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61화 (361/501)

# 361

연말 정기 인사 (2)

(361)

송사장이 입을 열었다.

“첫째는 조직 개편입니다. 지금 품질관리부가 소속이 애매합니다. 물파산업 시절엔 공장장 밑에 두기도 했고 어느 때는 연구소 밑에 두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편의상 사장 직속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연구소나 생산부처럼 독립된 부서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흠.”

“더구나 앞으로 5스타 인증 심사를 유지하려면 품질관리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품질관리부장을 이사로 승진시켰으면 합니다.”

“현재의 품질관리부장은 부장이 된지 2년밖에 안된 사람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연구소의 고참 부장을 품질관리담당 이사로 하고 품질관리부장은 연구소로 돌렸으면 합니다.”

“보직이 바뀌는데 잘들 해 낼까요?”

“한살이라도 적을 때 이것저것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순환보직을 통해서 인재를 발굴하고 제너럴 매니저로 키우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무엇입니까?”

“이건 공장장인 박이사가 건의한 겁니다. 생산부를 조립라인이 생기니까 1부, 2부로 쪼개는 것입니다. 생산1부 차장이 어차피 연수가 합당되고 고과도 박이사가 잘 주었으니 생산2부장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럼 생산부는 부장이 2명 생기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 생산1부장이나 2부장은 박이사 밑으로 하면 됩니다.”

“흠.”

“생산부 밑에는 과장을 3명씩 정도 두면 될 겁니다. 1과, 2과, 3과로 해도 좋고 사출팀, 압출팀, 검사팀 식으로 부 밑에 과나 팀제를 두어도 됩니다.”

“좋습니다. 첫 번째 안과 두 번째 안 모두 동의합니다. 세 번째는 뭡니까?”

“12월말 결산은 좀 더 있어야 나옵니다. 짐작으로는 대략 50억원 정도의 세후 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봅니다.”

“흠, 그래요?”

“현재 영업활동을 통해서 금융권 부채는 많이 상환해 350억 정도가 남았습니다.”

“그래도 많이 남았군요.“

“또 외상매입금도 줄어들긴 했어도 200억 정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아직도 많이 남았네요.”

“그래도 많이 준 것입니다. 법정관리 시절에는 부채만 700억이 넘었었습니다. 또 매출도 지금의 절반 밖에 안 되어 계속 적자행진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 바람에 물파의 오세영 회장이 손을 들었지만 말입니다. 지금은 배 이상 성장을 했습니다.”

“흠.”

“그래서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금년도 세후 이익금도 배당 후 증자하는 것으로 해서 금융권 부채를 300억으로 떨어트리고 싶습니다. 외상매입금은 내년도 영업활동을 통해 그때그때 상환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럼 자본금이 100억이 됩니다.”

“코스닥 상장에는 자본금이 어느 정도는 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속도로 간다면 내년엔 금융권 부채도 200억대로 떨어지고 외상매입금도 100억대로 떨어집니다. 그 정도는 1천억 매출의 회사라면 그대로 가지고 가도 되고 코스닥 상장에도 아무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건 그렇겠지요.”

“지에이치 모빌은 내년 1년만 지나면 바로 상장 가능합니다. 부채 없고 이익 나는 회사이며 큰 자금이 필요 없다면 상장하지 않고 그냥 가더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익 나는 회사면 상장하지 않고 간다?”

“그렇습니다. MB와 관련이 있는 다스라는 회사 보십시오. 매출이 그렇게 많아도 상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스의 현재 매출액은 7,200억입니다.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 체코, 터키 등에 있는 종속법인까지 합치면 매출이 1조 2천억이 넘어갑니다.”

“헉! 1조 2천억”

“그 회사 자본금이 얼마인줄 아십니까? 전두환 대통령이 갖고 있었다는 29만원은 아니고 29억 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자산의 대부분은 이익잉여금으로 불린 것입니다.”

“그럼 나도 상장을 안 한다면 굳이 증자할 필요도 없겠네요.”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이 문제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더 연구해 보지요.”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조직 개편안과 품질팀 이사1명 승진은 승인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나머지 대리에서 과장 차장들의 승진인사는 저희들 임원회의에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구건호는 사장실에 혼자 앉아서 오랫동안 무언가를 생각하였다.

구건호가 디욘코리아로 넘어갔다. 마침 식사시간이 되었다. 김전무가 사장실에 들어왔다.

