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51화 (351/501)

# 351

동창 이석호 (1)

(351)

홍과장이 구건호가 있는 사장실로 들어왔다.

“지에이치 산하 각사의 지난달 손익현황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요?”

“사장님이 한눈에 보기 좋게 제가 엑셀에다 레이아웃을 다시 했습니다.”

“잘했어요.”

구건호가 서류를 받았다. 서류는 각사의 매출과 매출원가, 일반관리비와 영업이익, 그리고 영업외 비용과 세전 순이익 등으로 구분해서 만들어져 있었다. 매출원가나 영업이익 같은 것은 작은 글씨로 괄호로 묶어 퍼센트 비율도 표기하였다.

“홍과장은 서류 여기다 놔두고 가 보세요. 표 만드느라고 수고했습니다.”

“다음 달엔 좀 빨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재촉은 하지 마세요.”

“그리고 경리 담당자 명단을 각사에 보내니까 모빌의 김민화 경리이사님이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경리 담당자들 끼리 한번 모여 얼굴이라도 보자고 하십니다.”

“그러세요.”

“모빌 같이 큰 회사에 여성 임원이 있어 저희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어 좋습니다.”

“능력 있으면 누구나 다 되는 거지요. 남녀 구분이 따로 있는 건가요?”

“고맙습니다. 그럼 전 나가 보겠습니다.”

홍과장이 나가자 구건호가 각사의 손익 현황표를 다시 보았다.

[지난달 9월 한 달 매출이 모빌 95억, 디욘코리아 48억, 로지스틱스 1.2억, 미디어 2.5억, 중국 기차배건 8억, 개발 8.2억 이네. 디욘코리아의 약진이 돋보이네. 미디어도 부동산이나 기계장비가 없어도 월매출 2.5억이니 선전을 했네.]

[부채가 많은 모빌이나 개발은 역시 영업외 비용이 엄청나군. 덩치 큰 이 회사들의 부채를 차츰 줄여야 할 텐데 그게 부담스럽군. 그런데 디욘코리아는 부채가 없어 세전 순이익도 상당하네.]

구건호는 홍과장을 다시 불렀다. 홍과장이 메모지를 들고 다시 들어왔다.

“디욘코리아 매출은 해외 매출이 포함된 숫자지요?”

“그렇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매출을 포함한 것입니다.”

“앞으로 표를 만들 때 비고란을 하나 더 만들어 표기를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나가보세요.”

홍과장이 구건호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갔다.

구건호가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하는 날이었다.

구건호가 벤틀리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기흥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찬호야, 너 아침밥 안 먹었지?”

“네.“

“난 우동이나 한 그릇 먹어야겠다. 넌 뭐먹을래?”

“저도 우동 먹지요.”

구건호는 우동도 먹고 커피까지 마신 후 휴게소 옆에서 기지개를 펴고 스트레칭까지 하였다.

구건호는 사장이라 출근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9시에 출근하던, 10시에 출근하던 누가 시비 거는 사람이 없다. 더구나 구건호는 회사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회장급 인물이라 회사에 잠깐 앉았다 가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다.

또 구건호는 조용한 편으로 갑질을 하지 않는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재벌 2세가 아니기 때문에 남의 사정도 잘 헤아릴 줄 알았다.

구건호가 직산공장에 도착해 보니 문이 두 개가 나 있었다. 들어오는 트럭과 나가는 트럭의 문을 구분해 놓은 것 같았다. 확실히 길게 늘어선 트럭의 숫자가 절반은 줄어든 것 같았다.

엄찬호가 새로 생긴 제2의 문을 보고 말했다.

“새로 문이 생긴 저곳에 소나무가 근사했는데 뽑혀 나갔네요. 아깝네요.”

“할 수 없지 뭐.”

엄찬호는 벤틀리 승용차를 현관 앞에 대었다. 사람들은 구건호가 모빌로 출근했다는 사실은 차를 보고 알았다. 벤틀리 승용차가 현관 앞에 주차해 있다면 그건 구건호가 와 있다는 증거였다.

구건호가 생산1동과 생산2동을 살펴보았다. 계장급, 과장급 관리자들이 구건호를 발견하고 공손히 인사들을 했다. 박종석이사가 뛰어 나왔다.

“사무실에 있었냐?”

“오늘은 외근이 없어.”

