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52화 (352/501)

# 352

동창 이석호 (2)

(352)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하는 날이다.

신정숙 사장이 구건호가 있는 18층으로 올라왔다.

“코스프레 잡지 이번 달에 나온겁니다.”

신사장이 준 잡지를 구건호가 대강 훑어보며 말했다.

“3번째 발행 잡지인가요?”

“그렇습니다.”

“잘 나가요?”

“3천부에서 더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네요. 고정 독자가 생겼으니 잡지에 대한 충성도는 높은 편입니다.”

“그럼 성공한 겁니까?”

“그럼요. 잡지 3천부면 성공한 겁니다. 더구나 우린 기사의 절반을 일본 걸 그대로 베끼는 것 아닙니까? 나머지 기사도 거의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채워주고 있어 별도로 인건비가 안 들어갑니다.”

“흠, 그래요?”

“디자인도 오민숙 팀장이 하고 편집도 피천영 편집장이 하고 있어 팀 플레이도 잘 되고 있습니다.”

“3천부 나가면 얼마 떨어집니까?”

“우리한테 떨어지는 게 월 천만원 정도 떨어집니다.”

“인건비 빼고요?”

“그렇습니다.”

“허, 그거 괜찮네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밥값은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허허, 그래요?”

구건호는 전직 언론인 출신인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자기를 찾아올 때를 생각해 보았다. 요시타카 선생은 최지연 사장이 소개를 해준 사람이었다. 동경 아카사카의 최지연 사장을 생각하다가 보니 갑자기 모리에이꼬가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모리에이꼬를 잊고 살았네. 무얼 하고 지낼까? 도톰한 입술과 수정같이 맑은 눈을 한 아이인데.]

“사장님!“

“예? 아, 예.”

“무얼 그렇게 생각하세요?”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다른 생각을 하는 구건호가 신사장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든 모양이었다.

“아, 예. 옛날 일이 갑자기 생각나서요.”

“심운학 감독님에게는 시나리오 대본 번역본을 절반만 우선 보냈습니다. 아직 시간이 없어서 번역을 다 못해 절반만 보내주었습니다. 나머지는 며칠 내로 보내드리지요.”

“예, 그렇게 하세요.”

“심감독님은 잘 계신다고 그러지요?”

“예, 잘 있답니다. 중국인 연출자와 스탭 구성도 다 한 모양입니다. 한국에서 펀딩을 했다는 신문기사가 나가서 관심들이 높은 모양입니다.”

“그래요?”

“배역 인물들에 대한 캐스팅도 끝난 모양입니다. 아마 여자 주인공은 한국 배우를 쓴다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요? 한국 배우 누구를 캐스팅했다고 합니까?”

“신인이라고 합니다. BM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라고 합니다.”

“심감독님이 BM엔터테인먼트에 있는 분들과 잘 아시는 모양이지요?”

“거기 이사로 있는 사람이 친구입니다. 이현만 회장도 잘 알고요.”

“어머, 이현만 회장은 연예계의 대부로 널리 알려진 분 아닙니까? 우리가 전에 상해 도서전에 참가할 때 공설운동장에서 공연 행사도 하고 그랬잖습니까?”

“맞아요. 그랬었지요.”

“아직 뜨지 않은 연습생이면 캐런티가 많이 나가진 않겠군요.”

“그러겠지요. 배우들 출연료와 작가 원고료 등이 제작비의 50%는 넘기지 않겠다고 하는데 두고 봐야지요.”

“아무튼 시나리오 대본은 번역 완료 되는대로 빨리 보내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신사장이 나가고 난후 디욘코리아의 김전무로부터 전화가 왔다.

“연구소 설립을 위한 기자재는 모두 들어왔습니다.”

“그래요? 설치도 다 했지요?”

“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벤처 지정이나 연구소 설립은 금년도 결산서가 나온 다음에 하는 게 어떨지요?”

“왜요?”

“우리가 벤쳐 지정을 받으려면 연구개발 기업으로 해야되는 데 이렇게 하려면 직전 4분기 연구개발비 현황이 나와야 합니다.”

“흠.”

“그래서 저는 여건만 갖추고 벤처지정은 내년 초에 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럼 금년도 법인세는 그대로 맞아야 한다는 결론이네요.”

“저도 그게 걱정이긴 합니다.”

