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60화 (360/501)

# 360

연말 정기 인사 (1)

(360)

11월 말이 되었다.

상해에 나가있는 심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제작 발표회를 합니다. 발표회 때문에 현재 리아도 다시 상해로 왔습니다.”

“그래요? 어디서 합니까?

“상해 방송국 이벤트 홀에서 합니다. 호텔보다는 방송국이 기자들 오기가 좋답니다.”

“”스탭들이 다 참가합니까?“

“아닙니다. 남녀 주인공과 연출자인 천바오깡, 그리고 저와 감독 우옌 등이 참석합니다. 조연 두 사람이 더 참석합니다.”

기자들은 많이 불렀습니까?“

“다올지, 다 안 올지는 모르지만 100명 정도 초청장 보냈고 당일 객반권(客飯券: 식권)도 100장 준비했습니다. 기자들과의 대화는 주로 천바오깡이 하고 중국 남자배우가 할겁니다. 리아는 앉아서 미소만 날리면 됩니다.”

“아무튼 잘 진행하셔서 좋은 작품 만드세요.”

“감사합니다.”

다음날 저녁 구건호는 스마트폰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리아가 중국 남자 배우와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 연예페이지 메인화면에 올라와 있었다.

[걸그룹 출신 리아가 중국의 인기 남자배우 장룡(張龍)과 함께 중국의 일일 연속극 시광여몽(時光如夢)에 주연으로 나온다.

이날 제작 발표회 때에 리아는 화사한 미소를 선사해 중국 기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광여몽은 중국의 드라마 제작사인 환러스지 공사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드라마로 12월부터 중국의 안방에 선보일 예정이다.]

구건호는 미소를 지으며 중국 인터넷을 검색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리아가 더 요염하게 나왔다. 중국 인터넷에는 일일연속극 시광여몽의 시나리오가 한국의 지에이치 집단공사가 펀딩을 했다고 나와 있었다. 한국의 지에이치 집단공사 동사장 구건호 선생이 시나리오를 보고 반해 선뜻 펀딩을 하게 되었다는 말까지 있었다.

“뭐? 내가 시나리오를 보고 반해? 웃기는군. 난 시나리오를 본적도 없는데 중국도 기레기들이 많은 모양이네.”

구건호는 일단 시광여몽이라는 드라마가 한국 배우가 나오고 한국에서 펀딩을 했다는 기사가 나오니 시청자의 관심은 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재미가 있어야지.”

구건호는 이런 부분은 심운학 감독이 잘 조정해 나갈 것으로 보았다.

12월이 되었다.

중국의 드라마 <시광여몽>이 방영되기 시작했다. 환러스지 공사는 2번의 제작 경험도 있고 구건호의 제작비 수혈로 이전에 제작할 때보다도 편한 마음으로 제작에 임할 수 있었다.

또 리스캉이 압력을 넣었는지는 몰라도 좋은 시간대에 드라마가 편성되어있고 시나리오가 더 눈물샘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전개되어 있었다. 그래서 시청자 층의 폭도 넓어 높은 시청율을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는 리아의 미모도 한껏 작용하였다.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이 구건호가 있는 18층으로 올라왔다.

“중국 드라마 <시광여몽>은 잘 나가는 모양이네요.”

“나도 인터넷에서 보았습니다.”

“지난번 제가 투자 계약서 싸인하러 갔을 때 들으니까 환러스지 공사 천바오깡 사장이 이번엔 개스팅에 성공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또 배우들의 호흡도 잘 맞는 것 같다고 했었습니다.”

“흠, 다행이네요. 언제나 성공에는 성공요인이 있고 실패에는 실패의 요인이 있지요.“

“그런데 저...”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

“저...”

“뭔데 그렇게 뜸을 드립니까?”

“지금 12월이 되었잖습니까? 이제 슬슬 결산도 해야 되는데 심운학 감독님의 인건비나 경비 같은 것이 지출된 것은 따로 계산해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출판이 되었던, 갤러리 운영이 되었던, 드라마 제작이 되었던, 모두 지에이치 미디어의 이름으로 된 것은 함께 결산해야 합니다. 물론 이익이나 손실도 공유해야 합니다.”