“생선구이 잘 하는 집이 생겼는데 함께 가시겠습니까?”

“그럼 임원들도 같이 갈까요?”

“애덤 캐슬러는 치과병원에 간다고 먼저 나갔습니다. 윤상무는 외근 나갔고 연구소장님은 계십니다.”

“그럼 연구소장님도 같이 가자고 하세요.”

김전무가 바로 촉탁으로 있는 연구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이요? 김전무입니다. 생선구이 잘하는 집이 생겼는데 같이 가시죠.”

구건호와 김전무와 연구소장이 벤틀리 승용차를 탔다. 높은 사람들이 함께 사장 차를 타고 나가니까 경비원이 부동자세로 서서 경례를 붙였다.

아산 시내에 있는 고급 생선구이 집으로 갔다. 칸막이를 천으로 한 인테리어가 깨끗한 집이었다.

“뭘 시키겠습니까?”

“생선을 여러 종류로 시키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여러개 맛을 보지요.”

김전무가 고등어와 참치와 꽁치를 주문했다.

생선이 나오고 주문하지도 않은 장어도 작은 접시에 조금 담아서 나왔다. 아마 장어는 서비스인 것 같았다.

“장어는 형님이 드세요. 그래야 힘을 좀 쓰죠.”

김전무가 웃으면서 장어가 든 작은 접시를 연구소장에게 밀어주었다.

“웬일이야? 내 생각도 다 하고.”

백발이 성성한 연구소장이 말했다.

“형님 챙기는 사람은 저밖에 더 있습니까?”

김전무가 짓궂게 말했다.

구건호도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은 물파산업 시절에 얼마나 함께 계셨었습니까?”

김전무가 연구소장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형님 안지가 한 20년 되었지요?”

“내가 박사학위 받고 바로 물파에 입사했으니 그 정도 됐을 거야.”

생선이 나왔다. 연구소장은 생선을 벗기는 법을 알았다. 한쪽을 잡고 긴뼈만 쏙 뽑아내었다.

“생선뼈 바르는 법이 따로 있군요.”

구건호가 말하자 김전무가 또 짓궂게 말을 받았다.

“연구소장님은 제품개발보다는 이런 것만 앉아서 연구한 모양입니다.”

밥을 먹으면서 구건호가 말했다.

디욘코리아에서는 연말 정기인사 후보자가 있는가요?“

김전무가 생선을 먹으면서 말을 받았다.

“중간관리자들이 대부분 신입사원이라 해당자가 없습니다. 한다면 지난번에 들어온 공무과장하고 통역으로 있는 채명준 정도입니다.”

“공무과장과 채명준요?”

“공무과장은 1호기부터 18호기까지 메인테넨스를 그 친구가 다 봅니다. 현재 우리 기계장비 분해 조립하는 사람은 그 친구 밖에 없습니다. 기계 깎는 선반 작업은 모빌의 박종석 이사도 인정해주고 있는 친구입니다. 지금 과장이니까 차장시켜줘도 무리는 없을 겁니다.”

“흠.”

“그리고 채명준은 애덤 캐슬러 통역업무도 보지만 고유 업무는 무역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과 인도의 업무량이 늘고 있으므로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시켜줘도 무방할 겁니다.”

“채명준은 나이가 몇 살이죠?”

“31살인데 금년도 다 됐으니 내년이면 32살입니다. 32살에 대리면 빠른 편도 아닙니다.”

“공무과장과 채명준은 시켜줘야겠군요.”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직 날자가 있으니까 제가 밥 먹고 돌아가면 애덤캐슬러와 유희열 부장에게 사장님을 만나보라고 하겠습니다.”

“애덤캐슬러와 유부장을요? 왜요?”

“애덤캐슬러에게는 채명준이 일도 잘하고 통역업무도 하니 사장님께 승진시켜달라고 건의하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야 캐슬러 체면도 서고 채명준도 그게 귀에 들어가면 캐슬러를 잘 따를 것 아닙니까?”

“흠.”

“마찬가지로 유희열 부장한테도 제가 가서 말하겠습니다. 공무과장을 차장시켜주라고 사장님 오셨을 때 건의하라고 말입니다. 그래야 유부장이 나중에 공무과장 부려먹기가 좋습니다.”

구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말씀입니다.”

구건호가 연구소장을 보고 말했다.