“매출 200억 이상기업은 법인세가 22%란 말입니다. 안된다면 할 수 없지요. 무리하게 일을 진행시키진 마세요.”

“알겠습니다.”

“지금이 10월 달이니까 결산서가 나오려면 내년 3월이나 되어야 하는데....”

“그러긴 합니다.”

“이익 내지 말고 비용처리할건 과감히 비용 처리해야 될 걸 그런 모양입니다.”

“흠.”

“금년 연말 직원들 보너스를 더 줄까요?”

“그 문제는 상임감사님과 상의해 보세요. 디욘코리아를 주게 되면 모빌의 노조가 또 목소리 높일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런 점도 있겠네요. 그럼 아예 중국이나 인도에 생산 공장을 지을까요? 이익 내지 말고 투자 자산으로 빼버리죠.”

“그 방법도 썩 좋지는 않습니다. 중국이나 인도는 법인세가 25%입니다.”

“그렇게나 많습니까?”

“지금 미국은 법인세가 35%나 되었다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21%로 대폭 줄였잖습니까? 그래서 미국 기업들은 호황을 맞고 트럼프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요.”

“그러면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올 텐데요?”

“다른 부분에서 상쇄해야겠지요. 각종 보조금을 없애든가, 해외에서 들어오는 수입제품의 관세를 대폭 올리던 가 그러겠지요.”

“그것 참.”

“아무튼 벤처 지정이나 기업 부설연구소 문제는 일단 갖출 건 다 갖추어 놓도록 하세요. 그리고 경리 조명숙 차장한테 이야기해서 배합실 원재료나 인건비는 모두 R&D비용으로 분류를 잘 하도록 일러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혼자 중얼거렸다.

[회사가 잘 나가도 문제네.]

오후 늦은 시각 강소성 소주시에 있는 김민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석호 만났어.”

“왜 왔데?”

“아직 자존심은 있어서 말은 관광 왔다고 하더군.”

“딴말 안 해?”

“심천에 있는 자기가 사논 상가를 사달라고 했어. 내가 미쳤나? 그 먼 고장 심양에 있는 상가를 왜 내가 사? 그것도 위치도 형편없는 곳을.”

“참, 딱한 사람이군.”

“돈 없어 안산다고 했더니 할부로 해 주겠다고 하네. 내년이면 틀림없이 주변 도시계획이 있어서 올라갈 거라고 했어.”

“그래?”

“이제는 행색도 초라해 졌어. 여기 와서 내가 기사 딸린 아우디 타고 다니고 고급아파트에 사니깐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어.”

“그래?”

“더군다나 회사에 와 보곤 종업원이 100명이 넘으니까 더 놀라는 것 같았어.”

“그래?”

“그 자식 학교 다닐 때 툭하면 내 뒤통수 때리고 그러던 놈 아니야?”

“하하, 또 그 소리. 이제 잊어버려라.”

“때리는 건 좋은데 말도 아주 싸가지 없게 했었어.”

‘뭐라고 했는데?“

“너 같은 놈은 싸움이나 공부나 집안의 돈이나 뭐든지 해도 나를 이길 수 없다고 하면서 때렸어.”

“하하, 그랬나?”

“그 자식은 내가 제대하고 독서실서 9급 공부할 때도 거기 와서 말할 때 툭툭 치고 그랬어. 그런 놈을 내가 어제 밥 사주고 술 사주고 그랬네.”

“걔네 아버지가 돈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안도와 주나?”

“한번 도와주었는데 두 번은 안 되겠지. 걔네 아버지는 대령 예편하고 목재소 했었잖아. 그때 학교 다닐 때 목재소 사장 아들이라 위세가 대단했었지.”

“지금은 목재소 안하시나?”

“안 해. 처음에 잘되었다가 안 되니까 접은 모양이야. 대령 연금 많이 나오니까 먹고 사는 데는 지장 없을 거야. 교사 출신인 황병철이 엄마나 군인 출신인 이석호 아버지는 아마 연금이 월 300만원씩은 될 걸?”

“그래 되겠지. 오래하신 분들이니까.”

“이석호가 만날 그랬잖아? 우리 아버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군 출신 애국자라고. 그러면서 나한테 너희 아버진 삥땅이나 밝히는 버스 운짱 아니냐고 해서 내가 울었던 기억이 나.”

“너희 아버지 고생 많았지.”

