 현상이 바람직한 일은 아닌데...]
[이진우 장관 같은 분이 정치를 하면 이런 양극화 현상을 바로 잡아줄까? 나나 김민혁, 그리고 문재식이 사실 따지고 보면 과거 양극화의 희생자들 아닌가?]
구건호는 밖으로 나왔다. 잠깐 회사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신사역에서 3호선 지하철을 타고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내렸다. 터미널 옆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 있는 영화관에 혼자 들어갔다. 주중이라 자리는 많이 있었다. 중국의 김민혁에게서 전화가 왓다.
“전년도 실적보고를 했으면 좋겠는데 괜찮아?”
“내가 지금 밖에 있다. 이따가 점심 먹고 2시경이 어떨까?”
“그래? 그럼 2시경에 다시 전화할게.”
“2시경에 내가 전화를 넣어줄게.”
“그래, 알았다.”
구건호는 팝콘을 먹으면서 제목도 모르는 외국 영화를 보았다.
구건호는 영화를 보고나서 점심으로 햄버거를 사 먹었다. 치킨버거 세트와 콜라를 마시며 롯데리아 차창 밖으로 오고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다들 바쁘게 오고가네. 직업들은 다 있는 건가?”
구건호는 자기 회사 종업원들을 생각해 보았다. 지에이치 모빌과 디욘코리아만 생각해 보았다.
[지에이치 모빌이 500명, 디욘코리아가 150명, 합쳐서 650명이니 나도 꽤 많은 고용 창출을 한 셈이네.]
[아니야. 신규 개발품이 아니고 모빌의 경우 다른 곳에서 납품하던 것을 우리가 뺏었다면 고용 창출은 아니겠지. 하지만 클라이슬러는 수출이니까 고용창출이라고 봐줄 수 있겠지. 그리고 디욘코리아도 다른 회사의 물량을 뺏은 거니까 고용창출이 아니겠지?“
[디욘코리아는 우리나라 케미컬 회사의 물량을 대체토록 했으니까 우리나라 화학공장의 종업원은 우리의 판매만큼 줄어들었을 거야. 그렇다면 지금까지 없었던 획기적인 물건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게 어렵군.]
구건호는 콜라를 마시면서 롯데리아 안을 보았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롯데리아는 제법 사람이 많았다.
[인천서 고등학교 다닐 때 롯데리아 사장 아들 정도면 완전 금수저였지. 서울로 전학을 갔던 롯데리아 사장아들 그 녀석은 지금 뭘 하는가 모르겠네. 얼굴 기억도 안 나네. 그 놈은 감자칩 몇 개 갖다 주고 애들한테 맞지도 않고 대우만 받았지. 이석호와 황병철과 조원철도 그놈한테는 아부만 했던 것 같네.]
구건호가 롯데리아 내부를 둘러보며 롯데리아의 수입을 가늠해 보았다.
[인건비가 문제이겠군. 임대료와 원재료 값을 합치면 이 정도 투자면 월 1500만원은 벌려나?]
구건호는 지하철을 타고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지하철에는 빈자리가 많았지만 도도하게 서서 앉지도 않고 신사역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