“그럼 내년에는 드라마 수입이 흘러들어올 텐데 제 5% 지분에 대한 배당이 복잡해질 것 같아서요.”

“복잡할 것 없습니다. 드라마도 지에이치 이름으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손실 나도 5%는 신사장님 몫이고, 이익이 나도 5%는 신사장님 몫입니다.”

“어머나, 그럼 드라마 이익도 제 지분만큼 들어오는 것입니까?”

“당연한 것 아닙니까?”

순간 신정숙 사장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금년도는 이익이 좀 날 것 같습니까?”

“작년보다는 조근 나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는 문화 사업이라 출판 쪽은 부가세가 없어 괜찮을 겁니다. 또 미디어는 자체적인 부채를 일으킨 것이 없어 금융권에 이자 나가는 것이 없어 영업이익이 그대로 순이익으로 이어지니까 괜찮을 겁니다.”

“다, 구사장님이 도와주신 덕택입니다.”

“하하, 내가 도와드린 것이 뭐가 있나요? 신사장님의 경영 능력이지요.”

“내년에는 방송작가들의 작품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방송작가요?”

“심운학 감독님이 소개해준 방송작가가 몇 명 있었습니다.”

“방송 시나리오도 출간하는가요?”

“호호, 그게 아니고 방송작가들의 에세이집을 출간합니다. 특히 라디오에서 직접 출연했던 작가가 한분 있었는데 이사람 것은 팔릴 것 같습니다. 방송을 탄 것은 언제나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니까요.”

“그래요?”

“마침 작가가 제 이대 후배라 가끔 만나 맥주도 한잔씩 하고 그럽니다. 알고 보니 여기 갤러리 전시회에 몇 번 왔었던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요?”

“지난번 우리가 했었던 중국 청년 전위 작가전하고 프랑스 색채미학의 거장 ‘마리옹 킨스키’전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전시회를 기획한사람이 누군가 했더니 바로 선배님이라고 좋아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옥상에 있는 우리 북카페도 두 번 왔다 갔어요. 집이 논현동이라 자주 만납니다. 언제 한번 오게 되면 사장님께 인사 시킬까요?”

“나를요? 아아, 됐습니다. 작가들 전 취미 없습니다.”

“호호, 사장님도 경영서적만 보시지 말고 가끔 드라마도 보고 소설이나 수필도 좀 보고 그러세요.”

“하하, 기회 있으면 그러지요.”

신사장이 나가고 나서 구건호가 혼자 중얼거렸다.

[중국드라마가 시청율이 괜찮다니 내 돈 건지는 데는 지장이 없겠군. 리스캉도 자기 아버지 이름으로 3억이나 투자해놓고 안절부절 못하더니 다행히 건질 수 있게 되었군.]

김영은이 임신 8개월째라 그런지 확실히 힘들어 했다. 호흡도 좀 빨라진 것 같았다.

“괜찮아?”

“괜찮아.”

“힘들어 보이는데?”

김영은이 어디가 아픈지 눈을 질근 감았다.

“왜 그래? 갑자기.”

“위가 쓰리고 가슴이 답답해.”

“안되겠다. 좀 쉬어라.”

“미안해. 오빠 혼자 밥 먹어.”

“당신도 먹고 자야지.”

“생각 없어. 어제 잠을 설쳐 자야 돼.”

구건호가 이불을 펴주었다.

“오빠, 나 내일 예식장 가야돼.”

“이런 몸을 하고선 어딜 가려고 그래?”

“아직은 괜찮아. 내일 지하철 타고 살살 갔다 올게.”

“더군다나 지하철을? 내가 데려다 줄게.”

“아니야. 차 가지고 가면 더 복잡해. 지하철역 바로 옆 예식장이니까 그게 편해.”

“어디 예식장인데?”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이야.”“흠, 그래? 동창이야?”

“동창이야. 분당에서 개인병원 부원장으로 있는 친구야. 나 결혼식 때 와주었으니 가 봐야지.”

“정성도 좋지만 원, 그 몸을 해가지고.”

“어때? 자랑이지.”

12월 중순이 되었다.

문재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딸을 순산했다는 연락이 왔다.

“오늘 아침 새벽에 이슬이 비쳐서 회사차도 아닌 택시타고 병원에 갔었어. 예정일이 아니라 내가 회사에 출근했더니 진통 좀 있다가 오늘 아침 10시에 나왔어.”