“우리 어버지 새벽부터 버스 핸들잡고 일했어도 지금 국민연금 70만원 받는다.“

“그것도 못 받는 사람들 많아. 우리 아버지도 70만원 못 받아.”

“하긴 연금이 아예 없는 노인들도 많다더라.”

“하하, 그래도 옛날 생각 다 잊고 밥 사주고 술 사주었다니 잘했다.”

“멀리까지 찾아 온 놈 푸대접 할 순 없잖아? 소주 한산사(寒山寺) 관광도 시켜주었어.”

“잘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걔가 너 뒤통수 때릴 일은 없을 거다.”

“헤헤, 이제 그럼 내가 받아버리지.”

“걘 그럼 심양으로 도로 갔나?”

“웬걸. 문재식이가 귀주성에 있다니까 관광 겸해서 간다고 귀주로 갔어.”

“혼자 여행 다니는걸 보니 중국어도 잘 하는 모양이다.”

“잘하긴! 답답해서 못 봐주겠어. 손짓 발짓 해가며 밥은 혼자 사먹고 다닐 실력은 되더군. 같이 온 친구가 조금 더 낳긴 했어. 방한영이라고 볶음 머리한 친구인데 난 잘 모르는 친구야.”

“방한영? 한번 들은 이름 같기는 하네.”

“경리단길에서 장사 같이했던 친구라는데?”

“아, 맞아, 걔 대학 동창이란 친구야. 나도 한번 본 기억이 있는 것 같아.”

“그 친구는 심양에서 가라오케 한다고 했어.”

“그래?”

“놀러 오라는데 내가 심양까지 갈 일이 있어야지. 귀주까지 갔으니 안당시에 들려 문재식이 만나겠지. 문재식이도 하루 이틀 걔한테 시달리겠네.”

“오면 잘해주라고 내가 문재식이한테 전화 해주지.”

“문재식은 이석호한테 나보다 더 한이 많을 걸? 가방까지 들고 다니게 한 친구니까.”

“흠. 그래도 어쩔 거냐. 다 잊어야지.”

“맞아. 잊어야겠지.”

구건호가 문재식에게 전화를 했다.

“이석호가 거길 간다며?‘

“글쎄, 나도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는데 여긴 왜 오는가 모르겠네. 내가 공항까진 갈수 없고 안당시로 고속버스 타고 오라고 했어.”

“오면 밥이나 사줘라.”

“노선 답사도 가야하는데 스트레스 받네.”

“하하, 민혁이도 스트레스 받았다고 하더니 너도 그런 모양이구나.”

“민혁이도 스트레스 받았을 거야.”

“멀리까지 온 사람이니 잘 해줘서 보내라.”

“알았다.”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았다.

[학교 다닐 때 지하실이라고 놀림 받아가며 이석호한테 시달린 건 김민혁이 보다도 더 할 텐데 그런 내색은 잘 안하네.]

구건호가 소파에 기대어 학교 다닐 때를 회상하고 있는데 심운학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심운학입니다.”

“아, 예. 감독님.”

“신사장님이 번역 원고를 보내와서 지금 달달 외우는 중입니다. 절반만 왔는데 절반은 며칠 내로 보내준답니다.”

“원고를 다 보내주면 스탭들과 대본 리딩을 한다는데 중국말이라 괜찮겠어요?”

“중요한 감정이입 단계나 제가 간여합니다.”

“그렇습니까?”

“방을 얻었습니다. 사무실 가까운데 얻었습니다. 차도 배정을 받았습니다. 고급차는 아니고 중국제 차량이고 렌트카입니다.”

“흠, 그래요? 방은 괜찮아요?”

“좋습니다. 방 2개짜리입니다. 통역도 멀지 않은 곳에 원룸을 얻었습니다.”

“다행이네요.”

“연기자 캐스팅은 다 끝났나요?”

“한두 명 남았습니다.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가 남아 있어서 이번 주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중국 애들이 카메라 숏을 위해서 일주일치 콘티를 보내왔는데 그것도 지금 보고 있는 중입니다.”

“콘티요?”

“네, 연출자 대본인데 이건 여기서 통역이 번역을 해주었습니다. 번역 문장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내용은 다 파악하고 있어서 진행하는 데는 이상이 없을 것 같습니다.”

“흠, 그래요?”

“제 생각엔 다음 주면 기존 촬영 드라마도 끝나고 우리가 작업할 <시광여몽>도 연기자 캐스팅도 모두 끝날 것 같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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