“지금 촉탁으로 계신데 1년만 더 연장해서 나와 주시면 어떨 가요? 건강은 괜찮으시죠?”

이 말에 당황한 연구소장이 젓가락을 땅에 떨어트렸다. 연구소장이 젓가락을 주스며 말했다.

“저야, 그 그러면 좋지요.”

김전무도 옆에서 힘을 보태주었다.

“아직은 유희열 부장이 공장장 업무도 하고 연구소 부소장 업무를 하느라 바쁩니다. 연구소에 소장님이 계시면 든든하고 자문도 구할 수 있어 좋습니다. 또 백발이 성성한 연구소장이 계시면 남들 보기에도 그럴듯하잖습니까? 안 그래요, 형님?”

이 말에 세 명은 웃고 말았다.

구건호가 점심을 먹고 사장실에서 졸고 있는데 사장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유희열 부장이 들어왔다.

“저,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의자에 앉으세요.”

구건호는 생수를 한잔 마시면서 말했다.

유부장이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곧 있으면 연말 정기 인사가 있는 줄 압니다. 그래서 한 가지만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예, 말씀하세요.”

“지금 공무과장 안용복 과장은 원래 전에 있던 회사에서 부장 대우를 받았던 사람입니다. 또 현재 디욘 본사에서 들어온 기계는 안과장이 다 잡고 있습니다. 아침에 기계 예열할 때 그가 돌아다니며 온도도 체크하고 기계 고장이나 금형 끼우는 것도 모두 그 사람이 합니다.”

“그렇습니까?”

“또 기계의 분해조립도 그 사람 아니면 현재는 아무도 없습니다.”

“흠, 그런가요?”

“그래서 제가 건의할 사항은 아니지만 안과장을 이번에 차장으로 승격시키는데 추천하고 싶어 서 이렇게 주제넘게 사장님께 말씀드려 봅니다.”

“내가 현장에서 누가 일을 잘하고 누가 일을 못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런 건 상급자들이 알아서 건의도 해 주고 그래야 합니다. 안과장은 내가 현장을 둘러볼 때 보면 열심히 하는 것 같기는 했습니다. 유부장님의 강력한 추천이 있으니까 내가 임원들하고 상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유부장이 인사를 꾸벅하고 나갔다.

[벌써 김전무가 뒤에서 코치를 한 모양이군.]

이번엔 애덤 캐슬러가 구건호 방에 들어왔다. 통역 채명준과 함께 들어왔다.

“치과병원에 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디 치아가 많이 아파요?”

“사랑니가 나서 많이 아팠습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구건호가 듣기에 캘슬러가 위스덤 투스(Wisdom Tooth)라고 하는 것을 채명준이 사랑니라고 통역하는 것 같았다.

“미국선 사랑니를 위스덤 투스라고 하나?”

“예, 그렇습니다.”

“흠, 한국선 그 이빨을 사랑이란 표현을 쓰고 미국선 Wisdom이라고 하니 좋은 말은 다 같이 붙인 모양이네.”

채명준이 뭐라고 통역을 하니까 캐슬러가 하하 하며 활짝 웃었다.

애덤 캐슬러가 낮은 소리로 구건호에게 심각한 소리로 뭐라고 이야기 했다. 채명준이 얼굴이 벌거진 채 제대로 통역을 못했다.

“무슨 이야기인가?”

“저, 저. 제가 인도와 중국의 수출이 늘어 무역 업무가 많고 통역업무도 많아서....”

“그 다음은 뭐요?”

통역이 얼굴이 벌거진 채 머뭇거렸다.

“말해봐! 답답하게 앉아있지 말고!”

“저, 저를 이번 연말에 승진 후보자 명단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흠, 난 또 뭐라고. 일을 잘했으면 시켜 줘야지. 캐슬러에게는 이렇게 통역해요. 채명준이 업무량이 많다는 소리는 나도 들었다. 승진문제는 다른 임원들 의견도 들어야 하니 조금 기다려 달라. 하지만 이 문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다른 사람이 아니고 캐슬러는 부사장이니까 캐슬러의 말은 우리가 비중 있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라고 통역하세요.”

채명준이 통역을 하자 캐슬러가 일어서서 구건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합니다. 보스.”

채명준도 얼굴이 상기된 채 구건호에게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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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주)다스의 매출액 등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참고했음을

밝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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