“그런데 너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 보기 좋게 살이 찌더니 오늘은 어째 쏙 빠진 것 같이 보인다.”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모양이야.”

“스트레스? 회사에 뭔 일 있냐?”

“그게 아니고 편입 준비 때문에 그래.”

“아, 한국 기술교육대학! 편입 시험은 졸업해야 보는 것 아니야?”

“원서 접수는 내년 1월초지만 토익 시험 때문에 그래.”

“토익? 그래 시험 봤냐?”

“휴.”

“왜 한숨 쉬냐?”

“이번에 토익 두 번째 시험 봤어. 지난번 봤을 때 보다는 많이 올라갔지만 그래도 700대 초반이야.”

“700점이면 안 되는 거야? 거기 합격기준이 얼만데 그래? 외국어 대학도 아니고 기술교육대학이 웬 영어를 그렇게 세게 봐.”

“합격 기준은 600점 이상이야.”

“그럼 됐네. 넌 700점이라며?”

“편입시험은 많이 뽑아야 두세 명일 텐데 800점이나 900점 받은 놈들이 온다면 난 탈락할 수밖에 없어.”

“그것 때문에 고민해서 살이 빠진 모양이구나. 그럼 어떻게 하나? 한해 더 꿇어야 하나?”

“면접에서 뒤집어 볼 수밖에 없어.”

“흠, 그래? 너는 경험도 많고 현직 공장장이니 면접은 높게 받겠다.”

“그것도 중요하겠지만 자격증으로 밀어붙여 볼까 해.”

“자격증? 그것도 좋지. 너 자격증 많잖아? 용접기사 자격증도 있고 여러 개 되지? 몇 개나 있냐?”

“6개.”

“그럼 됐다.”

“자격증을 7개, 8개 가진 놈이 나타날까봐 그것도 걱정이야.”

“야, 대학 3학년 편입이면 20대 초반이나 중반인 애들일 텐데 무슨 자격증들이 있겠냐? 내가 보기엔 네가 틀림없이 합격한다. 아무 걱정하지 마라.”

“그래도 요즘 잠이 안와. 면접하는 교수가 나이 많다고 제켜버릴지 몰라서 그래.”

“너같이 현장경험 많은 사람이 공부하겠다는데 제켜버린다면 그런 학교는 안 다녀도 된다. 그러니 크게 부담 갖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 봐라.”

“고마워, 형.”

구건호는 우울해 있는 박종석의 등을 두드려 주고 나왔다.

구건호가 2층 사장실에 올라갔다. 송장환 사장이 들어왔다.

“저는 나가봐야겠습니다. S기업 회장님 모시고 협력사 사장단 친목 골프대회가 있습니다. 손익은 사장님 오시면 보고하라고 경리이사에게 지시해 놓았습니다.”

“골프대회는 어디서 합니까?”

“레이크힐스에서 합니다.”

“아, 용인에 있는 곳! 가까워서 좋네요. 다녀오세요.”

“그럼.”

송사장이 구건호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나갔다.

송사장이 나가자 김민화 경리이사가 들어왔다. 서류를 들도 들어왔다.

“손익보고 때문에 들어왔습니다.”

“됐습니다. 지난달 손익은 내가 개발의 홍과장에게 보고 받았습니다.”

“그것은 개괄적인 것만 보고한 내용이라 세부적인 것은 아무래도 별도로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3/4분기 손익도 나와 있습니다.”

“그럼 3/4분기 손익만 보고하세요. 내가 나가봐야 되니까요.”

구건호가 경리이사가 보고하는 3/4분기 손익을 들었다. 경리 출신인 구건호는 3/4분기 손익을 대강은 짐작하고 있었다. 자기의 짐작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서류를 작성한 직원들의 노고는 칭찬을 해줘야 했다.

“수고했습니다. 경리직원들도 고생 많으니 이사님이 직원들 데리고 회식이라도 한번 하세요.”

“고맙습니다.”

경리이사가 보고하느라 흩어진 서류를 주섬주섬 챙기면서 말했다.

“서울에 있는 홍과장은 몇 살쯤 되었습니까?”

“40세 정도 되었을 겁니다.”

“경리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던데요?”

“세무사 자격증이 있다고 하더군요. 개발에 들어온 지는 얼마 안 됩니다.”

“아, 그렇습니까? 제가 각사 경리 담당자 명단을 받고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고 했었습니다.”