“축하한다.”

“헤헤. 실감이 안나.”

“제수씨가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

“그런데 여기 중방 애들이 듣고서 꽃다발을 보냈네. 여기 애들은 그런 것 까지 챙기나봐 쑥스럽게.”“고맙지 뭐야.”

“인천 주공아파트에 계신 부모님한테도 알리고 장인 장모님한테도 연락 했어.”

“잘했다. 산모는 건강하지?”

“건강해. 파이네플 통조림도 혼자 다 먹더라고.”

“진심으로 다시 한 번 축하한다.”

“고맙다. 서울 제수씨한테도 잘해드려라.”

구건호가 박종석 이사에게 연락을 해주었다.

“문재식이 딸 낳았다고 방금 연락이 왔네.”

“그래? 아빠 됐네. 헤헤. 아빠된 건 내가 형들보다도 선배네.”

“그건 그렇구나.”

“처음에 갓 태어난 애기 보면 이상해. 젓 살이 붙으면 그때 통통하니 예뻐져.”

“네가 선배니 잘 아는구나.”

“그리고 6개월 지나서 애기가 방긋방긋 웃어봐. 사람 미쳐버려.”

“하하, 알았다. 들어가거라.”

“형, 여기 안와?”

“내일 가는 날 아니냐?”

“혹시 송사장이 승진후보자 이야기 안 꺼냈어?”

“아직 못 들었어.”

“지난번에 내가 이야기한 것 잊지 마.”

“네가 무슨 이야기 했더라.”

“저것 봐. 벌써 형이 딴청 부리잖아?”

“정말 무슨 이야기 했었지?”

“생산1부, 2부 만드는 것 하고 생산1부 차장 문제 말이야.”

“아아, 그것? 알았어.“

“잘 부탁해 형! 충성!”

얼마 후 송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H그룹 5스타 인증서가 나왔습니다. 우린 88점을 받아 겨우 통과가 되었습니다.”

“오, 그래요? 축하합니다.”

“인증을 받으면 수출에도 크게 영향을 끼칩니다. 클라이슬러도 우리를 다시 보게 됩니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5스타 인증은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유지관리도 중요합니다. 내년 심사에 점수를 못 받으면 자격이 박탈됩니다.”

“흠, 그래요?”

“오늘 2시에 5스타 인증 현판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아니 오늘 나왔다면서 어떻게 현판은 빨리 만든 겁니까?”

“현판식은 빨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미리 만들어 두었습니다.”

“허, 그래요?”

“그리고 내일 오시면 제가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인사문제도 있고요.”

“임원인사 아니면 그대로 시행하세요.”

“아닙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다음날 구건호는 직산 공장으로 출근을 했다.

비서 박희정이 차와 조간신문을 들고 들어왔다.

“송사장님 자리에 계신가요?”

“현장에 내려가셨습니다. 현장에서 임시 간부회의가 있는 모양입니다. 오시라고 할까요?”

“아니, 됐어요.”

“그리고 아침 경제 신문에 우리 회사 5스타 인증 현판식 한 것 기사가 나왔어요. 제가 붉은 색으로 표시했습니다.”

“흠, 알았어요.”

잠시 후 송사장이 구건호의 방을 들어왔다. 몇 가지 서류를 들고 왔다.

“오셨습니까?”

“5스타 인증 받느라고 수고들 하셨습니다.”“혹시 들어오시다가 현판 보셨습니까?”

“아직 못 봤습니다.”

“우선 인증서부터 보십시오.”

송사장이 인증서를 보여주었다. 구건호가 인증서를 보고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어디, 현판을 볼가요?”

구건호가 현관 앞에 잇는 인증 현판을 구경했다. 손으로 만져도 보았다. 구건호가 뒤를 돌아서서 송사장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해 주었다.

마침 현관을 들어오던 직원 몇몇이 이 장면을 보고 박수를 쳐주었다.

“자, 내 방으로 가시죠.”

구건호가 앞장서서 걷고 송사장이 서류를 든 채 뒤를 따랐다. 사장 방에 도착하여 구건호가 송사장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하였다.

“앉으시죠.”

“네.”

“그래, 할 말이 있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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