“그것도 좋겠죠. 한번 만나서 식사라도 하세요. 김이사님이 제일 연장자일 테니 모이면 맛 있는 거나 좀 사주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구건호는 오늘 이상하게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전화로 엄찬호를 불렀다.

“나, 나간다. 차 대라.”

‘알겠습니다.사장님.“

구건호가 현관 앞으로 내려가니 엄찬호가 승용차 시동을 걸고 기다리고 있었다.

“디욘코리아로 바로 가십니까?”

“짜장면 먹으러 가자.”

“짜장면요?”

엄찬호가 스마트폰을 검색하고 나서 고개를 들고 말했다.

“두정동에 있는 취팔선 객잔으로 가지요?”

“맛 집이라고 나왔냐?”

“모르겠어요. 블로그에 나와 있네요.”

“짜장면 맛이야 다 거기서 거기겠지. 취팔선으로 가자. 이름이 좋다. 취팔선.”

구건호와 엄찬호가 찾아간 중식당은 의외로 큰집이었다. 내부를 정말 중국에 있는 식당처럼 꾸며 놓았다. 엄찬호가 헤헤거리며 말했다.

“중국에서 본 식당 같네요. 헤헤.”

구건호는 짜장면 두 그릇에 탕수육도 하나 더 시켰다. 구건호는 짜장면을 먹고 탕수육은 한두 점만 먹었는데 엄찬호는 국물까지 싹싹 다 먹었다.

“커피 하나 뽑아올 가요?”

“그래라.”

구건호는 커피까지 마시고 꾸벅꾸벅 졸면서 디욘코리아로 갔다.

“사장님 거의 다 왔습니다.”

“음, 그래? 벌써 왔나?”

구건호는 차 안에서 매무새를 고쳤다. 너무 흐트러진 자세를 직원들에게 보이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구건호는 사장실로 들어가 비서 이선혜를 불렀다.

“대추차 있어요?”

“있습니다.”

“그거 한잔 줘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대추차를 마시고 있는데 애덤 캐슬러가 들어왔다.

“굳 애프터눈, 보스!”

“앞에 앉아요. 대추차 한잔 하시겠어요?”

“대추차?”

구건호는 비서 이선혜를 불렀다.

“여기 캐슬러 부사장하고 통역 채명준씨도 대추차 있으면 갖다 주세요.”

“알겠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캐슬러가 말했다.

“지난번 이사회 협의 안건은 미국 본사로 보냈습니다. 두부 작성해서 보냈는데 브렌든 버크 부사장이 서명을 한 안건을 한부 이쪽으로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수정 없이 그대로 서명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요? 이 공장 건물은 이사회 협의에 따라 감정평가를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하라고 내가 윤상무님한테 지시해 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동산 감정 평가사들의 평가서가 나오면 공증을 하기 위해서 여기에 있는 채명준씨에게 번역을 의뢰할 예정입니다.”

“고맙습니다. 하하.”

“요새 호서대학 원어민 교사는 아침엔 모빌서 강의하고 오후엔 여기서 강의하는 가요?”

“그렇습니다.”

“원어민 교사가 있으니 좋지요? 말이 통하는 미국인이 같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채명준씨! 요즘 원어민 영어 강의에 우리 직원들 참여율이 어때요?”

“참여율이 약 7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흠, 참여를 더 잘 하도록 독려해야겠군.”

애덤 캐슬러가 나가고 구건호가 혼자 앉아 낮잠 좀 자려고 했더니 잠이 안 왔다.

“점심 먹고 오다가 승용차 안에서 잠깐 졸았더니 그런 모양이네.”

구건호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

경제 기사를 읽고 있는데 중국의 김민혁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구사장? 나 김민혁이네.”

“어, 오래간만이다.”

“심양에 있는 이석호가 이쪽으로 온다는 연락이 왔어. 지금 상해에 있는데 고속버스로 온다고 연락이 왔네.”

“그래?”

“귀찮게 왜 오는지 모르겠어. 아무 영영가도 없는 친구가.”

“오면 밥이나 사줘라. 그래도 동창 아니냐.”

“이곳 지리도 잘 모르니까 내가 버스 터미널에 나간다고는 했어. 거래처도 가고 그래야 되는데 온다니 짜증만 나네.”

“멀리서 널 보고 왔는데 푸대접 할 수야 없겠지. 잘 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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